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리

* 순 서 3

*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4

I. 신론 6

1. 들어가는글

2. 신론의 역사적 개관

1) 고대교회

2) 중세교회

3) 종교개혁기의 교회

4) 계몽주의의 도전과 근대 가톨릭, 개신교 교회

3. 연속성

1)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

4. 불연속성

1) 신인식의 문제

(1) 아퀴나스의 신관

(2) 종교 개혁자들의 신관

(3) 현대 가톨릭 신이해의 방향

5. 나오는글

II. 계시론 10

1. 들어가는글

2. 가톨릭의 계시론

1) 트렌트공의회

2) 제1차바티칸공의회

3) 제2차바티칸공의회

(1) 신적 계시에 관하여

(2) 전통에 관하여

3. 불연속성 : 성서와전통, 또는 오직 성서만으로?

1) 가톨릭이 주장하는 계시의 근거로서의 성서와 전통

2) 개신교의 오직 성경만으로

4. 연속성 : 예수 그리스도, 복음, 계시 그 자체

5. 나오는글

III 구원론 20

1. 들어가는글

2.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원모델

1) 점진적 변형모델과 순간적 전가모델

2) 논쟁적 대결로서의 두 구원론에 관한 역사적인 검토

(1) 점진적 변형의 구원모델

(2) 순간적 전가의 구원모델

3) 개방적 구도로서의 두 구원모델의 가능성

(1) 가톨릭

(2) 개신교

3. 연속성과 불연속성

1) 은총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A. 연속성

B. 불연속성

2)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관하여

A. 불연속성

B. 연속성

4. 나오는글

IV. 교회론 33

1. 들어가는글

2. 연속성

1) 교회의 근거 : 삼위일체 하나님

2) 교회의 성격 : 종말론적 공동체

3) 교회의 사명 :

(1) 선교하는 공동체

(2)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3. 불연속성

1) 성서와 전통

2) 제도 혹은 사건?

3) 직제

4) 마리아론과 교회

4. 나오는글

V. 성례론 46

1. 들어가는글

2. 불연속성

1) 개신교의 말씀중심의 성례전

2) 가톨릭에 있어서 구원의 수단으로서의 7성례

(1) 성세성사

(2) 성체성사

(3) 견진성사

(4) 고해성사

(5) 신품성사

(6) 혼인성사

(7) 종부성사

3)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1) 가톨릭의 화체설

(2) 루터의 공재설

(3) 쯔빙글리의 상징설

(4) 깔뱅의 영적임재설

4) 세례의 유효성 : 사효성? 또는 인효성?

3. 연속성

1)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미리맛봄으로서의 세례

2)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만찬

4. 나오는글

* 심포지움을 준비하면서 *

종교개혁 479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기독교사상연구회(아래부터는 '기상'이라고 줄임)에서는 '로마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주제로 심포지움을 계획하고 준비하여 왔다. 금번의 심포지움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즉 공통점과 차이점을 신학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태도로 정리하는 것에 그 일차적인 목적을 두었다. 더 나아가서는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상호이해를 도모하는 것에도 목적을 두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 가능하다면,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이루는 것과, 궁극적으로는 온세계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에도 지향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차적인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자신의 학문적 모자람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일차적인 작업이 좀더 궁극적인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출발의 지반이 되기에, 그래서 그 지반을 더욱 튼튼히 할 마음으로 일차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든지, 혹은 상호이해와 일치를 도모하는 것이든지, 또는 온세계의 하나됨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든지 어느 경우든 신학적인 정리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학적인 정리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큐메니칼적인 성과들을 많이 참고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현재의 세계교회협의회적인 에큐메니칼운동에 현재 바로 직접적으로 참여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신학적인 정리작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에게 남겨진 판단유보의 사항이다. 단지, 우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안에서 개신교와 가톨릭 진영이 상호간의 대화를 통하여 이루었던 성과물들을 우리의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이용할 뿐이다. 또한, 우리가 이후에 내릴 결론들이 현재의 현상적인 에큐메니칼의 흐름과 일치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그럴 것이지, 우리가 애초부터 목적을 가지고 나아려는 바는 아닌 것이다.

'로마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전체주제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소주제를 다섯 가지로, 즉 신론, 계시론, 구원론, 교회론, 성례론으로 나누어 조별로 작업을 하였다. 각 조별로 이루어진 성과들을 전체모임에서 발표て토론て비판함으로써 수정과 재검토의 작업을 병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하여서 오늘 이렇게 공적인 자리를 통하여 발표하게 되었다.

심포지움을 준비하면서, 양진영 사이에는 각 주제별로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공존하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서 연속성의 항목과 불연속성의 항목을 중심으로 논문의 틀거리를 잡았다.

신론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를 연속성의 항목에 넣었고, 신인식의 방법론 특히 이성과 계시의 관계에 대한 이해차이를 불연속성의 항목에 넣었다.

계시론에서는 성서와 전통을 계시의 근원으로서 얘기하는 가톨릭(비록 최근에 와서는 성서와 전통이 하나의 신적 원천에서 나왔다고 말하여 이전의 트렌트처럼 이 둘을 대비시키지는 않지만)과 오직 성서만을 얘기하는 개신교를 불연속성으로 대비시켰고, 개신교에서 말하는 복음, 또는 복음 그 자체와 가톨릭이 말하는 계시 그 자체, 또는 몬트리올에서 얘기하는 전승(대문자 Tradition)이 내용상에 있어서 연속성을 갖지 않을까 정리하였다.

구원론에서는 구원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은총의 우위성 또는 중요성과,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리성이 양 진영 사이에 연속적인 면을 드러내지만, 협력은총이냐 오직 은총이냐, 또는 의화(인의)인가 칭의인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불연속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정리하였다.

교회론에서는 교회의 근거로서의 삼위일체되신 하나님, 종말론적 교회의 성격, 선교하고 세상을 섬기는 것으로서의 교회의 사명에 있어서 양진영간에 연속성들이 많음을 확인하였으나, 반면에 제도적인 측면이 강한가 아니면 사건의 측면이 강한가에 관한 문제와, 직제의 문제, 그리고 마리아론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연속성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례론에서는, 세례와 성만찬의 의미면에서 연속성을 찾을 수 있었지만, 말씀과 성례의 관계에 있어서, 성례의 수에 있어서,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에 있어서, 그리고 사효성과 인효성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불연속성이 많음을 볼 수 있었다.

위에서 서술한 바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표로 작성될 수 있다.

	연속성	불연속성
신 론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	신인식론(이성과 계시 ⇔ 계시)
계시론	예수그리스도,복음,전승,계시그자체	성서와 전통 ⇔ 오직 성서만으로
구원론	구원에서의 하나님의 은총의 중요성	협력은총(창조된은총) ⇔ 오직 은총만으로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리성	인의(의화(義化)) ⇔ 칭의
교회론	교회의 근거 : 삼위일체 하나님	성서와 전통 ⇔ 성서와 전통
	교회의 성격 : 종말론적 공동체	제도 ⇔ 사건
교회의 사명 : 선교하는 공동체 .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직제
	마리론과 교회
성례론	하나님나라공동체의 미리맛봄으로서의 세례	개신교의 말씀중심의 성례전
		성례전의 수( 7성례 ⇔ 2성례 )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화체설, 공재설, 상질설, 영적임재설)
	세례의 유효성(사효성, 인효성)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공존, 또는 혼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가톨릭의 입장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아울러 우리의 정체성을 더 잘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불연속성을 강조하여 연속성을 무시한다든지, 연속성을 강조하여 불연속성을 간과한다든지하는 양극의 태도는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업을 정리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본래 가져던 틀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틀보다는 '통일성(일치성)과 다양성'이 더 적절한 틀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연속적이냐 불연속적이냐라는 도식보다는, 일치성을 공통분모로 하되 상이한 부분은 다양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상호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여진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풍성한 영적인 유산들을 모두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미명하에 형식적인 다양성에 얽매어서 개신교의 중요한 영적인 통찰들의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 모든 결과물들을 읽어보시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여겨진다.

I.신론

1. 들어가는 글

유대인이 예배했던 하나님과 고대 그리스도인이 예배했던 하나님이 한 하나님이라 말 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이해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분명히 연속성이 존재하면서 불연속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연속성으로는 구약의 하나님, 창조의 하나님, 약속과 심판과 구원의 하나님이라 할 수 있으나 초기 기독교의 하나님의 이해는 창조의 하나님이시면서 친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하나님, 역사 속에서 체험되는 영으로의 하나님인 것이다. 이런 이해는 한 하나님을 예배한다고는 하지만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받아들여 질 수 없는 불연속적인 하나님 이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개혁 이후에 나누어진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통에 있어서 하나님에 관한 이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무엇인가? 연속성 측면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가 자신의 유산으로 여길 수 있는 고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회의를 통해 면모를 갖춘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에서 찾을 수 있겠다. 또 불연속성 측면으로는 중세교회의 개혁운동으로 두 교회간의 간극이 시작되던 때에 미묘하게 대립되었던 신인식 문제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하나님 이해가 고대와 중세를 거쳐 체계화된 과정을 간략하게 고찰한다. 중세신학과 종교 개혁신학 , 그 중에서도 아퀴나스의 신 이해와 종교개혁자들 사이의 신인식의 문제를 고찰함으로 두 교회간 신 이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단초를 살피고자 한다. 또 현대에 이르러 가톨릭의 제2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한 변화는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 신론의 역사적 개관

1) 고대 교회

교부시대전까지 기독교의 문제는 기독교 신앙의 변증이었다. 오랜 변증을 통해 하나님 이해에 관한 주제가 된 것은 그리스도론이였다. 니케아-콘스탄틴회의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육신으로 오신 아들로서의 하나님과 교회와 역사를 통해 일하시는 성령 하나님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체계화하는 데에서의 시초를 고대 신학자들이 놓았고 이를 우리시대까지 물려주게 된 것이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출생하지 않으시고,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영원하고 이해 불가능하며, 불변적인 존재로 언급했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스스로를 로고스 안에서 드러내시며, 따라서 구원을 위해서도 알려지실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였다. 하나님께서 이해될 수 없는 분이라는 사실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알려질 수 있으며, 그에 관한 지식이 구원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2) 중세 교회

고대가 희랍과 로마 등의 세계에 변증함으로 희랍철학의 개념과 사고로 하나님을 변증한 특징을 갖지만 중세에서는 서구세계가 기독교화되면서 신학의 주제는 신앙과 이성이라는 틀 안에서 발전한다. 그 방향이 신 인식에 관한 이해로 나아갔고 신 존재에 관한 관심으로 돌려졌다. 안셀름에서 아퀴나스를 이어 후기 유명론 논쟁으로 이어져갔다.

스콜라신학이 중세신학의 중심이었는데, 스콜라주의자들은 하나님의 본성과 속성을 구별하였고, 또한 본질적인 신적인 속성들 안에서 자신이 계시하실 때 그의 본성과 본질에 대하여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스콜라는 신앙적인 인간의 시대에 신과 인간의 관계를 철학적인 면에서 체계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3) 종교개혁기의 교회

'오직 성서로만'이라는 종교개혁의 특징은 신이해의 규준을 성서로 삼았다. 오직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 이해가 중심이었고, 삼위일체의 하나님도 성서의 계시된 말씀으로만 조명되어 이해하는 것이 강조됨으로써 가톨릭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자연계시로서의 하나님 인식은 거부되거나 극히 작은 자리를 차지한다.

4) 계몽주의의 도전과 근대 가톨릭, 개신교 교회

합리적 이성과 증명될 수 있는 객관적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계몽주의가 교회에 던진 도전은 교회와 세속의 간극을 분명한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개신교회에서는 이러한 도전에 자유주의적 입장의 흐름과 보수주의적 입장의 흐름으로 크게 나뉘어 반응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론은 보수주의 입장에서 더욱더 강력하게 교리에 근거한 신인식을 견지하는 경향이었고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동시대의 사람에게 변증하려는 경향성을 갖는다. 이러한 양극의 반응이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 신정통주의 신학진영이 출현하고 이들 신학자들에 의해서 신론이 다시 전개된다. 가톨릭교회는 제2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신론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향성을 갖는다.

3. 연속성

1)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

고대교회의 에큐메니칼회의에서 결정된 신조들을 통해 삼위일체론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고대교회는 여러 번의 에큐메니칼회의를 통해 여러 가지 대립되는 교리적 문제들을 해결해 왔는데, 특히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는 오늘날에도 타당성을 갖는 사도적 신앙내용을 대표한다.

삼위일체 교리의 형성은 역사적 과정을 갖고 있다. 아리우스의 기독론적 종속론에 반대하여 예수의 하나님의 아들 되심과 이 하나님의 아들과 아버지 하나님과의 동일본질을 정통 교리로 내세운 A. D. 325년의 니케아 신조가 출발이 되었다. 이 신조에서 성령론의 부분이 "그리고 성령을 믿사오며"로 끝나고, 성령의 신성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관계성을 논하지 않는다. 그래서 A. D. 381년 콘스탄티노플 신조(the Constantinopolitan Creed)는 성령의 신성을 거부하는 자들에 반대하여, 그리고 세 카파도기아 교부들(Basil the Great, Gregory of Nyssa, Gregory of Nazianzus)의 삼위에 대한 구별과 관계들에 대한 기여를 받아들려 "성령은 성부로부터 나왔고"(아들은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낳으셨으나=Begotten), "성령께서는 우리의 주님(the Lord)이시고, 생명의 시여자(the life-giver)시오, 성부와 성장 더불어 예배를 받으시며, 구약이 예언자들을 통해서 말씀하셨다."를 첨가하였다. 이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는 니케아 신조와 콘스탄티노플 신조를 합한 내용으로 통상 니케아 신조라고도 한다.

4. 불연속성

1) 신인식의 문제

(1) 아퀴나스의 신관

토마스에 의하면 인간은 이미 자연적 이성으로 말미암아 세계 현실의 원리가 되는 '하나님'이라는 주제에 관계하고 있으므로 피조물로부터 추론하거나 혹은 반대로 믿음의 조목(articuli fidei)로부터 추론하여 간접적으로만 하나님의 존재에 관하서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아퀴나스는 그의 신학대전에서 자연신학의 부분에서 신의 존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크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신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우주의 가득한 운동의 근원을 찾으면 결국 스스로는 부동적이면서 모든 사물에게 운동을 주는 부동적인 제일 운동의 근원이 존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신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계열 속에 존재하는 기성원인들은 그것이 무한히 제한원인이 연속될 수 없고 어떤 한계에 가서는 원인이 되지 않고 스스로 결과된 존재 즉 모든 기성원인들의 제일 원인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신이라고 한다. 모든 우연적인 존재의 바탕이요 근원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많은 우연유의 존재는 필연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 필연유가 바로 신이라고 한다. 신은 진, 선, 미의 절대 최고 원천이다. 신은 우주의 통치자이다.

토마스가 신의 존재를 규명하면서 결론적으로 신은 존재자체로 정의한다. 순수 현실적인 존재, 제일원인, 필연유, 진. 선. 미의 절대 최고 원천 , 우주의 통치자 등의 신의 개념은 한마디로 절대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절대로 완전한 존재의 모습을 설명한다. 그런데 형이상학적으로 적대적인 존재의 개념은 결국 '존재자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이다.

(2) 종교 개혁자들의 신관

종교개혁자들의 신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관을 이해하는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아우구스티누스 전통에서는 신인식이 다른 모든 인식에 앞선다. 곧 모든 것이 신인식에서 시작한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 자신 안에 진리의 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란 신에 관한 물음의 전제로서 현실적으로 혼 안에 현존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신인식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인식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우리 내부에 있는 신적인 , 또는 영원한 빛의 원리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혼 안에 있는 신적인 빛이다.

그러면 다음에서 이러한 아우구스티누스전통에 서 있는 깔뱅과 루터의 신인식에 관하여 알아보자.

깔뱅의 신관은 그의 기독교 강요 제 1권에서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1권 1장부터 2장까지 자연 속에서 나타난 신지식에 관련하여 말하고 있고 3장부터 4장까지에 서는 인간의 내면에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신지식에 대하여 언급한다. 그러나 5장 이후에 이르러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성서를 통하여 계시되는 하나님이심을 말하고 있다.

깔뱅은 인간의 정신 속에는 '하나님에 관한 직관'이 있는데 이것을 종교의 씨앗이라 부르고 이것이 인간이 지닌 종교적 심성으로 실천이성에 해당하나 이것은 구원의 신지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의 정신 속에는 진정한 경건이 없으므로 끊임없이 우상을 만들고 인간이 종교의 씨앗을 지녔지만 하나님에 대한 무지몽매로 교만과 고집, 악으로 이 지식은 소멸되었다고 깔뱅은 말한다.

그러나, 깔뱅은 인간과 우주 속에 계시된 하나님을 성서의 구절 속에서 인용하면서 자연계시로 파악할 수 있는 하나님에 관하여 말한다. 그는 이 자연계시에 주어진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통하여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깔뱅은 이러한 우주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는 인간의 무지 몽매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오직 성경을 통하여 계시된 하나님에 관하여 인식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인의 종교성과 윤리적 성취 가능성은 구원에 전혀 공헌 할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성서를 통한 하나님 인식만이 구원에 이를 수 있도록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루터는 인간이 하나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이성에 의한 일반계시로부터 참된 하나님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스콜라주의자들에게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일반적 관념들을 표현하였다.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에서 그의 본성에 관한 어떤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조명하시는 하나님의 영향하에서 오직 특별계시로부터만 하나님에 관한 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현대 가톨릭 신이해의 방향

바티칸 제1공의회가 밝힌 바에 의하면, 자연적 신 인식은 하나님의 진노에만 도달할 뿐 그 분의 은총과 본질에는 도달하지 못하며, 오직 하나님의 본질을 덥고 있는 가리개에만 도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연적 신 인식은 은폐된 하나님의 가리개에서 끝장나기 때문에, 그 속에 하나님은 - 바타칸 제1공의회가 밝힌 대로 -"정확히(certo)" 인식되지 못하고 부정확하게 예감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적 신 인식에 대한 신 증명에 관해서 말할 수는 없고 단지 신지식, 즉 신 예감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다. "만물의 시작과 끝인 하나님이 분명히 인간 이성의 자연의 빛에 의해서, 창조된 것들에 의해서 알려질 수 있다(바티칸 카논)"는 카톨릭 교회의 주장은 하나님의 인식 가능성이 "하나님의 계시 안에 근거된 것"과는 다르게 "인간 이성의 자연의 빛"에서 주장된다는 것이었다. 즉 "같은 거룩한 어머니 교회는 만물의 시작과 끝인 하나님이 분명히 인간 이성의 자연의 빛에 의해서, 창조된 것들에 의해서 알려질 수 있을 것"을 주장하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러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이성으로 아무런 오류 없이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변화되어 이것이 공식 입장이 되었다. 바티칸 II 문서에서 신적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Dei Verbum)의 제1장 6절에는 "하나님은 인간 지성의 이해를 온전히 초월하는 당신 부유하심에 인간을 참여하게 하셨다"에서 "거룩한 공의회는, 만물의 근원이시며 목적이신 하나님이 인간 이성의 자연적 빛에 의해서 창조물을 통하여 확실하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또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해서 인간 이성은, 종교적 진리를 그대로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현재의 인간 조건하에서도 모든 이가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아무런 오류 없이 인식할 수 있다"라고 한다.

