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세계관

지금은 우리의 흐려진 눈에

명확한 안경을 맞추어야 할 때

아직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어색한, 그러나 마냥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신입생들을 바라보면 아쉽도록 빠르게 지나온 나의 대학생활이 어지럽게 내 눈 앞에 펼쳐진다.

마냥 신기하고 꿈에 부풀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닌 대학 1년 시절, 최루탄과 돌이 나무하는 일그러진 캠퍼스와 민족과 이웃의 아픔에 조금씩 눈떠가던 대학 2년 시절, 제법 대학생 티가 도는 3학년이 되어서야 도서관의 자리가 익숙해져 오고 계절마다 옷을 달리하여 이제는 낯익은 얼굴로 다가오는 캠퍼스 구석구석에 쌓아 논 이야기들, 우정, 사랑... 이 모든 것들이 가슴 뿌듯하고 선명한 기억들로 다가오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도 가장 큰 변화와 성숙은 편견과 아집으로 가득찬 내 의식의 한계를 벗어나고, 교만과 모순으로 혼돈된 허약한 신앙을 딛고 일어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고민하고 애쓰던 그 시간들 때문이었으리라.

자의식을 가진 인간은 어떤 방향이나 노선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스스로가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세계 전체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곧 세계관이다. 때로는 철저하게 때로는 혼돈되고 불투명하게 나타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속에 품은 가치관은 끊임없이 그 사람의 삶의 근원에서 꿈틀거리며 그 사람을 그 세계관(가치관)이 목표하는 방향대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창조주로서의 하나님의 권위에 대해, 자신이 하나님이 되고자 하는 교만 속에서 정면도전한 인간은 그분이 부여하신 인생에게 참된 의미를 주는 모든 충만한 사랑, 질서, 평강(샬롬), 아름다움 등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왜곡해 왔으며, 바벨탑을 쌓던 그 인간의 오만함이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발현되어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만능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새로운 신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그것이 구원으로 베푸는 개인적 평안함과 풍요함이란 빈약한 가치 속에 현대인들은 모두 함몰되고 있다.

이러한 혼돈과 왜곡된 가치관 속에서, 마치 향방을 잃은 듯 미친 듯이 변화하는 이 세상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할까? 우리 청년I부, 형제 자매 모두는 각기 빛깔과 형태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리스도를 주라고 고백하는 한 신앙 안에 모인 공동체이다. 이러한 그리스도인됨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로마서 12장 2절에서 바울은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를 받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현대인의 성경에서 인용)"라고 권면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천국에 들어가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되기 이전의 습관과 세속의 생활태도를 벗어버리고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서 가르쳐 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생활의 원칙으로 받아들여 순종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성만, 기독교 세계관과 학문)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성경이 제시하는 세계관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이해하고 현실 가운데 구체적으로 실천되도록 훈련되어져야 한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모임들도 그들의 세계관(신념체계)에 투철하고자 학습을 통해 의식화에 주력하고 모순 투성이의 현실 속에서 분열됨이 없이 실천하고자 몸부림친다. 그릇된 진리를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심지어 죽음을 불사하는 그들 앞에 오직 한 진리,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치 않는 참 진리를 가진 우리의 이중성과 나태함과 무지는 어떻게 변명될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이라 버젓이 명함을 내밀면서도 여전히 속사람은 세상의 가치를 좇는 그리스도인의 옷만 걸친 사람이 아니라 속사람까지 새롭게 되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진리 되신 말씀앞에 진지하고 겸손하게 서며 성경적 세계관에 따라 매사에 사유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애씀이 있어야겠다. 그리하여 하나님 앞에서 등을 돌려 어두움과 허무함에 굴복한 세상 가운데 일어나 빛을 비추는 빛의 자녀들이 되어야겠다.

