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원리4권 <자유와 질서> 1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 1885 1977)

희망의 원리. 제4권

{자유와 질서(Freiheit und Ordnung)}

(1938년 탈고)

차례

1. 성서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라

2. 어거스틴의 재탄생을 통한 신의 국가

3. 요아힘 드 피요레, 세 번째 복음과 그의 나라

4. 에른스트 블로흐 년보

문흥일 목사 발췌 엮음

<일러두기>

기독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만을 발췌하였습니다.

1. 성서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라

하나의 문헌이 역사 서적으로 이해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해 줄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노예로 전락해 버린 한 민족의

괴로움이리라. 그 민족은 벽돌을 끌거나, 밭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 하므로

"그들의 삶은 쓰디쓴 맛"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어느 날 모세라는 인물

이 나타나, 강제 노동을 감시하는 자를 쳐죽인다. 이는 이후에 여러 번 물

의를 빚는 자의 첫 번째 행동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

모세가 타향에서 모시던 신은 원래부터 지배의 신이 아니라, 시나이 반도

에 살던 유목 민족 겐족의 자유롭게 살던 사람들의 신들 가운데 한 신이었

다(모세는 그 유목 민족의 여자와 혼인을 맺은 적이 있었다). 야훼는 폭군

파라오가 모시는 신에 대한 위협으로서 비치기 시작했고, 시나이의 화산

신 야훼는 모세에게는 노예의 삶을 청산해 주는 해방의 신이나 다름이 없

었다. 이러한 유(유)의 해방(Exodus)은 여기서부터 성서의 본질적인 외침으

로서 성서의 근본으로 머물게 된다.

성서만큼 유목 생활과 같은, 아직 불완전한 원시 공산주의적 체계를

강렬히 지닌 책은 없다. 분업과 사유권이 없는 공동체는 오랫동안 신의 뜻

으로서 나타났는데, 이 당시에 가나안에서는 사유권이 형성되고 예언자들

조차도 아주 작은 범위 내에서 이를 인정하였다. 예레미야는 사막의 지대

를(나이든 호세아의 전례대로) 이스라엘의 처녀 시대라고 명명한 바 있다.

이는 야훼와 아주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혀

손대지 않았던 처녀지였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 BC 1400년경에 모세는 파라오를 야훼의 힘으로 물리친 뒤 20

0명을 데리고 가나안의 사막 지대를 지난다. 그 후 그는 동쪽으로 가서 그

곳에 살던, 엘(El)을 믿던 유목민들과 합류하게 된다. BC 1100년경 유목

생활을 하던 모세의 유태 민족은 가나안으로 침투하여, 바알(Baal)을 믿던

가나안 사람들을 굴복시킨다. 그러니까 모세의 신 야훼는 가나안의 동쪽에

살던 유태인 유목민들의 신(El)과 가나안 사람들의 신(Baal)의 권리를 약화

시킨다.

축복 받은

땅 가나안에 정착하게 된 유태인들은 지금까지의 공동체의 생활을 급속도

로 마감한다. 이는 그 당시 굴복 당한 가나안 사람들의 영향 때문이었다.

가나안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농경 제도와 도시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므

로, 유태인들은 이들로부터 경작과 포도 재배를 배웠던 것이다. 바로 이 시

기에 상공업이 나타났으며,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계급 차이가 뚜렷하

게 대조를 이루게 된다. 또한 빚진 사람은 채권자에 의해 노예로 전락했으

며, 외국으로 팔려 나갔다. 성서에 나오는 {열왕기 상}과 {열왕기 하}는 배

고픔에 허덕이는 백성들에 관하여, 그리고 가난과 궁핍함을 초래하게 하는

자들의 부귀 영화에 관하여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사마리아에서는 극도

의 기아 현상이 있었다"(왕상 18:2), "솔로몬은 예루살렘에서 돌처럼 많은

은을 거두어 들였다"(왕상 10:27).

이러한 착취의 상황 속에서 예언자들은 마치 천둥처럼 나타나 부귀

영화를 누리는 자들에게 대항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법정을 설계하였는데,

이는 유토피아 사회상의 가장 오래된 개요와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

는 이것이 어느 정도 공산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는 유목 생활 시기와 일관

성을 지니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즉, 예언자들은 때때로 유목 생활을 영

위하며, 유목 민족과 친하게 지내는 비판적 인물이었는데,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지 않고 고립된 채 살아가는, 이른바 나실 사람들이었다. 또한 남쪽

민족 '레하비트'도 이들과 관계된다. 레하비트 사람들은 가나안의 부귀와

금전의 경제 체제로부터 거리감을 취하며, 사막의 오래된 신 야훼를 신봉

하고 있었다. 나실 사람들은 사막 생활에 적당한 털로 짠 외투를 입고 다

녔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으며, 포도주를 멀리하였다. 그들의

신 야훼는 사유물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신이 되었던 것이다. 삼손, 사무엘, 엘리아 들은 나실 사람들이었

으며(삼상 1:11, 왕상 1:8). 세례 요한 역시 그러했다(눅 1:15). 이들 모두는

금송아지를 적대시하였으며, 가나안의 신 바알에서 유래하는 지배자 성전

의 물질 만능주의를 증오하였다. 비록 탄력적이기는 하나 인식될 수 있는

이러한 유일한 신앙의 노선은 나실 사람들이 기억하던 희미한 원시 공산주

의로부터 초기 기독교에 나타난 사랑의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이어진다.

이것들은 그 근본에서 조금도 빈틈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서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유명한 예언자들은 "미래에 평화롭고 평등한 나라가 도래하리라"는

것을 기대하였는데,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황금의 옛 시대에 관한 시대상

에다 신앙을 착색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황금의 옛 시대는 예언자들에게는

다만 전설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실 사람들은 가나안의

비참한 사회적 상황이 '야훼 신이 패망한 데에서 기인한다'고 굳게 믿었다.

야훼 신의 패망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자본주의 이전에 세상을 지배

하던 신 야훼는 지배자의 신 바알(Baal)로 향해서 방향 전환을 한 다음에,

바알을 물리치고 스스로 지배자와 사치의 신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예언자들은 사치의 신 야훼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고 설파했는데, 이러한 발언은 그 당시에 내외적으로 살벌하기 이를 데 없

는 긴장감을 초래하였다.

아모스는 자신을 "뽕나무를 바라보는 가련한 소치기"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는 예언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오래된 위대한 분이었다. 그의 야

훼는 불을 지르려고 위협한다. "나는 유다 지방에 불을 보내어 예루살렘의

궁전을 화염으로 뒤덮게 하리라 그리하여 정의로운 자들이 돈을 지니

고, 가난한 자들이 한 켤레의 신발을 살 수 있도록 하리라. 가난한 자들이

머리를 똥 속에 처박으며 비참한 삶을 감수하지 않도록 노력하리라"(암

2:5-7). 아모스는 지배자의 성전을 없애려고 결심한다. "나는 너희의 축제를

원망하고 있으며, 너희들의 모임에서 풍기는 더러운 냄새를 맡고 싶지 않

다 그러나 물과 같은 법이, 강력한 강과 같은 정의가 모습을 드러내야

하리라"(암 5:21-25). 이러한 생각은 중세의 위대한 천년 왕국론자인 요아

힘 드 피요레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과 같은 정신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교회의 제단만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는 동안에, 가난한 자들은 쓰라린 배

를 안고 굶주리고 있도다." 야훼 신은 토지를 강제로 빼앗는 자들이 신앙

을 들먹일 때 아주 기분 나빠해 하고 있으며, 바알이나 메르쿠르 등의 신

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야훼 신은 올바름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사야

는 외친다. "보라, 얼마나 혹사당하고 있는지를. 한 평의 땅도 남김없이 택

지를 넓히고 경작지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가련하도다. 그리하여 그들만이

온 땅을 소유하고 있지 아니한가?"(사 5:7-8). 이렇게 야훼 신은 농부를 착

취하는 자들과 자본을 끌어 모으는 자들의 적이며, 가난한 민중의 고난을

복수하는 신으로서 이해되었던 것이다. "나는 악이 창궐하는 지상에 재앙

을 내리고, 죄악을 저지르는 부정한 자를 처단하리라. 그리고 건방진 자의

교만을 중지하게 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자들의 오만함을 꺾어 버리리라.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세공한 금보다도 더 고귀하고 오팔이나 금조각보

다도 더 가치 있게 되리라"(사 13:11-12). 잘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예언자

제2 이사야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강도질 당하고 약탈당한 민족

이 있도다. 그들은 마치 동굴 속에 묶여 있으며, 감방에 갇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수탈물과 같은 그들을 구제해 주는 자는 없도다. 너무나 많이

강탈당했으므로, '그들에게 물건을 돌려주라'고 외치는 사람은 출현하지 않

고 있도다"(사 42:22).

예언자들은 만인을 위한 행복과 풍요로움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

할 때까지 사회주의적인 풍요로운 사회를 갈구하였다. "그래, 목마른 자

들이여, 물가로 오너라. 돈 없는 자들이여, 음식을 가져가서 마음껏 먹어

라. 이리 와서 돈 없이 마음대로 포도주와 우유를 가지고 가거라"(사 55:1).

해방의 정신이 다시 생기를 지니게 될 그날은 야훼 신의 도움으로 확실히

도래한다. 바로 이러한 사고에서 기독교의 유토피아는 표상될 수 있다. 이

사야 그리고 나이 어린 미가가 갈망한 세상은 이전의 예언자들에게서 차용

한 것이었다. "이 세상의 법은 시온에서 출발하며, 주의 말씀은 예루살렘에

서 출발하고 있다. 그분은 많은 민족들의 분규를 조정하고 모든 것을 공정

히 심판하리라. 그리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민족들은 칼로 보습을 만들고,

창을 낫으로 갈게 되리라. 왜냐하면 어떠한 민족도 다른 민족에 대항해서

칼을 높이 치켜들어서는 안되며, 앞으로는 절대로 전쟁을 치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모든 사람들은 포도나무와 무화과 나무 아래에서

살게 될 것이며, 어느 누구도 경악을 겪지 않으리라"(사 2:4, 미 4:3-4). 이

인용문에서 나타나는 국제 평화를 추구하는 모델은 이미 스토아 유토피아

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이사야의 말은 실제 현실에 대한 영향력으로 인

하여 제반 기독교 이상의 기초가 되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구상하였던 미래 시간의 개념은 (또한

더 나아가서 동방 국가들과의 관련성 속에서 형성된 그것은) 과연 어거스

틴 이후로 형성된 그 개념과 일치되고 있을까? 이는 어쩌면 마땅히 제기되

어야 할 질문인지 모른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경험은 지금까지 많은 변모

를 거듭하였다. 그런데 특히 '미래'는 새롭게 도래한 시간 속에서 새로운

사실로서 모습을 띠게 되었으며, 미래 현실에 대한 생각은 새로운 시대로

혼입되는 법이다. 그러나 성서가 지향하고 있는 미래의 내용은 모든 유토

피아 사회상 속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이스라엘은 가난하

게 되고, 시온은 이상 사회가 되리라는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궁핍함은 언

제나 예언자를 잉태시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가

는 너, 가련한 자여, 보아라, 너 위안 받지 못하는 자여. 나는 어떤 보석

같은 돌과 사파이어 같은 땅을 하사하리라 너는 정의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노라. 너는 폭력과 불법을 멀리하게 될지니, 소름끼치는 그러한 것

들을 두려워말라. 그것은 너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리라"(사 54:11-14).