5. 나오는 글

가톨릭과 개신교 두 교회는 모두 한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다. 한 하나님이면서 성부하나님, 성자하나님. 성령하나님을 고백하고 있다. 이 삼위일체의 하나님은 두 교회 모두의 하나님되심이 이 두 교회간의 신론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연속성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기 까지도 자연신학을 통한 하나님 인식을 얼마만큼 열어놓고 만날 것인가하는 문제는 두 교회의 차이며 불연속하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II. 계시론

1. 들어가는글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는 고대의 일곱 에큐메니칼공의회의 신조들 중에서 6개을 공유하고 있으며, 사도적 신앙과, 신앙의 표준(regula fidei)전통을 공통으로 소유해 오고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시대와 교파절대주의 시대였던 17세기, 그리고 영적 대각성운동이 일어났던 18세기에는 다소 소강상태에 있던 일치운동은 19세기에 이르러 선교의 확장을 통하여 일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노력들은 20세기에 이르러 초교파적 에큐메니칼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별히, 1958년 요한23세는 에큐메니즘 입장으로 전환하여 이미 교회일치운동을 전개해 오던 개신교측의 세계교회협의회(W.C.C)에 옵저버들을 참가시켰고 제2차바티칸공의회를 통하여 이를 구체화 시켰다.

성서와 전통은 모든 계시의 근거가 된다. 사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서와 전통에 대한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그들의 계시이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본 장에서는 계시의 연속성(신앙과직제 문서중)과 불연속성(가톨릭과 개신교)을 다루는데, 성서와 전통을 중심으로 국한하여 논하고자 한다.

2. 가톨릭의 계시론

1) 트렌트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 1545-1563)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동일시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계시문제를 취급하였다. 따라서, 모든 오류를 제거하여 그리스도교복음이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성서 뿐만 아니라,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과, 교도직의 역할이 필수적이다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복음의 순수성 그 자체가 교회 안에 오류없이 보존되도록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즉, 이 복음은 전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성서 안에 약속되었던 것인데, 이것을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의 입으로 먼저 선포하셨고, 그 다음에는 당신의 사도들을 통하여 모든 구원적 진리와 윤리적 규범의 원천으로서 '모든 피조물들에게 설교하라'(막16,15)고 명령하셨다. 따라서 본 교회회의는, 이 진리와 규범은 기록된 책들과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 안에(in libris scriptis et sine scriptio traditionibus)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전통들은 사도들이 그리스도 자신의 입에서 부터 받았거나 혹은 사도들 자신이 성령의 영감을 받아 마치 손에서 손으로 넘겨 주듯이(quasi per manus traditae)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회의는 전통 교부들의 모범을 따라 신.구약의 모든 책들과 그리고 신앙과 윤리에 관한 그 전통들을 똑같은 신심과 존경으로(pari pietate ac reverentia) 받아들이고 공경한다."

그리고, 트렌트공의회는 교회교도직의 공식적 문헌상 처음으로 신.구약성서의 정경목록(canon)을 확정지어 나열한 다음에, "만일 누가 가톨릭 교회 안에서 읽혀지던 관습대로 또 옛 불가타 라틴어 성서 안에(in vreteri vulgata latina editione) 나와 있는 대로 성서의 각 책들을 그 모든 부분들과 더불어 온전히 거룩한 정경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또한 앞서 말한 바 있던 전통들을 익히 잘 알면서도 멸시하는 자는 단죄 받아야 한다(anathema sit)"라고 그 반대자들을 단죄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의 해석방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본 교회회의는) 그 뿐만 아니라 경솔한 총명을 제어하고자, 아무도 감히 자신의 지혜를 의지한 나머지 신앙과 윤리의 문제에 있어 그리스도교 교리의 건설에 관련하여 어머니인 교회가 주장하였고 또 주장하는 그 뜻을 거슬러 거룩한 성서의 본 뜻을 왜곡하거나 혹은 교부들의 이구동성의 의견일치를 거슬러 성서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결의하는 바이다."

이렇게 트렌트 공의회는 계시 그 자체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만 그 시대에 문제화되었던 계시의 중계전달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였다.

2) 제1차바티칸공의회(Conclium Vaticanum I : 1869-1870)

제1차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 신앙에 관한 교의헌장(하나님의 아들(Dei Filius))'을 발표하였는데, 그 문헌의 제2장 '계시에 대하여: de revelatione'에서 계시의 인지가능성(recognoscibilitas), 계시의 사실, 계시의 필요성, 계시의 원천들(fontes)과 그것들의 정통한 해석에 관한 교회의 공식적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다.

"동일한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인간이 만물의 시작이며 목적이신 하나님을 인간 이성의 자연적 능력으로(naturali humanae rationis lumine) 창조물에서부터 확실히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가르친다. ......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지혜와 선하심으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또다른, 더구나 초자연적 방법으로써(alia eaque supernaturali via) 당신의지의 영원한 결정들을 계시해 주고자 하셨다."

"그러므로, 인간이성이 신적 사물들을 본래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의 현재상태 하에서도 모든 사람이 그 신적 사물들을 쉽게 또 확실히 그리고 오류없이 알 수 있게 된 것은 이 신적 계시(역주: 초자연적 방법에 의한 계시)의 덕분이라고 해야 한다."

이러한 진술들로써 제1차바티칸공의회는 신적 계시의 개념이나 정의를 밝혀 주고자 한 것은 아니다. 공의회는 '계시하다(revelare)'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아무런 세부적 의미한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 공의회의 주장을 세가지로 주장해 볼 수 있다. ①공의회는 "또다른, 더구나 초자연적 방법으로써" 이루어진 계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② 하나님께서 그의 선하심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본성을 전혀 초월하는 그러한 신적 풍요에 참여하도록 질서지어 놓으신 그 이유 때문에, 즉 인간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③ 초자연적 방법에 의한 신적 계시는 창조 때부터 인간에게 주어져 있던 자연적 차원의 일반적 계시와는 달리 인간 역사의 특정한 시간과 장소 안에서 일어났고, 아브라함에서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 절정에 도달한 하나의 특별한 계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으로 말미암아 이제 모든 인류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모든 인류는 마땅히 신적 계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렇게 제1차바티칸공의회는 그 시대의 지성적 특징이었던 근대적 사상(modernism)의 맥락 안에서 그것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하여 객관적 사변을 시도하면서 계시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공의회는 주로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 즉 교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자신을 변호하기 위하여 말했던 것이다. "누가 만일 인간은 하나님께로부터 자연적 차원을 초월하는 인식과 완성에로 들어올려질 수 없으며 오직 자기 스스로 모든 참된 것과 선한 것을 소유할 때까지 계속해서 진보해 나갈 수 있으며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단죄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절대적 합리주의(rationalismus absolutus)를 배격하는데 그 기본적 의도가 있다.

3) 제2차바티칸공의회(Concilium Vaticanum II : 1962-1965)

(1) 신적 계시에 관하여

신적 계시에 관한 교의헌장(Constitutio dogmatica de divina revelatione: 1965,11.18)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씀(Dei Verbum)"이란 표제어로 시작하여 총 6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계시헌장은 계시를 설명하는데 있어 성서적 사고방식을 따라(말씀의 유추)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신적 계시의 요체인(하나님의 말씀)을 대단히 강조한다. 그리고 그전 계시헌장과는 달리 주로 주관적 관점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태도로 자신의 계시이해를 전개하고 있다. 이 헌장의 주요내용으로는 신적 계시의 본질과 목표, 그리스도의 복음적 계시에 이르는 준비과정, 모든 신적 계시의 결정적 완성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계시를 신앙으로 받아들임, 인간의 자연적인 하나님 인식 능력과 계시된 진리들에 대하여 차례로 설명하고 있다.

(2) 전통(傳統)에 관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은 신적 계시 그 자체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또한 그것의 중계전달에 관한 교회의 공식적 가르침을 제시하는 데에 있어서도 진보를 보여준다. 특히, 트렌트공의회를 통해서 오해하고 있던 전통과 성서 사이의 관계성을 명확히 밝혀 줌으로써, 이른바 '계시의 두원천설'에 대한 표현을 하나의 원천에서 나온 두 양상으로 규정하여 주었다.

계시헌장이 말하는 계시의 중계전달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계시전달의 원천이신 주 그리스도와 성령

트렌트공의회에서 계시의 원천을 말하면 그것은 성서와 전통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아듣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계시헌장은 이러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표제를 붙일 때 여러차례 수정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많은 교부들이 이것을 반대하였으므로 개정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표제를 붙이게 되었다. 머리말, 제1장 계시 그 자체, 제2장 신적 계시의 중계전달, 제3장 성서의 신적 영감과 해석 등의 순으로 하게 되었다.

계시헌장은 제2장에서 계시의 전달은 그리스도의 명령과 성령의 가르치심에 의한 것이며 여기서 사도들의 역할과 사도적 전통이 결정적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모든 계시의 완성자이신 주 그리스도께서는 그전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된 대로 당신 친히 채우시고 또한 당신 자신의 입으로 선포하신 그 복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신적 은혜를 통교전달하면서 온갖 구원적 진리와 윤리적 규범의 원천이 되도록 모든 사람들에게 설교하라고 사도들에게 명령하셨다. 이것은 충실히 이행되었다. 즉, 한편으로 사도들은 자기들이 그리스도의 입술과 생활과 업적에서 받았던 그것들과 성령의 일賁워 주심으로 배웠던 그것들을 구두 설교와 모범과 제도들로써 넘겨전달하였고, 다른 한편으로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some apostles, with others of the apostolic age)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그 구원의 소식을 기록에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전통과 성서는 똑같은 신적 원천에서 흘러나와 ...... 전통은 주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겨 주신 그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의 후계자들에게 온전히 중계전달하게 하여 그 후계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진리의 성령의 비추심을 받아 그 자신들의 설교로써 충실히 보존하고 설명하여 전파하게 한다."

이렇게 말한 것을 볼 때, 계시헌장은 계시전달의 원천을 '주 그리스도와 성령'이라고 밝히고자 한다.

② 교회의 살아 있는 신앙으로서의 전통

계시헌장은 전통을 두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생활 속에서 기록되지 않은 구전(口傳)으로 전달되는 양상과, 둘째, 일단 기록에 남겨져 성서를 통하여 전달되는 양상이 설정되고 이 두 전달양상 안에서 가르치는 직무를 수행하는 주교들의 교도직(Magisterium)이 설정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자신한테서 직접 받은 것과 성령의 가르치심으로 배운 것을 "구두설교와 모범과 제도들로써 넘겨전달하였다." 이것이 바로 전통이다. 그런데, 이 전통은 이미 사도시대에 방금 말한 그러한 넘겨전달하는 양상뿐만 아니라 "동일한 성령의 영감을 받아 그 구원의 소식을 남겼"기 때문에 '성서'라는 특별한 전달양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계시헌장에 따르면 전통의 내용은 '사도들로 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생활을 거룩하게 인도하고 신앙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는 그 모든 것을 말한다."

③ 교회의 단일한 신앙유산으로서의 성서와 전통

1546년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와 전통'의 관계성을 논하는데 있어서 '오직 성서만으로(Sola Scriptura)'라는 주장을 펼치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전통과 성서'는 둘다 필요하다고 가르친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트렌트 공의회가 문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초안 단계를 거쳤다. 첫째 초안에는 "복음의 진리가 부분적으로는 성서 책들 안에 부분적으로는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계시의 두 원천설 쪽으로 분명히 표현되어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공의회 교부들이 반대하여 둘째 수정안이 준비되었고 다음과 같이 채택되었다. "본 교회회의는, 이 진리의 규범은 기록된 성서 책들과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서와 전통은 서로 밀접히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한 상통한다. 왜냐하면 이 둘은 똑같은 신적 원천에서 흘러나와 어떤 모양으로는 하나를 이루며 똑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통과 성서는 교회에 맡겨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단일한 거룩한 유산을 형성한다." 그렇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도 역시 트렌트공의회 교부들의 주요 관심사였던 '오직 성서만으로는 안된다'는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교회가 계시된 모든 것들에 대하여 확실성을 얻는 것은 오직 성서만으로는 아니게 된다."고 강조하고 나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둘은 똑같은 신심의 열정과 존경으로 받아들여 공경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④ 전통안에서 이루어진 교도권의 성서해석

계시헌장은 교회의 교도직이 전통과 성서에 대하여 어떠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교도직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개신교의 교파분열은 성서해석의 차이에 있음을 지적하고 나서 가톨릭은 전통안에서 교도직을 모두가 인정함으로 성서의 바른 해석을 한다고 주장한다. ㉠ "기록되었거나 넘겨전달된 하나님의 말씀을 권위있게 해석하는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권위를 행사하는 교회의 살아있는 교도직에만 맡겨져 있다." ㉡교도직의 권위있는 성서해석은 신적 계시의 중계전달의 원천이신 '주 그리스도와 성령'의 뜻을 따라 각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옳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통안에서' 그것을 현실화시켜 줌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에 봉사한다. ③"성서 저자들이 참으로 의미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며 하나님께서 그들의 말씀들을 통하여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가 문제로 등장하였을 때 '전통'이 없는 신자대중의 해석과 교도직의 성서해석중 어느것이 옳겠는가? 이러한 주장으로 가톨릭의 교도권을 신앙과 성서해석에 있어서 무류성을 주장한다.

3. 불연속성:'성서와 전통' 또는 '오직 성경만'으로?

1) 가톨릭이 주장하는 계시의 근거로서의 성서와 전통

(1) 성서와 전통의 관계성 문제는 1546에 트렌트공의회가 성서와 그리스도의 복음(the orignal Biblical Gospel)을 동일시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해야할 긴박한 상황에 처하여 성서와 전통은 둘다 필요하다고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트렌트공의회는 이에 초안을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 "복음의 진리가 부분적으로는 성서 책들 안에 부분적으로는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계시의 두 원천설을 나타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많은 교부들의 반대로 수정안이 작성되었는데 "본 교회회의는, 이 진리의 규범은 기록된 성서 책들과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로 수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전통의 무게는 성서와 동일선상에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성서와 전통의 권위를 강조하여 트렌트회의는 '성서와 전통'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성서와 전통'에서 '와'가 중요하다.

신.구약의 책들은 모두 같은 한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이 전통들은 그리스도한테서 구전(口傳)으로 받았거나 혹은 성령께서 불러 주시는 대로 기록하여(dictatas) 끊임없는 계승으로 교회 안에 보존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의 해석방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본 교회회의는) 그뿐만 아니라 경솔한 총명을 제어하고자, 아무도 감히 자신의 지혜에 의지한 나머지 신앙과 윤리의 문제에 있어 그리스도교 교리의 건설에 관련하여 어머니인 교회가 주장하였고 또 주장하는 그 뜻을 거슬러 거룩한 성서의 본 뜻을 왜곡하거나 혹은 교부들의 이구동성의 의견일치를 거슬러 성서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결의하는 바이다."

이렇게 트렌트 공의회는 계시 그 자체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만 그 시대에 문제화되었던 계시의 중계전달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였다.

(2) 제2바티칸공의회에서는 성서와 전통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 전통으로 말미암아 성서의 온전한 목록이 알려졌다. ② 전통 안에서 성서는 한층더 깊이 이해된다. ③전통 안에서 성서는 끊임없이 현실적인 것으로 된다.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는 전통과 성서의관계

계시헌장은 전통을 두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생활 속에서 기록되지 않은 구전(口傳)으로 전달되는 양상과 둘째, 일단 기록에 남겨져 성서를 통하여 전달되는 양상이 설정되고 이 두 전달양상안에서 가르치는 직무를 수행하는 주교들의 교도직이 설정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자신한테서 직접 받은 것과 성령의 가르치심으로 배운 것을 "구두설교와 모범과 제도들로써 넘겨전달하였다."이것이 바로 전통이다. 그런데 이 전통은 이미 사도시대에 방금 말한 그러한 넘겨전달 양상뿐만 아니라 "동일한 성령의 영감을 받아 그 구원의 소식을 남겼"기 때문에 '성서'라는 특별한 전달양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계시헌장에 따르면 전통의 내용은 '사도들로 부터 이어져 오는 것으로'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생활을 거룩하게 인도하고 신앙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는 그 모든 것을 말한다."

(4) 성서와 전통의 상호관계

①복음의 전달자인 사도들과 교도직(계시헌장 II장 7조)

예수는 대부분의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현대인인 우리에게 장기간에 걸쳐 보존하는 데에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수단, 즉 문자를 이용하지 않았다. 예수는 죽은 문자보다도, 살아있는 제자들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교도권자가 없으면 율법의죽은 문자는 남용을 초래하고, 분열을 예방할 수가 없음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대리인은 파견하는 사람의 권위를 가지고, 그 명령을 수행하고, 그 이름으로 행하는 자이다."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며"(눅10:16). 가톨릭 신학은 여기서 정당하게 교도직의 제정을 인정한다.

계시헌장 7조는 계시의 도정을 그리스도에 의한 복음선포 때로부터 사도들 이후 교도직이 성립될 때 까지 더듬어 보고 있다. 그러므로 계시 일반이 아니라 '복음'이라고 불리는 주된 계시를 말하고 있는데, 그리스도 이전의 모든 계시도 포함하고 있다. 트렌트 공의회 표현으로서 그리스도의 복음은 "구원의 모든 진리와 규범의 원천"(fons)이라고 밝히고 있다.

계시의 방법을 고찰해보면, 사도시대 로부터 계시를 지키고 선교하기 위해 사도들이 '사도단'을 구성하고, 그들에게 사목과 제사의 권한과 함께 교도직(권리와의무)를 넘겨 주었다. 공의회는 제7조 말미에서 전통과 성서는 동일한 그리스도의 계시를 드러내는 단 하나의 거울이라고 종합하여 말하고 있다.

