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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의 물질성 - 굶주림이 없는 하나님의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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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픈 사람에게 "사람이 밥으로만 살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의 모욕으로 들릴 것이다. 우리 사회와 이 세계의 근본 문제는 밥이 정말 없기 때문이 아니라, 밥은 충분히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없기 때문임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배고픈 사람을 먼저 먹이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1. 하나님의 나라는 굶주림이 없는 세계이다.
복음서는 예수께서 그의 뒤를 따르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는 것을 자주 보도한다.
보리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를 가지고 장정만 오천 명을 먹였다는 이야기는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문제는 물질의 결핍에 있지 않고 자기만을 위하여 물질을 쌓아 두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있음을 이 이야기는 시사한다.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과 자주 식사를 하였기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를 묘사하는데 그 동기가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같은 음식을 나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씀만 있는 곳이 아니라 물질이 있는 곳이다.
2. 밥을 함께 먹은 사건의 의미
1.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한 동아리에 속한다는 연대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나타낸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을 식구(食口) 곧 "음식을 먹는 입"이라 부른다.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예수가 자기를 그들과 동일화시키며 그들과 연대하는 것을 나타낸다. 성령으로 충만한 하나님의 메시야적 아들 예수는 배고픈 사람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연대성을 가지고 존재한다.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삶을 나눈다.
메시야 예수는 그들과 자기를 동일시한다. 그들은 그의 가장 작은 형제들이다(마25:40).
2.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삶을 함께 나누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은 그들이 당하는 배고픔의 서러움을 함께 나누는 동시에, 밥을 먹는 즐거움도 함께 나눈다.
3.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동시에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 하나님의 말씀은 배고픈 사람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현실을 창조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문제는 물질이 정말 없어서가 아니라, 물질이 한곳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이러한 인간의 현실을 고칠 수 있다.
4.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많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 잔치에 비유한다(마22:2;눅14:15-24).
배고픈 사람들과 함께 나눈 예수님의 식사는,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에 그 근원을 가진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앞당겨 일어남을 뜻하였다.
3. 예수와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가 주는 교훈
1. 하나님의 나라는 단지 영적인 세계가 아니라 물질적 세계이기도 하다.
2.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와 차별이 없는 세계임을 보여준다.
3. 인간의 모든 공동체는 한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 형제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섬기는 자"로 나타나듯이 모든 사람들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4. 예수님의 구원은 단순한 영적 구원이 아닌 구원의 물질적 차원까지도 시사한다.
5. 이 사건은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시사한다. ① 교인들이 한 형제가 되어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② 이와 동시에 복음을 선포하며 소외되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을 위하여 자기의 목숨까지 버려야 한다.
4. 세리와 죄인들과의 만찬과 최후만찬
우리는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이별의 만찬" 아니면 "유월절 만찬"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평소에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나눈 만찬과의 연속선에서 생각할 수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잔치 혹은 만찬에 비유한다. 실로 예수의 만찬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예언자 이사야의 "약속"의 지평 속에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올 때 까지"(눅22:18), "하나님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때까지"(막14:25) 만찬을 갖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죄인과 세리들과 같이 나눈 예수의 만찬과 최후 만찬은 하나님 나라의 지평 속에 있는 "종말론적 만찬"이었다.
물론 최후의 만찬은 평소의 만찬과 비교되기 어려운 깊은 의미를 지닌다: 예수께서 평소의 만찬에서 현재화시킨 하나님의 나라가 최후 만찬에서는 예수 자신의 인격(Leibliche Person)으로 집약된다. 떡과 포도주와 함께 예수님은 자기의 몸을 내어준다.
5. 성찬식의 역사적 유래와 의미
성찬식의 일차적 근원은 이 예식을 반복하라는 예수님의 "반복 명령"에 있다. 그러나 반복하여 거행하라는 최후 만찬이 예수께서 평소에 소외된 자들과 함께 나눈 만찬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성찬식의 근원을 우리는 최후 만찬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1. 기독교 성찬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2. 성찬식은 단순히 예수의 고난을 기념하는 "기념의 만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와 차별이 없는 하나님의 나라가 앞당겨 일어나는 것을 시사한다. 성찬식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미리 경험되고, 이 경험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앞당겨 일어난다.