그러므로 어두운 밤에 비치는 빛의 오로라는 유토피아 사회상을 거쳐 바

이틀링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축복의 땅이 하나로 통일되기란 점점 어려워졌고, 그때 로마 군인들

은 가나안으로 침범하였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 외국 점령군들과 쉽게 유

대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들은 극도로 절망에 빠진 농부들과 애국적인 투

사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그들은 특히 예언자들을 민중을 부추기

는 선동자로 몰아붙였다. 나실인 세례 요한은 그 당시에 가장 천한 민족들

을 찾아 나섰고, "곧 빈곤한 삶이 종말을 고하게 되리라"고 설교하였다. "어

떤 나무가 좋지 못한 열매를 맺는가를 알아내려고, 도끼는 나무의 뿌리를

향해 내려꽂혔다. 그 나무는 베어지고 불더미 속으로 던져졌다"(마 3:10).

즐거움과 사회적 혁명 그리고 민족의 봉기를 부추기는 일은 비일비재하였

으며, 곧 하나의 사회적 전환이 도래할 것 같았다. "나를 따르는 자는" 하

고 세례 요한은 말했다. "빗자루를 들고 곡창 바닥을 쓸면서, 밀가루를 모

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왕겨들은 끝없이 타는 화염 속에 깡그리 불태워야

하리라"(마 3:12).

예수 역시 사도 바울 이후에 지배층들이 때때로 다르게 해석을 내

리면서 옳다고 주장한 바 있는 주어진 현실과 무관한 곳(내면이나 저 세

상)에서 오시지는 않았다. 그가 고통을 당하며 죄진 자들에게 전한 말씀은

십자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생활 속에서 이미 십자가의 고통

을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 이렇게 비

통하게 외쳤다. "나의 신이시여, 왜 당신은 나를 떠나셨나요?" 이는 인간적

인 의미에서의 파국일 뿐이지, 사도 바울 식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마태복

음 2장 25절에 나오는 예수의 위대한 말씀은 저승이 아니라 이승과 관계

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말은 모든 형태의 괴로움을 지상에서 그치게 하

고,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전환시킬 메시아 왕의 칙령이나 다름이 없다.

"나의 멍에는 부드럽고, 나의 짐은 가볍도다"(마 11:30). 예수는 "신의 나라

는 너희들의 마음 '속'에 있노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누가

복음에 실린 다음과 같은 말은 매우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신의 나라는

너희들과 '함께' 있노라"(눅 17:21). 더욱이 예수는 이 말을 제자들에게 전

한 게 아니라, 바리새인들에게 전하였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즉, 신의 나라는 이미 예수를 추종하는 바리새인들과 함께 선택받은

공동체로 건립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신의 나라'를 결코 보이지 않는 명상적인 곳으로서

가 아니라, 개혁적인 사회로 해석해야 한다. 예수는 "우리 신의 나라는 이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러한 발언은

요한 복음 18장 36절에 실려 있는데, 요한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다. 요한

이 그렇게 조작한 이유는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법정에서 피해 당하지 않게

하려고 한 의도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는 로마의 총독 빌라도 앞에서 비겁

하게 저 세상을 강조함으로써 알리바이를 꾸며대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그것은 예수 스스로 공언한 용기와 기독교 설립자로서의 품위에

위배되는 것이었을 테니까. 예수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현실과

무관한 하늘 나라를 강조했더라면, 이는 그 당시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라는 말의 의미에 위배된다. 신의 나라는 당 시대와 관련되며, 고대 오리엔

트의 점성술적 종교적 사색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시대 구

분을 통한 세계에 관한 이론이다. "이 세상"은 지금 존재하는 현재의 시간

(Aeon)과 같은 의미이며, "저 세상"은 미래의 시간(Aeon)과 같은 뜻을 지니

고 있다.

) 원주: 마 12:32, 24:3

역주: 'Aeon'이란 '영원한 시간' 내지는 '영겁'을 뜻한다. 그러나 문맥상 단

어의 뜻을 그대로 살릴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시간'이라고 번안하였다.

따라서 두 개념은 지정학적으로 이곳, 저곳으로 대립되는

게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같은' 현장에서 시간적으로 이어지는 그러한

개념이다.

'저 세상'은 인간이 바라는 지상이며, 그 위에 이상적인 천국이 위치

할 수 있다. 이는 이사야의 다음과 같은 발언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보라,

나는 어떤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창조하리라. 사람들은 지난 세상을

더이상 기억하려 하지도,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사

65:17). 인간이 애타게 기리는 것은 죽고 난 뒤에 천사들이 노래하는 피안

의 세상이 아니라, 바로 이 지구상이며 이 지상의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사랑의 나라일 뿐이다. 그러므로 원래의 공동체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둘

러싸인 독자적인 나라라고 표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세상'의 나라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난 뒤에 '저 편의 세상'으로 해석되었다. 그 당시에는 빌라도와 네로조차도

기독교인 되어 있었다. 당시의 지배 계급은 기독교에 내재한 사랑의 공산

주의를 가능하면 심령적이고 인간 내면의 사상으로 해석함으로써, 일반 대

중이 느끼는 혁명적 긴장감을 완화시키려고 애썼던 것이다. 이 세상의 나

라는 예수에 의하면 악마의 나라였다(요 8:44). 바로 그렇기에 예수는 이

세상을 계속 존속시켜야 한다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시 말해서 그

는 이 세상과 한번도 불간섭의 계약을 맺지 않았다. 비록 그가 "나는 평화

를 선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의) 칼을 선사하려고 이곳에 왔노라"고

말했지만(마 10:34), 예수는 원칙적으로 무기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산상

보훈에서 표명된 무기의 거부는 "은총을 빌 때마다 천국의 나라를 이룩하"

게 된다는 주장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마 5:3-10). 묵시론자 예수가 무기

를 거부한 까닭은 '살상 행위가 진부한 것이므로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수는 무고한 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기존 사회의 전복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조만간 자

연과 우주가 끔찍한 파국을 맞게 됨으로써, 사회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

하게 되리라고 예수는 생각했다.

이러한 종말론적인 설교는 그가 설파한 어떠한 윤리적인 말씀보다

도 가장 앞서는 중요한 말로서, 심지어는 모든 윤리적 계명을 규정할 정

도이다.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예수가 당한 것처럼 채찍질을 당하

며 성전에서 쫓겨날 뿐 아니라, 온 국가와 성전이 끔찍한 파국에 의해서

순식간에 허물어지리라는 것이었다. 대단한 묵시론적인 전언을 담고 있는

마가복음 13장은 신약 가운데서도 가장 신빙성 있는 단원이다. 만약 이 대

목이 없었더라면, 산상 보훈에 나타난 유토피아는 결코 정확하게 이해될

수 없을 것이다. 예수는 현재의 시간(Aeon)이 끝나고 있다고 보았으며, 조

만간 우주의 파국이 도래하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가 중요

하게 여긴 일은 오래된 요새를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갈고 닦는 일이었을

뿐, 경제적인 제반 물음이나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들에 핀 백합

꽃"은 실제에 나타난 것보다도 덜 순수할 뿐더러, 전혀 다른 차원의 낯설

고 구분된 사물일 뿐이다. "왕에게 속한 것을 왕에게 주고, 신에게 속하는

것을 신에게 주라"고 예수는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을 통해서 예수는 도래

할 파국을 생각하며 국가에 대한 지상의 경멸감을 표명하였을 뿐, 사도 바

울이 말한 국가와의 타협 의사를 표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연의 파국은 물론 혁명의 대용물이지만, 아주 광범위한 사회적

변혁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 다음의 책과 비교하라. E. Bloch, Atheismus im Christentum,

F. a. M. 1985, S 193-241.

그것은 실러의 극작품 {간계와 사랑}에 실린 늙은 하인의 '최후의 심판'에 대

한 대목에서 묘사되었듯이 모든 현실적 혁명 행위를 약화시키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파국에 대한 예수의 비유가 '기존의 성내(성내)에서 평화롭게

안부해 버리자'라든가'미래의 시간(Aeon)을 잊어버리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 세상의 나라가 겪을 파국이란 생각보다도 더욱 잔인하고 끔찍하게 진행되는

것이다.그러므로 최후의 심판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거의 무기력할 정도

이다. 새로운 인간들은 오직 예수 앞에서 맹세를 선언하게 된다. 새로운 사

회 공동체는 그를 통해서, 그의 품속에서, 그에게로 향해서 지난 시간

(Aeon)으로부터 일탈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 가지요, 너희는

포도 열매들이로다"라고 말하며(요 15:5), 예수는 자신이 규정한 만큼의 양

으로 공동체 속으로 자신을 용해시켰다.