지금까지 성경적 세계관이란 무엇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왜 성경적 세계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는지를 간단하게 피력해 보았다. 이 세계관은 단지 지적 성숙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결단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각오와 기대 속에 앞으로 청년I부 내에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신앙의 열정은 있었으되 통일된 시각과 지식은 없었던 신입생 시절, 모순과 혼돈으로 다가온 거대한 세상 앞에 고민하고 좌절했지만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몰라 헤매던 긴 시간들, 이러한 굴절들을 겪고서 어렵게 한 발자욱 먼저 디딘 선배로서 사랑스러운 후배들이 이러한 과정들을 더 빨리 그리고 더 훌륭하게 헤쳐 나와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게 삶의 곳곳에서 서주기를 안타깝게 희구한다.

지금은 타락으로 인해 흐려진 우리의 눈에 진리의 말씀과 성령의 조명 아래 초점을 맞춘, 명확한 안경을 맞추어야 할 때, 바로 그 시간인 것이다.

I-(2). 우리는 성경적 시각이 필요하다!

문양호 엘더

여러분은 아는가? 국민 대화합, 민족의 축제라는 이름 하에 여의도에서 벌어졌던 놀자판 국풍81이 왜 있었는지를... 우리들은 기억한다. 바로 그 전 해에 광주에서 무참한 학살이 있었음을. 국풍81은 그러한 광주를 감추기 위해, 피바다 위에 융단을 깐 더러운 축제였다.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국사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결코 참된 역사가 아니라는 것을. 피의 독재자 박정희 씨와 전두환 씨를 영웅으로 찬양한 그 치욕의 몇 페이지를 -- 6공에 들어서도 이 오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저질러지고 있다. -- 우리는 결코 우리의 역사라 부를 수 없음을...

그러나 우리가 더욱 더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해 왔고 아니 오히려 무감각해 왔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잘못은 과연 그것 뿐인가? 우리들이 늘상 부딪히는 사회와 현실에 대해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신앙은 무엇인가? 우리의 신앙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른 곳인가? 이것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성을 그은 곳인가? 아니다. 그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이 죄 많은 세상에 두 발을 디디고 있는 이상 그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 땅을 성경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진정 숨쉬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에게 성경적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성경적 세계관 또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영적 중심이 달린 문제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자녀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하나님의 자녀일 때에만 이 시각이 가능하다. 또한 이 성경적 세계관은 더욱더 복음에 매어 달림이다. 복음 안에서 매어 달릴 때 이 세상의 악의 근원이 어디 있으며 이 악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복음, 그 말에 가슴 떨림을 느낄 바로 그 때, '성경적 세계관'은 이해될 수 있는 말이다.

II-(1). 또 다른 바리새인

이승 남4

"항상 그렇게 해 왔듯이 오늘도 모든 예배 행사가 끝나면 교회당본당, 지하 교육관, 신교육관의 문은 자물쇠로 잠길 것이다... 바로 옆 천주교회당의 문은 (적어도 마당의 문은 없다) 여전히 열려있을 것이다. 7시 30분부터 1시 반까지 6시간 동안의 예배시간에 우리 예배당 앞에는 없었을, 그 걸인은 옆 천주교회당에서 단 2,3시간 동안 적선을 바라며 앉아있었을 것이다. ... 우리 교인들은 아마 예배당 앞 계단 옆까지 꾸역꾸역 들어차 있는 자가용차들(절반 이상은 고급중형차)로 곤혹스러워 하며 오늘도 예배에 참석했을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은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볼 수 없었다. 고등부 시절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지쳐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지하 교육관에 와서 눈물로 기도하다 새벽까지 깜빡 잠이 든 일이며, 회수권 살 돈을 과연 저 걸인에게 주어야 할지, 안 주어야 할 지와 같은 작은 고민을 하며 예배에 참가한 일들이 기억에 진하게 남아 있다. 물론 그 때엔 차들이 꽉 막혀 경찰서에서 도로에 차 좀 대지 말라고 우리 교회에 부탁한 일은 더더욱 없었다.