②전통에 대해(계시헌장,II,8조)

여기에 나오는 전통의 개념은 매우 함축적인 것으로 성서에 대비하는 전통만이 아니라, 사도들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훗날의 교회생활 전체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전통'이 교회역사의 경과와 더불어 발전한다. 성서와 전통은 평행하고 있으면서도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성서의 정경즉, 어떤 책이 영감에 의해 씌어져 성서에 속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성서 자체에서가 아니고, 전통만으로 알수 있다고 주장한다.

③전통과 성서의 상호관계(계시헌장,II.9조)

양자의 기원은 하나님의 계시이고, '하나님의 똑같은 샘'(신적기원)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성서는 성령(영감)에, 성전은 그리스도와 성령(예언)에서 유래한다. 그러한 신적 기원은 성서와 사도들이 선포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한정된다. 그러나 성서와전통을 조화시키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데 즉, 계시된 신앙 내용이 양적으로도 동일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가톨릭의 가르침의 모든 것이 성서만에 의해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하나의 근원, 동일한 원천으로서 전통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전통을 성서와 대등관계에서 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전통을 교부시대에 대를 이어 로마 가톨릭이 인정하는 전통성의 맥락을 구축하였다.

사도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이 전통은 성령의 임재하에 교회 안에서 진보발전한다. 왜냐하면 넘겨전달된 말씀들과 또한 그 일들에 대한 賁달음은,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눅2,19. 51참조) 신자들의 관상과 연구에 의하여, 또 한편으로는 신자들이 영적인 일들에 대한 체험에서 나온 깊은 깨달음에 의하여,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교직의 계승으로 진리에 대한 확실한 은사를 받은 이들의 설교에 의하여 성장 발전하기 때문이다.(중략)

그리하여 로마 가톨릭에서는 고대 교부들의 신학, 중세 스콜라주의 신학, 바티칸이 인정하는 모든 종교회의들의 결의들, 교황의 각종 교리서한과 칙령들, 교회법 등의 전통이 '성경'과 '전통'에서 나온 전통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가톨릭은 연옥, 사제, 미사, 화체설, 죽은자들을 위한 기도, 면죄부, 고해성사, 성모마리아(중보역할, 무흠잉태, 승천), 성상의 사용, 거룩한 물, 사제들과 수녀들의 독신주의, 교황 등에 관한 교리를 "오직성경"에서만 그 근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전통들'에서 찾는다.

4. 개신교의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

루터의 종교개혁이래 개신교에서는 제롬(Jerom)의 예를 따라 구약에서는 히브리 성경(39권)과 신약에서는 27권을 정경화하였다. 그러나 각 개신교파들은 나름대로의 신학전통을 형성하였다. 예컨데 루터교는 루터교의 신학전통, 감리교는 웨슬레의 신학전통, 개혁교회는 개혁교회의 신학전통을 형성하였다. 그래서 개신교 역시 '성경과 전통'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가 주장하는 신학전통이나 신앙고백의 역사는 어디까지나 '오직성경으로만'을 표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신교는 '오직 성경만으로'원리이전에 '오직복음만으로'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 루터는 종교개혁전에 먼저 복음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복음과 구원을 성경의 핵심으로 보고 '오직 성경만으로'의 원리를 부르짖었다. 루터는 교황이 성서 밑에 있다고 주장했던 엑크와의 논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로마교회가 다른 교회들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것은 지난 4세기 동안 로마의 교황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교황칙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11세기의 역사적 증거는 이를 반대하며, 성서본문과 가장 권위있는 니케아 회의(The Council of Nicea, 325 A.D)도 이를 반대한다.'(루터의 13명제)

한편, 성서해석에 있어서도 루터는 '성령은 우리 인격안에서 이것이 복음말씀이라고 증거한다.'(WA 30/2,687)라 고 했고, 칼빈은 "성령이 우리 마음속에 역사하셔야 성서의 말씀이 우리 마음속에 와닿는다'(Inst.I.7.5)고 했다. 이처럼 종교개혁자들이 성령의 내적 증거(testimonium internum spiritus sancti)를 강조한 것은 가톨릭 교회가 외적인 권위에 의하여 성령의 신빙성을 확신시키려 했고, 교황의 가르치는 권한과 교리확정의 권한에 의하여 성서의 진리성을 증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루터나 칼빈은 '성서는 그 자신이 해석자 이다'(Scriptura est sui ipsius interpres)는 해석학적 원리를 내세우게 되었다.

루터는 중세기의 전통과 더불어 기록된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같이 가톨릭의 전승(traditio)을 성서와 동등한 위치에 놓는 중세기 교회의 입장에 반대하여 '오직 성경만으로'의 입장을 주장하였다.

4. 연속성: 예수 그리스도, 복음, 계시 그 자체(revelation itself), 전승(Tradition)

개혁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최상의 권위로 인정하면서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강조하며,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성경은 성경은 성경 자신이 성서들 속에서, 그리고 성서들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해석자라는 것이다.

이 성서와 전통은 양 교파간의 성서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짐과 동시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차 신앙과직제 대회(1963)라는 두 사건으로 인해 문제해결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개신교측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계시헌장의 6개장중 4개장이 성서를 위해 할애되어 있으며, 전통이라는 용어는 어느 장의 제목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교회의 교도직에 관하여는 전승된 하나님의 말씀을 설명하는 직무이며 거기에 봉사하는 직분이지 하나님의 말씀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승(Tradition)이나 성서(Scripture) 모두 계시된 동일한 복음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며,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한편 몬트리올 신앙과 직제 세계대회(1963) 제2분과 에서는 성경, 전승, 전통들(Scripture, Tradition, and tradition)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서는 전승(Tradition)에서 성서(Scripture)가 역사적 다양성으로 표현되어 나타난 것이 전통들(traditions)이라는 것이다. 즉, 성령의 결과인 전승(Tradition)은 전통들(traditions-표현양식의 다양성과 여러 교파의 전통)에 의해 구체화된다. 기독교 역사를 통하여 주어진 전통들(traditions)은 이처럼 전승(Tradition)과 다르면서도 연관된다. 이 전통들(traditions)이란 다시 말하여 그리스도라고 하나는 하나의 진리와 실재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표현이다.

이처럼 성서는 복음 그 자체인 전승(Tradition)으로 부터 나왔고, 또 성서는 전통들(traditions)에 에 대해 규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5. 나오는글

성경과 전통에서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원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이듯이 우리의 모습도 하나여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약함은 분리와 대립을 가져왔다. 성경과 전통은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경(66권)을 공통 분모로 가지고 있으며, 고대의 신학적 유산 가운데에 사도신경과 니케아신조를 공유함으로써 삼위일체 하나님을 함께 예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고대교회의 신학적 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각자의 전통보다는 '복음과 성경'에 표준하여 불연속성 속에서 연속성을 추구하여야 할것이다.

III. 구원론

1. 들어가는글

오늘날 개신교와 가톨릭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일치점과 차이점을 논할수 있는 근거는 서로가복음에 대해 동일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복음은 오늘날 우리의 신앙고백인 동시에 고대 사도들의 신앙고백으로서, 칼세돈의 정통기독론을 따라 나사렛 예수가 "참 하나님이며 참 인간(vere Deus, vere Homo)"으로서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하신 중보자이며 우리의 죄와 죽음을 위해 성육신 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 승천하셔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음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복음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모체인 것이다. 다만 양진영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 복음 역사가 인간에게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원에 관하여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음에 대한 공통분모를 근거로 하여, 이 복음이 우리 인간에게 역사하는 방법으로서의 방식을 서로 검토하면서 비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리라 본다.

적어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가 일치에로의 분위기 속에 있는 상황이기에 오늘 우리의 연구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먼저는 글을 전개하는 원칙으로서, WCC '신앙과직제(Fait and Order)'에서 나온 보고서로부터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히 고백하는 복음에 대한 정의를 인용함으로써 양 진영간의 일치점과 차이점을 논하고자 한다.

WCC의 '신앙과직제'에서 표명한 신앙고백은 1927년 로잔에서 열린 제 1차 신앙과직제세계대회의 제 4분과에서 '세상을 위한 교회의 메시지'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이 명시화되었다.

"세상을 위한 교회의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요, 항상 복음이어야 한다. 복음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구속의 기쁜 메시지인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성령은 온 인류역사 속에서 활동하시사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셨고, 무엇보다 구약 안에 주어진 그의 계시를 통해서 그의 오심을 준비하셨는데, 때가 차서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 성육하사 인간이 되신 것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로서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분이시다.

이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삶과 가르침, 그의 회개에로의 부름, 그의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심판에 대한 선포, 그의 고난과 죽음, 그의 부활과 하나님 아버지 우편에로의 승귀, 및 그의 성령의 파송을 통하여 우리에게 죄의 용서를 베풀어 주셨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충만함과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을 계시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보이신 완전한 사랑에 호소하시사 우리들을 신앙에로 부르시고, 하나님과 인간을 섬기기 위한 자기 희생과 헌신에로 부르신다."

위에서 인용한 복음에 대한 정의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모두 고백하는 것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여 주시기 위해 친히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과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바로 구원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공히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복음내용이 인간에게 전해지는 과정에 대하여는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연속성이 있다. 하지만, 현대신학의 논의에 의하면 그 방법에 있어서도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우리는 복음이 인간에게 전해져서 죄인된 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만드시는 하나님의 구원섭리를 고찰하는 가운데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하여 보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사도적 신앙전통에 따른 '복음'에 입각하여 그 복음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은총, 칭의, 성화 문제를 통하여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론을 비교하려 한다.

글의 전개순서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모델을 검토하여 은총이 어떤 의미인지, 칭의와 성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고 거기에 따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원모델

1) 점진적변형모델과 순간적전가모델

개신교와 가톨릭이 복음에 대하여는 사도적 전통을 따라 내려오는 내용을 공히 고백하지만 거기에 따른 구원론의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가톨릭의 구원 모델은 아우구스티누스이래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거쳐 트렌트공의회로 이어지는 "점진적 변형(progressive Transformation)"인 반면에, 개신교는 루터, 깔뱅 이래로 이어지는 "순간적 전가(momentory Imputation)"를 유지하고 있는 바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Justification'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에 기인한다. 가톨릭은 이것을 '인의'(인간이 실제로 의롭게 되는 개념)로 보지만, 개신교는 '칭의'(의롭다고 칭함 받음)로 본다.

아우구스티누스전통 이래로 가톨릭은 'Justification'을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개념으로 보아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주입(infusion)되고, 이 주입된 의를 가지고 인간이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공덕을 쌓으면 종국에 가서는 영생이라는 구원을 이룬다고 본 반면에, 개신교는 'Justification'을 '법정적 선언(forensic verdict)'으로 보아 우리가 실제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의롭지 못하지만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 것이며, 이때 이루어지는 이신칭의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개신교에 있어서 칭의 교리는 단순히 여러 교리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루터가 밝혔듯이, 이것과 함께 교회가 서고 넘어지며 교회의 전 교리가 의존해 있는, 신앙의 기본적이고 주된 조항인 것이다.

이상의 칭의교리에 따른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교리는 은총의 개념, 칭의와 성화의 개념들과 그 관계, 이에 따른 인간의 자유의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다. 그러므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교리에 대한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함에 있어서는 칭의개념을 중심으로 은총과 자유의지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2) 논쟁적 대결로서의 두 구원론에 관한 역사적인 검토

(1) 점진적 변형의 구원모델

점진적 변형의 구원모델은 아우구스티누스전통 기점으로 토마스 아퀴나스, 트렌트 공의회로 이어지는 가톨릭의 구원모델이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단계와 트렌트 공의회의 구원과정을 살펴보아 그 속에서 은총이 어떤 의미이며, 칭의와 성화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더 나아가서는 구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찰해 보겠다.

벼 리

* 순 서 3

*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4

I. 신론 6

1. 들어가는글

2. 신론의 역사적 개관

1) 고대교회

2) 중세교회

3) 종교개혁기의 교회

4) 계몽주의의 도전과 근대 가톨릭, 개신교 교회

3. 연속성

1)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

4. 불연속성

1) 신인식의 문제

(1) 아퀴나스의 신관

(2) 종교 개혁자들의 신관

(3) 현대 가톨릭 신이해의 방향

5. 나오는글

II. 계시론 10

1. 들어가는글

2. 가톨릭의 계시론

1) 트렌트공의회

2) 제1차바티칸공의회

3) 제2차바티칸공의회

(1) 신적 계시에 관하여

(2) 전통에 관하여

3. 불연속성 : 성서와전통, 또는 오직 성서만으로?

1) 가톨릭이 주장하는 계시의 근거로서의 성서와 전통

2) 개신교의 오직 성경만으로

4. 연속성 : 예수 그리스도, 복음, 계시 그 자체

5. 나오는글

III 구원론 20

1. 들어가는글

2.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원모델

1) 점진적 변형모델과 순간적 전가모델

2) 논쟁적 대결로서의 두 구원론에 관한 역사적인 검토

(1) 점진적 변형의 구원모델

(2) 순간적 전가의 구원모델

3) 개방적 구도로서의 두 구원모델의 가능성

(1) 가톨릭

(2) 개신교

3. 연속성과 불연속성

1) 은총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A. 연속성

B. 불연속성

2)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관하여

A. 불연속성

B. 연속성

4. 나오는글

IV. 교회론 33

1. 들어가는글

2. 연속성

1) 교회의 근거 : 삼위일체 하나님

2) 교회의 성격 : 종말론적 공동체

3) 교회의 사명 :

(1) 선교하는 공동체

(2)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3. 불연속성

1) 성서와 전통

2) 제도 혹은 사건?

3) 직제

4) 마리아론과 교회

4. 나오는글

V. 성례론 46

1. 들어가는글

2. 불연속성

1) 개신교의 말씀중심의 성례전

2) 가톨릭에 있어서 구원의 수단으로서의 7성례

(1) 성세성사

(2) 성체성사

(3) 견진성사

(4) 고해성사

(5) 신품성사

(6) 혼인성사

(7) 종부성사

3)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1) 가톨릭의 화체설

(2) 루터의 공재설

(3) 쯔빙글리의 상징설

(4) 깔뱅의 영적임재설

4) 세례의 유효성 : 사효성? 또는 인효성?

3. 연속성

1)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미리맛봄으로서의 세례

2)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만찬

4. 나오는글

순서

* 1:45 - 2:00 찬양(인도:안광국서기)

* 2:00 - 2:30 예배(인도:김승곤기획부장)

묵도

찬송

기도(안광국서기)

말씀(롬1:17 -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강희창목사)

찬송

알림 김성은회장

축도

* 2:30-2:40 .휴식

* 2:40-3:55 발제 (진행:이승진회계)

2:40-2:55 1. 신론(조철한)

2:55-3:10 2. 계시론(김성은)

3:10-3:25 3. 구원론(이상조)

3:25-3:40 4. 교회론(소기범)

3:40-3:55 5. 성례론(박원빈)

* 3:55-4:10 휴식

* 4:10-5:10 논찬

4:10-4:25 논찬1 (김은정; 여성신학연구회)

4:25-4:40 논찬2 (조영민; 현대신학연구회)

4:40-4:55 논찬3 (손성수; 선교사파송연구회)

4:55-5:10 논찬4 (정병준; 에큐메니칼연구원)

* 5:10-5:20 휴식

* 5:20-5:50 질의 및 응답

* 5:50-6:10 정리(이형기교수-기독교사상연구회지도교수)

* 심포지움을 준비하면서 *

종교개혁 479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기독교사상연구회(아래부터는 '기상'이라고 줄임)에서는 '로마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주제로 심포지움을 계획하고 준비하여 왔다. 금번의 심포지움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즉 공통점과 차이점을 신학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태도로 정리하는 것에 그 일차적인 목적을 두었다. 더 나아가서는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상호이해를 도모하는 것에도 목적을 두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 가능하다면,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이루는 것과, 궁극적으로는 온세계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에도 지향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차적인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자신의 학문적 모자람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일차적인 작업이 좀더 궁극적인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출발의 지반이 되기에, 그래서 그 지반을 더욱 튼튼히 할 마음으로 일차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든지, 혹은 상호이해와 일치를 도모하는 것이든지, 또는 온세계의 하나됨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든지 어느 경우든 신학적인 정리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학적인 정리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큐메니칼적인 성과들을 많이 참고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현재의 세계교회협의회적인 에큐메니칼운동에 현재 바로 직접적으로 참여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신학적인 정리작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에게 남겨진 판단유보의 사항이다. 단지, 우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안에서 개신교와 가톨릭 진영이 상호간의 대화를 통하여 이루었던 성과물들을 우리의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이용할 뿐이다. 또한, 우리가 이후에 내릴 결론들이 현재의 현상적인 에큐메니칼의 흐름과 일치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그럴 것이지, 우리가 애초부터 목적을 가지고 나아려는 바는 아닌 것이다.

'로마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전체주제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소주제를 다섯 가지로, 즉 신론, 계시론, 구원론, 교회론, 성례론으로 나누어 조별로 작업을 하였다. 각 조별로 이루어진 성과들을 전체모임에서 발표て토론て비판함으로써 수정과 재검토의 작업을 병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하여서 오늘 이렇게 공적인 자리를 통하여 발표하게 되었다.

심포지움을 준비하면서, 양진영 사이에는 각 주제별로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공존하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서 연속성의 항목과 불연속성의 항목을 중심으로 논문의 틀거리를 잡았다.

신론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를 연속성의 항목에 넣었고, 신인식의 방법론 특히 이성과 계시의 관계에 대한 이해차이를 불연속성의 항목에 넣었다.

계시론에서는 성서와 전통을 계시의 근원으로서 얘기하는 가톨릭(비록 최근에 와서는 성서와 전통이 하나의 신적 원천에서 나왔다고 말하여 이전의 트렌트처럼 이 둘을 대비시키지는 않지만)과 오직 성서만을 얘기하는 개신교를 불연속성으로 대비시켰고, 개신교에서 말하는 복음, 또는 복음 그 자체와 가톨릭이 말하는 계시 그 자체, 또는 몬트리올에서 얘기하는 전승(대문자 Tradition)이 내용상에 있어서 연속성을 갖지 않을까 정리하였다.

구원론에서는 구원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은총의 우위성 또는 중요성과,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리성이 양 진영 사이에 연속적인 면을 드러내지만, 협력은총이냐 오직 은총이냐, 또는 의화(인의)인가 칭의인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불연속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정리하였다.

