절기와 교회교육

한국교회 절기교육의 실태와 나아갈 방향

- 특별좌담 내용 -

편집부

월간「교육교회」97. 12월호

장신대 기독교교육연구원 제공

<특별좌담>

주 제 : 한국교회 절기교육의 실태와 방향

장 소 : 장신대 기독교교육연구원

일 시 : 1997년 1월 27일 오전 10:30

참 석 자 : 정영택 목사 (제주성안교회)

박봉수목사 (상도중앙교회)

홍정근목사 (본연구원)

홍 :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한국교회들이 지키고 있는 절기에는 다양한 종류들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교회력에 다른 절기와 국가 기념절기 그리고 교단이 정한 기념주일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본 좌담은 우선 교회력에 따른 절기교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저희 연구원에서 절기 교육의 실태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것이 있습니다. 그 조사에 따르면 어떤 형태에로든지 '절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 답한 경우라 57%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들이 성탄절과 부활절 위주로 절기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에 교회창립주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다른 절기에는 큰 관심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한국교회의 절기 교육실태에 대해서 현장에 오래 계신 정목사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 : 저희 교회(제주성안교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목회 전체의 틀을 절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뜻으로 절기의 시작으로 보는 강림절 첫 주일에 성찬식을 행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교회의 예산편성도 대강절을 기점으로 회계연도를 잡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비록 목회 전체가 절기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만 목회의 틀을 교회력에 따라 대강절로부터 1년 목회의 흐름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홍 : 결국 정목사님이 목회 하시는 제주 성안교회의 경우 절기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전반적이 상황이 어떻다고 보시는 지요.

박 : 저는 절기교육을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교회가 전통에 대한 연속성과 미래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의 긴장 가운데 존재하고 있다고 볼 때, 오늘 교회는 미래에 대한 부담과 변화에 적응 해 가려고 노력하다가 보니까 점점 전통적인 절기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전통의 연속성보다는 미래의 변화에 적응하는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사실 지금 사회가 농경사회처럼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을 유지하고 이어간다는 자체가 특별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정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절기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을 유지하고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서울과 대도시의 급변하는 상황을 볼 때, 목회자들은 대단히 초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교회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인가? 더 근본적으로 우리 교회가 계속 존재할 것인가? 존재한다면 5년뒤 10년 뒤의 우리교회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 있을 것인가? 하면서 목회자들은 교회의 부흥을 생각하기 때문에 절기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생각이 자꾸만 뒤로 밀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절기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은 점점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가는 것 아닐까요?

정 : 제가 박목사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면서 다른 측면에서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맥락은 같은 얘기지만 사실 한편으로 보면, 요즘에 목회자들이 절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우리의 사역의 신성성(divinity)의 확보라는 측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에 한국교회 안에 독특하게 일어나고 있는 절기운동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전 바로 교회력과 관련된 그 런 절기운동이 아니라 유월절, 오순절, 장막절 등과 관련지어서 이루어지는 법궤, 성막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하는 세미나입니다. 지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절기를 너무 지나치게 도구화하는 것은 아닌가? 또는 지나치게 가톨릭화 되어 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하지만 이런 구약적인 배경을 가진 절기교육 세미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좀 전에 박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림 현대사회가 너무 바쁘고 변화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절기에 대하여 추석 때에 고향에 내려가듯이 그런 것에 대한 동경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에 박목사님 지적처럼 무관심한 면도 있는데 저는 절기에 대한 문제를 우리의 목회나 교육에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홍 : 그러니까 두 분의 말씀은 교회의 절기와 같은 소중한 전통을 우리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는 것이지요? 당장의 생존과 부흥에 급급하다보니까, 전통적인 절기를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절기교육마저도 지나치게 도구화되거나 프로그램화되어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성막 세미나 같은 구약적인 배경을 가진 절기 세미나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복음을 재해석될 수 있는 절기 교육이 교육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씀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절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절기 교육이 신앙교육에 있어서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 : 지금 말씀하신 그 '왜'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절기 교육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절기교육을 왜 해야하는가? 하는 '왜' (Why)에 대한 물음이 없기 때문이죠. 절기교육을 중요시한다면 '왜' 에 대한 물음을 갖고 거기에 대한 대답을 가지려고 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박 목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변화에 적응하느라고 너무 바쁜 나머지, 우리 교회가 교회의 전통 을 제대로 지켜나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절기가 왜 있는 것인가, 왜 필요한 것인가, 왜 지켜야 되느냐. 이런 것을 따져들 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왜라는 물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 절기교육은 중요한 것이지요. 절기교육을 하지 않으면 그런 물음을 묻고 답할 기회조차 없어지게 되니까요. 어느 칼럼에서 보니까 요즈음은 왜가 없는 경쟁을 싸고 있대요. 경쟁을 하려면 내가 왜 저 사람과 싸워 이겨야 하느냐 하는 이유가 분명히 해야하는데, '왜'가 없는, 'why'가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너무 단정적인 표현 같은데 성탄절에 있어서도 그리스도 가 없는 크리스마스가 되버리는 것이지요. 산타클로스가 그리스도를 대신해 버린거죠. '왜' 라는 물음을 묻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극복 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박 : 저는 좀 다른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기독교인들이 우리의 존재 뿌리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왜 절기교육을 해야 되는가? 절기교육은 우리가 왜 예수를 믿는가 하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절기교육이 주는 유익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좀 전에 정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왜' 라는 물음과 직결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신앙생활의 존재 근거를 교회에서 가르쳐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절기 교육을 통해서 그런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기를 통하여 교인들에게 우리의 신앙에 대하여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말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들 수 있는 것이 절기교육은 그리스도인의 하나됨. 통일성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처림 그리스도안에서의 통합이나 일치의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 절기교육의 또 하나의 유익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교육을 위해서 시간을 일부러 만들기도 쉽지 않는데 절기는 자연스럽게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절기교육은 신앙교육의 중요한 교육환경(education ecology)으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홍 : 박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웨스트 호프교수가 신앙의 문화화를 이야기하면서 교회의 의식이나 절기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신앙 공동체에서의 의식이나 절기교육에 참여하여 공동체의 신앙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통하여 신앙의 문화화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웨스트 호프 교수의 이론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또 다른 점으로는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요?