세상은 변해도 머리와 가슴은 변치 말아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다. 위의 예들은 모두 우리 교회가 커지면서 행정상의, 현실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인정해 버리면 중세의 가톨릭에 대항하여 들고 일어난 프로테스탄트 운동이나 청교도 정신은 오늘날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가?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지적하고 맞서 싸웠던 문제들도 항상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었던 문제들인데...

예수님이 이 땅에 계실 때 가장 크게 꾸중을 주신 대상은 놀랍게도 '당시의 신앙인들'인 바리새인이었다. 왜인가? 그 이유는 바로 그 때의 바리새인들은 그들 자신이 만든 하나님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지식을 재료로, 사회적 계급이 제공해 주는 '어쩔 수 없는' 행동 양식을 재료로 감히 하나님을 만든 것이다. 그들의 그러한 신앙과 가치관은 부분적으로만 주되심(Lordship)을 인정함으로 나온 필연적 결과였다.

베드로의 회심과, 전세값이 오름을 인해 몇백 만원 때문에 자살한 여러 이웃의 얘기는 별개의 것인가? 과연 그러한가? 별개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나사로의 부활 사건과 현대중공업 파업의 문제가 별개가 아님을 간파해야 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성경 구절이 현 위정자들의 작태에 대한 교계의 미온적 태도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가? 아담에게 땅을 정복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명령이 무뇌아를 출산시킬 수 밖에 없는 핵발전소에게 무죄를 선포하는 말씀인가?

말씀에 비추어 본 현 시대는 불신자들의 회개, 그리고 동시에 믿는 이들의 현재의 세계관의 깨어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되심(영어로는 Lordship)이 전제되지 않는 세계관은 마치 바리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왜곡을 또 다시 가져올 것이다. 세계관은 결코 학문이 아니다. 시험 시간에 컨닝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친구와 어울리다가 몇 시에 집에 들어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 같은 사소한 생활 그 자체이다. 주되심을 온전히 인정하는 가운데, 성경적 세계관을 갖게 될 때, QT의 게으름과 근로자들의 직업병을, 대학부 내의 이성교제와 현 정권의 비정통성에 같은 비중을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시대를 짊어질 살아있는 제자(일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이 그(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요한복음 1:3) 그가 세우신 남서울 교회도, 그가 지으신 등 굽은 물고기도 그의 같은 관심 아래 있는 것이다.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

II-(2).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연재물을 시작하며

이기홍 남4

"세계관(世界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인생에 대한 관념 또는 시각을 인생관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나는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한다면 그는 나름대로의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다. 이와 같이 "관"자가 붙은 말은 꽤 많다. 예를 들면 직업관, 결혼관, 종교관 등등... 그런데 "관"자가 붙은 모든 말을 포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세계관"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이나 직업, 또는 결혼 모두는 세계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세계를 보는 눈이 어떠한가에 따라 그 안에 존재하는 여러 사물이나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견해가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를 신실하게(?) 믿는 사람이라면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세계를 해석할 것이고, 힌두교를 제대로 믿는 사람이라면 힌두교적 세계관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삼을 것이다. 투철한 사회주의자라면 유물론적 세계관을 신봉할 것이고, 누군가가 어느 한 철학자를 좋아하면, 아마도 그 철학자의 이론으로 세계를 바라보려 할 것이다. 세계관은 그 사람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까지 좌지우지한다. 각 세계관은 그 소유자에게 선과 악의 기준을 마련하므로, 극단적인 경우 그 세계관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날에는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고 사회가 다양하게 분화되어 모든 사람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은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만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성경적 세계관이 오직 하나의 진실한 세계관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물론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적 세계관"이란 생소한 말인지도 모르나,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바탕을 둔 세계관을 그렇게 부른다는 짤막한 부연설명이 있다면 그 말은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다.

"왜 성경적 세계관이 필요한가?..."