교회론에서는 교회의 근거로서의 삼위일체되신 하나님, 종말론적 교회의 성격, 선교하고 세상을 섬기는 것으로서의 교회의 사명에 있어서 양진영간에 연속성들이 많음을 확인하였으나, 반면에 제도적인 측면이 강한가 아니면 사건의 측면이 강한가에 관한 문제와, 직제의 문제, 그리고 마리아론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연속성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례론에서는, 세례와 성만찬의 의미면에서 연속성을 찾을 수 있었지만, 말씀과 성례의 관계에 있어서, 성례의 수에 있어서,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에 있어서, 그리고 사효성과 인효성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불연속성이 많음을 볼 수 있었다.

위에서 서술한 바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표로 작성될 수 있다.

	연속성	불연속성
신 론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	신인식론(이성과 계시 ⇔ 계시)
계시론	예수그리스도,복음,전승,계시그자체	성서와 전통 ⇔ 오직 성서만으로
구원론	구원에서의 하나님의 은총의 중요성	협력은총(창조된은총) ⇔ 오직 은총만으로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리성	인의(의화(義化)) ⇔ 칭의
교회론	교회의 근거 : 삼위일체 하나님	성서와 전통 ⇔ 성서와 전통
	교회의 성격 : 종말론적 공동체	제도 ⇔ 사건
교회의 사명 : 선교하는 공동체 .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직제
	마리론과 교회
성례론	하나님나라공동체의 미리맛봄으로서의 세례	개신교의 말씀중심의 성례전
		성례전의 수( 7성례 ⇔ 2성례 )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화체설, 공재설, 상질설, 영적임재설)
	세례의 유효성(사효성, 인효성)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공존, 또는 혼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가톨릭의 입장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아울러 우리의 정체성을 더 잘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불연속성을 강조하여 연속성을 무시한다든지, 연속성을 강조하여 불연속성을 간과한다든지하는 양극의 태도는 지양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업을 정리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본래 가져던 틀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틀보다는 '통일성(일치성)과 다양성'이 더 적절한 틀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연속적이냐 불연속적이냐라는 도식보다는, 일치성을 공통분모로 하되 상이한 부분은 다양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상호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여진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풍성한 영적인 유산들을 모두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미명하에 형식적인 다양성에 얽매어서 개신교의 중요한 영적인 통찰들의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 모든 결과물들을 읽어보시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여겨진다.

I.신론

1. 들어가는 글

유대인이 예배했던 하나님과 고대 그리스도인이 예배했던 하나님이 한 하나님이라 말 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이해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분명히 연속성이 존재하면서 불연속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연속성으로는 구약의 하나님, 창조의 하나님, 약속과 심판과 구원의 하나님이라 할 수 있으나 초기 기독교의 하나님의 이해는 창조의 하나님이시면서 친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하나님, 역사 속에서 체험되는 영으로의 하나님인 것이다. 이런 이해는 한 하나님을 예배한다고는 하지만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받아들여 질 수 없는 불연속적인 하나님 이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개혁 이후에 나누어진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통에 있어서 하나님에 관한 이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무엇인가? 연속성 측면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가 자신의 유산으로 여길 수 있는 고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회의를 통해 면모를 갖춘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에서 찾을 수 있겠다. 또 불연속성 측면으로는 중세교회의 개혁운동으로 두 교회간의 간극이 시작되던 때에 미묘하게 대립되었던 신인식 문제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하나님 이해가 고대와 중세를 거쳐 체계화된 과정을 간략하게 고찰한다. 중세신학과 종교 개혁신학 , 그 중에서도 아퀴나스의 신 이해와 종교개혁자들 사이의 신인식의 문제를 고찰함으로 두 교회간 신 이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단초를 살피고자 한다. 또 현대에 이르러 가톨릭의 제2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한 변화는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 신론의 역사적 개관

1) 고대 교회

교부시대전까지 기독교의 문제는 기독교 신앙의 변증이었다. 오랜 변증을 통해 하나님 이해에 관한 주제가 된 것은 그리스도론이였다. 니케아-콘스탄틴회의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육신으로 오신 아들로서의 하나님과 교회와 역사를 통해 일하시는 성령 하나님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체계화하는 데에서의 시초를 고대 신학자들이 놓았고 이를 우리시대까지 물려주게 된 것이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출생하지 않으시고,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영원하고 이해 불가능하며, 불변적인 존재로 언급했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스스로를 로고스 안에서 드러내시며, 따라서 구원을 위해서도 알려지실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였다. 하나님께서 이해될 수 없는 분이라는 사실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알려질 수 있으며, 그에 관한 지식이 구원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2) 중세 교회

고대가 희랍과 로마 등의 세계에 변증함으로 희랍철학의 개념과 사고로 하나님을 변증한 특징을 갖지만 중세에서는 서구세계가 기독교화되면서 신학의 주제는 신앙과 이성이라는 틀 안에서 발전한다. 그 방향이 신 인식에 관한 이해로 나아갔고 신 존재에 관한 관심으로 돌려졌다. 안셀름에서 아퀴나스를 이어 후기 유명론 논쟁으로 이어져갔다.

스콜라신학이 중세신학의 중심이었는데, 스콜라주의자들은 하나님의 본성과 속성을 구별하였고, 또한 본질적인 신적인 속성들 안에서 자신이 계시하실 때 그의 본성과 본질에 대하여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스콜라는 신앙적인 인간의 시대에 신과 인간의 관계를 철학적인 면에서 체계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3) 종교개혁기의 교회

'오직 성서로만'이라는 종교개혁의 특징은 신이해의 규준을 성서로 삼았다. 오직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 이해가 중심이었고, 삼위일체의 하나님도 성서의 계시된 말씀으로만 조명되어 이해하는 것이 강조됨으로써 가톨릭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자연계시로서의 하나님 인식은 거부되거나 극히 작은 자리를 차지한다.

4) 계몽주의의 도전과 근대 가톨릭, 개신교 교회

합리적 이성과 증명될 수 있는 객관적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계몽주의가 교회에 던진 도전은 교회와 세속의 간극을 분명한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개신교회에서는 이러한 도전에 자유주의적 입장의 흐름과 보수주의적 입장의 흐름으로 크게 나뉘어 반응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론은 보수주의 입장에서 더욱더 강력하게 교리에 근거한 신인식을 견지하는 경향이었고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동시대의 사람에게 변증하려는 경향성을 갖는다. 이러한 양극의 반응이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 신정통주의 신학진영이 출현하고 이들 신학자들에 의해서 신론이 다시 전개된다. 가톨릭교회는 제2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신론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향성을 갖는다.

3. 연속성

1)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

고대교회의 에큐메니칼회의에서 결정된 신조들을 통해 삼위일체론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고대교회는 여러 번의 에큐메니칼회의를 통해 여러 가지 대립되는 교리적 문제들을 해결해 왔는데, 특히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는 오늘날에도 타당성을 갖는 사도적 신앙내용을 대표한다.

삼위일체 교리의 형성은 역사적 과정을 갖고 있다. 아리우스의 기독론적 종속론에 반대하여 예수의 하나님의 아들 되심과 이 하나님의 아들과 아버지 하나님과의 동일본질을 정통 교리로 내세운 A. D. 325년의 니케아 신조가 출발이 되었다. 이 신조에서 성령론의 부분이 "그리고 성령을 믿사오며"로 끝나고, 성령의 신성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관계성을 논하지 않는다. 그래서 A. D. 381년 콘스탄티노플 신조(the Constantinopolitan Creed)는 성령의 신성을 거부하는 자들에 반대하여, 그리고 세 카파도기아 교부들(Basil the Great, Gregory of Nyssa, Gregory of Nazianzus)의 삼위에 대한 구별과 관계들에 대한 기여를 받아들려 "성령은 성부로부터 나왔고"(아들은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낳으셨으나=Begotten), "성령께서는 우리의 주님(the Lord)이시고, 생명의 시여자(the life-giver)시오, 성부와 성장 더불어 예배를 받으시며, 구약이 예언자들을 통해서 말씀하셨다."를 첨가하였다. 이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는 니케아 신조와 콘스탄티노플 신조를 합한 내용으로 통상 니케아 신조라고도 한다.

4. 불연속성

1) 신인식의 문제

(1) 아퀴나스의 신관

토마스에 의하면 인간은 이미 자연적 이성으로 말미암아 세계 현실의 원리가 되는 '하나님'이라는 주제에 관계하고 있으므로 피조물로부터 추론하거나 혹은 반대로 믿음의 조목(articuli fidei)로부터 추론하여 간접적으로만 하나님의 존재에 관하서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아퀴나스는 그의 신학대전에서 자연신학의 부분에서 신의 존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크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신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우주의 가득한 운동의 근원을 찾으면 결국 스스로는 부동적이면서 모든 사물에게 운동을 주는 부동적인 제일 운동의 근원이 존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신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계열 속에 존재하는 기성원인들은 그것이 무한히 제한원인이 연속될 수 없고 어떤 한계에 가서는 원인이 되지 않고 스스로 결과된 존재 즉 모든 기성원인들의 제일 원인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신이라고 한다. 모든 우연적인 존재의 바탕이요 근원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많은 우연유의 존재는 필연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 필연유가 바로 신이라고 한다. 신은 진, 선, 미의 절대 최고 원천이다. 신은 우주의 통치자이다.

토마스가 신의 존재를 규명하면서 결론적으로 신은 존재자체로 정의한다. 순수 현실적인 존재, 제일원인, 필연유, 진. 선. 미의 절대 최고 원천 , 우주의 통치자 등의 신의 개념은 한마디로 절대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절대로 완전한 존재의 모습을 설명한다. 그런데 형이상학적으로 적대적인 존재의 개념은 결국 '존재자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이다.

(2) 종교 개혁자들의 신관

종교개혁자들의 신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관을 이해하는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아우구스티누스 전통에서는 신인식이 다른 모든 인식에 앞선다. 곧 모든 것이 신인식에서 시작한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 자신 안에 진리의 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란 신에 관한 물음의 전제로서 현실적으로 혼 안에 현존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신인식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인식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우리 내부에 있는 신적인 , 또는 영원한 빛의 원리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혼 안에 있는 신적인 빛이다.

그러면 다음에서 이러한 아우구스티누스전통에 서 있는 깔뱅과 루터의 신인식에 관하여 알아보자.

깔뱅의 신관은 그의 기독교 강요 제 1권에서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1권 1장부터 2장까지 자연 속에서 나타난 신지식에 관련하여 말하고 있고 3장부터 4장까지에 서는 인간의 내면에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신지식에 대하여 언급한다. 그러나 5장 이후에 이르러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성서를 통하여 계시되는 하나님이심을 말하고 있다.

깔뱅은 인간의 정신 속에는 '하나님에 관한 직관'이 있는데 이것을 종교의 씨앗이라 부르고 이것이 인간이 지닌 종교적 심성으로 실천이성에 해당하나 이것은 구원의 신지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의 정신 속에는 진정한 경건이 없으므로 끊임없이 우상을 만들고 인간이 종교의 씨앗을 지녔지만 하나님에 대한 무지몽매로 교만과 고집, 악으로 이 지식은 소멸되었다고 깔뱅은 말한다.

그러나, 깔뱅은 인간과 우주 속에 계시된 하나님을 성서의 구절 속에서 인용하면서 자연계시로 파악할 수 있는 하나님에 관하여 말한다. 그는 이 자연계시에 주어진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통하여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깔뱅은 이러한 우주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는 인간의 무지 몽매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오직 성경을 통하여 계시된 하나님에 관하여 인식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인의 종교성과 윤리적 성취 가능성은 구원에 전혀 공헌 할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성서를 통한 하나님 인식만이 구원에 이를 수 있도록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루터는 인간이 하나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이성에 의한 일반계시로부터 참된 하나님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스콜라주의자들에게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일반적 관념들을 표현하였다.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에서 그의 본성에 관한 어떤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조명하시는 하나님의 영향하에서 오직 특별계시로부터만 하나님에 관한 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현대 가톨릭 신이해의 방향

바티칸 제1공의회가 밝힌 바에 의하면, 자연적 신 인식은 하나님의 진노에만 도달할 뿐 그 분의 은총과 본질에는 도달하지 못하며, 오직 하나님의 본질을 덥고 있는 가리개에만 도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연적 신 인식은 은폐된 하나님의 가리개에서 끝장나기 때문에, 그 속에 하나님은 - 바타칸 제1공의회가 밝힌 대로 -"정확히(certo)" 인식되지 못하고 부정확하게 예감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적 신 인식에 대한 신 증명에 관해서 말할 수는 없고 단지 신지식, 즉 신 예감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다. "만물의 시작과 끝인 하나님이 분명히 인간 이성의 자연의 빛에 의해서, 창조된 것들에 의해서 알려질 수 있다(바티칸 카논)"는 카톨릭 교회의 주장은 하나님의 인식 가능성이 "하나님의 계시 안에 근거된 것"과는 다르게 "인간 이성의 자연의 빛"에서 주장된다는 것이었다. 즉 "같은 거룩한 어머니 교회는 만물의 시작과 끝인 하나님이 분명히 인간 이성의 자연의 빛에 의해서, 창조된 것들에 의해서 알려질 수 있을 것"을 주장하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러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이성으로 아무런 오류 없이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변화되어 이것이 공식 입장이 되었다. 바티칸 II 문서에서 신적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Dei Verbum)의 제1장 6절에는 "하나님은 인간 지성의 이해를 온전히 초월하는 당신 부유하심에 인간을 참여하게 하셨다"에서 "거룩한 공의회는, 만물의 근원이시며 목적이신 하나님이 인간 이성의 자연적 빛에 의해서 창조물을 통하여 확실하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또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해서 인간 이성은, 종교적 진리를 그대로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현재의 인간 조건하에서도 모든 이가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아무런 오류 없이 인식할 수 있다"라고 한다.

5. 나오는 글

가톨릭과 개신교 두 교회는 모두 한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다. 한 하나님이면서 성부하나님, 성자하나님. 성령하나님을 고백하고 있다. 이 삼위일체의 하나님은 두 교회 모두의 하나님되심이 이 두 교회간의 신론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연속성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기 까지도 자연신학을 통한 하나님 인식을 얼마만큼 열어놓고 만날 것인가하는 문제는 두 교회의 차이며 불연속하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II. 계시론

1. 들어가는글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는 고대의 일곱 에큐메니칼공의회의 신조들 중에서 6개을 공유하고 있으며, 사도적 신앙과, 신앙의 표준(regula fidei)전통을 공통으로 소유해 오고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시대와 교파절대주의 시대였던 17세기, 그리고 영적 대각성운동이 일어났던 18세기에는 다소 소강상태에 있던 일치운동은 19세기에 이르러 선교의 확장을 통하여 일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노력들은 20세기에 이르러 초교파적 에큐메니칼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별히, 1958년 요한23세는 에큐메니즘 입장으로 전환하여 이미 교회일치운동을 전개해 오던 개신교측의 세계교회협의회(W.C.C)에 옵저버들을 참가시켰고 제2차바티칸공의회를 통하여 이를 구체화 시켰다.

성서와 전통은 모든 계시의 근거가 된다. 사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서와 전통에 대한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그들의 계시이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본 장에서는 계시의 연속성(신앙과직제 문서중)과 불연속성(가톨릭과 개신교)을 다루는데, 성서와 전통을 중심으로 국한하여 논하고자 한다.

2. 가톨릭의 계시론

1) 트렌트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 1545-1563)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동일시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계시문제를 취급하였다. 따라서, 모든 오류를 제거하여 그리스도교복음이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성서 뿐만 아니라,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과, 교도직의 역할이 필수적이다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복음의 순수성 그 자체가 교회 안에 오류없이 보존되도록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즉, 이 복음은 전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성서 안에 약속되었던 것인데, 이것을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의 입으로 먼저 선포하셨고, 그 다음에는 당신의 사도들을 통하여 모든 구원적 진리와 윤리적 규범의 원천으로서 '모든 피조물들에게 설교하라'(막16,15)고 명령하셨다. 따라서 본 교회회의는, 이 진리와 규범은 기록된 책들과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 안에(in libris scriptis et sine scriptio traditionibus)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전통들은 사도들이 그리스도 자신의 입에서 부터 받았거나 혹은 사도들 자신이 성령의 영감을 받아 마치 손에서 손으로 넘겨 주듯이(quasi per manus traditae) 우리들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회의는 전통 교부들의 모범을 따라 신.구약의 모든 책들과 그리고 신앙과 윤리에 관한 그 전통들을 똑같은 신심과 존경으로(pari pietate ac reverentia) 받아들이고 공경한다."

그리고, 트렌트공의회는 교회교도직의 공식적 문헌상 처음으로 신.구약성서의 정경목록(canon)을 확정지어 나열한 다음에, "만일 누가 가톨릭 교회 안에서 읽혀지던 관습대로 또 옛 불가타 라틴어 성서 안에(in vreteri vulgata latina editione) 나와 있는 대로 성서의 각 책들을 그 모든 부분들과 더불어 온전히 거룩한 정경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또한 앞서 말한 바 있던 전통들을 익히 잘 알면서도 멸시하는 자는 단죄 받아야 한다(anathema sit)"라고 그 반대자들을 단죄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의 해석방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본 교회회의는) 그 뿐만 아니라 경솔한 총명을 제어하고자, 아무도 감히 자신의 지혜를 의지한 나머지 신앙과 윤리의 문제에 있어 그리스도교 교리의 건설에 관련하여 어머니인 교회가 주장하였고 또 주장하는 그 뜻을 거슬러 거룩한 성서의 본 뜻을 왜곡하거나 혹은 교부들의 이구동성의 의견일치를 거슬러 성서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결의하는 바이다."

이렇게 트렌트 공의회는 계시 그 자체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만 그 시대에 문제화되었던 계시의 중계전달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였다.

2) 제1차바티칸공의회(Conclium Vaticanum I : 1869-1870)

제1차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 신앙에 관한 교의헌장(하나님의 아들(Dei Filius))'을 발표하였는데, 그 문헌의 제2장 '계시에 대하여: de revelatione'에서 계시의 인지가능성(recognoscibilitas), 계시의 사실, 계시의 필요성, 계시의 원천들(fontes)과 그것들의 정통한 해석에 관한 교회의 공식적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다.

"동일한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인간이 만물의 시작이며 목적이신 하나님을 인간 이성의 자연적 능력으로(naturali humanae rationis lumine) 창조물에서부터 확실히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가르친다. ......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지혜와 선하심으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또다른, 더구나 초자연적 방법으로써(alia eaque supernaturali via) 당신의지의 영원한 결정들을 계시해 주고자 하셨다."