3. 성찬식을 거행하는 교회는 모든 사람이 한 형제 된 새로운 인류의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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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 나라의 인간성 - 인간다운, 참으로 인간다운 하나님의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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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
복음서의 예수는 부유한 상류층과 중산층의 사람들을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예수님의 활동 범위를 가난한 사람들의 영역으로 제한시킬 수 없다. 부유한 사람들, 권력층에 속한 사람들도 선교의 대상이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다. 그들도 하나님의 용서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복음서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회의 그늘 속에 사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역사의 예수"는 소위 "점잖은 사람", "경건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회의 비도덕적인 자들, 불경건한 자들과 어울려 함께 먹고 마시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계의 낮은 사람들, 멸시와 천대를 받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새사람으로 변화되며,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인정받는 세계이다.
2. 인간의 기본 생존권이 보장되는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는 일자리는 얻지 못하여 빈둥거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먹고살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품삯을 제공하는 곳이다. 물론 일자리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하기가 싫어서 일을 적게 한 사람이 아닌, 일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일이 주어지고 그들의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이 주어지는 곳이 하나님의 나라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누구를 막론하고 기본 생존권을 보장받으며 인간의 가치를 인정받는 인간적인 곳임을 포도원 일꾼과 품삯의 이야기는(마20:1-16) 시사하고 있다.
3. 가치체계를 상대화시키는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나라의 인간성은 의와 불의, 선과 악, 의인을 구분하는 그 사회의 가치체계를 상대화시키는 예수님의 행위에도 나타난다.
나타나는 결과만을 가지고 그 사람이 의로운지 아니면 불의한지 판단하고, 악하고 불의 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사회는 소외시킨다.
예수 당시 유대인의 사회도 그러하였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었던 서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들을 불의하고 악한 "죄인"으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땅의 백성"(am haarez)이라고 멸시하였다. 불의하며 악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그 동기와 원인을 그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의로운 사람들과 불의한 사람들,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굳어져 버린다. 그러나 이 가치체계는 대개의 경우 자기가 의롭다고 자처하면서 그 사회의 가치체계를 관철하고자 하는 소위 의롭고 선한 사람들, 부와 힘을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예수는 악하고 더럽다고 하는 사람들의 친구가 된다. 이리하여 그는 그 사회의 가치체계를 상대화시킨다. 죄와 부패와 매춘을 정당화하지 않으나 그는 소위 의롭고 선한 사람들의 인간 차별과 사회적 대립의 악순환을 깨어버린다. 이 사람들을 불의하고 악하며 더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불의하고 악하다. 만일 그들이 정말 의롭고 선하다면 다른 사람을 소외시키는 일을 중지해야 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건설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수는 소위 불의하고 추한 사람들의 편에 섬으로써 악한 자들을 선하게, 추한 자들을 깨끗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메시야적 의를 나타낸다.
예수님의 산상설교도 대립과 분리를 상대화한다. 누가 악하고 불의한 자인지 우리는 외적 행위를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의 악과 불의를 보아야 하며 그것을 고쳐야 한다(마7:1-5).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체계의 상대화는 지배와 피지배의 통념을 상대화시키는 데에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지배자는 피지배자의 위에서 섬김을 받으며, 피지배자는 지배자의 아래에서 그를 섬기는 자로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러한 관계를 뒤집어 버린다. 참지배자는 위에서 섬김을 받는 자가 아니라 아래에서 섬기는 자이다. 자기를 높이고 섬김을 받는 자는 낮아지는 반면, 자기를 낮추고 피지배자를 섬기는 사람이 높임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참 지배자는 위에서 섬김을 받는 자가 아니라 자기를 낮추고 섬기는 자이다.
자기의 의를 내세우는 자가 아니라 자기의 불의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먼저 들어간다. 그러므로 의와 불의, 선과 악, 의인과 악인의 분별기준은 사회적 통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
4. 지역적 대립을 극복하는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의 인간성은 지역적 대립을 넘어서는 예수의 삶에 나타난다. 그 당시 남쪽의 유다와 북쪽의 사마리아는 심한 대립 상태에 있었다.
복음서의 예수는 이러한 지역 대립에 대하여 초연한 태도를 취한다. 예배의 장소에 대한 대립 역시 상대화 시켜버린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에서 사마리아 사람을 모범적 인물로 삼는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지역적 감정과 대립은 물론 인간의 모든 파벌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 대립과 분리에 있어서 약한 자의 편에 선다.
모든 인간적 차별(Diskriminierung)이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철폐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인간적 대립과 파벌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사회이다.