이쯤 얘기를 들으면,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주일에 예배 드리고 청년I부 정도를 출석하면 되었지, '성경적 세계관'인가 하는 것은 왜 필요하다고 하는가?"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 것 같다. 하나님을 믿으면 구원을 얻으며, 구원을 얻은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말씀 따라 살 것이 아닌가? 그러면 되지 않았나?

-- 이러한 생각은 부분적으로 옳다. 즉 부분적으로는 옳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답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즉 성경적인 가치관과 대립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여러 가지 다른 비성경적인 세계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 세상이라는 환경은 인간의 타락으로 얼룩져 있다. 우리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세상에서는 신자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 믿음이 없는 그들도 많은 생각들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여 여러 사상 체계를 이루어 놓았다.

그 믿지 않는 대다수의 인류는 성경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비성경적인 다른 많은 사상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그것에 따라 생각하고 움직인다. 현대 사회에는 여러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으므로 가치관끼리의 충돌 또는 융합이 흔히 일어나고 있으며, 자신이 알든 모르든 한 사람이 하나의 고전적인 가치관만을 따라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현상을 보고 듣고 하는 것과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생각과 생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비성경적인 생각과 행동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살 수 있는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생활은 중심이 성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신앙의 기본적인 명제이다.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이란 다른 문화적·사상적인 것들의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한 동시에, 그러한 것들을 성경적인 생각으로써 소화해 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성경적인 세계관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어떤 것이 성경적인 가치와 어긋나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그런데 성경적 세계관 혹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잊어서 안 되는 것은, 이 세계관을 공부하고 공부하지 않고의 차이가 사람을 구별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고 친구들과 토론했다고 해서 자신의 신앙이 많이 성장했다고 착각하는 것은 교만이다.

청년I부원 중의 하나는 1990년 2월의 겨울 수련회 기간 중에 주강사이셨던 정근두 목사님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 목사님이 요즘 젊은 신앙인들이 성경적 세계관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자신이 남아공화국에서 다닌 학교는 "세계의 유일한 기독교 종합대학"이라고 불리는 학교였는데, 그 학교의 학생들은 1학년 때에 기독교적 학문관, 세계관에 대한 강의들을 필수적으로 들어야만 했단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른바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고민도 서양사람들이 훨씬 먼저 시작했고, 따라서 그들이 이룬 성과는 무시 못할만한 것이다. 그런데 정 목사님은 그들의 생활을 보면 그리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분명히 그들은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업적이 있고 그것들을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들의 생활이 성경적이지는 못하다는 말씀이셨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공부-- 세계관, 철학, 사회과학이건 --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관에 대한 글을 누군가 주보에 싣는다고 해서 그 글을 읽고 무비판적으로 감동을 받는다면, 이것 역시 글쓴 사람의 의도와는 다른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연재물의 의도는 누구에게 이른바 "성경적 세계관"을 정리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바람직한 신앙 생활을 위해서는 최소한 이런 경로의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글은 다른 교회 대학부 또는 청년부 주보에서는 예로부터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이 연재물과 관계된 이들(이혜정, 이승, 이기홍)은 우리 남서울교회 또는 우리 청년I부조차 대표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글이 읽는 여러분에게 필요 이상의 권위를 동반하여 다가갈 이유는 전혀 없다. 하여간 성경적 세계관에 대해 이런 식으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분께 전달되기만 한다면, 우리는 만족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한다.

그러나 만약 이 글이 제시하는 식의 고민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성경적 세계관을 위한 "고민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를 간곡히 권면한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성경을 읽으며 고민하는 것은 평범하면서도 좋은 방법이다.