"그러므로, 인간이성이 신적 사물들을 본래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의 현재상태 하에서도 모든 사람이 그 신적 사물들을 쉽게 또 확실히 그리고 오류없이 알 수 있게 된 것은 이 신적 계시(역주: 초자연적 방법에 의한 계시)의 덕분이라고 해야 한다."

이러한 진술들로써 제1차바티칸공의회는 신적 계시의 개념이나 정의를 밝혀 주고자 한 것은 아니다. 공의회는 '계시하다(revelare)'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아무런 세부적 의미한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 공의회의 주장을 세가지로 주장해 볼 수 있다. ①공의회는 "또다른, 더구나 초자연적 방법으로써" 이루어진 계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② 하나님께서 그의 선하심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본성을 전혀 초월하는 그러한 신적 풍요에 참여하도록 질서지어 놓으신 그 이유 때문에, 즉 인간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③ 초자연적 방법에 의한 신적 계시는 창조 때부터 인간에게 주어져 있던 자연적 차원의 일반적 계시와는 달리 인간 역사의 특정한 시간과 장소 안에서 일어났고, 아브라함에서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 절정에 도달한 하나의 특별한 계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으로 말미암아 이제 모든 인류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모든 인류는 마땅히 신적 계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렇게 제1차바티칸공의회는 그 시대의 지성적 특징이었던 근대적 사상(modernism)의 맥락 안에서 그것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하여 객관적 사변을 시도하면서 계시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공의회는 주로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 즉 교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자신을 변호하기 위하여 말했던 것이다. "누가 만일 인간은 하나님께로부터 자연적 차원을 초월하는 인식과 완성에로 들어올려질 수 없으며 오직 자기 스스로 모든 참된 것과 선한 것을 소유할 때까지 계속해서 진보해 나갈 수 있으며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단죄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절대적 합리주의(rationalismus absolutus)를 배격하는데 그 기본적 의도가 있다.

3) 제2차바티칸공의회(Concilium Vaticanum II : 1962-1965)

(1) 신적 계시에 관하여

신적 계시에 관한 교의헌장(Constitutio dogmatica de divina revelatione: 1965,11.18)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씀(Dei Verbum)"이란 표제어로 시작하여 총 6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계시헌장은 계시를 설명하는데 있어 성서적 사고방식을 따라(말씀의 유추)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신적 계시의 요체인(하나님의 말씀)을 대단히 강조한다. 그리고 그전 계시헌장과는 달리 주로 주관적 관점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태도로 자신의 계시이해를 전개하고 있다. 이 헌장의 주요내용으로는 신적 계시의 본질과 목표, 그리스도의 복음적 계시에 이르는 준비과정, 모든 신적 계시의 결정적 완성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계시를 신앙으로 받아들임, 인간의 자연적인 하나님 인식 능력과 계시된 진리들에 대하여 차례로 설명하고 있다.

(2) 전통(傳統)에 관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은 신적 계시 그 자체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또한 그것의 중계전달에 관한 교회의 공식적 가르침을 제시하는 데에 있어서도 진보를 보여준다. 특히, 트렌트공의회를 통해서 오해하고 있던 전통과 성서 사이의 관계성을 명확히 밝혀 줌으로써, 이른바 '계시의 두원천설'에 대한 표현을 하나의 원천에서 나온 두 양상으로 규정하여 주었다.

계시헌장이 말하는 계시의 중계전달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계시전달의 원천이신 주 그리스도와 성령

트렌트공의회에서 계시의 원천을 말하면 그것은 성서와 전통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아듣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계시헌장은 이러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표제를 붙일 때 여러차례 수정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많은 교부들이 이것을 반대하였으므로 개정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표제를 붙이게 되었다. 머리말, 제1장 계시 그 자체, 제2장 신적 계시의 중계전달, 제3장 성서의 신적 영감과 해석 등의 순으로 하게 되었다.

계시헌장은 제2장에서 계시의 전달은 그리스도의 명령과 성령의 가르치심에 의한 것이며 여기서 사도들의 역할과 사도적 전통이 결정적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모든 계시의 완성자이신 주 그리스도께서는 그전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된 대로 당신 친히 채우시고 또한 당신 자신의 입으로 선포하신 그 복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신적 은혜를 통교전달하면서 온갖 구원적 진리와 윤리적 규범의 원천이 되도록 모든 사람들에게 설교하라고 사도들에게 명령하셨다. 이것은 충실히 이행되었다. 즉, 한편으로 사도들은 자기들이 그리스도의 입술과 생활과 업적에서 받았던 그것들과 성령의 일賁워 주심으로 배웠던 그것들을 구두 설교와 모범과 제도들로써 넘겨전달하였고, 다른 한편으로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some apostles, with others of the apostolic age)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그 구원의 소식을 기록에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전통과 성서는 똑같은 신적 원천에서 흘러나와 ...... 전통은 주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겨 주신 그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의 후계자들에게 온전히 중계전달하게 하여 그 후계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진리의 성령의 비추심을 받아 그 자신들의 설교로써 충실히 보존하고 설명하여 전파하게 한다."

이렇게 말한 것을 볼 때, 계시헌장은 계시전달의 원천을 '주 그리스도와 성령'이라고 밝히고자 한다.

② 교회의 살아 있는 신앙으로서의 전통

계시헌장은 전통을 두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생활 속에서 기록되지 않은 구전(口傳)으로 전달되는 양상과, 둘째, 일단 기록에 남겨져 성서를 통하여 전달되는 양상이 설정되고 이 두 전달양상 안에서 가르치는 직무를 수행하는 주교들의 교도직(Magisterium)이 설정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자신한테서 직접 받은 것과 성령의 가르치심으로 배운 것을 "구두설교와 모범과 제도들로써 넘겨전달하였다." 이것이 바로 전통이다. 그런데, 이 전통은 이미 사도시대에 방금 말한 그러한 넘겨전달하는 양상뿐만 아니라 "동일한 성령의 영감을 받아 그 구원의 소식을 남겼"기 때문에 '성서'라는 특별한 전달양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계시헌장에 따르면 전통의 내용은 '사도들로 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생활을 거룩하게 인도하고 신앙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는 그 모든 것을 말한다."

③ 교회의 단일한 신앙유산으로서의 성서와 전통

1546년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와 전통'의 관계성을 논하는데 있어서 '오직 성서만으로(Sola Scriptura)'라는 주장을 펼치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전통과 성서'는 둘다 필요하다고 가르친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트렌트 공의회가 문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초안 단계를 거쳤다. 첫째 초안에는 "복음의 진리가 부분적으로는 성서 책들 안에 부분적으로는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계시의 두 원천설 쪽으로 분명히 표현되어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공의회 교부들이 반대하여 둘째 수정안이 준비되었고 다음과 같이 채택되었다. "본 교회회의는, 이 진리의 규범은 기록된 성서 책들과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서와 전통은 서로 밀접히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한 상통한다. 왜냐하면 이 둘은 똑같은 신적 원천에서 흘러나와 어떤 모양으로는 하나를 이루며 똑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통과 성서는 교회에 맡겨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단일한 거룩한 유산을 형성한다." 그렇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도 역시 트렌트공의회 교부들의 주요 관심사였던 '오직 성서만으로는 안된다'는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교회가 계시된 모든 것들에 대하여 확실성을 얻는 것은 오직 성서만으로는 아니게 된다."고 강조하고 나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둘은 똑같은 신심의 열정과 존경으로 받아들여 공경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④ 전통안에서 이루어진 교도권의 성서해석

계시헌장은 교회의 교도직이 전통과 성서에 대하여 어떠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교도직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개신교의 교파분열은 성서해석의 차이에 있음을 지적하고 나서 가톨릭은 전통안에서 교도직을 모두가 인정함으로 성서의 바른 해석을 한다고 주장한다. ㉠ "기록되었거나 넘겨전달된 하나님의 말씀을 권위있게 해석하는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권위를 행사하는 교회의 살아있는 교도직에만 맡겨져 있다." ㉡교도직의 권위있는 성서해석은 신적 계시의 중계전달의 원천이신 '주 그리스도와 성령'의 뜻을 따라 각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옳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통안에서' 그것을 현실화시켜 줌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에 봉사한다. ③"성서 저자들이 참으로 의미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며 하나님께서 그들의 말씀들을 통하여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가 문제로 등장하였을 때 '전통'이 없는 신자대중의 해석과 교도직의 성서해석중 어느것이 옳겠는가? 이러한 주장으로 가톨릭의 교도권을 신앙과 성서해석에 있어서 무류성을 주장한다.

3. 불연속성:'성서와 전통' 또는 '오직 성경만'으로?

1) 가톨릭이 주장하는 계시의 근거로서의 성서와 전통

(1) 성서와 전통의 관계성 문제는 1546에 트렌트공의회가 성서와 그리스도의 복음(the orignal Biblical Gospel)을 동일시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해야할 긴박한 상황에 처하여 성서와 전통은 둘다 필요하다고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트렌트공의회는 이에 초안을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 "복음의 진리가 부분적으로는 성서 책들 안에 부분적으로는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계시의 두 원천설을 나타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많은 교부들의 반대로 수정안이 작성되었는데 "본 교회회의는, 이 진리의 규범은 기록된 성서 책들과 기록되지 않고 전통들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로 수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전통의 무게는 성서와 동일선상에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성서와 전통의 권위를 강조하여 트렌트회의는 '성서와 전통'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성서와 전통'에서 '와'가 중요하다.

신.구약의 책들은 모두 같은 한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이 전통들은 그리스도한테서 구전(口傳)으로 받았거나 혹은 성령께서 불러 주시는 대로 기록하여(dictatas) 끊임없는 계승으로 교회 안에 보존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렌트공의회는 성서의 해석방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본 교회회의는) 그뿐만 아니라 경솔한 총명을 제어하고자, 아무도 감히 자신의 지혜에 의지한 나머지 신앙과 윤리의 문제에 있어 그리스도교 교리의 건설에 관련하여 어머니인 교회가 주장하였고 또 주장하는 그 뜻을 거슬러 거룩한 성서의 본 뜻을 왜곡하거나 혹은 교부들의 이구동성의 의견일치를 거슬러 성서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결의하는 바이다."

이렇게 트렌트 공의회는 계시 그 자체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만 그 시대에 문제화되었던 계시의 중계전달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였다.

(2) 제2바티칸공의회에서는 성서와 전통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 전통으로 말미암아 성서의 온전한 목록이 알려졌다. ② 전통 안에서 성서는 한층더 깊이 이해된다. ③전통 안에서 성서는 끊임없이 현실적인 것으로 된다.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는 전통과 성서의관계

계시헌장은 전통을 두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생활 속에서 기록되지 않은 구전(口傳)으로 전달되는 양상과 둘째, 일단 기록에 남겨져 성서를 통하여 전달되는 양상이 설정되고 이 두 전달양상안에서 가르치는 직무를 수행하는 주교들의 교도직이 설정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자신한테서 직접 받은 것과 성령의 가르치심으로 배운 것을 "구두설교와 모범과 제도들로써 넘겨전달하였다."이것이 바로 전통이다. 그런데 이 전통은 이미 사도시대에 방금 말한 그러한 넘겨전달 양상뿐만 아니라 "동일한 성령의 영감을 받아 그 구원의 소식을 남겼"기 때문에 '성서'라는 특별한 전달양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계시헌장에 따르면 전통의 내용은 '사도들로 부터 이어져 오는 것으로'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생활을 거룩하게 인도하고 신앙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는 그 모든 것을 말한다."

(4) 성서와 전통의 상호관계

①복음의 전달자인 사도들과 교도직(계시헌장 II장 7조)

예수는 대부분의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현대인인 우리에게 장기간에 걸쳐 보존하는 데에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수단, 즉 문자를 이용하지 않았다. 예수는 죽은 문자보다도, 살아있는 제자들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교도권자가 없으면 율법의죽은 문자는 남용을 초래하고, 분열을 예방할 수가 없음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대리인은 파견하는 사람의 권위를 가지고, 그 명령을 수행하고, 그 이름으로 행하는 자이다."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며"(눅10:16). 가톨릭 신학은 여기서 정당하게 교도직의 제정을 인정한다.

계시헌장 7조는 계시의 도정을 그리스도에 의한 복음선포 때로부터 사도들 이후 교도직이 성립될 때 까지 더듬어 보고 있다. 그러므로 계시 일반이 아니라 '복음'이라고 불리는 주된 계시를 말하고 있는데, 그리스도 이전의 모든 계시도 포함하고 있다. 트렌트 공의회 표현으로서 그리스도의 복음은 "구원의 모든 진리와 규범의 원천"(fons)이라고 밝히고 있다.

계시의 방법을 고찰해보면, 사도시대 로부터 계시를 지키고 선교하기 위해 사도들이 '사도단'을 구성하고, 그들에게 사목과 제사의 권한과 함께 교도직(권리와의무)를 넘겨 주었다. 공의회는 제7조 말미에서 전통과 성서는 동일한 그리스도의 계시를 드러내는 단 하나의 거울이라고 종합하여 말하고 있다.

②전통에 대해(계시헌장,II,8조)

여기에 나오는 전통의 개념은 매우 함축적인 것으로 성서에 대비하는 전통만이 아니라, 사도들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훗날의 교회생활 전체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전통'이 교회역사의 경과와 더불어 발전한다. 성서와 전통은 평행하고 있으면서도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성서의 정경즉, 어떤 책이 영감에 의해 씌어져 성서에 속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성서 자체에서가 아니고, 전통만으로 알수 있다고 주장한다.

③전통과 성서의 상호관계(계시헌장,II.9조)

양자의 기원은 하나님의 계시이고, '하나님의 똑같은 샘'(신적기원)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성서는 성령(영감)에, 성전은 그리스도와 성령(예언)에서 유래한다. 그러한 신적 기원은 성서와 사도들이 선포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한정된다. 그러나 성서와전통을 조화시키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데 즉, 계시된 신앙 내용이 양적으로도 동일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가톨릭의 가르침의 모든 것이 성서만에 의해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하나의 근원, 동일한 원천으로서 전통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전통을 성서와 대등관계에서 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전통을 교부시대에 대를 이어 로마 가톨릭이 인정하는 전통성의 맥락을 구축하였다.

사도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이 전통은 성령의 임재하에 교회 안에서 진보발전한다. 왜냐하면 넘겨전달된 말씀들과 또한 그 일들에 대한 賁달음은,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눅2,19. 51참조) 신자들의 관상과 연구에 의하여, 또 한편으로는 신자들이 영적인 일들에 대한 체험에서 나온 깊은 깨달음에 의하여,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교직의 계승으로 진리에 대한 확실한 은사를 받은 이들의 설교에 의하여 성장 발전하기 때문이다.(중략)

그리하여 로마 가톨릭에서는 고대 교부들의 신학, 중세 스콜라주의 신학, 바티칸이 인정하는 모든 종교회의들의 결의들, 교황의 각종 교리서한과 칙령들, 교회법 등의 전통이 '성경'과 '전통'에서 나온 전통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가톨릭은 연옥, 사제, 미사, 화체설, 죽은자들을 위한 기도, 면죄부, 고해성사, 성모마리아(중보역할, 무흠잉태, 승천), 성상의 사용, 거룩한 물, 사제들과 수녀들의 독신주의, 교황 등에 관한 교리를 "오직성경"에서만 그 근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전통들'에서 찾는다.

4. 개신교의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

루터의 종교개혁이래 개신교에서는 제롬(Jerom)의 예를 따라 구약에서는 히브리 성경(39권)과 신약에서는 27권을 정경화하였다. 그러나 각 개신교파들은 나름대로의 신학전통을 형성하였다. 예컨데 루터교는 루터교의 신학전통, 감리교는 웨슬레의 신학전통, 개혁교회는 개혁교회의 신학전통을 형성하였다. 그래서 개신교 역시 '성경과 전통'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가 주장하는 신학전통이나 신앙고백의 역사는 어디까지나 '오직성경으로만'을 표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신교는 '오직 성경만으로'원리이전에 '오직복음만으로'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 루터는 종교개혁전에 먼저 복음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복음과 구원을 성경의 핵심으로 보고 '오직 성경만으로'의 원리를 부르짖었다. 루터는 교황이 성서 밑에 있다고 주장했던 엑크와의 논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로마교회가 다른 교회들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것은 지난 4세기 동안 로마의 교황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교황칙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11세기의 역사적 증거는 이를 반대하며, 성서본문과 가장 권위있는 니케아 회의(The Council of Nicea, 325 A.D)도 이를 반대한다.'(루터의 13명제)

한편, 성서해석에 있어서도 루터는 '성령은 우리 인격안에서 이것이 복음말씀이라고 증거한다.'(WA 30/2,687)라 고 했고, 칼빈은 "성령이 우리 마음속에 역사하셔야 성서의 말씀이 우리 마음속에 와닿는다'(Inst.I.7.5)고 했다. 이처럼 종교개혁자들이 성령의 내적 증거(testimonium internum spiritus sancti)를 강조한 것은 가톨릭 교회가 외적인 권위에 의하여 성령의 신빙성을 확신시키려 했고, 교황의 가르치는 권한과 교리확정의 권한에 의하여 성서의 진리성을 증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루터나 칼빈은 '성서는 그 자신이 해석자 이다'(Scriptura est sui ipsius interpres)는 해석학적 원리를 내세우게 되었다.

루터는 중세기의 전통과 더불어 기록된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같이 가톨릭의 전승(traditio)을 성서와 동등한 위치에 놓는 중세기 교회의 입장에 반대하여 '오직 성경만으로'의 입장을 주장하였다.

4. 연속성: 예수 그리스도, 복음, 계시 그 자체(revelation itself), 전승(Tradition)

개혁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최상의 권위로 인정하면서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강조하며,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성경은 성경은 성경 자신이 성서들 속에서, 그리고 성서들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해석자라는 것이다.

이 성서와 전통은 양 교파간의 성서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짐과 동시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차 신앙과직제 대회(1963)라는 두 사건으로 인해 문제해결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개신교측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계시헌장의 6개장중 4개장이 성서를 위해 할애되어 있으며, 전통이라는 용어는 어느 장의 제목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교회의 교도직에 관하여는 전승된 하나님의 말씀을 설명하는 직무이며 거기에 봉사하는 직분이지 하나님의 말씀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승(Tradition)이나 성서(Scripture) 모두 계시된 동일한 복음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며,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한편 몬트리올 신앙과 직제 세계대회(1963) 제2분과 에서는 성경, 전승, 전통들(Scripture, Tradition, and tradition)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서는 전승(Tradition)에서 성서(Scripture)가 역사적 다양성으로 표현되어 나타난 것이 전통들(traditions)이라는 것이다. 즉, 성령의 결과인 전승(Tradition)은 전통들(traditions-표현양식의 다양성과 여러 교파의 전통)에 의해 구체화된다. 기독교 역사를 통하여 주어진 전통들(traditions)은 이처럼 전승(Tradition)과 다르면서도 연관된다. 이 전통들(traditions)이란 다시 말하여 그리스도라고 하나는 하나의 진리와 실재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표현이다.

