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의

{해방자 예수그리스도

-우리시대의 비판적 그리스도론}에 대한 고찰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의

{해방자 예수그리스도

우리시대의 비판적 그리스도론}에 대한 고찰

들어가는 말

1. 예수이해의 역사

2. 라틴 아메리카 그리스도론

3.예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자 하였는가?

4. 오늘 우리는 부활한 그리스도를 어디서 발견 할 수 있는가?

맺는 말

들어가는 말

그리스도교의 신앙 자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그 핵심이 바로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없고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론을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신학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 할만 하다. 저자인 보프가 적고 있듯이 이 책은 1972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고 지금까지도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쓰일 때만 하더라도 브라질 교회 전반에 걸쳐 심한 정치적 억압이 가해지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 행간에 담긴 저자의 숨은 의도를 읽어 낼 수 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더 특권을 누리는 입장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억압받는 이들과 우애를 나누고, 인류를 망가뜨리고 하나님을 분노케 하는 일체의 것에서 이들을 완전히 해방하는 메시아 과업에 투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5쪽)고 말한다. 이 말을 보더라도 이 책이 단순히 신학적인 추상을 위해서 상아탑에 갇힌 학자의 책상에서 나온 게 아니라 고난 속에 놓인 교회와 그 역사적 부름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떤한 신앙고백으로 실천(praxis)활동을 해야하는지 학문적으로 천착하여 탐구한 것이라고 할 때 현재의 신앙을 가지고 역사속에서 생명력있는 실천을 하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는 그리스도론의 중심 논제를 살펴보고 오늘의 바람직한 예수이해와 저자가 말하는 것들의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살펴서 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예수 이해의 역사

그리스도론, 예수론을 논하는 이유: 예수에 대한 연구는 18세기에 나타난 계몽운동의 영향하에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16쪽) 지금껏 교의적으로 믿어 의심치 않던 그리스도의 상이 이성의 확신으로 진지한 학문적 탐구가 계속되는 동안 많은 부분이 그 근본부터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제기된 심각한 문제는 복음서들이 '역사적인 나자렛 예수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해관계를 떠난 서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17쪽)이러한 의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더욱 진전되어 마침내는 사신의 신학을 창출하기에 이르기도 하였다. 저자는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했던 역사적 예수연구에 대한 작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학술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물음들 중 특히 독일에서 정교하게 진행된 역사적 예수연구의 그 근본적인 문제는 단적으로 말해서 다음과 같다.