"너희가 나의 작은 형제들을 위해 일한 만큼, 너희들은 나를 위해

일하였다"(마 25:40). 이 문장은 원시 기독교적으로 볼 때 사랑으로 뭉친

공산주의 공동체의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공산주의 공동체는 인

간이라면 가난한 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해당될 수 있는 국제적인 공동체나

다름이 없다. 이 문장은 놀랍게도 스토아 학자들이 완전히 빠뜨리고 있는

어떤 의미심장한 뜻을 전하고 있다. 즉, 사회는 하층민들에 의해서 즉,

아래에서 위로 건설될 수 있으며, 그것을 감시하는 자는 신비적이고도

강력한 인물이라는 점 말이다. 사회적 건설이 거의 사라져 버린 곳에서도

이를테면 성 어거스틴의 경우 기존 세상의 권력에 대항하고, 인간을

인간의 적으로 취급하는 세상에 대항하는 사고는 언제나 강력하게 남아 있

었다. 수많은 교회를 건설하고 많은 타협을 해 왔지만 아래로부터 위로 향

한 사랑의 공산주의는 언제나 존속하였다. 그러니까 기독교적인 혁명은 일

찍이 모세가 이집트의 강제 노동 감독관을 때려죽인 뒤 도망을 치며 행한,

천둥 소리와 다를 바 없는 예언자적 외침의 의미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쫓겨나 학대와 고달픈 삶을 겪는, 야훼 신을 모시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약

속의 땅과 같은 의미에서 파악될 수 있다.

성서는 체계로서의 유토피아 사회상을 이행하지는 않았다. 바람직한

사회에 관한 꿈은 성서를 통해서 완전히 성취되지는 않으나, 성서 속에 어

떤 결정적인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성서를 통해서 그러한

꿈이 성취되리라 믿는다면, 이는 성서의 내용을 과장시키고도 천박하게 만

드는 태도나 다름이 없다. 기독교는 가난과 고통에 대항하는 외침일 뿐 아

니라, 죽음과 공허에 대항하는 외침이며, 이 두 가지 사항을 위해서 인간의

아들을 설정시키고 있다. 성서는 사회적 이상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가

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야훼 신을 반대하는 자와 찬성하는

자 사이에 대두된 가장 격렬한 유토피아를, 애굽을 떠나는 이야기를, 축복

의 나라를 지적하고 있다. 만약 어느 밀사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관

해 보고한다면, 그들은 그 땅을 정복하려는 침략자뿐이 아니라, 축복의 땅

을 너무도 애타게 갈구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빠뜨리고 있는 셈이

다. 축복의 땅이 이제는 지상에 있는 가나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더욱 그곳을 찾으려 했고, 그곳에다 더욱더 매력적인 의미를 부

여하려고 하였으며, 더욱 가까이 접근하고 싶어하였던 것이다. 위대한 성서

는 한번도 비판당하는 적이 없었다. "그곳은 파괴 되었도다. 파괴 되었도

다. 거대한 바빌론이여, 지상의 왕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를 한탄하리라

지상의 상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괴로움을 지니게 될지니, 어느 누

구도 그들의 상품을 더이상 사려고 하지 않으리라"(계 18:2-4). 그러나 자

유의 나라는 성서의 구절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보아도 세례 받은 바벨

탑으로 간주될 수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나중에 어거스틴의 천년 왕국설

에서 나타난 바 있는) 교회의 모습으로 이해될 수도 없다.

2. 어거스틴의 재탄생을 통한 신의 국가

그리스인들의 진보적인 꿈들은 거의 대부분 이 세상의 현실을 변화

시키려는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떠한 다른 내용이 첨부되지 않

은 삶 자체가 꿈을 통해서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것도 다

채롭고도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또한 이교도들이 갈망하였던

현실상은 주로 멀리 위치한 섬 속에서 표상 되었다. 이러한 현실상 역시

그들이 처하고 있는 세계에서의 복된 삶과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

여 바람직한 사회 체제는 기존의 삶 속에 즉시 도입되거나, 모범으로 간주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파탄 지경에 이른 로마에서는 모범이 될 만한, 현실

내재적인 사회상이 정립되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어떤 완전히 새롭고도 다

른 무엇을 갈구하였던 것이다.

여러 가지 구원의 방식 가운데에서 새로운 것을 정치적으로 교묘히

이용하여 승리를 구가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도 바울의 교회였다. 예수

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변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혁은

이미 말한 바 있듯이 '내면'이라든가 '저 세상'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어떤

보다 나은 지상을 참신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물론 예수를 핵으로 하

여, 그 주위로 기독교 이상을 담은 공동체를 이룩하려는 갈망이 형성된 것

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는 점점 저 세상으로 다시 말해서 내면 속으로

초월한 공동체라든가 다만 위안의 차원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로 인하

여 '이 세상을 급진적으로 혁신시키'려는 예수의 원래의 의도는 자취를 감

추게 되었고, 그 대신 '저 세상'의 문제를 다루는 기관, 즉 교회가 들어서게

되었다. 교회는 기독교가 지니고 있는 유토피아 사상을 스스로 대변한다고

자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스토아 학파의 이상은 이미 크리스포스가 가르친 바 있는

'상부의 국가' 라는 형태로서 기독교 교회와 관계를 맺게 된다. 말하자면

스토아 학파의 종교적 세계주의는 물론 로마 제국 이외에도 기독교인

들에게 하나의 틀을 제공하였다. 그렇지만 스토아 학파의 유토피아에는 새

로운 것으로의 변혁이 결여되어 있다. 일반적 세상은 스스로 폐쇄된 무엇

으로 간주될 뿐이었다. 스토아 학파의 유토피아는 고대 사회의 현상에서

도출되었으므로 그렇겠지만 새로운 특성, 새로운 과업 그리고 스스로 어

떤 돌파구를 찾아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교도의 땅에

서 발견되지 않은 엑소더스라는 기독교의 자극적 사상은 거의 필연적이었

던 것이다. 예수가 행한 정신적 자극은 스토아 학파에 의해 완성된 것을

파기시키고, 어떤 폭발적인 것을 대치시켰다. 제우스가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친 이성의 국가는 그리스도에 의해 거부당하고, 신의 국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어거스틴의 {신의 국가에 관하여(De civitas Dei)}(425년경)에 담긴

유토피아는 비록 교회 중심적이기는 하나 이 땅 위에 천국과 같은 새

로운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강렬한 이상을 표출시키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세속적인 갈망들은 부차적인 것으로서 생각될 수 있

으며, 한번도 성취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갈망들은 근본적으로 좋지

못한 것들이며, 지금까지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거부되어 왔다. 인간의 현실인 갈망들은 지상의 국가들에 의해

추구되어 왔는데, 이러한 의지는 어거스틴에 의하면 근본적으로 사악

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상황 및 좋은 국가를 만들려는 의지는 언제나

현실적 상황을 악화시킬 뿐 향상시키지는 않는다. 어거스틴이 현실과 국가

로부터 등을 돌리며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예수의 정신이다. 물론 초기에

는 어거스틴은 선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고난을

인정하고 있다. 선한 자(자)의, 그리고 악한 자(자)의 국가들은 서로 아우르

고 있으며, 인간이 추구해야 할 성스러움은 우선 성스럽지 못한 사악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교부(교부) 어거스틴은 사도 바울이 말한

"국가와 타협하는 교회"를 거의 신봉하고 있다. 그는 심지어는 스토아 학자

들이 비난한 바 있는 노예 제도조차 용인하고 있다.

어거스틴은 사람들 모두가 겸허해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사

람들에 봉사하기를 권한다. 더욱이 그는 당국이 형법을 실행할 권리를 지

녀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니까 당국이란 가정으로 비유해 본다면

선량한 부친이나 다를 바 없는데, 이러한 어거스틴의 생각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구원 사상과 관련성을 맺고 있다.

왜냐하면 실재하는 국가는 사악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장 나쁜 것

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상(terrena) 아래에는 고대 국가라는 가장

악마적인 원시적 형태의 국가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 세상의 국가

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원의 역사'가 아니라 '세속화된 구원화의

역사'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첫 번째 구원은 집과 가정에서, 두 번째 구원

은 혈연적 동맹체와 '도시 국가'(civitas urbs)에서, 세 번째 구원은 '국제적

민족 국가'(civitas orbis)에서 추구되어 왔다고 한다. 바로 이 국제적 민족

국가는 로마 제국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것이므로, 우리는 '주의 이상적 국

가'를 신봉하는 어거스틴이 로마 제국을 얼마나 경멸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어거스틴은 이를테면 터툴리안과 같은 교부와는 달리 모든 유

(유)의 국가 이전에 존재했던 황금의 옛 시대를 결코 동경하지 않았다. 바

로 그렇기에 그는 황금의 옛시대를 악마적인 동물의 나라라고 기술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적 교회의 군주라고 말할 수 있는 어거스

틴은 지상의 국가와 신의 국가의 대립을 반대하며 로마의 제국성을 세

계주의적 교회의 토양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후기 스토아 학자들이 로마를

'상부의 국가'로 간주한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상

부의 국가'인 로마 제국의 정치적 세력이 이전보다 훨씬 약화되어 있었다

는 사실이다.

어거스틴은 제국주의보다도 더 포괄적인 영향을 지닌 것이 교회라고

말하며, 이러한 견해를 확립시켰다. 그러니까 그는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세속화된 구원화를 위한 장소(사도 바울이 인정한 국가들)의 우위에 존재

하는 게 소위 예수에 의해 주창된 진정한 구원의 장소(교회)라고 생각하였

다. 이로써 어거스틴은 세속적 국가를 더이상 상대적으로 인정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정치와 종교를 동일시하기에는 때 이

른 감이 없지 않다. 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계는 그 당시에는 아직도 완전

히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어거스틴은 기독교의 유토피아를 관철하는 자로

서 실제로 교회를 다스리는 제후들과 전적으로 대립하였다. 어거스틴은 처

음에는 내심 역겨웠지만 겉으로는 로마를 찬양하는 등 영리한 태도를 취하

였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신의 국가에 관하여}를 집필하면서 로마에 대

한 증오심을 노골적으로 표명하였다. 이러한 증오심은 어거스틴이 젊은 시

절에 수용한 마니케이즘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이 세상을 '밤과 빛의 긴장

관계' 라는 이원론으로 해석한 사상과 직결되어 있다.

{{

) 마니케이즘은 카르타고 지역에서 대두된 선악에 대한 이원론

적 사상이다. 이에 의하면 밤과 빛이란 오르무츠와 아리만의 대립으로 해

석될 수 있다고 한다.