이처럼 성서는 복음 그 자체인 전승(Tradition)으로 부터 나왔고, 또 성서는 전통들(traditions)에 에 대해 규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5. 나오는글

성경과 전통에서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원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이듯이 우리의 모습도 하나여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약함은 분리와 대립을 가져왔다. 성경과 전통은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경(66권)을 공통 분모로 가지고 있으며, 고대의 신학적 유산 가운데에 사도신경과 니케아신조를 공유함으로써 삼위일체 하나님을 함께 예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고대교회의 신학적 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각자의 전통보다는 '복음과 성경'에 표준하여 불연속성 속에서 연속성을 추구하여야 할것이다.

III. 구원론

1. 들어가는글

오늘날 개신교와 가톨릭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일치점과 차이점을 논할수 있는 근거는 서로가복음에 대해 동일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복음은 오늘날 우리의 신앙고백인 동시에 고대 사도들의 신앙고백으로서, 칼세돈의 정통기독론을 따라 나사렛 예수가 "참 하나님이며 참 인간(vere Deus, vere Homo)"으로서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하신 중보자이며 우리의 죄와 죽음을 위해 성육신 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 승천하셔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음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복음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모체인 것이다. 다만 양진영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 복음 역사가 인간에게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원에 관하여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음에 대한 공통분모를 근거로 하여, 이 복음이 우리 인간에게 역사하는 방법으로서의 방식을 서로 검토하면서 비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리라 본다.

적어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가 일치에로의 분위기 속에 있는 상황이기에 오늘 우리의 연구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먼저는 글을 전개하는 원칙으로서, WCC '신앙과직제(Fait and Order)'에서 나온 보고서로부터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히 고백하는 복음에 대한 정의를 인용함으로써 양 진영간의 일치점과 차이점을 논하고자 한다.

WCC의 '신앙과직제'에서 표명한 신앙고백은 1927년 로잔에서 열린 제 1차 신앙과직제세계대회의 제 4분과에서 '세상을 위한 교회의 메시지'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이 명시화되었다.

"세상을 위한 교회의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요, 항상 복음이어야 한다. 복음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구속의 기쁜 메시지인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성령은 온 인류역사 속에서 활동하시사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셨고, 무엇보다 구약 안에 주어진 그의 계시를 통해서 그의 오심을 준비하셨는데, 때가 차서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 성육하사 인간이 되신 것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로서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분이시다.

이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삶과 가르침, 그의 회개에로의 부름, 그의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심판에 대한 선포, 그의 고난과 죽음, 그의 부활과 하나님 아버지 우편에로의 승귀, 및 그의 성령의 파송을 통하여 우리에게 죄의 용서를 베풀어 주셨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충만함과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을 계시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보이신 완전한 사랑에 호소하시사 우리들을 신앙에로 부르시고, 하나님과 인간을 섬기기 위한 자기 희생과 헌신에로 부르신다."

위에서 인용한 복음에 대한 정의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모두 고백하는 것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여 주시기 위해 친히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과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바로 구원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공히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복음내용이 인간에게 전해지는 과정에 대하여는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연속성이 있다. 하지만, 현대신학의 논의에 의하면 그 방법에 있어서도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우리는 복음이 인간에게 전해져서 죄인된 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만드시는 하나님의 구원섭리를 고찰하는 가운데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하여 보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사도적 신앙전통에 따른 '복음'에 입각하여 그 복음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은총, 칭의, 성화 문제를 통하여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론을 비교하려 한다.

글의 전개순서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모델을 검토하여 은총이 어떤 의미인지, 칭의와 성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고 거기에 따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원모델

1) 점진적변형모델과 순간적전가모델

개신교와 가톨릭이 복음에 대하여는 사도적 전통을 따라 내려오는 내용을 공히 고백하지만 거기에 따른 구원론의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가톨릭의 구원 모델은 아우구스티누스이래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거쳐 트렌트공의회로 이어지는 "점진적 변형(progressive Transformation)"인 반면에, 개신교는 루터, 깔뱅 이래로 이어지는 "순간적 전가(momentory Imputation)"를 유지하고 있는 바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Justification'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에 기인한다. 가톨릭은 이것을 '인의'(인간이 실제로 의롭게 되는 개념)로 보지만, 개신교는 '칭의'(의롭다고 칭함 받음)로 본다.

아우구스티누스전통 이래로 가톨릭은 'Justification'을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개념으로 보아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주입(infusion)되고, 이 주입된 의를 가지고 인간이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공덕을 쌓으면 종국에 가서는 영생이라는 구원을 이룬다고 본 반면에, 개신교는 'Justification'을 '법정적 선언(forensic verdict)'으로 보아 우리가 실제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의롭지 못하지만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 것이며, 이때 이루어지는 이신칭의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개신교에 있어서 칭의 교리는 단순히 여러 교리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루터가 밝혔듯이, 이것과 함께 교회가 서고 넘어지며 교회의 전 교리가 의존해 있는, 신앙의 기본적이고 주된 조항인 것이다.

이상의 칭의교리에 따른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교리는 은총의 개념, 칭의와 성화의 개념들과 그 관계, 이에 따른 인간의 자유의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다. 그러므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구원교리에 대한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함에 있어서는 칭의개념을 중심으로 은총과 자유의지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2) 논쟁적 대결로서의 두 구원론에 관한 역사적인 검토

(1) 점진적 변형의 구원모델

점진적 변형의 구원모델은 아우구스티누스전통 기점으로 토마스 아퀴나스, 트렌트 공의회로 이어지는 가톨릭의 구원모델이다. 여기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단계와 트렌트 공의회의 구원과정을 살펴보아 그 속에서 은총이 어떤 의미이며, 칭의와 성화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더 나아가서는 구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찰해 보겠다.

①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과정

Justification을 구원론의 핵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전통에 기인하며 그의 구원론을 살피기 위해서는 은총론을 얘기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의 은총의 3단계가 곧, 구원을 이루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은총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누어서 말한다.

첫째는 선행은총(Gratia praeveniens)이다. 이 은총은 무상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불가항력적 은총은 우리의 의지 안에서 활동하여서 의지가 선을 의지하도록 준비시킨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서 일으키는 어떤 창조적인 힘(creative power)라는 것이다.

둘째는 협력은총(cooperative Grace)으로, 이것은 선행은총에 의해 준비된 인간의 의지가 은총과 협력하여 선한 행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은총이 협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분(하나님)은 우리들이 밖에서 활동하셔서 우리의 의지가 움직이게 하신다. 그러나 우리가 의지하게 되고 의지대로 움직이게 되면 하나님은 우리와 협력하신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경건한 선행도 할 수 없으며, 우리의 의지가 움직인다거나 아니면 우리의 의지가 움직일때 하나님이 협력하게 하실 수도 없게 된다."

셋째는 견인의 은총(persevering Grace)으로서, 이것은 선행은총과 협력은총 이후에 주어지는 것이며 그리스도안에서 나중까지 참고 견디는 선물이다. 이 견인의 은총이 있어야만 죽는 날까지 신앙을 신실하게 지켜 나갈 것이고 결국에는 최후의 면류관 즉, 구원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상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은총의 3단계를 살펴보았는데, 그에게 있어서 구원은 견인의 은총까지 선물로 받아 선을 행하며 끝까지 인내하는 자만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그에게 있어서 은총이란 하나님의 능력 혹은 유동적 흐름으로 인간 안에 주입되는 어떤 것(gratia infusa)이며, 하나님 쪽에서 취하시는 태도(actitade)가 아니고 하나님이 인간안에서 활동하시는 양식(manner)으로 이해하였다고 정리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은총을 '주입', '활동 양식'으로 이해한 것은 '칭의' 개념과도 직결된다. 그의 칭의 개념은 종교개혁기의 칭의 개념인 '법정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의롭게 되는 '인의'개념이었다. 또한 하나님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서 일으키는 어떤 창조적인 힘이 은총이라면 은총 작용의 결과인 구원은 악한 인간 본성의 회복을 의미하며, 이 악한 본성의 변화를 위해서는 칭의를 과정(progress)의 산물로 이해하여 인간은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계속 의롭게 되어가고, 이 과정의 종국에 가서야 실제로 의롭게 되는 것이 곧 구원인 것이다. 그러므로, 칭의를 과정의 산물로 이해하여 그 결과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파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론을 점진적인 변형 모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② 트렌트공의회(Concilium Tridentium : 1545-1563)

아우구스티누스가 은총을 '창조적 은총'이라는 주입(infusio)개념으로 파악한 전통을 따라서, 가톨릭은 이 은총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러서는 은총을 'habitus', 즉 '하나님에게서 생겨서 인간에게 내재하는, 어떤 확실한 초자연적인 것' 즉, '영혼의 본질에' 거하는 주입된 상태(habitus infusus)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이 은총은 창조된 은총(created grace)이면서 동시에 영혼의 자질(quality)을 의미하는 품성적 은총(habitual grace)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은총 개념은 종교개혁의 거센 도전에 반대하여 칭의를 둘러싼 트렌트공의회의 구원론 부분에서 더욱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총25차 회기를 이루고 있는 트렌트공의회 내용중 제6차 회기가 바로 '칭의교령(Decretum de iustificatione)'이며, 이 교령은 '칭의'에 관해 현재까지 유효한 가톨릭의 공식적인 입장이 된다. 칭의 교령은 모두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칭의의 잠정적인 첫번 논술(제3-4장),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을 인도해 가는 칭의에 이르는 길로서의 '준비'라는 옛 주제(제5-6장), 그 다음에는 더 상세한 칭의의 본질 규정(제7장), 이신칭의에 대한 바울의 명제를 이해하는 교회의 가르침의 입장(제8장), 구원의 확실성(제9장), 칭의 은사에 있어서의 성장(제10장), 하나님의 계명에 따른 삶(제11장), 예정의 문제와 그것이 기독교적 생활에 끼치는 영향(제12장), 견인의 은사와 과제(제13장), 새로 짓는 중죄의 가능성과 제거(제14-15장), 그리고 선행으로 나타나는 칭의의 열매(제16장)에 대하여 가르친다.

트렌트공의회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은총이해를 따라 은총을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힘으로 이해하였으며, 하나님의 인간을 향해 품은 호의(favor)가 아니라 인간에게 객관적으로 제공되어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효력적인(effective)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은총 개념에 근거하여 트렌트 공의회는 칭의론(구원론)을 다섯 단계, 즉 ①선행적 은총(gratia praeveniens) → ②준비(praeparatio) → ③칭의(인의, iustificatio) → ④선한업적들의 공로(meritum bonorum operum) → ⑤영생(vita aeterna). 이 다섯단계에서 ①,③,⑤는 하나님의 작용에 속하고 ②,④는 인간의 반응으로 이 둘이 서로 맞물려 함께 구원을 이루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인 것이지, 시간적인 순서가 아니다. 따라서 이 다섯 단계는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아야 타당하다.

그러면 이 다섯 단계에 맞추어 트렌트공의회의 칭의론(구원론)을 살펴보자. 첫번째, 선행적 은총은 인간에게 칭의를 위한 준비를 마련케 하는 것으로 이 은총에 의해 칭의는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인간의 협력과 동의가 또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공의회는 다음의 사실을 선언한다. 성인(adultis)에게 있어서 실제적인 칭의의 시작은(ipsiui iustificationis exordium) 예수 그리스도 즉, 인간들편의 어떠한 공로도 없는 자들을 부르시는 그분의 초대를 통한 하나님의 선행은총(praeveniente gratia)으로부터 온다. 따라서 죄로 인해 하나님으로부터 외면 당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격려와 도움을 통하여 자유롭게 동의하고 협력함으로(libere assentiendo et cooperando) 자신들의 칭의를 향해 돌이키도록 성향이 조정된다."

여기에서 '자신들의 칭의를 향해 돌이키도록 성향이 조정된다'는 말은 인간이 칭의를 받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 의지가 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여기에는 신인협동론이 내포되어 있다. 둘째, 칭의에 이르는 준비과정을 언급함에 있어서 그 과정을 세분하여 보면, 하나님의 계시와 약속을 믿음 → 하나님의 형벌을 두려워함 →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생각て소망함 → 하나님의 은혜로우심을 신뢰함 → 의의 근원으로서의 하나님을 사랑함 → 죄를 증오함＝세례이전의 회개 → 세례받을 의향 → 새로운 삶의 시작 → 계명의 준수과정으로 나눌수 있다. 셋째, 이렇게 준비된 영혼에게는 그리스도를 통한 원죄와 실제 죄의 제거가 세례에서 일어나고, 믿음て소망て사랑이 주입되면서 실제적인 칭의가 일어난다.

"이러한 성향조정과 준비는 실제적인 칭의(iustificatio ipsa)로 나아가는데, 이 칭의는 를 용서할 뿐만 아니라 은총과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내적 인간의 성화와 갱신으로 나아간다(sanctificatio et renovatio interioris hominis per voluntariam susceptionem gratiae et donorum). 그 결과 그 사람은 불의한 사람에게서 의로운 자가 되고, 원수가 친구가 되어 결국에는 영생에 대한 상속자가 된다. ...... 그 결과 칭의의 과정에 있어서 ......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죄의 제거와 함께 믿음.소망.사랑(fidem, spem et charitatem)이 동시에 인간에게 주입된다."

넷째와 다섯째에 관하여는 칭의를 통해 의롭게 된 사람은 선행이나 선행의 공로인 칭의의 열매가 넘쳐야 하며, 이 선행을 통하여 하나님의 율법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영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의해 행위와 공로에 따라 신실하게 주어지는 보상이고, 또한 하나님의 은사를 인간들의 공로로 인정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트렌트공의회의 칭의교령을 요약하면, 선행적 은총은 인간으로 하여금 칭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만들고, 이 준비에서 하나님을 의의 근원으로 사랑하게 되며 죄를 미워함과 동시에 증오라는 회개가 생기고, 이러한 준비에 이어 신て망て애가 주입되면서 칭의 자체가 이루어지며 이때 성화도 동시에 일어난다고 본다. 그리고 계속된 칭의의 증가를 통하여 선행을 하면 그 공덕으로 영생(구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하여 볼 것은 칭의와 성화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인데, 이것은 루터가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여 생각한 것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트렌트공의회는 칭의를 성화와 구분하지 않으면서, 칭의 자체를 실제적인 인간의 의화개념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트렌트 공의회는 아우구스티누스 전통을 이어받아 Justification을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개념, 곧 성화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였고, 구원을 이루는데 있어서도 인간의 협력이 함께한다고 생각하였다.

(2) 순간적인 전가의 구원모델

순간적인 변형(momentory imputation)의 구원모델은 개신교의 구원론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루터의 '이신칭의'를 중심으로 개신교의 칭의론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루터에게서 비롯된 '칭의' 개념이 루터교의 중심교리일 뿐만 아니라, 깔뱅, 바르트로 이어지는 개혁교회의 중심신학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루터의 로마서 서문을 읽고 회심을 한 감리교의 창시자 웨슬레 역시 루터의 '칭의와 성화'를 발전시켜 '온전한 구원'개념을 유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루터의 '칭의와 성화'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하며, 또한 루터에게서 이미 가톨릭과의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루터의 이신칭의 개념과 나아가 구원의 본질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타락하여 이미 노예의지로 되었음을 살펴보고, 다음에는 은총의 의미와 칭의의 의미를 통하여 본 신앙의 본질 곧, 구원론을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① 인간의 노예의지

루터는 인간의 자연적인 의지의 자유로운 선택은 인정한다. 이 의지에 의해서 인간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선악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양심의 기능', 그리고 지적 능력과 양심의 기능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선택, 결단, 추구에 이르는 '의지 능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데는 무력하다고 루터는 여긴다.이것은 아담이 타락후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 완전히 상실되었다는 원죄에 근거를 둔다. 구원을 위한 인간의 의지는 왜곡되어 전인적으로 자기 사랑과 자기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는 결코 구원에 이를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기사랑, 자기우상화로의 지향을 루터는 "자기 자신 안으로 꾸부러져 들어간 것(incurvatam in se)" 혹은 "자아에로의 굴곡(sibi inflectere)"이라고 불렀으며, 이것을 '죄'라고 인식했다. 이러한 죄이해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죄를 '욕정(concupiscentia)'이라고 부른것 보다 훨씬 더 과격한 이해로서 '죄=불신앙'이라는 공식까지 이르렀다.

루터의 이러한 죄이해는 인간에게는 구원에 이르기 위한 의지의 자유가 없다는 주장까지 이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의지는 결코 선을 행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총이 없으면 결코 구원에 이르는 선을 할 수 없다고 루터는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총 없이는 '자유 의지'는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악의 영속적인 죄수이자 노예라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자유 의지는 선을 향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자유 의지'의 권능은 무(Nichts)이고 자유 의지는 은총 없이는 선을 행하지 않고 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루터는 왜곡된 의지가 바른 의지로 바뀌게 하기 위하여는 하나님의 은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때의 은총개념은 가톨릭의 주입된 은총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호의로서의 은총개념이었다. 그러면 이제 루터의 은총 개념을 살펴보자.

② 율법과 복음 속에서 등장하는 은총

가톨릭은 트렌트공의회에서처럼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휘하여 은총을 받을 준비를 하면 인간의 영혼에 하나님이 효력적(effective) 은총으로서의 신て망て애를 주입한다는 말한다. 그러나 루터는 이러한 은총이해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호의(favor)로서의 은총을 주장한다. 이 호의로서의 은총은 말씀의 율법과 복음의 변증법적 관계속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설명하고 복음에 주어지는 은총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 율법과 복음

루터는 노예의지 가운데 처해 있는 인간을 성령이 말씀속에 나타난 율법과 복음이라는 이중적 방식을 통하여 구원에로 이끈다고 말한다. 그러면 먼저 성령이 율법 말씀을 통하여 인간의 영혼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살펴보자.

"율법은 인간의 죄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증가시킨다. 율법은 끊임없이 인간을 고발하고, 그를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과 영원한 죽음으로 인도한다. 이것이 율법의 힘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율법의 힘을 알거나 느끼지 못해도 하나님의 율법에 대한 어떤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율법의 설교를 통하여 일어난다. 율법은 인간을 무지로부터 일깨우고, 그들에게 율법의 힘을 깨닫게 하고, 그들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체험하고, 회개로 인도되도록 실제 그렇게 한다."