'신앙에 의하면 예수는 인류와 세계의 미래요. 신성과 통교의 상태에 있고자 하는 우리의 종교적인 갈망의 최대 실현이자, 육화한 하느님 자신이다. 한데 이것은 역사의 실재인가. 아니면 관념 세계를 위한,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인간 실존에 대한 관념적 해석을 위한 단순한 투사인가? 어느 것이 구세주인가? 인간 실존에 대한 그 말과 해석인가, 아니면 실존에 대한 그 말과 새로운 해석을 있게 한 역사의 인물, 나자렛의 예수인가?(35쪽)를 물으며 반론을 매우 정당하게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복음서들의 일차적 의도가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관계와 관련한 새로운 교리, 새로운 해석을 고지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며 복음서들은 근본적으로 인간 존재의 실재를 입증해 주고자 하고 있고 그렇게 하여 바로 이러한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 앞에서의 우리의 상태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 관하여 희망을 지닐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과의 친교 속에 충만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고 육은 미래를, 신(격)화를 얻게 되고, 죽음과 죽음이 의미하는 모든 것은 그 날을 잃고 말것이라고 말한다.(35쪽)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은 불트만의 작업으로 거의 종결되다 시피한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허무주의적 접근에 대해 전혀 새롭고 참신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 내용은 쉽게 말해서 케리그마적 그리스도가 먼저가 아니라 역사적인 예수 사건이 먼저라는 것이다. 거기서 부터 모든 것들이 파생되어 나타났다. 그 사건이 지금으로 부터 2천여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여러가지 역사적인 제한과 문제들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는 침묵과 눌변의 그리스도론을 말하면서 사랑을 유비시켜 예수에 대한 것은 말로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며 예수 스스로 자신의 생애를 신앙의 삶으로 이해하고 살고자 했을 수 있다는 제안도 내놓는다.(36쪽) 요한복음서에서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고 말한 것을 한국의 대표적 민중신학자 안병무 교수가 "태초에 사건이 있으니라"고 표현한 것은 보프의 예수에대한 이러한 시각을 더욱 분명하게 혹은 더 적극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프는 기존의 신학적으로 재해석되었다는 결론에 이른 예수연구에 문제제기를 나름대로 가하면서도 그 문제제기의 근거로 내세우는 나사렛 예수의 선차성을 보다더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하여 자칫 잘못 이해하면 저자 자신이 맨처음에 적고 있는 "확고한 신앙의 답변"인 교의적 그리스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을 넘어서기 위하여 저자는 "신학적 해석"이 아닌 "사건"의 선차성을 더욱 전면화시켜서 폭넓게 설명하고 내세웠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매우 중요한데, 그것은 우리가 예수를 어떻게 이해하고 믿고 따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책임성있는 역사적 실천 내용에 많은 영향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예컨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지 않는 사람이 예수가 하고자 했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실현을 위해 몸바쳐 투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하여 저자가 "너희는 나를 누구라하느냐?"하는 가이사랴 빌립보에서의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오늘의 예수를 다시 새로운 각도에서 탐구했던 것은 그런점에서 볼 때 뜻깊은 출발이었다고 본다. 오늘날 198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한 "예수 르네상스"도 그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독일에서와 같은 학적 현란한 지식의 결과물만 남긴채 별 소득 없이 끝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보프신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해방하는 메시아 과업에 투신하면서 몸으로 실천하는 가운데서 우리는 역사적 예수에 더욱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2. 라틴 아메리카 그리스도론

저자는 '우리는 그리스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해석학적 문제'를 가지고 역사비판의 해석학과 실존적 해석학, 구원-역사의 해석학 등 주요 신학적 해석학에 대해 분석을 가하고 우리가 다른 대상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듯이 예수"에 대하여"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방법론은 "출발점으로서의 그분과 더불어" 그분의 실재의 의미에 이끌려진 자들로서 그분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라고 역설한다. 여기서 비로소 라틴아메리카에서 독특하게 생성되는 그리스도론의 지평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라고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라는 인물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그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분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 거룩한 본문들을 재독(再讀)한다. 결과적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숙고되고 생동적으로 검증되는 그리스도론은 그 자체의 고유한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67쪽)

저자가 내세우는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그리스도론 특징의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교회적인 요소에 대한 인간학적 요소의 우선성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폭넓게 퍼저 있는 교회론에 대한 회의는 유럽으로부터 수입한 모델들과 구조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창조성의 부족으로 지적되었고 신학적 사유 수준 또한 교회법을 교의적으로 해석하고 교의를 교회법적으로 해석하는 단계에 머물게 했다. 이러한 모습은 유럽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났던 그 전철을 또다시 밟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관심하는 것은 갈고 닦여진 새로운 인간 존재 속에서의 성찰을 내세운다. 그것이 인간학적 요소의 우선성인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자의 보다 더 자세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쓰여진 그 말로만 볼 때 내가 느끼는 것은 그 주장이 매우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표현은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학적인 요소의 우선성"이라는 표현보다는 "사람중심의 사고관의 우선성"이라고 하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제도와 틀, 형식을 넘어선 예수가 실현하고자 했던 "인간화의 가치실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68)