}}

오직 예수, 바

로 그만이 역사를 변혁시킨다면, '진정한 구원의 역사'만 있을 뿐 '세속적인

구원화의 역사'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마를 포함하는, 역사 속에 나

타난 국가들은 오직 그리스도의 적들인 셈이다. 그것들은 이를 잉태시킨

무정부주의적 현실 상황도 포함될 수 있는데 악마의 나라라고 한다. 어

거스틴의 책에 담겨 있는 이러한 생각은 국가와 타협한 사도 바울과는

전혀 달리 거의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는 어떤 과정으로서 설명되고 있다. 즉, 국가의 이상은 맨

처음의 역사로서 나타난다. 즉, 그것은 역사를 창조한다. 역사는 (자유의)

나라로 향하는 구원의 역사로서 형성되는데, 이는 아무런 빈 공간이 없는

일원적인 과정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역사는 아담으로부터 예수에 이르

기까지의 시기를 지칭하며, 스토아의 인류 단일성과,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

원(어거스틴은 이를 궁극적으로 추구한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니까

어거스틴에 의하면 두 개의 국가가 인류사에서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정

도로 처절히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개의 국가는 '지상의 국

가'(civitas terrena)와 '신의 국가'(civitas Dei)로서, "신을 적대시하는 죄

인들의 공동체"와 "신의 은총에 의해서 선택된 기독교 공동체"를 지칭하고 있

다. 어거스틴의 역사 철학은 이러한 투쟁의 역사를 담은 책을 보관하는 곳

이나 다름이 없다. 지상의 모든 국가들의 자기 파괴와 그리스도의 나라

에서 싹트는 승리는 가장 격렬한 예를 빌려서 대립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신의 국가에 대하여}의 첫 번째 단원 제1장에서 제10장까지는

어거스틴이 이 장을 "장엄하고 엄격한 장"(magnum opus et strenuum)이라

고 명명한 것처럼 특히 다신주의적인 이교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단적인 신들은 아주 나쁜 악령들로서 지상 위에서 저주받은 자들

의 공동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11장에서 제19장을 포괄하는 그

책의 두 번째 단원은 '역사가 구원의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대립적으로 발

전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거스틴은 역사적 시기의 구분, 역

사적 내용에 대한 시점을 주로 구약성서에서 채택하였다. 인류는 죄악에

로의 나락으로부터 최후의 심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한 인

간으로서 묘사되고 있는데, 역사적 시기 역시 인간의 나이에 맞추어 비유

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어거스틴의 책은 성서에 바탕을 둔 믿을 만한 역사

철학서인 셈이다.

어거스틴의 역사 철학적 발전 단계에 의하면 유년기는 아담으로부터

노아에 이르며, 소년기는 노아로부터 아브라함에, 청년기는 아브라함으로부

터 다윗에, 성년기는 다윗의 성장으로부터 바빌론 감금 시기까지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 두 시기는 다윗의 마지막 생애로부터 예수의 탄생까지, 그

때부터 최후의 심판일 까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신의 나라와

그 붕괴의 역사에 입각한 것이다. '지상의 국가'는 대홍수에 의해서 멸망하

고, '신의 국가'는 노아와 그의 아들에 의해서 생명력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러나 노아의 후손들에 이르러서는 사악한 국가의 저주가 새롭게 득세한

다고 한다. 히브리어를 사용하던 유태인들은 다시 왕이 타고 다니는 옥좌

중심으로 모이게 되었던 것이다.

) 어거스틴이 살았던 4세기경에 유태인들은 오래 전 예루살

렘이 파괴된 뒤부터 뿔뿔이 흩어져서 여러 나라(로마, 그리스, 시나이 반

도, 팔레스틴 등)에서 거주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히브리어를 사용하던 유

태인들"은 '팔레스틴 지역에 살던 유태인들'을 가리킨다.

"사제의 민족, 너희는 내게 성스러운 민족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 당시 다른

민족들은 특히 아시리아지역에서는 극심하였는데 악마적 죄악의 권력 국가들에

의해서 피해를당하고 있었다. '신의 국가'란 역사 철학의 결론으로서 이해될 수

있으며,범죄와 폭력을 일삼는 정치 국가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인 셈이다.

예언자들의 노여움은 바빌론, 아시리아, 이집트, 아테네 그리고 로마

에서 다시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특히 로마에서는 기독교가 국가의 공적인

종교로서 채택되었는데도 말이다). "첫 번째 도시, 첫 번째 국가는 형제 살

인에 의해서 건립되었다. 형제 살인은 로마의 출발을 너무나 더럽혔으므로,

우리는 심지어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즉, 유혈이 낭자한 뒤에 국가가

형성되는 것은 거의 법칙이나 다름이 없다고"(De civ. Dei XV). 또한 어거

스틴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현실로부터 이상을 찾아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니나, 기존 국가에 대한 가장 명확한 비판이다. 정의로부터 완전히

등진 지상의 국가들은 과연 강도들이 사는 거대한 동굴과 다를 바 있을

까?(Remota igitur justitia quid sunt regna nisi magna latrocinia?) (De civ.

Dei IV).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의란 사도 바울과 같은 생각으로 이해되어

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구제하는 신의 뜻에 굴복함으로써 정당화되

거나, 신의 뜻과 합치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정의'(justitia)란 여기

서 '정당화'(justificatio)라는 뜻과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치 국가는 지상에 있는 재물을 위한 싸움, 국내외의 걱정거리, 신의 뜻에

위배된 권력 지향적인 전쟁에만 시달리고 있다. 말하자면 그곳에서는 오직

교만이나 원죄로의 나락만이 창궐하고 있다. 따라서 구원을 바라는 사상가

어거스틴은 기존의 국가에 대해 전혀 동조하지 않고 있다. "나는 신과 영

혼을 알기를 원할 뿐이다. 그 밖에 다른 것은? 그 밖에 다른 것을 나는 전

혀 원하지 않는다"(Deum et animam scire cupio; nihilne plus? nihil

omnino).

거의 격정적으로 그의 마음을 들 끊게 한 것은 젊은 시절에 그가

마니케이즘에 열광하며 신봉한 빛의 신 오르무츠와 밤의 신 아리만의 이원

론처럼 신의 국가와 기존의 국가 사이의 긴장 관계였다. 신의 국가는 그

에게는 하나의 방주요, 때로는 땅 속에 은밀히 숨겨진 묘지나 다름이 없다.

신의 국가는 지금까지의 역사가 종말을 고할 때 비로소 제모습을 드러낸다

고 한다. 그러므로 최소한 교회가 면죄의 법을 '끔찍한 범인'이나 '변절자'

들에게까지 적용한 이래로(데치우스 왕

) 역자주: Decius; AD 250-251 박해.

이 기독교도들을 박해한 이래로), 기존의 교회는 '신의 국가'와 일치하지 않고

선인과 악인이 뒤죽박죽섞인 어떤 혼합된 단체라고 한다. 교회는 오직 선택받은

자들의 수로서 '진정한 육체'(corpus verum)에 의해서만이 신의 국가를 형성할

수 있다. 이에비해 기존의 교회는 선택받은 자들과 죄지은 자들로서 '섞인

육체'(corpuspermixtum)이므로 신의 국가와 일치되지 않고, 가급적 이에 맞도록

인원을적당히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거스틴에 의하면 천년 왕국과 다

름이 없는데, 인간이 맨 처음부터 깨어나서 이룬 나라이며, 두 번째 궁극적

인 깨어남이 있기 전의 첫 번째 부활이다(계 3:5-6). 이러한 첫 번째의 부

활은 교회가 사람들에게 은총을 베풂으로써 시작되었으며, 그 후 확립되었

다고 한다. 이러한 어거스틴의 생각은 천년 왕국설의 내적인 긴장감을 약

화시키며,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기존의 교회에 '신의 나라'를 양도

하게 하였다. 그러니까 '신의 국가'란 아벨부터, 거의 단편적으로, 천국을

위해서 건립되며, (천국의) 나라가 현상화될 때 비로소 완성된 채 모습을

드러낸다.

'신의 국가'는 마치 플라톤의 이상 국가와 같은 하나의 국가의

건립이다. 그러나 그것은 플라톤의 그것보다 더욱 일괄적으로 완성된 질

서를 따르고 있는데 인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질서의 신에 의해서 건립

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순수하게 오직 질서를 지향하는 모든 유토피아는

질서와 정반대 되는 단순한 조직화라든가 '우연'(Tyche)과 '운명'(Moira)이라

는 구조의 수렁 속에 빠질 위험을 지닌다. 그러므로 그것은 구원이라는 경

제성을 전제로 한다. 구원의 경제성은 질서를 만들 뿐 아니라, 질서가 바로

구원을 이룩하게 하는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어거스틴의 유토피아는 어떤 초월을 통해서 질서를 전달하고, 이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본적 토대는 '우연'과

'운명'과 같은 어떠한 것을 혼입시키지 않으며, 플라톤의 도시 이념이나 스

토아 학파의 세계 국가 신의 이념 없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독교

의 신 개념 속에서 그것은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신의 나라는 기존하는

세상 '속'에서도, 세상의 '배후'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오직 기존하는 세상

'이후'에 등장할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지고한 나라는 시간을 초월함으로

써 그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목표로서 어거

스틴이 내세우는 것은 교회의 그것과 대립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말

이다. 인간은 가급적이면 신과 같은 모습을 획득해야 한다(De civ. Dei

XXII). 이는 시간을 급진적으로 초월한 방향과 가장 좋은 국가 질서의 조직

이며, 죄악의 조직체들이나 다름이 없는 기존 국가들에 대항하는 유일무이

한 원칙이다. "신의 나라"는 문자 그대로 지상을 천국화시킨 것이었다. 인

간은 천사가 될 수 없지만 성자는 될 수 있으며, 순수성과 행복을 가꿀 수

있다고 한다. 이 점은 가톨릭 교리와 무척 유사하다. 어거스틴이 지상 국가

에서의 삶에 대하여 암울한 비관주의를 견지한 반면, 그 이후의 세상은 소

위 '저질적인 성직자'

) 여기서 블로흐는 '현실 개혁을 등한시하고 오직 교회의 확장만

염두에 두었던 신앙인들'을 "저질적인 성직자"(Pfaffen)라고 명명하고 있다.

의 세속화된 낙관주의가 도래하여, 뜨겁게 달아올라 광활한 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세속화된 낙관주의는 신의 나라와는 달리 성자들과 이들의 교회 내의 활동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아담의 자손임을 부인하고 그리스도를 가까이하는 수많은 사람

들은 더욱더 열렬히 정신적인 재탄생을 갈구하였으므로, 어거스틴의 '신의 나라'는

본의와는 약간 어긋나게 훌륭한 사회를 만들려는 자들에 의해서 정치적 특성을 띠게

되었다.