왜 그러한 고민이 필요하냐고 아직도 묻는다면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다. 당신의 성경적이지 못한 몰지각한 말이나 이중적인 사고 또는 행동이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처를 주는 정도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그러한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주님께서 피로 사신 교회까지 욕하게 된다. 우리 나라의 교회는 이런 면에서 실수한 경우가 많다. 성경에 바탕을 두지 않는 여러 가지 것들을 별로 경계하지 않고 아름다운 전통 또는 그리스도인의 미덕인 줄 착각하여 고이 지키고 가꾸어 왔다. 성경적 세계관의 부재(不在)는 그러한 현상을 현재까지 이끌어 왔던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러므로 "성경적 세계관"에 기웃거리는 것은 단순히 성경을 읽고 감동적인 교훈을 얻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성경적인 방향에 따라 그 바탕 위에서 자라도록 하자는 제안 즉, 우리의 신앙과 교회의 개혁,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맥락에서 이해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변화 없는 상태로서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변화시키기는커녕, 이 세상에 휘말려 하나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다가 멸시 받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머리로만 알고 자신의 생활은 그것과 전혀 어긋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 전체를 더럽히는 한 마리의 못된 미꾸라지가 되지 말자.

III. 세계관, 성경적 세계관과 그 필요성

이기홍 남4

세계관이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의미한다. 당연히 그 시각은 세계의 구성에 대하여 견지하는 일련의 전제들을 포함한다. 인간은 누구나 세계관을 가지는 피조물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세계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각 사람의 해석은 다르다. 세계관에 따라 인생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고 자신이 가치를 두는 대상도 달라질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 등의 잡다한 생각들을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데, 세계관은 지극히 종교적인 것이며 그것과 그것의 언어적 형성을 결정하는 최초의 인자는 궁극적인 신앙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들튼 & 왈쉬, 세상의 변혁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비전)

그렇다면 그러한 신앙의 결단은 다음의 네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방식이라고 정리된다. (1) 나는 누구인가? (2) 나는 어디에 있는가? (3)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가? (4) 그 치료책은 무엇인가? --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은 기본적으로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임스 사이어는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이란 책에서 잘 갖추어진 세계관이란 최소한 공통적으로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 답해 준다고 주장한다. (1) 참된 최고의 실재는 무엇인가? (2) 인간은 무엇인가? (3)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4) 도덕의 기초는 무엇인가? (5) 인간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 성경적인 세계관 역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답한다. 성경은 하나님, 창조, 인간의 타락,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구원을 통한 죄로부터의 해방, 예수님의 다시 오심과 회복으로의 완성 등을 통하여 일관성 있는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성경이 하나의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임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 말씀을 신뢰할 수 있다.

미들튼과 왈쉬는 세계관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현실성, 내적인 통일성, 개방성 등으로 정리하는데, 그것들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현실성은 하나의 세계관이 이 세계를 설명하는 데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만약 어떤 세계관이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강요한다면, 현실성이 없는 세계관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관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과 공의의 문제에 민감하게 만드느냐의 변수 역시 도입할 수 있다. 내적인 통일성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한 민족이 자기 민족과 자연의 일치감을 강조하면서 다른 민족에 대한 우월감을 주장한다면, 벌써 그것은 자기 모순에 빠진 것이다. 즉 자기 민족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과 일치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지만, 다른 민족은 일치감을 느껴야 하는 자연의 일부가 아닌, 자기 민족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내적 통일성이 결여된 까닭이라는 말이다.

이 세상에 이미 수많은 세계관이 존재함을 안다면 그 개방성 역시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기의 기존의 세계관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뭔가를 다른 세계관을 통하여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의 반응은 다음 셋 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1) 기존의 세계관 포기, 새 세계관 선택. (2) 기존의 세계관 고수, 새 세계관 부정. (3) 기존의 세계관과 새 세계관을 융합하여 제 3의 새로운 세계관 형성.