정 : 저는 절기교육은 추상적인 진리를 구체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유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리라는 것은 추상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습니까? 성경의 진리라는 것도 그런데 절기교육은 그런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시켜주고 실제화 시켜주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죠. 즉, 절기교육은 추상적인 복음의 진리를 구체적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경험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절기교육은 구체적인 것을 추상화시켜주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절기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절기교육에는 다양한 상징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상징들은 우리의 복음과 신앙을 추상화하면서 우리 마음에 심어주는 그런 구실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공산권 안에서의 그리스 정교회를 들 수 있습니다. 정교회는 많은 상징들, 이콘 등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상징을 통하여 저들의 신앙을 보전하고 전수하므로 공산주의자들의 간섭과 눈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구체성과 상징성은 절기교육이 갖는 유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홍 : 이런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앙의 삶 자체가 사실 축제 아닙니까? 절기교육은 신앙이 지닌 이런 축제성을 새롭게 회복하고 경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유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 : 참 좋은 지적입니다. 이 축제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한가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육이나 목회가 사실 다양한 교육방법을 사용하게 되고 또 해야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열린 예배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 저는 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열린 예배가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과거부터 교회가 다 열린 예배, 열린 교육을 했거든요. 그리고 성탄절이나 그런 절기가 되면 연극도 하고, 발표도 하면서 열린 예배를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열린 예배가 무슨 특별히 새로운 것이고, 그런 예배를 안 드리면 안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제주도에서 발견된 기록을 보면 1900년대 초기에 크리스마스행사를 학교 운동장에서 했는데 3000명이 모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를 교회 안에서 한 것이 아니라 학교 운동장에서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집회하면 3000명 모이기가 힘든데, 90년 전에 제주도에서 그렇게 모였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교회의 개방성, 교육의 개방성을 선교 초기부터 지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 : 그러면 이제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절기 교육의 내용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어 보았으면 합니다. 저희 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서 보면, 절기교육의 내용이 주로 예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절기 세미나, 절기 성경공부가 조금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은 절기교육이나 행사가 대개 예배 일변도로 단순화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절기교육의 내용이나 방향이 좀 다양해지고 다채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두분께서 앞으로 절기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어떤 내용으로 이루 져야 할지 하는 점에 관하여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 : 우선 절기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에서 환경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지 않습니까? 절기교육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한 두개의 프로그램 한다 안한다 하기 이전에 먼저 교회 공동체 안에 그 절기에 대한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목사의 경우, 설교도 설교지만 광고를 할 때 얼마나 강한 톤(tone)으로 광고를 갖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지요. 장로나 권사나 하는 교회의 지도자들도 절기를 맞으면서 교회전체가 절기에 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교육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겠죠. 이런 것을 통해서 절기교육에 대한 교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렇게 절기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절기교육에 있어서 프로그램 하나 잘하고 못하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정 : 박목사님께서 참원론적인 내용을 이야기 해주셨는데 전 좀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절기교육의 내용에 관한 자료가 어디냐 하는 점입니다. 우선 1차자료는 성경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교회의 역사가 어떻게 이 절기들을 지켜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절기교육에 대한원형(archy-type)같은 것들이 좀 발굴되고 연구되었으면 합니다. 초대교회에서는 절기 때마다 어떤 절기의식을 가졌는지, 촛불을 왜 켜는지, 그리고 이 의식이 교회 전통 가운데서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 하는 이런 절기교육의 유산들이 많이 발굴되면 절기교육의 내용에 관한 소중한 유산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다음은 그 의식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절기의식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재해석의 작업을 해야겠지요. 이런 작업을 통해서 성탄절이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찾아오셨듯이 우리가 어려운 이웃을 찾아간다든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는 다든지 하는 이런 실제적인 삶속에서의 적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대강절 동안에 교회입구에 헌금함을 놓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금을 자유롭게 하도록 해서 성탄절에 찾아가도록 하기도 하고, 그리고 고난주간에는 고난주간대로 그런 노력이 필요한데, 고난주간에는 외부로 드러나기보다는 내면훈련에 치중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그것이 성령강림절까지 이어지고 성령강림절에서 추수감사절까지는 영혼의 구원을 위한 전도로 이어지도록 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성도들이 우리는 기독교적인 삶의 패턴, 삶의 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홍 : 사실 어느 교회나 나름대로 어떤 식으로든 절기교육을 계획하고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은 교육적인 목회와 제대로 융합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 목사님의 경우는 교육목회와 절기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 : 그런데 한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한 교회 근 10년씩 이렇게 목회를 하다 보니까 저는 새로운 것을 한다고 하는데도 교인들이 매 회 돌아오는 절기 행사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솔히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계속적 그로 순환되어 가다가 보니까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져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설교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마다 새로운 절기설교를 준비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점에서 참 고민입니다.