희망의 원리 제4권 <자유와 질서>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거스틴의 꿈이 미래의 구체적인 어떤 무엇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기이하게 보인다. 흔히 사람들은 마치 어디

에서인가 이룩될 수 있는 것처럼 꿈을 찾는다. 그런데 미래란 언뜻 보기에

는 기존하는 것들 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

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할 수 있겠다. '신의 나라'

란 정확한 의미에서 유토피아인가? 혹은 그것이 어떤 이미 존재한, 이 세

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초월의 현상인가?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해 보자.

'신의 나라'는 사회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das Noch-Nicht-Gewordene)

에 대한 깨우침으로서의 꿈을 실제로 발전시킨 것인가? 아니면 조물주가

"영원한 교회"(ecclesia perennis)를 이 세상에 선사한 것인가? 물론 신의

국가는 어거스틴의 역사 속에 서서히 싹트는 상(상)으로서, 이상적이고 미

래 지향적인 것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때로는 기존의 거대

한 권력일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항하는 다른 '극적인 가면'(dramatis

persona)을 쓴 악마의 국가와 같은 존재로 변할 수 있다. 어거스틴의 '신의

나라'는 유태인의 사제 국가 내지는 그리스도도 교회로서 이해될 수도 있

다. 그렇기에 천년 왕국과 같은 미래에 대한 거대한 꿈은 교회를 위한 희

생물로 전락될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것이 이미 교회 내에서 성취되

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과 같다. 즉, {신의 국가}는 결국 '은총을 베푸는

확정된 형체' 혹은 '미리 정해져 있는 선택된 인간'을 포함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시민 계급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나라

를 갈구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든 안하든 간에 말이다. 가장 바람직한 신의

나라는 어거스틴의 신학이 추구하는 선(선)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의해

서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의 가호

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신의 가호에 달려 있다. 또한

역사의 구분도('신의 국가'와 '지상의 국가' 사이에 있는 차이점) 다만 신의

예정된 뜻에 의해서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다. 어거스틴에 의하면 신의 가

호가 있듯이, 빛과 천국의 나라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다.

어거스틴의 이상 국가는 아닌게 아니라 모든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의지나 계획에 관한 인간의 사고로부터 철저하게 동떨어져 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신의 국가}는 유토피아이다.

) 블로흐는 이 문장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탤릭체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전혀 변화

를 획책하지 않는 것이며, 어거스틴에 의하면 오직 "의지를 지향하는

인간 심성의 자유"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말하자면 아담이 벌받은 이후로

인간은 "윤리적 의지의 능력을 상실했다"(non possumus non peccare)는

것이다.

) 괄호 속의 말을 직역하면 "우리가 죄짓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

히 불가능하다"이다.

그러나 신의 은총이나 가호는 인간에게 선함뿐이 아니라, 선을 받아들일 자세

를 건드리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가장 바람직한 신의 나라를

이미 머리 속에서 구상할 수 있는 법이다. 선택받은 자들은 '신의 국가'가

미리 존재하고 있다고 믿으며, 이를 "기대"한다. 바로그러한 까닭에 '신의

국가'는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신의 국가}의근본적인 내용은 다음

과 같다. 즉, 완성과 성스러움의 공동체는 인간의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물다

가 역사의 마지막에야 비로소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기존의 국가들

이 그들에게 속하는 악마에게로 떠나가 버리면, 그제야 '신의 국가'는 현실

속에서 정착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는역사 속에서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극적인 가면"으로 전환된 채 나타나지 않고, 역사에서 "신의 나라와

같은 형상을 채택"함으로써, 외부로향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신의 국가'는

체로서의 역사 과정 위에 부유(부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죽지 않으

므로, 그곳에서 태어나는 자 없는 영원한 단체"이며, "진정하고도 강력한 행

복"이 지배하며, "태양이 선한자와 악한 자들 위로 떠오르지 않고, 오직 정의의

태양이 선한 자들에게빛을 선사하는 곳"이다(De civ. Dei V).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초월을 의미하나, 그렇다고 확정되어 존재하

는 유토피아와 위배되지는 않는다.

) 블로흐는 어거스틴의 종말론을 유토피아의 개념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보다 나은 세계를 동경하는 인간은 찬란했던 과거를 기억해

냄으로써 미래상을 더욱 명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할 때 유토피

아 개념이 '황금의 옛시대'를 기리는 종말론적인 사고와 무관하다고 볼 수

는 없다. 그러나 종말론이 과연 어떠한 범위 내에서 유토피아의 기능을 담

당하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은 오늘날 유토피아의 연구를 관망할 때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성스러운 사회적 삶(socialisvita sanctorum)은 역사적이자 이상적인 초월

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바울의 생각과는 달리 지상에서의 초월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울 역시 신의 국가를 추구하였으나, 예수에서 바울로 이르는

기독교의 방향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듯이 오직 초월적인 의미에서

"천국 속의 국가"를이 세상과 무관한 저편에서 찾으려 하였다. 이에 비하면

어거스틴은 새로운 지상에다 의미심장한 무엇을 다시 설정하고 있으므로,

어거스틴의 초월은 유토피아와 부합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 역사의 창조

적인 희망과결속되어 있으며, 마주침, 위험 그리고 승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미 고착되어 있고 결정되어 있는 그러한 순수한 초월이

아니다. 따라서 어거스틴의 '신의 국가'는 마치 아주 위험하게 솟아난 날카

로운 바위 조각같이 현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기존의 역사가

종말을 고할 때 비로소 유토피아로서 존재한다. 어거스틴은 신의 완전한

국가에다 보다 더 나아간 목표를 부여하였다. 인간이 '신의 국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전 단계일 뿐이다. 왜냐하면 '신의 국가'는 "우리

주여" 하고 기도를 드리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국가'는 때때로 체제를 옹호하는 장식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지배"(regnum)란 어거스틴에게는 "국가"(civitas)에 해당되지

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배는 새로운 시대에서는 더이상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의 안식일이 어거스틴에게는 천국과 같은 현실을 기대하는

이상적 축제이듯이, 언뜻 보기에 기존하며 완성된 것으로서의 '신의 국가'

는 그 자체 유토피아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의 지배는 천국

의 마지막 안식일로서 이해될 수 있다.

) 주지하다시피 유태인의 안식일(Sabbat)은 토요일이다. 블로흐

는 예수가 사랑과 평화로서 다스리는 날을 '6일째'인 토요일로 선정하며, '7

일째의 날'을 완전히 개방시키고 있다.

창세기의 일곱 번째의 날은아직도 개방되어 있으며, 어거스틴은 바로 이에다

가장 중심적인 이상적견해를 부가시키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바로 일곱 번째의

날이 될 것이다"(Dies septimus nos ipsi erimus) (De civ. Dei XXII). 이러한

주장은 그야말로 하나의 초월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인간의 마음 속에서 초월이 출

현한다면, 그것은 어거스틴이 부정한 것과는 반대로 이러한 출현을 이

룩해 낸 인간의 의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소위 "우리가 죄

짓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non possumus non peccare)라는

말조차도 거의 쓸모 없으리라. 왜냐하면 인간의 의지가 한번도 자유를 누

리지 못했다는 급진적인 강령은 한번도 교회 내부 속으로 침투된 적이 없

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가 천년 왕국설의 혁명성을 서서히 약화시켰다는

사실조차도 거의 쓸모 없으리라. 왜냐하면 '신의 국가'는 성스러운 인간 사

회에 대한 꿈의 형상으로서, 천년 왕국이라고 스스로 자처하는 타락한 교

회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년 왕국설은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언제나 끊임없이 대두되었으며, "지상 위에 신의 나라를

건설하자"는 발언은 중세에서 신시대를 거쳐, 급진적 경건성을 표방하는

영국의 청교도 혁명에 이르기까지 혁명을 담은 마력적인 말로서 받아들

여졌다. {신의 국가}는 교회의 옹호보다도 권력 국가의 정의에, 교부(교부)

들의 신학보다도 동포애의 유토피아에 더욱 큰 영향력을 끼쳤다. 그 후로

사람들은 더이상 신부(신부)들을 신뢰할 수 없는 곳에서 스스로를 '형제들'

이라고 이상화시켰던 것이다. {신의 국가}는 때로는 신이 없는 이상적 정

치 국가의 꿈으로 남게 되었다.

3. 요아힘 드 피요레, 세 번째 복음과 그의 나라

문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바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취

하는가에 달려 있다. 혁명적인 운동은 항시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하여, 바

람직한 나라를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하지 않았던가. 또한 그것은 다른 유

형의 역사를 시사하곤 하였다. 보다 나은 사회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

으며, 이를 구현시킬 것을 약속하였던 것이다.

중세에 가장 영향을 끼쳤던 유토피아 사회상은 이태리 남부 지방인

칼라브리아의 수도원장 요아힘 드 피요레(12세기경)에 의해서 정립되었다.

교회라든가 국가의 끔찍한 오명을 씻는 것은 그에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요아힘은 교회나 국가를 폐지하려 하였으며, 명멸하는 복음의 심지

에 불을 붙이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복음서 속에는 "새로운 불빛"(lux

nova)이 있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요아힘의 가르침에 의하면 역사에

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이 세 단계는 모두 신의 나라를 이룩하려

고 하며, 이에 접근하려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아버지의 역사로서, 구

약에 나타난 공포의 시기 내지는 의식된 법칙의 시기이다. 두 번째 단계는

아들의 역사로서, 신약에 나타난 사랑의 시기 내지는 교회가 다스리는 시

기이다(교회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계급적으로 구분시키고 있다). 그런데 앞

으로 도래할 세 번째 단계는 모든 사람들이 군주나 교회 없는 신비로운 민

주주의 체제 내에서 성령과 찬란한 불빛을 얻게 될 시기를 지칭한다. 첫

번째 복음은 풀을, 두 번째 복음은 이삭을 전해 주었지만, 세 번째 복음은

밀을 가져다주리라는 것이다. 요아힘은 이러한 순서를 설명하면서, 이를 자

신의 시대와 복합적으로 관련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이 처한 시

대에 "종말이 다가오고, 지배자와 부패한 성직자들은 더이상 특권을 누릴

수 없으며, 평신도들은 더이상 피해 당하면서 살아가지 않으리라"고 진단

을 내렸던 것이다. 그의 설교는 초기 시민주의적인 열광으로 가득 차 있으

며, 봉건적 교회 국가에 대한 저주와 이것의 급진적인 종말을 내용으로 하

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세례 요한 이후로 전혀 듣지 못했던, 희망을 위한

노여움이나 결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요아힘의 강력한 핵심적 발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질 수 있다. 지배와 두려움의 시대(구약성서), 은총의 시대(신약성서)

그리고 완성된 정신과 사랑의 시대(앞으로 도래할 마지막 나라)가 바로 그

범주들이다["이 세상의 상황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사항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으리라. 첫째, 우리는 이 세상에서 법의 지배 아래 있었으며, 둘째,

우리는 은총의 지배 아래 있으며, 셋째, 우리는 이를 극복하여 더욱더 증폭

된 은총을 누리기를 기대하노라. ( ) 자아의 상태는, 첫째, 학문 속에,

둘째, 참된 지혜 속에, 셋째, 지식의 충만함 속에 침잠해 있었노라"]

) 이 구절은 블로흐의 원문에서는 라틴어로 씌어져 있다.