두번째는 사실적 요소에 대한 유토피아적 요소의 우선성을 말한다. 저자는 유토피아가 환상이나 현실적 실재로부터의 도피와 동의어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유토피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전제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추구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 보다는 미래에 나타날 희망과 그 약속에 대한 선취의 중요성을 말한다. (68-69) 나는 저자가 말하는 그 내용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오히려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 본래의 의미야 어떻든 유토피아는 "우리가 실현하지 못할 세계"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에 희망을 품고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외에 저자가 말하는 것들은 교조적 요소에 대한 비판적 요소의 우선성, 개인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것의 우선성, 정통 교설에 대한 정통 실천의 우선성인데 모두 합당한 방향이라고 보며 "파악"을 넘어서 새로운 행위와 생활 체질을 창출해 내고자 하는 그의 "실천우위"의 입장은 앞으로 모든 신학적인 분야에도 강조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한 부분이다.

3. 예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자 하였는가?

나사렛 예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들의 체험의 배경과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르게 표현되어 나타났다. 이를테면 팔레스티나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에게 예수는 그리스도, 사람의 아들로 불리었고, 디아스포라의 유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는 새 아담이요 주님으로 보였으며,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는 구세주, 우주의 머리, 하느님의 외아들, 하느님 자신으로까지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예수에 대한 이러한 사람들의 표상이나 인식은 잘못된 관념에 지나지 않는가? 사실 예수는 자신의 의식을 표현하기 위하여 유다교에서 통용되던 종말론적-메시아 표상이라든가 해방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와 관련된 일반적인 종말론적 -메시아 표상들을 일체 사용하지 않으셨다. 예수는 참으로 지극히 단순하셨고, 전권적이고, 독창적이셨다. 또한 낮은 계급의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무자격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다가가셨는데, 이들은 그분께 영예롭고 탁울한, 심지어는 신적이기까지 한 칭호들을 붙여주었다. 예수는 저 메시아, 저 그리스도, 저 하느님의 아들을 설교하기 위해서 오시지 않았다.그분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메시아의 말과 행동 속에 살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위 마르코 복음서의 메시아 비밀의 의미가 놓여있다. (194쪽) 기독론의 커다란 논점 중에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하나가 여기에 있다. 신약성서에 나타난 예수에 대한 묘사는 본래의 사실이 아닌 후대의 신학적인 작업에 의해 가필된 해석인가?하는 문제 말이다. '부활전 예수'(Pre-easter Jesus)와 '부활후 예수'(Post-easter Jesus) 혹은 학계에서 보통 말하는 '지상의 예수'와 '부활 그리스도'의 대칭적 구분(미팅 지저스, 보그, 31쪽)을 놓고 우리는 무엇을 믿고 신앙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예수에게 붙여진 장엄하고 신성한 칭호들이 예수의 지상 생애에서 드러난 권한과 주권을 입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며 오히려 그 역으로, 이 칭호들은 그 권한을 해독하고 설명하고자 모색된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197-198쪽) 그러나 과연 그랬던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역사적 사실에 우선 순위를 둔다하여도 사실에 대한 후대의 조작 가능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종교적인 제의를 위해서 신화가 조작되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볼 때 이것은 단순히 믿고 덮어서 쉽게 넘어가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계속 남아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은 저자가 간과 하였다 싶은 "성령의 역할"과 조명에 대한 설명으로 하나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든다.