이처럼, 율법은 고발기능을 통하여 인간의 양심을 위협하고 죽이고, 소멸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기 위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이상한 일(opus alienum)이며, 결국 우리를 복음으로 이끈다. 복음은 율법과 완전히 다르고 심지어 정반대의 기능을 갖고 있다. 율법은 우리를 고발하고 책망하지만, 복음은 우리에게 죄의 용서를 전파한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복음의 주제이다(Christ is the subject of the Gospel). 복음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가르치는 것은 전적인 은총에 의해 우리에게 제공되어진 신적인 행위이다. 어떤 인간의 지성이나 지혜도 심지어 하나님의 율법도 이것을 가르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오직 믿음에 의해서 이 선물(복음)을 받는다. 하나님의 아들을 계시하신다는 교리는 인간의 어떠한 지혜나, 율법 자체에 의해서 가르쳐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먼저는 외적 말씀에 의해, 다음에는 내적으로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에 의해 계시되었다."

"그리스도는 율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는 율법과 행위의 주인이 아니라 세상죄를 제거하신 하나님의 어린양이다. てててててて 그런 까닭에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는 우리의 의지나 율법의 공적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온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스도는 복음의 핵심이다. 이 복음은 우리를 율법에서 해방시켜 주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율법을 완성할 수 있도록 능력을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를 위해서 율법이 다 완수되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복음은 아무런 일이나 공로도 전혀 없이 인간에게 주시는 은총에 의한 구원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복음은 그리스도의 구속의 힘에 의해 영생을 선포한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믿는 길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의롭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사람이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다시 사심이 전혀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동시에 그리스도와 더불어 죄에 대하여 죽고 부활하시고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에 의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살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 그리스도는 의와 생명이 되시는 것이다. 이 때에 그리스도는 단순히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이라기보다는 구원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루터에게 있어서는 이 복음 선포가 곧, 은총이고 구원이다.

㉡ 은총의 의미

그러면 이제 루터가 말하는 은총의 의미를 말할 수 있다. 루터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복음선포가 하나님의 은총이며,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호의에 의해서 우리에게 자비로서 나타나며 이것은 은사와도 구별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은총은 가톨릭이 말하는 창조된 은총(created grace)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의 의를 우리에게 전가해 주시는 호의(favor)이다.

"은총의 참된 의미는 하나님이 자기 자신의 선택에 의해 우리를 향하여 지니시는 인자 또는 호의라는 사실이고, 이를 통하여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꺼이 그리스도를 주고 우리 위에 성령과 하나님의 축복을 부어주신다."

이상으로 우리는 율법과 복음의 변증법적 관계속에서 나타난 은총을 이해하여 보았다. 다음으로 우리는 루터의 은총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구원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칭의 문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③ 개신교 구원론의 핵심 : 이신칭의

루터는 율법이 우리 양심에 고발하는 기능과 복음이 죄용서를 약속해 주고 성령을 통하여 믿음을 일깨워 줄 때 회개가 일어나며, 이때에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믿음을 통해 칭의가 주어지며(justificatio per fidem propter christum), 이 "이신칭의"에 의해 인간은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호의로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총이 인간에게 '칭의'를 불러 일으키는데 이 때의 '칭의'개념은 가톨릭의 그것과는 상반된 개념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가톨릭은 '칭의'를 하나님의 의가 인간에게 주입되어 인간이 실제로 의롭게 된다는 '인의'개념으로 보았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의는 '신て망て애'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개신교의 루터는 가톨릭의 주입된 개념으로서의 하나님의 의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뛰어난 또 하나의 의가 있다. 즉, 믿음의 의, 또는 그리스도의 의가 있다. 이 의를 우리는 앞에서 말한 다른 의로부터 부지런히 구별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 의들은 이 의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 의들은 황제들의 법, 교황의 전통들, 하나님의 계명들로부터 나오고 우리의 행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적으로 우리의 자연적인 힘이나 하나님의 은사에 의해 우에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유의 의들은 우리가 누리는 그 밖의 좋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사에 속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를 행위없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전가하시는 이 가장 뛰어난 의, 믿음의 의는 정치적인 것도, 의식과 관련된 것도 아니며, 하나님의 율법의 의도 아니며 우리의 행위들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그와는 반대로 깨끗하다. 즉, 위에서 말한 다른 의들이 능동적인 의(iustitia activa)라고 한다면 이 의는 전적으로 수동적인 의(iustitia passiva)이다. 이 의와 관련해서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하나님께 아무것도 드리지 않고, 단지 우리는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받아들이며 경험한다. 그러므로 내게는 이 믿음의 의 또는 그리스도의 의를 수동적인 의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루터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수동적 의의 전가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이신칭의' 신앙이 모든 기독교 지식의 핵심이며, 기독교를 다른 모든 종교와 구분하는 결정적 요소로 보았다. 루터가 말하는 칭의는 하나님이 의롭다고 믿어주거나 전가하거나 인정하는(imputare, reputare) 행위로, 즉 하나님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그에게 가치를 주는 행위를 의미하며 그 본질에 있어서는 죄를 전가하지 않음, 곧 죄의 용서에 있다.

"어떤 죄도 ててて 우리에게 전가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닌 양, 죄 용서에 의해 이럭저럭 하는 동안에 제거된다. 인간은 그리스도 덕분에 그가 죄를 갖고 있지 않는 듯이, 죄가 사해진다. 우리의 의는 우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무지와 하나님의 무상의 용서이다."

루터에 의하면, 죄의 용서나 죄를 전가하지 않음은 곧 의의 전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의가 죄인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리스도 때문에 죄인을 의롭다고 여기신다. 따라서 죄인에게 주어진 의는 자신에 의해 생성된 자기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한 '밖으로부터 온 의(alien righteousness)'이다. 이 때의 의는 인간의 자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의를 은혜스럽게 전가시켜 주심을 통해서만 의롭게 되는 데 그 본질이 있는, 인간의 '외부에 있는' 의이다. 인간은 스스로 이것을 획득할 수 없고, 오직 그리스도로 말마암은 하나님의 무상의 은총을 통해 그에게 수여되고 주어지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죄인의 의는 '능동적' 의가 아니고 그가 '당하고' 받을 수 있을 뿐인 '수동적' 의이다.

루터는 '칭의'를 순전히 전가(imputatio)로만 파악하는데, 이것은 가톨릭이 주장하는 실제적으로 인간이 의화된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여기에서 보면 루터는 칭의와 성화를 분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루터는 칭의 받는 순간 인간이 죄의 신분에서 하늘나라 백성의 신분에로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구원론을 전개한 반면, 가톨릭은 실제적인 칭의를 시작으로 하여 견인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가톨릭에 있어서는 칭의와 성화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개신교 루터에게 있어서 이 둘은 분리는 아니지만 구분은 되는 것이었다.

정리하여 보면, 루터는 적어도 인간의 공로에 의해서는 결코 구원에 이를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공로에 의해 발전되어가는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개념을 거부하려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루터를 '순간적 전가 모델'이라는 새로운 구원개념을 창출한 인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3) 개방적 구도로서의 두 구원모델의 가능성

이상으로 우리는 구원론의 두 양상인 점진적 변형모델과 순간적 전가모델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다소 논쟁적인 구도로 양진영의 입장을 압축 정리 하여서, 언뜻 보기에는 양 진영 사이에는 연속성의 여지가 전혀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가톨릭의 트렌트공의회의 '칭의교령'에 관한 다음의 내용과 개신교 루터의 '칭의와 성화' 관계를 토대로하여 양 진영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할 수 있는 개방적 국면을 볼 수 있다.

(1) 가톨릭 : 트렌트공의회는 '칭의 교령' 중 '칭의에 대한 규범(Canones de iustificatione)' 제1항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신적 은총없이 인간 본성의 힘(humanae naturae vires)이나 또는, 율법의 가르침(legis doctrinam)을 통한 자신의 공적에 의하여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파문될지어다."

이 말에 의하면, 트렌트공의회는 개신교 교리와 동일하게 인간의 자력구원이란 없다는 것을 명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구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2) 개신교 : 루터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의가 어떻게 받아들여져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관련을 맺게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설교 '두 종류의 의(Two Kinds of Righteousness)'에서 두 종류의 의를 제시한다.

"첫번째는 외래적인 의(iustitia aliena)로서 밖으로부터 스며들어온 다른 분의 의입니다. ......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의는 우리의 의가 되며 그분이 가진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 됩니다. ...... 그러므로 사도는 로마서 1장에서 그것을 '하나님의 의'라고고 부릅니다. ...... 이 의가 일차적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모든 실제적 의(iustitia propria = actual righteousness)의 근거이며 원인이며 근원입니다."

"두번째 종류의 의는 우리 자신의 고유한 의입니다. .... 이것은 첫째로 육을 죽이고 자기와 관련된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는 가운데 선한 행실을 하면서 유익하게 보내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 의는 이웃을 사랑하는 데 있으며, 하나님에 대하여 유순하고 경외하는 데 있습니다. ....... 이 의는 첫 번째 유형의 산물인데, 실제로 그 열매이자 결과입니다."

루터는 구원을 하나님의 죄용서를 통하여 칭의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지만, 이 때 주어지는 칭의는 동시에 '선행'을 하기 위한 근원과 원천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의의 전가(the imputed righteousness) 속에 존재하는 신앙은 성령의 첫 열매로서 이해될 수 있다. 비록 성령의 열매로서의 성화의 과정이 구원과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분리할수 없는 불가 분리의 관계로서 신앙의 윤리적 열매를 선포한다. 따라서 '칭의'는 구원과 관계해서는 하나님의 죄용서를 의미하지만, 실제로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는 분리할 수 없는 성령의 열매로서 인간을 그 자신 안에서 의롭게 만드는 효과적인 것이며, '과정'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의는 이중적 의미 곧, '수동적 의' 이면서 동시에 '능동적 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루터 사이에 연속성을 거론할 수 있는 개방적 국면을 살펴보았다. 서로는 서로에게 교리적으로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지금까지의 구원론 전개 과정을 종합하여 구원론에 관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3. 연속성과 불연속성

우리는 서론에서 이미 개신교와 가톨릭이 복음에 대해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이 '복음'에 대한 일치점을 근거로 양 진영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하기 위한 구원론의 전개과정을 고찰하여 보았다. 이제 이상의 논지에 바탕을 두고 우리는 1) 은총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2)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관하여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은총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A. 연속성 : 개신교와 가톨릭은 공히 인간의 자력구원을 거부한다. 인간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는 구원을 이루는데 있어서 선결조건으로서 모두다 하나님의 선행적 은총을 주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B. 불연속성 : 개신교의 루터는 인간의 전적타락으로 말미암아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형상이 모두 사라졌고 오직 은총에 의해서만 이를 회복하고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오직 은총(sola gratia)'만을 주장한 반면, 가톨릭은 인간이 은총에 협력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인정하여 인간의 자유는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역사를 위해 은총과 협력할 가능성을 가지는 접점이라고 말한다. 다음의 인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자비로운 탁월성에서부터 나오는 구원과정은 인간으로 하여금 수동적으로 머물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구원에의 길을 함께 가도록 그를 해방시킨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유가 전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유는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역사를 위해 은총과 협력할 가능성을 가지는 접점이다."

또한, 개신교는 은총을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전적인 '호의'(favor)로 이해한 반면에, 가톨릭은 은총을 두가지로 구분하여 '창조되지 않은 은총(uncreated grace)'과 '창조된 은총(created grace)'으로 나누어, 전자는 개신교의 은총개념과 동일하나, 후자는 인간을 실제로 의롭게 하는 효력적인 개념으로 여긴다.

2)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관하여

A. 불연속성 : 개신교는 은총을 인간에게 호의로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자비로 보았기 때문에 'justification'을 '인의' 가 아니라 '칭의' 개념으로 이해하였다. 반면에 가톨릭은 은총의 두가지 국면에 의하여 'justification'을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주입되어 인간을 실제적으로 변화시키는 '인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인간영혼을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쁘게 만들기 위해 초자연적인 사건을 인간의 영혼과 융합시키는 장식품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가톨릭은 '인의'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선행을 통하여 공적을 쌓으면 영생을 얻게 된다고 하여 칭의와 성화가 분리, 구분되지 않고 구원의 과정으로 등장한 반면에, 개신교는 칭의를 하나님이 의롭다고 선언하신 사건으로 보아, 성화는 실제 인간의 구원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B. 연속성 : 개신교는 칭의를 성화와 구분되는 법정적 개념으로 상정하였지만, 성화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는 면에서 칭의는 성령의 열매로서의 성화의 시작이며, 이 때 주어지는 칭의는 '죄인의 용서' 뿐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실제적으로 성령의 열매를 산출시킬수 있는 '우리 고유의 의'가 된다고 한다. 다음에서 우리는 루터의 칭의 교리에 대한 칼 홀의 견해를 살펴봄으로써 가톨릭의 인의개념과의 연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두 가지 효과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죄의 용서와 또한 그와 함께 의의 전가를 가져온다. 신앙은 또한 새로운 존재를 확립하고, 인간을 그 자신 안에서 의롭게 만든다. 이 두가지 신앙의 효과는 루터신학에서 분리할 수 없게 결합되어 있다. 그가 신앙 그 자체인 의, 신앙이 제공하는 의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이 두가지 곧 그리스도로 인해 전가된 의와, 새로운 순종으로 변하는 인간의 변화를 함께 본다. ...... 신자는 죄가 더 이상 아무 효력도 없는 것처럼, 그의 죄의 용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죄에 대해 승리하기 위해 철저하게 전투를 벌인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의는 현재에 존재하고 있는 동시에 장차 미래에 올 것이다. ...... 하나님이 우리를 용납하신 것은 완료시제로 서술되어야 한다. 즉 우리는 의롭게 되었고, 이미 의롭다. 우리 자신 안에서 의롭게 된 상태는 현재시제로 오직 시작된 것으로 묘사될 수 있으나, 그 완성은 미래에 있다. 즉 우리는 오직 의롭게 되어 가고 있을 뿐이다. ...... 바로 이런 관점에서 루터는 칭의에 대한 이중적 용례, 즉 죄의 용서와 그리스도인의 삶의 새로운 존재와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4. 나오는글

이상으로 우리는 구원론에 관한 개신교와 가톨릭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고찰하여 보았다. 칭의론을 둘러싼 양 진영간의 대화 가능성은 그 근본(루터와 트렌트 공의회)에서부터 이미 존재해 있었다. 복음 내용에 대한 일치점, 은총의 선행적 작용에 대한 일치점, 성화부분에서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 부분내용 등이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진영은 은총의 개념에 대한 불일치, 칭의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등은 여전히 서로에게 닫혀 있는 상황이다.

이제 다음의 내용을 인용함으로써 구원론에 관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고찰을 맺고자 한다.

"트렌트공의회가 어떠한 상태이거나, 이 공의회가 은총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루터의 취지를 포착하여 효력을 발하게 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바로 이 기본전망은 뒤따르는 시대의 교파적인 쟁론 속에서는 상당히 퇴색해 버렸다. 사람들은 공통적인 것, 즉 은총의 우위성을 고백하는 점을 보지 않고, 오히려 개별적인 물음에 열중하여 있었다. 양편에서의 논쟁적인 협소성과 단축성을 인식하고, 루터가 은총의 우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에 관통되어 있는 인간도 보고 있으며, 트렌트공의회가 은총입은 인간에 관하여 말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총 행위의 전제하에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바로 인정하기까지는 필경 역사의 간격이 필요하였다. ..... 의화는 오로지 은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되, 인간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신앙만이 의화시키되, 진정한 신앙에는 결코 선행이 없지 않다. 의화는 유일회적인 사건이면서, 동시에 일생에 걸친 과정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전적으로 의로우나,이 삶 속에서는 다만 부분적으로만 의로움을 구현할 뿐이다. 하나님의 은총은 하나님이 자애로이 향하는 것이면서, 인간에게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기도 하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아무것도 제시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성서는 보수에 관하여 이야기 한다. 이 두가지 국면의 교합속에서 이 편과 저 편에서 제각기 강조점이 다르게 놓여지나, 이들이 서로를 배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IV. 교회론

1. 들어가는글

교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381년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에서 이루어진다. 흔히 니케아신조라고 불리우는 이 신조는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에 대해서 논한 후에, 교회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믿사오며(credo ecclesiam unam, sanctam,catholicam, apostolicam)"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교회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정의이며,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당시 지중해 세계의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룩했고, 사도적 전승과 사도적 승계를 함께 나누는 교회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교회는 삼위일체와 복음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고대교회들은 여러 에큐메니칼 신조에 의해 통일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단과 박해 상황 속에서 직제와 신약성경, 신조들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나 중세로 넘어오면서 교회는 교황주의를 그 중심에 놓게 된다. 보니파스 8세의 「Unam Sanctam」(1302)은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베드로, 베드로의 역사적 승계자인 교황을 하나의 머리로 하는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하나의 양우리의 양무리로 보는 바, 이는 다름아닌 로마가톨릭교회라는 것이다. 또한 1215년 제4차라테란공의회에서 화체설이 확정되고, 1436-45년 플로렌스 공의회에서 7성례전이 공식화되면서 교황을 피라밑의 꼭지점으로 하는 로마가톨릭교회가 확고하게 구축된다.

이러한 중세교회론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종교개혁자들의 교회론은 '세례, 성만찬, 복음'을 교회의 표지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교회론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 종교개혁자들은 사도신경과 니케아신조(381년)와 칼세돈신조(451년)를 가톨릭과 더불어 고백하였다. 16세기 종교개혁은 결코 기성 가톨릭으로부터의 분리주의를 지향했거나 하나의 새로운 교파를 형성하려 했던 것이 아님이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교회는 갈래갈래 찢겨지고 말았다.

이후의 교회론은 17,18세기의 교파절대주의시대를 거치고, 19세기의 자유주의의 험난한 물결을 통과해 현재 20세기의 다양한 교회론에까지 이르고 있다. 20세기의 교회론에서는 특히 종말론(하나님의 나라), 종으로서의 교회(The Church as Servant), 코이노니아 사건으로서의 교회(The Church as Koinonia) 등의 새로운 개념에 의해 다양한 교회론이 전개되고 있다.

가톨릭도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를 통해서 'aggiornamento(bringing up to date [the Roman Catholicism)'를 모토로 하여 교회론에 있어서도 쇄신을 기하고 있다. 바티칸 II이후로 로마 가톨릭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으며, 일치운동과 개신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공헌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교회론의 변천을 염두에 두면서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의 교회론에 있어서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항목은 개신교와 가톨릭(주로 바티칸 II)의 주장과 WCC의 교회론을 소개하는 순서로 전개하였다.