세 가지 특성 가운데 두 가지는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었으나, 세 번째의

성령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직 어떤 절대적인 강림의 축제를 통

해서만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요아힘은 자신의 글 {신구약 성서의 조

화에 관하여}(De concordia utrisque testamenti)에서 그러한 세 번째 복음

의 사상을 밝힌 바 있다.

요아힘의 사상은 실제 사회에 끼친 막강한 영향력에서가 아니라,

사상의 토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오리기네스라는 교부(교부)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다(오리기네스는 기원후 3세기에 교회가 종교법을 통해 인정받

기 전에 살았던 신앙인이었다). 오리기네스는 기독교 문서를 기록하는 세

가지 방법을 가르친 바 있다. 이는 육체적인, 영혼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방

법을 지칭한다. 육체적인 방법은 낱말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고, 영혼

적인 방법은 윤리적 암유적으로 기독교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며, 정신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성령의 내면을 배우는 것"(pneumato intus docente)으

로서 책 속에 나타난 영원한 복음이라고 한다. 오리기네스에게서의 세

번째 복음이란 비록 그것이 최상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서를 파악하

는 형태적인 면에만 국한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세 번째 복음의 근본적인

뜻이 그 당시에 발전되기란 시기상조였을는지 모른다. 그뿐이 아니라 오리

기네스가 말한 세 번째 복음은 종말의 시간까지 완성되어 있는 것으로서

의 신약성서로부터 도출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아힘은 이러한 전통적인 세 가지 관점을 역사에 내재한

'세 가지의 단계'로 변화시켰는데, 이것이야말로 요아힘의 위대함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빛의 나라'를 저 세상으로부터, 다시 말해서 (내세에서 위

안을 찾는) 피안의 세계로부터 역사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실제 현실에

서 대단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비록 요아힘의 '빛의 나라'가 역사의

마지막 상태에서 비로소 출현하는 국가라고 하지만 말이다. 이상적 공동

사회는 얌불로스에게서는 토마스 모어, 캄파넬라 그리고 그 외의 사상가

들이 그렇게 묘사한 바 있듯이 어떤 멀리 떨어진 섬에 위치하며, 어거스

틴의 그것은 초월 속에 내재하고 있다. 그런데 요아힘에게서의 유토피아는

예언자들이 그렇게 생각했듯이 오직 역사적 미래의 상태로서 그 유형

을 지니고 있다. 요아힘에게서의 선택된 인간은 가난한 사람들이며, 정신으

로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육신으로서 천국에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세 번

째 복음의 사회에서는 더이상 계급적 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평등

한 '성직자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데, 이는 이 시대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도원의 소비적 공산주의를 지칭하고 있다. '자유로운 정신이 지배하는 시

대'는 특권이나 죄악이 없는 세계를 갈구하는 영적인 불꽃이나 다름이 없

다. 이로써 인간의 육신도 마치 천국의 원래 상태처럼 순수하게 즐거

움을 누리게 되며,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도 오월이 찾아 들어서 종교적인

열기로 가득 차게 되리라고 하였다.

14세기 말의 요아힘주의자인 텔레스포루스(Telesphorus)는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찬가를 지은 바 있다. "오 생기 있는 삶이여, 달콤하고 사랑

스러우며, 언제나 기억될 인간 삶이여"(O vita vitalis, dulcis et amabilis,

semper memorabilis). "친구들의 자유"(libertas amicorum)는 여기서는 결코

청교도적으로 이해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것은 두려움과 노예 상태 혹

은 법이나 정치 국가로부터의 일탈, 성직자의 조직과 평신도의 성숙되지

못한 상태로부터의 일탈, 사랑의 은총과 교회로부터의 일탈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형제 동맹체라는 요아힘의 가르침은 천국이나 저승으로의 도피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와 정반대이다. 그리스도의 나라는 요하힘의 이러

한 생각은 원시 기독교 이후로 거의 사장(사장)되어 온 것인데 오직 지

상에 존재할 뿐이다. 예수는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원하실 분이며, 기독

교는 예배나 위안만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바로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

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요아힘은 신비적 민주주의를 통해서 주인

과 소유권이 없는 나라가 생겨나게 되리라고 믿었다. 세 번째 복음과 그의

나라는 바로 이와 다름이 없으며, 예수 자신도 우두머리임을 포기하고, 자

신을 "친구들의 자유" 속에 용해시키려고 하였다.

오직 역사적으로 이룩될 수 있는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

모든 방향을 예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요아힘의 사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에 이르기까지 전파되었다. 또한 그것은 원본

과 거짓이 가미된 사본으로 꾸며져서 수세기 동안 전파되어 나갔던 것이

다. 요아힘의 책들은 보헤미아, 독일, 심지어는 러시아로 전해졌다. 원시

기독교를 지향하는 그곳의 종파들은 아닌게 아니라 칼라브리아 지방에서의

요아힘의 설교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보헤미안 지방에서의 신의 나라는

백년후 독일의 재세례파 운동에서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데 요아힘의

천국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사고가 대두된 이유로서 우리는 오랫동안 이어

져 온 궁핍한 생활을 들 수 있겠다. 당시에는 천년 왕국이 도래하리라는

믿음이 유행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들은 가난과 부귀를 폐지시키자는 요아

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천년 왕국을 맞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

다. 겉으로 열광하는 사람들의 설교는 헌금을 통해서든, 말로서든 간에

형제애의 지조를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어거스틴은 이렇게 기록한 바 있다. "신의 국가는 지상에 떠돌아다

니는 동안 시민들을 매혹시켜, 모든 나라에서 순례자 친구들을 모이게 한

다. 이들은 지상의 평온을 획득하거나 보장하는 데에 꼭 필요한 예절, 법,

제도나 기관들의 계급 차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De civ. Dei XIX).

그런데 요아힘주의자의 국가는 이에 비해 재화의 획득 및 착취에 쓰이는

제도나 기관을 심하게 비판한다. 또한 그 국가는 기독교 교회가 국제화하

는 데에 거리감을 취하는 유태인들과 이교도들에게 관용을 베푼다. 사람들

은 세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형제애라든가 신뢰감에 의해서

신의 나라의 시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토마스 뮌쩌의 위대한 초기 기독교적인 주장에 의하면, 미래의 나라

는 "모든 선택된 사람들 즉, 이리저리 흩어져 사는 자들이나 모든 다른

신앙을 믿는 사람들 에 의해서" 형성된다. 여기서 요아힘의 세 번째 국

가의 영향은 명백하게 노출되고 있다. 뮌쩌는 {꾸며낸 신앙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하여 군주에 아부하며 유식한 체하는 성직자와는 반대로 진정

한 기독교인의 자격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너희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즉, 그들은(신하들과 부패한 성직자들: 역자주) 이러한

해로운 교리가 나오게 된 데 대해 요아힘 수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

각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의 영원한 복음에 대하여 조소를 터뜨리고 있

다." 독일 농민 혁명은 이러한 조소를 모조리 추방하였다. 또한 영국 혁명

의 급진주의자들, 농업 공산주의를 따르는 금광 갱부, 천년 왕국설을 믿는

자들, 5인 체제의 군주론자들은 요아힘과 재세례파의 유산을 그대로 지니

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요아힘 사상과 급진 후스파의 정신은 멘노 시몬스

(Menno Simons)에 의해서 재세례파로부터 일탈하게 된다. 맨노 종파와 서

유럽의 종파들은 급진적인 행동을 거부하는 조용한 복음의 공동체를 형성

하였다. 재세례파로부터 떨어져 나간 다른 종파들은 이태리의 땅을 회복하

자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 이들은 '실지 회복 동맹'이라는 1918년 이전에 등장한 이태리

애국당의 전신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합리적인 사고를 채택하

여, 르네상스의 비합리적인 이상을 더이상 신봉하지 않게 된다. 이태리에서

의 종파들은 대체로 플라톤이나 스토아의 이상을 추종하였을 뿐, 요아힘

드 피요레와 어거스틴의 사상을 더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람들

은 유토피아의 모습으로서 무엇보다도 체제나 제도를 아주 세밀하게 도입

하게 된다. 이로써 이미 사회주의적인 경향을 추적한 시민 해방의 정신은

고대의 유토피아와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 대신에 최종의 목적이나 마지막

목표를 기리는 요아힘의 핵심적 유토피아는 약화되어 버렸다. '인간이 최후

로 맞이하게 될 복음의 나라에 대한 생각'은 토마스 모어나 캄파넬라와

같은 합리적 이상주의자에 의해서 '조화'로 변모하였다. 모의 자유주의

및 캄파넬라의 권위주의에 바탕을 둔 미래 국가는 그렇게 조화로움의 천년

왕국을 수용하였던 것이다.