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듯이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목숨을 걸고 전하고 다녔던 그의 제자들과 초대교회의 신앙은 성령의 활동에 의한 계속되는 예수체험을 새롭게 하였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며 그들은 바울처럼 역사적 예수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우주적 그리스도론"으로 까지 확장하여 이해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수를 인간 조건의 해방자와 비상한 감지력과 창조적 상상력과 독창성의 소유자로 조명한다. (89, 111쪽) 예수가 원했던 것은 그 자신도 교회도 아닌 바로 하느님 나라였으며 이 "하느님 나라"는 인간의 가슴 속에 간직되어 있는 유토피아의 실현을 의미하며, 인간과 우주의 총체적 해방을 의미한다.(89쪽) 정치를 종교의 한 부분으로 여겼던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 나라"는 의문의 여지 없이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저 초월해있는 하늘에 있는 어떤 나라가 아닌 인간 존재들이 대대로 살아온 이 엣 세계가 새로운 세계로 변모되는 것을 의미했다.(78, 83쪽) 결국 하느님의 나라는 인간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적인 유토피아가 실현된 것으로서, 세계의 총체적인 변모이고, 인간 존재들을 소외시키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 고통과 죄, 분열,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한다.(73쪽) 저자가 주목하는 예수의 본성에 대한 설명은 그가 비상한 감지력과 창조적 상상력과 독창성의 소유자라는데 있다. 인성 안에 있는 가장 신적인 것과 하느님 안에 있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 예수에게서 계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새로운 것을 말한 게 아니었다. 그가 독창적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그들 자신의 자아의 원천과 뿌리에로 이끌어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131쪽) 참으로 인간적인 모든 것이 그의 인격 속에서 찾아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떠한 사람들도 말할 수 없는 상상력에 의존하여 하나님의 말씀처럼 자기를 비워 말하고있다는 데서 그의 신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신앙은 우리에게 그분에게서 "하느님의 선하심과 인도적인 사랑이 드러났다"(디도 3, 4-공동번역 참조: "하느님의 인자와 사랑.....")고 말한다. (133쪽) 예수가 원했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탁월한 신학적 논리 전개는 저자가 라틴아메리카라고 하는 소외와 피지배의 억압구조가 첨예화되어 고통을 당하는 나라에 속한 신학자라는데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고 있는 곳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역사내적인 공간으로 그 나라를 환원시켜서 하나님나라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한정시켜 설명하지 않았는가? 하는 조심스런 판단을 해본다. 성서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있듯이 공해와 오염, 그리고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이 세상, 이 땅, 이 지구라는 공간을 한정시켜서 언급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것이 공간으로 환원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지만, 새 하늘과 새 땅은 인류의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역할과 더불어 "도래"하는 나라인 것이다. 물론 그 나라를 우주의 다른 어떤 공간으로 말해서도 안된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과 이해를 뛰어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실현을 기다리며 신음하며 오늘의 현실과의 하나님 나라의 의를 위한 투쟁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이다. 우리는 이 희망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며 이 희망을 말할 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묘사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롬8: 18~24)