한 사람의 세계관이란 원래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세계관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 성경은 우리가 세계관들을 평가하면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몇 가지를 제시하는데 (신명기 30:15-20), 선과 악,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 등이 그것들이다. 여기서 개방성의 문제가 다루어질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세계관이 성경이 말하는 선과 생명, 그리고 축복을 깨우쳐 준다면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그것에 비추어서 우리가 이미 갖고 있던 세계관을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적 세계관에 대해 고민하면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의 세계관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기준을 성경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디모데후서 3:16,17).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되었으므로, 진리를 가르치고, 잘못을 책망하여 바로잡고, 의로 훈련시키기에 유익한 책이라고. 이 말씀은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다른 것들이 하나님의 말씀 이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자칭 복음주의적 교회 내에서도 이러한 황당한 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설교 시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는 시간이어야 하는데, 개인의 생각 또는 경험이 성경의 권위를 입고 슬그머니 다가온다. 교회 내에서 처리되는 일조차 성경이 가르치는 사랑과 공의 등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성경적" 기준에 따르지 않고, 자칭 영적 지도자의 교만한 권위에 따른다면 큰 문제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세계관이 성경적이지 못하고 다른 사상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거나 인간의 타락한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들이 이루는 교회의 모습 역시 성경적이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이름만의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서 비성경적인 다른 세계관들이 성경적 세계관을 이루는 작업을 방해하면서 나름대로의 형태로 세력의 확장을 꾀하고 있음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성 교회도 하나님의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많은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기성 교회들의 문제 중의 하나는 성경의 가르침을 세속적(secular)이라는 넓은 의미의 인간 생활, 즉 이 세상으로부터 분리하여, 거룩하고(sacred) 종교적인(religious) 일에 국한시키는 데에 있다. 즉 성경적 세계관을 신학이나 개인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성경은 정치, 예술, 학문 등의 세상의 일(?)에는 기껏해야 간접적인 관련을 맺을 뿐이다. 결국 성경은 세계관을 제시하지 못하고, 교회관(?) 또는 하나님관(?)만을 가르치는 어설픈 책이 되어 버린다. (Wolters, Creation Regained)

그러나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대해서도 "성경적인" 견해를 가져야 한다. 즉 이 세상의 잡다한 문제들, 우리 나라의 예를 들면, 노사 간의 갈등, 성범죄, 농작물 가격의 폭락, 땅값의 상승 등에 대해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성경적 범주에 기초하는 세계관에 의해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순수하게 성경에서 뽑아내던가, 아니면, 다른 여러 관점과 해결책들이 성경적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우리는 세상의 여러 사상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러한 사상들로부터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리며, 성경적인 토대 위에서 성경적인 근거로써 비판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감히 말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성경적 세계관의 인식은 교회의 개혁, 세계의 변혁이라는 과제와 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세에 카톨릭이 저지른 엄청난 부패를 보고 그에 맞섰던 루터 등의 종교개혁가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들은 성경을 근본으로 하여 교회 개혁의 방향을 용감히 제시하였는데, 그들의 그러한 정신과 행위는 초기 개신교의 지침이었으며 어느 시대의 그리스도인에게나 모범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교회들은 그러한 정신을 잊어 가는 듯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교회를 개혁하고 세계를 변혁하는,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무서운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빛과 소금의 직책을 다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 참고한 책들:

(1) 리챠드 미들튼 & 브라이안 왈쉬 (황영철 옮김),

<세상의 변혁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비전>, IVP, 1987.

(2) A. Wolters, <Creation Regained>,

Michigan: Eerdmans, 1985.

※ (4)에 실려있는 번역문을 인용했음.

(3) 제임스 사이어 (김헌수 옮김),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IVP, 1985.

(4) 기독교 학문 연구회(편), <성경적 세계관 자료집>.

== 청년I부를 위한 토론 질문 ==

1. 성경적 세계관은 무엇인가?

우리의 친구 A는 대학에 들자마자 선배들의 권유로 학회에 들게 되었다. 학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었고, 시위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학회에서 공부한 철학과 사회과학은 A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눈뜨게 했다. A는 유물론적 세계관을 접하게 된 것이다. A는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근 20여년 동안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을 통해 지녀 온 여러 생각들과 유물론적 세계관과의 거리감을 느꼈다.

이 때, A에게는 세 가지의 선택이 놓이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신앙 고수 즉 유물론적 세계관의 포기

2> 유물론적 세계관의 선택 즉 기존의 신앙 포기

3> 기존의 신앙과 유물론적 세계관의 적절한 융합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은 위의 세 가지 중의 하나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는가?