신화적으로 나타난 중세 기독교 유토피아의 사고 형태는 '최종의 목

표'라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요

소를 한번도 저버린 적은 없었다. 최후에 도래할 빛나는 국가는 '찬란한 여

명이 꿈처럼 발효되고 있는' 모습으로 표상 되었다. 이는 요아힘주의자나

재세례파 등 모든 개혁주의자들이 하나의 이상으로서 갈구한 것으로서, 그

들의 눈길을 동쪽 하늘로 향하게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엄밀히

말하자면 플라톤이나 스토아에 의해서 이루어진 유토피아 사회상 혹은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모어와 캄파넬라의 미래 국가에 관한 합리적 설계

와 관련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요아힘주의자나 재세례파들의 이상

적 양심과 관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종말론의 유토피아는 '어째서 모든 인간들은 마지막 시간에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양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는 중세 때 기독교를 이해하던 신화적인 신앙의 표현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오히려 요아힘은 기독교의 혁명적 이상의 정신을 현 세상에 구현

시키려고 한 사상가이며, 그러한 생각을 가르치고 전파하였다. 그는 신의

나라, 즉 공산주의의 사회를 위하여 우선 하나의 시간을 규정하였으며, 사

람들이 이를 따라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니까 그는 '아버지의 신학'을 두려

움과 노예의 시대로 되돌려 보내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하나의 코

뮨에서 해체시켰던 것이다. 요아힘만큼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진지하게 생각한 신학자는 예전에는 없었다. 그는 예수를 새로운 이 세상

의 시간(Aeon) 속으로 끌여들었을 뿐 아니라, 교회에서 아첨과 허사로서

사용되던 '종말에 대한 기대감'의 참된 뜻을 도입하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마르크스는 수백년 동안 기독교를 장악해 온 교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확하게 말한 바 있다.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은

고대의 노예 제도를 정당화하였고, 중세의 노예적 신분 제도를 찬양하였다.

또한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이 때로는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였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억압을 옹호한 사실은 두말할 나위

가 없다. 사람들은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이 그대로 온존해야 하는 필요

성을 역설하였으며, '지배자들은 자선을 베풀고, 피지배자들은 경건하게 살

아야 한다'고만 주장했을 따름이다.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은 마치 교구

청의 관리가 그렇게 믿고 있듯이 '이 세상의 모든 죄악은 천국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하면서, 내심 계급 차이에서 나타나는 죄악이 이

지상에 존속하고 있는 사실을 용인하였다. 그러니까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

들은 억압자의 저열한 착취한 행위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수단으로써 동

조한 셈이다. 그 하나는 '가난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원래 원죄나 그 밖

의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현재의 현실에서 당연히 처벌받고 있다'는 생각

이며, 다른 하나는 '구세주가 깊은 사려 끝에, 선택된 기독교도들에게 내린

시련'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은 비굴, 자기 멸시, 굴욕, 노

예 근성, 순종 등 천민(Canaille)이 지니고 있는 모든 성격을 사람들에게 강

요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답게 대접받고 싶은 프롤레타리아트는 빵 한

조각보다도 용기, 자존심, 자의식, 자립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은 많은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 원주:{유고집}(Nachlass) II, S. 433f.

역주: 마르크스의 '신은 죽었다'라는 논리는 주로 기독교에 대한 그의 비판

적 자세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블로흐는 기독교 사상을 공산주의적이라

고 주장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무신론에 의하면 기독교는 공산주의와는 반

대인데, 어째서 블로흐는 그것을 공산주의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을까? 블로

흐에 의하면 마르크스의 기독교 비판은 중세로부터 근세로 이어지는 유럽

사회에 끼친 기독교의 악영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마르

크스는 원시 기독교에서 나타난 예수의 혁명적 개혁 사상보다는, 특히 현

실에 끼친 교회의 영향에 시각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비하면 블로흐는

예수의 평등적 신앙 사회에 대한 믿음이 근본적으로 사랑의 공산주의라고

파악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이러한 비판은 무엇보다도 교회에 대한 비판이며, 1800

년 이전부터 "교좌와 교황의 회칙에 의해서"(ex cathedra, ex encyclica) 정

해진 그러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다. 그런데 요아힘 드 피요레의 사상을

추종하는 알비겐파, 급진 후스파, 전투적 재세례파들이 다시 마르크스의 말

을 들었더라면, 이들은 그의 말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의 비

판은 수백년 동안의 교회사로 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독교의 교회사는

요아힘, 알비겐파, 후스파, 재세례파에 의해서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말이다.

요아힘의 사상을 신봉하는 모든 사람들은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에

대항해서 적극적으로 싸웠다. 그러니까 기독교는 사도 바울 이후로 계급

사회에 나타난 수천 가지의 좋지 못한 사항과 타협해 왔던 것이다. 기독교

는 그 이후로 지상에서 구원을 실천하는 행위를 하나의 죄목으로서 규정하

며, 이를 아래든 위든 간에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하였다. 이러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태도는 파시즘의 전체주의와 일맥 상통한다.

요아힘 사상의 의미에서 두 번째의 사이비 기독교 국가들이 소련에

서 새롭게 시작되는 세 번째 복음의 나라에 대하여 거의 적대적인 비방을

일삼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암흑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 블로흐는 30년대 말엽부터 {희망의 원리}를 집필하기 시작했

다. 그 당시는 소련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블로

흐는 소련 사회를 바로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으나 사회주의적인 지조

를 실천하려는 사회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본문에 나타난 블로흐의

의도는 소련을 옹호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를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

으로 부정하려는 서유럽의 수직적인 교회 체제 국가를 비판하려는 것이다.

기존 사회주의 국가가 사양길에 들어선 오늘날 우리는 무엇보다도 역사적

시각에서 블로흐의 표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소위 소유권의 자연스러운 법칙이

나 '성스러운' 사유 재산 제도는 기독교 사회의 핵심 원칙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원칙을 신봉하는 성직자는 속박 당한 채 살아가는 피억압자들에게

성체를 모시는 화려한 제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화려한 제단은 새로운

'시간'(Aeon)이 아니라, 금으로 치장한 옛 시간에 그냥 순응할 것을 간접적

으로 시사하였다. 그리하여 억압당하며 살아가는 신도들은 최후의 심판

의 날이 배제되어 있는 겁에 질린 채 옛 시간에 따르며, 새로운 천국과

새로운 지구가 없는 바벨의 승리를 맹종하게 되었던 것이다. 두려움과 노

예 근성 그리고 저승에서만 위안을 찾는 행위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마

르크스가 멸시하고, 요아힘이 지하로 팽개쳤던 기독교의 사회적 원칙들

이었다. 그것은 이미 잊혀진 원시 기독교와 이를 추종하는 이단자들의 사

회 혁명적 원칙은 아니었다. 요아힘 드 피요레는 신의 나라를 기대하면서

그리스도가 종말론의 설교를 통해서 수백년 동안 영향을 끼친 바를 표현하

였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미래에 나타날 "진리의 정신"에 관하여 말한 것이

며(요 16:13), 강림제에 도래할 첫 번째 "성령의 강림"만으로는 끝나지 않

는 혁명 정신이다(행 2:1-4).

그런데 서방의 교회는 이러한 정신을 이미 끝난 것으로 파악했을

뿐, 오직 계급 사회와의 타협만을 존속시켜 왔다. 동방의 교회는 이와는 달

리 최소한 이러한 강림의 정신을 오랫동안 개방시켰다.

) 여기서 서방의 교회란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지역의 교회를

지칭하며, 동방의 교회란 주로 터키를 비롯한 서남 아시아 지역의 교회를

지칭한다.

서방의 교회는1215년 로마 교황청의 종교회의(종교회의) 이후로 모든 종교

적 폭력을 그교구의 수도원의 관할 아래 두었다. 동방의 교회는 서구의 종교

적 예식을수용한 뒤에 성직자 계급 및 교파들에게 카리스마적인 (때로는 이

단적인)독자성을 부여해야 했다. 서방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회 개혁적 강

림의의미를 약화시키기 위하여, 사도들과 옛 순교자들에 대한 열광적인 숭배를

제한하였다. 이에 비하여 동방의 교회는 그렇게 썩 조직적인 체계를 이

루고 있지 않았는데 성령의 정신이 교회 바깥에서도 계속 머물면서, 성

직자들과 평신도에 영향을 끼친다고 가르쳤다. 그렇기에 동방의 지역에서

는 성체가 지배하는 거대한 교회 중심주의가 없었으며, 법률화되거나 이와

결부된 구원의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러시아 황제 휘하에 있었던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교회 중심주의에

관해서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러시아 교회는 스콜라학을 따르지 않았

을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법률이나 스콜라학과 같은 판례적인 독단론을

견지하지 않았다. 그 대신 러시아 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의 최고 관청에 의

해서 간섭 당하지 않은 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요아힘 드 피

요레의 사상이야말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입을 통해서 러시아의 전지역

에 전파되었다. 이 사상은 형제애를 쉽게 끓어오르게 하고, 종파들의 재림

론을 강화시켰으며(클뤼스틴이라는 종파는 일곱 명의 러시아 그리스도들의

사상을 가르쳤다), 무엇보다도 '차단되거나 중지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계시에다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므로 볼셰비키의 땅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기독교 낭만주의적인' 특징이 출현하게 된다. 신념에 가득찬

볼셰비스트이자 종말론자인 알렉산더 블로크(A. Block)는 요아힘 사상의 정

신 속에 담긴 뜻을 암시한 바 있다. 즉, "12명의 행군"에 관한 블로크의 찬

가는 이미 12명의 적군 대원들을 지칭하는데 어느 창백한 혁명의 그

리스도가 앞장서서 이들을 주도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하여 블로

크는 "성령이 개혁 의지를 지닌 인간의 마음 속에 항존한다"고 주장하였다.

동방의 교회가 이러한 가설에 대하여 최소한 개방적인 신학으로써

관대하게 대응해 나간 반면, 서방의 거대한 재벌 체계의 교회는 "성령이

현실 세계에 강림하리라"는 주장에 대하여 거리감을 견지하였다. 서방 세

계에서는 오직 몇몇의 이단자들만이 (미래에 대한) 계시를 새롭게 부각시

켰을 뿐이다. 그러니까 성령은 바로 이들에게만 강림에 대한 놀라운 축제

를 권고하였을 뿐이었다. 성령은 기독교의 또다른 사회적 원칙을 가르쳤는

데, 이는 토마스 뮌쩌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프롤레타리아를 결코 노

예로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고결한 원칙들이었다. 이것은 기독교의 이단

사상으로 취급되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성령을

기리는 혁명적인 유토피아가 아닐 수 없다. 성자들의 영혼이 현실 속에 구

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물신주의적인 신 바알(Baal)의 사회적 원칙으로써

구현시킬 수 없는 고결한 사상이었다. 요아힘은 지배자를 위한 교회에 대

항하여 어떤 유일한 반론을 내세움으로써 이러한 사상을 꽃피우게 하였다.