5. 구약의 하나님 상과 일치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인간성
하나님의 나라는 먼저 자신의 죄성을 인정하고 소위 불의하며 불경건한 자를 용서하고 용납하는 사회이다. 그것은 인종과 형통과 지역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사는 인간적인 세계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행실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무한히 이해하고 용서하며 용납한다. 성령 가운데서 하나님과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예수의 존재 안에 하나님 나라의 현실(reality)이 있다. 성령의 능력 가운데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자비와 공의가 다스리는 현실이다.
하나님이 약한 사람들을 더 불쌍히 여기는 것은, 그들이 당하는 고난과 고통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약한 사람들은 하나님이 돌보시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어렵다. 역사의 예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친구가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자기의 "친구"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예수의 삶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는 동시에 그와 함께 일어나는 하나님 나라의 인간성을 발견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성이 있는 곳이다.
예수가 보여주는 하나님 나라의 인간성은 구약 성서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인간성과 일치한다. 구약에서도 하나님은 은혜와 용서의 하나님, 자비롭고 인간적인 하나님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은 그 당시 세계에서 힘있고 부유한 민족을 자기의 백성으로 선택하지 않고, 힘없고 가난하며 사회의 저변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던 "하비루"의 한 무리를 그의 백성으로 선택하신 것이다.
구약의 율법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모든 피조물들에 대한 자비를 중요한 요소로 가지고 있다. 형벌에 관한 계명도 인간의 잘못된 행위를 벌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은 물론 다른 피조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가진다.
종교 의식의 목적은 단지 하나님을 섬기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하나님을 섬김으로써 다른 피조물을 섬기고 그들에게 자비와 공의를 베풀도록 하는 데 있다. 하나님에 대한 경외가 모든 피조물에 대한 자비와 공의의 원천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 모든 피조물들을 돌보시려는 하나님의 의지는, 안식년과 희년의 계명에 가장 분명히 나타난다.
"하나님의 일"이 곧 "예수의 일"이다. 그러므로 구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모습은,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의 모습과 일치한다. 복음서의 예수도 먼저 그 사회의 "잃어버린 자"들을 찾으시고 그들의 상실된 인간적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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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구체적 실천 속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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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
1. 서로 용서하여라
사랑은 용서 속에서 구체화된다. 원수 사랑은 원수의 잘못을 용서하는 행위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된다.
물론 예수는 공적 차원에서 용서를 말하지 않는다. 권력의 자리에 앉아 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자들, 불의한 자들, 죄가 있지만 돈으로써 자신의 죄를 무효화시키는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
용서는 상대방과 나 사이의 막혔던 담을 허문다. 용서 속에는 사랑이 있다.
용서는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용서를 알며, 자기를 포기할 때 가능하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이웃에게 베풀어야 한다. 이웃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무한한 용서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용서함으로써 화해하고 이웃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
2. 자기를 낮추고 서로 섬겨야 한다.
- 참 지배자는 자기의 목숨을 희생하는 자
복음서의 예수는 소위 위에 있다고 하는 자들의 착각을 깨어버리고 그들의 참 신분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
다른 사람의 섬김을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보편적 본성이다.
본훼퍼는 '섬기는 것을 배우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자기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는 죄인이라고 생각할 때, 자기를 낮추고 이웃을 섬길 수 있는 것이다.
자기 낮춤과 섬김을 예수는 자신의 존재에 근거시킨다: 예수님 자신이 자기를 낮추고 섬기는 존재로 이 세상에 왔다. 그러므로 우리도 예수님의 뒤를 따라 우리 자신을 겸손히 낮추고 이웃을 섬겨야 한다.
최후의 만찬과 제자들의 발씻음뿐 아니라, 예수의 삶 전체는 연약한 자를 위한 섬김 자체였다.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며 그들과 삶을 나누는 것도 섬김의 한 형태였다. 다른 종교의 신들은 인간의 섬김을 받는 반면,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인간을 섬기는 분으로 나타난다. 예수님은 성전 안에서 인간을 섬기기 보다, 세속 한 가운데서 인간을 섬긴다. 그의 섬김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총체적 섬김이다.
예수님의 섬김은 십자가에 죽음으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그의 섬김은 세속 한 가운데서 고난을 당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참 섬김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이 땅 위에 세우기 위하여 자신의 존재를 내어주는 삶에 있다. 예수님은 이것을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실천하면서 우리도 섬기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신다.