홍 : 이제 교회력과 관련하여 '성서일과' 의사용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정장복 교수님도 저서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고, 웨스트 호프교수도 '교회의 의식과 교육' 이라는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교회가 교회력과 함께 성서일과의 사용을 권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성서를 한쪽으로 편향되게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균형 있게 성경말씀을 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교회력에 따른 절기교육과 함께 이런 성서일과를 교육목회에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박 : 저는 교육목회가 교회력이나 성서일과 일변도로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목회에는 분명히 목회자의 교육적이고 목회적인 의도성이 강하게 반영되게 되는데, 그런데 목회가 교회력이나 성서일과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교육목회의 의도성이 함몰되어 버릴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목회하기 보다는 절기에 얽매여 절기 챙기기에 급급해 버릴 위험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교육목회에 있어서 절기교육이나 교회력의 작용은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어느 적정한 선에나 절제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의도성이 있는 교육 목회와 조화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홍 : 그렇다면 교회력과 절기에 따른 교육 목회의 구상이 교육목회의 주류(mainstream)로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까?

박 : 아닙니다. 그렇게 교회력이나 절기의 흐름을 교육목회의 기본적인 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교회력 일변도나 성서일과 일변도로 나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지요.

정 : 그렇죠. 그것이 지나치게 제도화되거나 교조화되서는 안되겠죠.

박 : 맞습니다. 절기의 큰 틀이나 흐름을 잘 활용해서 신앙의 뿌리를 교육한다든지 하는 점들은 살려가면서 그 이외의 다른 기간에는 의도성을 가진 교육이나 목회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정 : 저도 박목사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교회에서는 성서일과를 가정 예배자료로 재구성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서일과에 따라 3개윌분 씩의 교제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좀 거창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는 성서일과의 사용에 대한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절기나 교회력을 어떤 신앙적인 의미(meaning)를 주는 틀 (form)로 생각해야 되지 틀 자체에 너무 의미를 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홍 : 이제 그러면 교회력의 절기 외에 총회가 정한 절기나 국가적인 기념절기 등을 교육목회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하는 점에 관하여 말씀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정 : 우선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총회에서 들으면 섭섭할는지는 모르지만 총회가 특별 주일을 너무 많이 정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총회에서 주일을 제정해서 주지하고가 하는 의도가 목회 현장에서 살아나지 못하고 그저 총회에서 지시하는 것이니까 '무슨 주일입니다' 라고 광고하는 정도라 고작인 경우가 많은 실정입니다. 결국 총회가 정한 기념 주일이나 특별 주일이 오히려 목회나 교육에 장애가 되는 수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특별주일이 너무 많다보니까 그것을 목회와 교육적인 차원에서 소화내기가 무척 어렵게되고 효과적인 활동이나 취지를 살리기가 어려운 면도 있고요. 국가와 관계되어 있는 주일에 대해서는 교인들의 삶과 직결되는 절기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리라 생각합리다. 추석이라든지 설날이라든지 또 우리는 6.25, 광복절, 삼일절 등의 날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절기들은 크리스천들의 시민생활을 위한 교육에 좋은 기회가 되지 않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복음의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 : 절기에는 교회 전통과 연결한 절기가 있고, 국가사회와 연결된 절기가 있고, 기관과 연결된 절기가 있는데 제가 거기에 하나 더 넣고 싶은 것은 각 교회마다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자기 교회와 관련된 절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 창립기념일이라든가 하는 만약에 그 교회에 순교자가 있다면 그날을 기념하여 우리 교회의 역사와 연결하여 우리 교회가 이런 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기 교회와 관련된 절기들의 개발은 그 교회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교회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 : 저는 교회가 모든 절기를 선교를 위한 도약대가 되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특별히 국가 절기와 지역사회 선교는 긴밀하게 연관되는 점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점을 잘 살려내기만 한다면 훌륭한 지역사회 선교의 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발의 날에 지역 경찰서를 방문한다든지 하는... 사실 총회차원에서의 절기교육이나 절기목회를 위한 지침서 같은 것이 필요한데 그런 지침서가 제대로 없는 실정입니다. 미국교회의 경우에 이런 자료가 아주 많은 것으로 아는데 우리도 좀 만들어 내었으면 합니다. 연구원에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좋은 자료를 개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홍 : 노력해 보겠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교회 안에 절기교육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