"사람들은 교회의 제단만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으며, 가난한 자들은 쓰라

린 배를 안고 굶주리고 있도다." 요아힘의 바로 이러한 반론은 성서에 나

오는 아모스와 이사야 그리고 뮌쩌 등이 인용한 예수의 말씀과 같은 영향

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뮌쩌는 이미 16세기부터 사회주의의

현실을 준비해 준 셈인데, 순수한 이성의 힘으로 뮌쩌가 설계한 국가의 상

(상)은 모든 합리적인 면을 제외해 본다면 '(요아힘이 생각했던) 세 번

째 복음의 나라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쌓아올린 것이었다.

요아힘의 혁명적 기독교의 이상은 독일 농민 혁명을 통해서 현실화

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세 번째 단계로서의 이상 사회가 도래하리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토피아란 근본적으로 말해서 무조건적인

갈망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을 향한 의지는 그 자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으나, 새로운 윤리적 세상에 대한 계획이나 시대상은 이

와는 달리 종말론적이다. 비록 그것이 세속화되고 급기야는 마지막 어느

시점에 정립된다고 하더라도, 유토피아 사회상은 요아힘 이후로 "친구들의

사회"(societas amicorum), 즉 그리스도 복음의 사회화된 형태를 내포하고

있다. 행복, 자유, 질서 등 "인간을 위한 통치"(regnum hominis)는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데에서 그리스도 복음과 유사한 여운을 지니고 있다. 엥겔스

가 {공산당 선언}을 발표하기 전에, 그러니까 1842년에 내세운 다음과 같

은 발언은 요아힘 드 피요레의 사상과 흡사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인류

의 자의식이란 새로운 성배(성배)나 다름이 없는 것으로서, 민중들은 환호

성을 터뜨리며 그 권좌로 집결하고 있다. ( ) 우리 스스로가 이 성배의

기사가 되며, 이를 위하여 칼을 허리에 두르고, 기꺼이 마지막 성스러운 전

쟁에 참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의 본분이나 다름이 없다. 이 전쟁 이

후에는 자유가 지배하는 천년 왕국이 도래하게 될 테니까."

) 원주: Mega I 2, S. 225f.

이상을어떠한 조건 없이 성취시키리라는 사고는 성서 및 자유의 나라에 나

타난이념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후자는 '새롭게 구현되어야 할 올바른 세상'의

중심적 극점으로 머물게 되었다.

4. 에른스트 블로흐 년보

1885 7월 8일 독일 루드비히스하펜에서 바이에른 철도 공무원 막스

블로흐와 베르타 파이텔 사이에서 태어남.

1898 김나지움에 다닐 때 교지에 처음으로 철학론을 게재({무신론을

통해 본 우주}).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않고, 만하임 도서관에

서 철학서 탐독.

1902 에세이 {힘과 그 본질에 대하여}를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발

표하려 했으나, 김나지움에서의 엄한 학업 때문에 그러치 못

함.

1902 에른스트 마흐와 편지 교환(사본이 아직 남아 있음). 테오도

어 립스, 에두아르트 하르트만, 빌헬름 빈델반트와 편지 교환.

1905 루드비히스하펜 김나지움에서 간신히 아비투어(대입 자격 시

험)에 합격함.

1905 6 뮌헨에서 철학을 공부함. 주로 테오도어 립스의 강의를 들음.

1907 뷔르츠부르크에서 철학 공부를 계속함. 부전공은 음악과 물리

학이었음.

1908 여섯 학기만에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음. 논문 제목: {리케르트

에 대한 비판적 해명과 현대 인식론의 문제}. 그 이듬해에 출

간됨.

1908 11 베를린에 거주. 간간이 부다페스트로 여행함. 게오르크 루

카치와 친교를 맺음. 게오르크 짐멜의 개인적 토론회에

참석하게 됨. 마르가레테 수스만과 친교를 맺음.

1911 가르미쉬에 거주. 1907년에 천착하기 시작한 이론, '아직 이루

어지지 않은 의식'에 관한 원고 집필에 착수.

1912 루카치와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함. 그후 하이델베르크에서 루

카치와 함께 막스 베버 서클에 참석함.

1913 리가 출신의 여류 조각가 엘제 폰 슈트리츠키와 결혼. 그후

1914년까지 하이델베르크에 정주.

1914 7 이자탈의 그륀발트에 머묾. 그곳에서 {유토피아의 정신}을 집필.

1917 연초에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 {스위스에서의 정치적 프로그램

과 유토피아}를 집필한 뒤, 이를 하이델베르크에서 간행되는

잡지, [사회학 문고]에 발표. 스위스 베른의 [자유 신문]의 공

동인으로 일함(이 신문은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의 전쟁에

반대하였음).

1918 {유토피아의 정신}이 뮌헨에서 간행됨. 논리학을 연구. 그러나

그의 원고는 나치에 의해 소실됨.

1919 독일로 돌아옴. 처음에는 베를린에 있다가, 나중에 뮌헨에 머묾.

1920 1 {혁명 신학자로서의 토마스 뮌쩌}를 집필하여, 1921년에

쿠르트 볼프 출판사에서 간행함.

1921 부인, 엘제 블로흐 사망. 베를린으로 이주.

1922 7월에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여류화가 린다 호프만과 두 번째

결혼. 파울 캇시러 출판사와 전폭적 계약을 맺음. 그곳에서

{유토피아 정신}(1923), {흔적들}(1930)이 간행됨.

1924 이탈리아의 포지타노에 머묾.

1925 6 파리와 투롱 근처의 사니리에 잠시 머묾. 튀니지아로 여행.

1926 베를린에 머묾. 직프리트 크라카우어, 테오도르 아도르노 그리

고 발터 벤야민과 친교를 맺음.

1928 [프랑크푸르트 신문]의 공동 편집인으로 일함. 베르톨트 브레

히트, 쿠르트 바일 그리고 오토 클렘퍼러와 사귐. 첫딸 미리암

출생.

1929 빈에 머묾.

1930 3 베를린에 정주. 2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역사적으로 고찰

한 철학 서적, {이 시대의 유산}을 집필하기 시작함.

1933 3월 초에 스위스 취리히로 망명. 그곳에 있는 오프레히트 출판

사에서 {이 시대의 유산} 간행.

1934 나치의 폭력을 피해 빈으로 이주. 폴란드 출신의 여류 건축가

카롤라 피요트로프스카와 세 번째 결혼.

1935 파리로 이주. 파리에 있는 반파시즘 서클에 가담함. 물질 개념

의 문제사(문제사)를 연구.

1936 8 체코의 프라하에 머묾. {물질 개념의 역사와 내용}을 탈고.

1937년에 아들, 얀 블로흐 출생. [세계 극단]의 협조자로

일함.

1938 미국으로 망명(1938 40 뉴욕, 1940 41 말보로, 1942 49

캠브리지). {희망의 원리}(원래의 제목은 {보다 나은 삶에 관

한 꿈}이었음) 탈고. 옥스포드 대학 출판사가 이 원고에 관심

을 가졌으며, 친구들의 도움으로(주로 신학자인 폴 틸리히) 수

소문 했으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함. {자연법과 인간의 품위}

탈고. 종교 철학을 연구. {주체 객체. 헤겔에 대한 주해} 탈

고. 이 책은 1949년 스페인어 번역으로 멕시코 시티에서 간행됨.

1949 64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라이프치히 대학 철학 교수로 초빙됨.

1949 부인 카롤라 그리고 아들 얀과 함께 라이프치히로 이주. 첫 번

째 강의 제목은 [대학, 마르크시즘, 철학]이었음. {주체 객

체. 헤겔에 대한 주해} 그리고 {희망의 원리}는 구동독의 건

설 출판사에서 두편으로 간행됨(특히 후자는 세 권으로 간행

됨. {크리스티안 토마시우스 연구}, {아리스토텔레스의 좌파}

는 뤼텐과 뢰닝 출판사에 의해 간행됨).

1955 동독 국민상 수상. 베를린에 있는 독일 학술 아카데미의 정식

회원이 됨.

1956 철학 협회가 서독 쾰른에서 개최되었을 때, 처음으로 서독으로

여행. 헝가리에서 나기 정권이 수립되었을 때 루카치는 문화

상으로 발탁됨. 구소련의 무력 진압이 시작될 때 루카치는 루

마니아로 피신.

1957 사회주의 통일당(SED)와의 갈등. 강제 퇴임 당함. 문학, 철학,

정치 관계 논문 등을 집필. 1946년부터 1956년까지의 그리

스, 중세 그리고 현대 철학의 강연을 바탕으로 {철학의 역사}

집필.

1958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개최된 헤겔 회의에 참석. 주어캄

프 출판사와 {흔적들}로 첫 출판 계약을 맺음.

1959 1월 초 동출판사와 {희망의 원리}로 출판 계약을 맺음. 프랑스

파리로 가서 [과정 속의 증가 현상과 그 형상들]이라는 제목

으로 강연함. {흔적들}, {희망의 원리}가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간행됨. 동베를린에서도 {희망의 원리}가 동시에 간행됨.

1960 튀빙겐,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슈투트가르트에서 강의함. 튀빙

겐 대학 초청으로 객원 교수로 초청을 받음.

1961 여름에 바이로이트로 여행. 8월 13일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었

을 때 동독으로 돌아가지 않음. 튀빙겐 대학의 초청 교수직을

수락함. 첫 강의 제목은 [희망은 실망을 느낄 수 있는가?]였

음. 철학의 기본 문제, 르네상스 철학, 쇼펜하우어 그리고 헤

겔을 가르침. 1966년 이후 더이상 대학에서 강연하지 않고,

세미나만 개최함. 수많은 국내외 강연을 행함.

1964 제1회 독일 노동조합 문화상 수상.

1967 독일 출판 문화 단체의 평화상 수상.

1969 유고슬라비아 자그레브 대학의 명예 박사 학위 취득.

1972 {유물론 문제}가 간행됨.

1974 {실험의 세상}이 간행됨.

1975 소르본느 대학과 튀빙겐 대학의 명예 박사 학위 취득.

1977 연초에 {경향성 잠재성 유토피아}를 탈고. 8월 4일 심장 쇠

약으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