4. 오늘 우리는 부활한 그리스도를 어디서 발견 할 수 있는가?

예수의 부활은 단순히 썩을 육체가 소생한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육체의 소생은 결국 또다시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예수의 부활은 하나님과 타자들과 우주 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적 실재의 총체적이고 철저한 실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활은 진화 과정의 마지막에 가서 도달하여 신적인 실재에 받아들여진 한 인간 존재의 종말론화인 것이다. (270족) 저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오늘에 현존하는 방식으로 우주의 그리스도론을 말하고 있다. 예수의 성육신 사건은 예수께서 인류 속으로 끼어들여지셨다는 것을 뜻하며 예수는 몸으로서의 당신의 인간 존재를 통하여 물질의 한 결정적인 부분을 취하셨다. 결국 우리의 세계에 대하여 그분이 가지는 관계는 우주 창조적인 것이다. 예수-인간 존재는 우주 진화의 일련의 오랜 과정의 결과이다. (272쪽) 자기 자신을 은밀한 양식으로 계시하셨던 예수는 이제 부활을 통하여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폭발처럼 당신 자신을 공개적으로 밝히 드러내시고 계시는 것이며 결국 부활은 맨 처음 시작 때부터 이 세계와 인간 역사를 충만에 이르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우주적인 차원들을 계시하였던 것이다. (274-275쪽)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그가 목적하신 인류안에 현존하신다. 이 현은 인간 스스로 타자를 위한 사랑을 실천하고 받아들였을 때 즉 이웃사랑의 실천 속에서 그는 자기를 크든 작든 계시하며 현존하시는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부활 이해는 자못 새롭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더나아가 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익명의 그리스도인들 안에서마저 현존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대의를 추종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형제요 그분의 자매들이며 그분은 이들 가운데서 작용하셔서 타자를 향한 더 커다란 개방성과 하느님을 위한 더 인간적인 공간이 있게 만드신다. 이 그리스도는 결코 하나의 새로운 종교를 창설하기 위해 오시지 않으셨고 사랑의 대의에의 선택에 의해 규정되는 자를 존재케 하기 위해 오셨던 것이다. 부활한 그리스도는 영으로서, 그분이 원하시는 곳에서는 어디서든지 행위하신다.(286-287쪽) 또한 그분은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현존하며 교회는 주님 현존의 원초적인 성사가 된다. 하나님의 백성이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은 역시 성찬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먹음으로써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이 책속에서 매우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던 것은 그리스도가 지구에만 중요한가, 아니면 온 우주에게도 중요한가?하는 저자의 자못 도발적으로 느껴지기까지한 문제제기였다. 지금까지의 천동설적인 우주 세계관에 입각한 지구중심주의 발상에서 벗어나 수백 수천만의 성운들이 존재하는 우주 공간의 실재를 인정하고 우리와는 다른 체계의 다른 항성들에 살고 있는 다른 영적인 존재가 있다는 가정하에 그들이 나자렛 예수와 부활한 그리스도에 대하여 가지는 관계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 것이다. 저자는 파스칼(Pascal)이 '사랑의 단일 행위가 물리적인 우주 전체보다도 더 가치롭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주 세계가 그 최고의 일치, 조화와 수렴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자기--의식의 이 새로운 질-- 품격에서인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주 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까지도 포함해서 모든 것들을 하나의 전체가 되게 해주는 그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라치프니츠(Leibnitz)가 제시한 답인 한 존재를 다른 존재에 결합시키면서 모든 것들에 관통해 있는 "실체적 결합" 이론에 동의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해된 그리스도는 우주 세계적인 한 인간 존재로서 표상될 수 없을 것이고, 우리의 범주들과 시-공간적 존재들 안에 갇힐 수가 없다는 것이며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여 지금은 물리-신체적으로가 아니라 영적으로 현존하는 분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라고 분명히한다. 그의 이러한 부활의 그리스도 이해는 과장되거나 작위적이다라는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소저너 같은 화성탐사 우주선을 발사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이 지구뿐 아니라 저 우주에까지 우리의 인식지평을 넓혀서 사고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하였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러한 문제제기와 답변은 뜬구름 잡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여기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과학기술이 복제인간을 만들어내고 터미네이터의 영화에 나오는 인조인간을 만드는데에까지 이른다면 그러한 문제 까지도 총체적인 해방자로서의 부활의 그리스도는 원하던 원치않던 답변을 시도해야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맺 는 말

저자는 논란이 분분했었던 예수연구를 다시 새롭게 제기하여 '우리시대의 비판적 그리스도론'을 설득력있게 전개하였다. 저자가 관심하듯이 예수 연구는 학자들의 소일꺼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고자 하는자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며, 역사적인 실천을 가능케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기들이 처한 상황에서 예수를 어떻게 고백하고 현장속에서 따르느냐하는 '실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예수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순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그 역으로서는 과거 예수연구에대한 학적작업의 결과물로서 하나를 더 보태는 것외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해방신학에서 이야기하듯이 학문적인 정리와 해석, 구성이 먼저 있는게 아니다. 우리는 오늘의 억압과 착취 또는 소외, 그리고 정치적인 역사현실 속에서 그리스도를 묻고 있는 것이며 성서를 읽는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그의 책 처음부터 해결하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 보아도 그가 취하고자 했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문제인식이 오늘을 사는 이 땅 한반도 속에서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신학적으로 진지하게 묻고 답하려 애쓰며 정리해나간다면 커다란 발전의 가능성이 있으리라고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