2. B도 역시 우리의 친구이다.

지난 87년 12월 대통령 선거 즈음이었다. B는 한 기독교 동아리에 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하루는 총학생회에서 대통령 선거에 관한 집회를 열게 되었는데, 마침 같은 날 같은 시각에 B가 소속된 기독교 동아리에서는 찬양집회를 가지게 되었다.

B는 어느 모임에 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어느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우리 자신이 B와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내렸다면, 그 근거와 동기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IV. 창조

이승 남4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아마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적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 즘은 마음 속으로 던져보는 질문이리라. 그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나는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믿는 이들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들은 위의 두 질문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건전하고 확실한 해답을 소유하고 있는가?

창세기 1:28,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구절은 우리들 자신의 근원, 즉 창조의 대표적 구절이다. 그러나 마 28:19,20,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라고 하는 소위 복음 전파를 대표하는 구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창조는 복음 전파 문제의 부수적 문제 정도로 덧붙여져 생각되고 있다.

복음 전파와 창조, 즉 문화변혁의 문제는 상호 대체의 성질의 것이거나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통 우리 믿는 이들이 은연 중에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닌가? 실은 이 둘 모두가 우리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일단 성경적인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른 가치관들은 창조에 대해 어떤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가를 간단히 정리하는 것이 우리의 논의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첫째로, 이신론(理神論)의 창조관(또는 자연관)은,

ⅰ) 초월적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으나, 그 후 스스로 운행하도록 내버려 두셨다. 따라서 하나님은 거기에 내재하시지도 않고, 완전한 인격으로 다가오시지도 않고, 인간사(人間事)의 주재자도 아니시다.

ⅱ) 그(하나님)는 단지 창조만 하셨다. (자연에 대한 결정론적 사고를 갖고 있다.)

ⅲ) 인간은 비록 인격체이지만 우주라는 기계의 한 부품과 같아 단지 우주의 한 구성원이다.

둘째로, 자연주의 창조관(또는 자연관)은,

ⅰ) 물질은 원래부터 존재해 왔으며 영원히 존재하고 그 존재하는 것의 전부이다. 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ⅱ) 자연은 이미 존재하는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마치 시계와 같이)

ⅲ) 인간은 하나의 고도의 복잡한 물질이다. 인간은 둘러싼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신비는 어느 것을 막론하고 순수한 신비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의 복잡성에서 유래한다.

셋째로, 무신론적 실존주의 창조관은(또는 자연관)은,

ⅰ) 우주는 단지 물질만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실재가 주관과 객관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ⅱ) 단지 인간에게만이 그 존재가 본질을 선행하기 때문에(싸르뜨르), 인간은 자신들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ⅲ) 인간은 자신의 본성과 운명에 대해 완전히 자유롭다.

이 외에도 범신론과 같은 다른 많은 사상 또는 종교는 어떤 창조관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지만 훗날을 기약하는 아쉬움을 가져보자. 지나치게 단순화한 무리는 있지만, 다른 사상에서는 대강 위처럼 창조를 생각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은 예로부터 존재해왔는데, 그것은 단순히 고향회귀본능의 수준 또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나와 나를 둘러싼 이 세계에는 무엇이 잘못되어 있고, 치유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려는 기본적인 질문에까지 다다르며, 이런 맥락에서 '창조'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창조주의 주권적인 행위와 창조된 질서와의 연관" 이러한 정의는 약간 애매모호하다. 좀 더 실제적인 물음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성경의 일차적 대답은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살고 있으며 하나님의 지혜롭고 자애로운 통치에 의존하고 있는 그의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창세기 1:26-28을 보자. 인간들 즉 우리의 생김은 독특하다. 그 독특성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성경의 용어에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님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 형상의 특징은 인격, 자기초월성, 지성, 도덕성, 사회성, 창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잊혀지는 것이 창조성의 측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