사랑은 섬김을 받는 데 있지 않고 섬기는 데 있다. 십자가에서 이 세상을 섬기는 하나님, 이 하나님이 "사랑"이다.
3. 자기의 소유를 베풀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선포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단순히 사회 개혁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의 소유를 베푸는 사랑 가운데서 구체화된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소유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소유가 있을 때 삶이 보장된다. 소유가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계층이 분리되어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나타난다. 역사의 예수가 생존하던 유대 사회도 이러하였다. 이런 사회 속에서 예수는 자기의 소유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선포한다.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도 소유를 완전히 포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소유를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소위 "사회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이 소유에 집착하며 결국 소유의 노예가 되는 것을 경고한다. 사람은 자기의 조물주를 자기의 하나님의 섬겨야 한다. 재물을 하나님으로 섬겨서는 안된다.
재물을 먼저 구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여라. 하나님은 너희의 생명에 필요한 것을 주실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만을 신뢰하면서 그들의 소유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기의 마음이 소유에 있지 않고 하나님에게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중요한 것은 가기의 소유를 얼마나 많이 베푸느냐에 있지 않고, 자기의 마음이 어디 있느냐에 있다.
4. 예수의 궁극적 요구
예수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소유의 포기와 베풂에 있지 않고 우리의 삶과 존재를 하나님에게 완전히 내어 맡기는 것이다. 자기를 포기하고 하나님에게 자기를 완전히 내어 맡길 때 재산도 포기할 수 있고 이웃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다. 자기를 포기하지 못할 때, 사랑은 결국 자기 사랑이요 모든 종교적 경건은 가식과 자기 업적이 되고 만다.
예수님은 우리가 가진 그 무엇 중에 일부를 포기하기 앞서 우리 자신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신다.
5. 부의 포기를 요구한 설교가들
오늘날 우리 나라의 중산층 교회에서 부에 대하여 설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기의 부를 내어놓기를 좋아하는 교인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많은 설교가들은 부의 약속과 축복을 설교하지만 부의 베풂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을 지킨다.
주후 약 2세기 중반에 로마에서 설교를 하였던 헤르마스(Hermas)는 '현재 그들을 유혹하고 있는 부유함이 제거될 때, 그들은 하나님께 유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교했다.
약 2세기 후에 암브로스는 밀란에서 그 도시의 부자들이 많이 섞여 있는 회중에게 가난한 자들의 생활과 부자들의 생활을 비교하면서 '혹독한 심판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 부자들이여!'라고 설교하였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로마 제국의 중간쯤에 위치한 다른 부유한 도시에서 요한 크리소스톰은 부정으로 부자가 된 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만들지 않았음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셨기에 가난한 자들을 해치지 말것과 회개를 독려함으로 부자들이 모든 사람에 의해 사랑 받는 이들이 되도록 설교했다.
초기 기독교의 설교자들은 부를 교회에 바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를 가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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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
사람들을 위하여 기부를 받았다. 아우구스틴은 십일조를 기독교인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가르쳤다. 여기서 그는 교회에 대한 의무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말하였다.
6. 사회의 부를 재분배하는 사랑
지금과 마찬가지로 예수 당시의 유대사회도 부가 일부 인에게 편중되어있었다. 종교 권력 및 정치 권력과 결부되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부유하였던 반면, 대다수의 서민들은 가난을 면치 못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참으로 돕는 길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된 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사회 전체를 위하여 사용하는 일이다.
사회의 편중된 부를 재분배하여 모든 사람의 삶의 기본 원리와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 희년의 계명은 단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자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장기적 안녕과 발전을 위한 것이다.
수가 말하는 사랑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 차원을 가진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를 포함한 정책적 차원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러한 실천 속에서 구체화된다.
예수님은 사랑의 구체적 실천을 요구한다.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요 목적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의 실천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사랑을 실천한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유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라고 요구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소유를 포기한다. 그의 삶 자체가 사랑의 구체적 실천이다. 그는 자기의 소유를 포기할 뿐 아니라 자기의 목숨까지도 포기한다. 그의 죽음은 사랑의 가장 궁극적 실천이다. 그는 우리에게 무한히 용서하라고 요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무한히 용서한다. 그의 십자가의 죽음은 우리의 허물과 죄에 대한 무한한 용서이다. 그는 우리가 서로 섬길 것을 요구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이웃을 섬긴다. 그의 삶 자체가 섬김이요, 그의 죽음은 섬김의 완성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