2. 연속성

1) 교회의 근거 : 삼위일체 하나님

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의 가장 큰 부분은 교회의 근거로서 제시되는 삼위일체 하나님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깔뱅은 그의 저서 「기독교강요」에서 신론과 기독론, 성령론을 근거로 하여 교회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것은 사도신경의 구조이면서, 고대 에큐메니칼 신조들이 취하여 온 구성형태이다. 또한 바르트는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적, 역사적 실존형태라고 정의했으며, 세상 속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였고,성령의 사역으로 소집되고 건설되고 파송되는 공동체라고 보았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Lumen Gentium)'에서 교회를 먼저 '신비체'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아닌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삼위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맥락속에서 루터교와 가톨릭은 최근에 교회의 근거로서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 이것의 구체적인 모습으로서 '하나님의 백성','그리스도의 몸','성령의 전'이라는 개념에 일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신교와 가톨릭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개념에서 일치한다.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이 터는 예수 그리스도라"(고전 3:11).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바르트는 그의 교회론을 철저히 기독론에 근거하여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몸, 곧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지상적-역사적 실존양식 (His earthly-historical Existence)"으로 본다. 그리스도야말로 교회의 주체이시다. 바르트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그리스도만을 머리로 하는 '형제애적 공동체'라고 밝혔다. 가톨릭에서도 이미 피우스 12세의 회람문서인 「Mystici Corporis Christi」(1943)를 통해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한 몸이라는 사실을 밝혔으며,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교회는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들의 모임임을 확인했다. 라찡거는 이러한 개념에 주의하면서 교회헌장의 첫 구절인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 (Lumen Gentium cum sit Christus)"라는 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라고 주장한다.

또한 '하나님의 백성'은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속성의 중요한 개념이다. '하나님의 백성'의 재발견은 특히 그리스도의 역사적 시점의 교회설립의 보다 법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성서 전체에서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발전과정을 읽으려는 사고에 의해 촉진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서 이스라엘과 교회간의 연속성이 발견되었고, 구원사와 메시야적 약속의 큰 연관성으로부터 교회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종말에 끝나게 될 계시와 구원의 역사적 차원이 재발견되었다. Lumen Gentium 2장 9조에서는 구약에서 신약에 이르는 구속사적 맥락과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완성되었고 성령에 의해서 실현된 하나님의 새 언약의 백성 혹은 '하나님의 새 백성'으로 본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것은 '하나님의 백성(Lumen Gentium 2장)'이 '교회의 교계제도와 주교직(Lumen Gentium 3장)' 보다 먼저 나온다고 하는 사실이다. 요컨대 여기서 '백성'은 '평신도'를 뜻하지 않고, 구속사의 사건에 참여하도록 불림을 받은 '성직자'들까지 포함하는 모든 신자들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모든 신자들이 하나님과 인간들을 중재하는 사제가 된다는 일반적 사제직(General Ministry)이 거론된다. 그래서 Lumen Gentium 2장 10-14조에서는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인 제사장직, 예언자직, 왕직에 근거한 성직자들의 삼중직과 평신도들의 삼중직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이처럼 바티칸II에서 평신도의 삼중직을 인정한 것이나, 세상 속에서의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개신교와의 간격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성령의 역할'에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회론은 관심을 기울인다. 바르트는 객관적인 화해사건이 성령에 의해 실제적으로 역사 속에 실현된다고 보고, 화해사건에서 이미 일어난 칭의(信)와 성화(愛)와 소명(望)이 성령에 의해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다름아닌 信愛望을 각각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의 모임(Gathering)",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의 세움(Upbuilding)",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의 파송(Sending)"에 상응시킨 것이다. 바르트의 교회론은 이처럼 기독론적 기초와 성령론적 실현이 가장 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Lumen Gentium에서도 성령을 교회의 영혼으로 비유하고 있고, "성신은 복음의 힘으로 교회를 젊어지게 하시며 항상 새롭게 하시어 신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완성시키신다"고 천명하고 있다(Lumen Gentium 1장 4조). 이처럼 성령이 말씀과 성례 속에서 신자들의 공동체를 불러모으고, 이 공동체에 권능을 준다는 사실은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된 견해로 수렴되고 있는 점이다.

이상과 같이 개신교와 가톨릭은 모두 교회를 삼위일체 하나님을 근거로 하여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뉴델리 제3차 WCC총회에서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에 근거한 교회론을 전개한 WCC의 교회론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2) 교회의 성격 : 종말론적 공동체

삼위일체를 근거로 하는 교회는 철저히 종말론적인 공동체이다. 교회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한다. 교회가 종말론적인 공동체라는 점에서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은 일치하고 있다. 바르트는 교회의 시간을 '사이의 시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의 사이의 시간이라고 말한다.이 시간은 부활에서 절정을 이루는 '제3의 시간'이다. 이 제3의 시간은 영원한 현재로서 과거와 미래 속에 있으며, 신앙의 회고와 종말의 소망 속에 있는 것이다. 몰트만은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회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메시야)의 부활에 근거하고,이 교회의 미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자유의 하나님나라이다.그리스도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은 교회의 희망을 하나님나라로 향하게 하고,하나님나라에 대한 살아있는 소망은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으로 다시 돌이킨다.그런데 이 기억과 이 소망의 현재적 능력은 성령의 능력이시다."

몰트만에게서 기독론과 종말론적 하나님나라에 기초한 교회는 역사 속에서 종말론적인 하나님나라를 지향하고, 세상 속에서 이 하나님나라를 이룩해 나가는데 성령께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시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편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하나님나라에 대해서 '미래지향적-현재적 종말론'을 주장하면서,'이미 이루어졌으나(already fulfilled), 아직 완성되지 않음(not completed yet)'의 긴장 속에서 교회의 실존을 본다. 즉 교회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차원에 속하면서도, 미래적으로 완성될 하나님나라와 긴장관계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한스 큉에 따르면 장차 완성될 하나님나라(통치)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서 교회 안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교회는 '확정적인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예기적인 징표(an anticipatory sign of the definitive reign of God)'인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에서 종말론적인 하나님나라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하나님나라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제2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Lumen Gentium 7장 '지상여정 교회의 종말적 성격과 천상교회와의 일치'에서 교회를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여정의 교회'로 설명하고 있다(Lumen Gentium 7장 48조).

한편 WCC의 교회론에 있어서도 1954년 에반스톤에서부터 교회의 순례하는 성격을 부각시켰으며, 1968년 웁살라에서는 자신을 '진정으로 보편적인 에큐메니칼 협의회(a genuinely universal ecumenical council)'를 위한 잠정적인 조직으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인식들도 바로 교회의 종말론적인 성격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종말론적인 이해는 교회로 자신의 불완전성을 깨닫고 자기를 개혁할 준비를 갖추게 하는 자의식을 갖도록 한다. 따라서 'ecclesia semper reformanda(항상 개혁되어야 할 교회)'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지상여정 가운데 있는 당신의 백성에게 되풀이해서 요구하고 계시는 말씀인 것이다. 또한 '하나님나라의 선취'로서의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은 하나님나라를 세상에 선포하고 '세상의 빛'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교회의 사명의 근간이 되고 있다.

3) 교회의 사명 : 선교하는 공동체,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1) 선교하는 공동체

교회는 본질적으로 선교공동체(Missionary Community)이다. 역사적으로 선교와 교회는 일치되어 있었다. 선교는 교회의 사역이었고, 교회는 선교적인 교회였다(Mission was Mission of the Church and Church was Missionary Church). 만일 교회가 처음부터 선교적인 공동체가 아니었더라면, 기독교는 현재까지 생존해 오지 못했을 것이고 단지 근동 아세아의 고대 종교의 하나가 되어 지금은 전문적인 종교학자들의 연구대상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는 역시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바르트는 교회공동체의 과제에 관해서 언급하면서 이 과제의 내용은 하나님의 위대한 긍정인 예수 그리스도 즉 복음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교역으로서 복음선포와 복음에 대한 지적인 설명, 복음의 적용을 논하고 있다.

한스 큉도 그의 교회론에서 교회는 하나님나라(하나님의 통치)를 외치고 알리는 전령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설교를 계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며, 그 내용을 예수의 하나님나라 설교에 일차적으로 근거하고 있다. 바티칸 II에서도 교회의 복음전파 사명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를 세계 구원의 원천으로서 정하신 하느님의 계획을 완전히 실현하도록 교회는 성신의 재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Lumen Gentium 2장 17조). 또한 바티칸 II는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Ad Gentes)」을 마련하여 로마 가톨릭의 선교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WCC도 매번 총회때마다 복음선교가 교회의 가장 근본적인 사명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IMC의 빌링겐(1952) 대회와 WCC의 에반스톤(1954) 총회 이후, 점차로 선교의 개념이 교회 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전체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이전보다 진전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에큐메니칼운동은 19세기의 선교운동에 그 근원을 두고 있으며, 이것은 교회일치도 결국은 선교를 위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교회는 이러한 선교의 목적을 위해서 하나가 되어야 하며, 여기에 교회일치의 또 다른 당위성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한편 1952년 빌링겐의 IMC가 내세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1968년 웁살라 WCC의 교회의 사회참여는 선교의 개념에 대대적인 전환을 가져왔고,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가 이러한 선교개념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즉 선교의 근원이시오, 추진자시오, 완성자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전 교회(the whole Church)를 통하여 전 복음(the whole Gospel)을 온 세상(the whole World)에 선포하는 것이다.

(2)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196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문화혁명과 세속화를 그 특징으로 하는 역사의 도전 앞에서 이 틈바구니를 헤치고 혜성처럼 등장한 교회론이 '선교'와 '봉사'(diakonia)를 강조하는 '종'으로서의 교회였다. 이러한 종으로서의 교회, 곧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은 일치를 보인다. 바르트는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는 데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예언자적 행동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 가운데 하나이다.

제2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를 종말론적 순례 공동체로 보았는데, 이 순례 공동체의 존재양식을 '종'의 모습으로 정의하였다. 특별히 공의회 문헌 중에서 '현대세계의 사목헌장(Gaudium et spes)'은 교회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열어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세계와 문화를 교회의 침략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함께 전 인류 사회의 소중한 하나의 부분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이다.여기에 그리스도는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하여 오셨다는 진리를 교회가 실천해 할 근거가 있다. 교회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 제2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고난받는 하나님의 종(God's suffering servant)'으로 이야기하며, 종의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따라 교회도 세계를 섬겨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종으로서의 교회는 복음의 가장 좋은 징표이며, 또 오고 있는 하나님나라의 살아있는 증인이 되는 것이다.

WCC의 교회론에 있어서도 교회일치의 문제에서 '비신학적인 요인들'(문화적,정치적,사회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오다가 웁살라 총회(1968)에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통전적인 구원'(holistic salvation)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오늘날의 구원은 영혼과 몸, 개인과 사회, 인류와 탄식하는 피조물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웁살라에서 주장된 「교회의 일치와 인류의 일치(The Unity of the Church and the Unity of the Mankind)」는 교회의 일치를 장차 올 인류의 일치의 징표와 도구로 이해한다. 그리고 1983년 벵쿠버 WCC는 교회란 회복될 인류 공동체의 표징이요, 인류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도구(「The Unity of the Church and the Renewal of Human Community」)라고 역설했고, 1985년에는 이 '교회일치와 인류공동체의 갱신'을 위한 신학협의회가 「신비와 예언자적 표징으로서의 교회 (The Church as Mystery and Prophetic Sign)」라는 문서를 내놓았다. 그리고 1990년에 이러한 문서들을 총망라하여 「교회와 세상:교회의 일치와 인류공동체의 갱신 (Church and World : The Unity of the Church and the Renewal of Human Community)」를 출간시켜 WCC의 사회참여 전통(Life and Work)을 정리하였다. 또한 1993년 스페인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5차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대회는 「신앙과 삶, 그리고 증거에 있어서의 코이노니아 (Koinonia in Faith,Life and Witness)」를 대회의 주제로 삼고 증거에서의 코이노니아를 언급하는 것은 이러한 세상을 위한 공동체로서의 WCC의 교회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WCC는 BEM(Baptism,Eucharist,Ministry 1982)을 인류의 갱신과 교회의 사회참여와 연결시킨다. 그 예로서 BEM의 성만찬 이해는 성만찬을 '하나님나라의 표식'으로 이해하면서, 성만찬은 창조세계의 궁극적인 갱신을 약속하고 이것의 미리 맛봄을 통하여 하나님의 약속된 통치를 열어보여 주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성만찬 예전을 통하여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 소외되고, 눌리고, 가난한 자들과 연대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과 같은 세상을 위한 섬김으로서의 교회가 지니는 특징은 '교리'나 '성례적 연합'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기독교적 봉사에 동참하는 형제됨"을 연합의 근거로 본다. 이러한 점에서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라는 사실은 개신교와 가톨릭 뿐만아니라 모든 교회를 섬김이라는 목표 아래 모일 수 있게 해주는 일치의 구심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섬김은 다름아닌 그리스도의 주권이 이 세상 곳곳에 미친다는 우리의 신앙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3. 불연속성

1) 성서와 전통

성서와 전통의 문제는 개신교와 가톨릭 간의 주된 논쟁점 중의 하나로서 '오직 성경'이냐 '성서와 전통'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로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종교개혁이라는 프로테스탄트의 도전에 직면한 가톨릭교회는 가톨릭교회내의 다양한 전통의 존재와 효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트렌트공의회(1545-1563)를 통하여 전통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여 태도를 재확인하였다(DS1501).

개혁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최상의 권위로 인정하면서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강조하며,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성경은 성경 자신이 성서들 속에서, 그리고 성서들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해석자라는 것이다.

이 성서와 전통은 양 교파간의 성서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짐과 동시에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와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차신앙과직제대회(1963)라는 두 사건으로 인해 문제해결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개신교측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는 계시헌장의 6개장 중 4개 장이 성서를 위해 할애되어 있으며, 전통이라는 용어는 어느 장의 제목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교회의 교도직에 관하여는 전승된 하나님의 말씀을 설명하는 직무이며 거기에 봉사하는 직분이지 하나님의 말씀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승(Tradition)이나 성서(Scripture) 모두 계시된 동일한 복음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며,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한편 몬트리올 신앙과직제 세계대회(1963) 제2분과에서는 성경, 전승, 전통들(Scripture, Tradition, and traditions)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서는 전승(Tradition)에서 성서(Scripture)가 형성되었고, 이 성서(Scripture)가 역사적 다양성으로 표현되어 나타난 것이 전통들(traditions)이라는 것이다. 즉 성령의 결과인 전승(Tradition)은 전통들(traditions-표현양식의 다양성과 여러 교파의 전통)에 의해 구체화된다. 기독교 역사를 통하여 주어진 전통들(traditions)은 이처럼 전승(Tradition)과 다르면서도 연관된다. 이 전통들(traditions)이란 다시 말하여 그리스도라고 하는 하나의 진리와 실재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표현이다.

이와같은 '신앙과 직제'의 성과에 비추어 볼 때, 성서는 복음 그 자체인 전승(Tradition)으로부터 나왔고 또 성서는 전통들(traditions)에 대해 규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서와 전통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에큐메니칼 입장에서는 더이상 성서와 전통의 문제가 과거처럼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선상에서만 문제화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 제도 혹은 사건?

로마 가톨릭은 교회는 구원의 제도이며, 이 곳에서 그리스도의 은혜가 관리되고 베풀어진다고 여겨왔다. 즉, 교회란 법적인 기관이고 눈에 보이는 '제도'라는 것이며, 가톨릭교회만이 정당한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이다. 이 제도주의적인 교회관은 일반적으로 상징주의적, 법률주의적, 그리고 개선주의적으로 특징지워진다. 성직주의적이란 교회가 불평등하며 모든 권력이 교계제도를 다스리는 계층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라는 의미이며, 법률주의적이란 통치권, 교도권,그리고 성화권까지 법률화하여 교회 안에서의 권위를 세속사회 안에서의 사법권에 밀착시켜 법령을 크게 확장한 것을 말하며, 개선주의적이란 신앙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태세로서 십자가가 적들 위에 군림하는 승리의 징표이고 제국세력의 징표가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신교는 하나님 말씀의 사건이 바로 교회라고 여긴다. 즉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증언을 계속 전하고 이 증언을 경청함으로 항상 새롭게 구성된다. 바르트는 "교회를 믿는다(Credo ecclesiam)는 말은 하나님을 믿듯이 교회를 믿는다(Credo in unum Deum)는 것이 아니라, 개별회중 안에서의 삼위일체의 역사가 하나의 사건이 된다는 것을 믿는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교회는 기관이기에 앞서 사건이고, 각 지역교회도 하부기관이 아닌 일차적이며 포괄적인 구조로 이해되어야 할 온전한 교회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전통적인 대립의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은 제2바티칸 교회헌장에서였다. 교회헌장은 가톨릭교회 이외에도 여러 교회가 존재하며, 이들 교회는 계시된 모든 진리와 여러 성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은혜를 그 신도에게 중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기초를 제공하였다. 이 헌장 중에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가. 교회는 신비이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역사하시는 장이며,하나님의 성령의 충만이 라는 궁극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고찰은 제도나 조직으로서의 교회를 강 조하지 않는다)

나.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이다...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교회는 성직교계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WCC의 1963년 몬트리올 신앙과직 제4차세계대회는 교회는 사도적 연속성을 갖는 '제도'이며, 역사의 현장에서 증언의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건'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현상황에서 '교회가 제도냐, 사건이냐?'라는 문제는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WCC의 교회론은 보고 있다.

3) 직제

가톨릭의 교회헌장은 사제직을 일반 사제직과 교계적 사제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 사제직(혹은 공통사제직)은 모든 하나님의 백성에게 적용되는 사제직을 말한다. 교회헌장은 하나님의 백성 모두가 제사장, 예언자, 왕이라는 삼중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다시 말하면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재생(再生)과 성신의 도유(塗油)로 축성(祝聖)되어 영적 집과 거룩한 사제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신교의 만인제사장설과 통하는 것이다.

또한 교회헌장은 신품성사에 의해 구별된 성직자의 사제직을 일반(common)사제직과 구별하여 교계적(hierarchical) 사제직이라고 부르고 있다. 종교개혁자들 역시 교역자들을 특별한 교역으로서 구분하고 있으며, WCC의 「BEM」(Baptism, Eucharist, Ministry)문서에서도 안수례 받은 직제의 구별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헌장은 적어도 두가지 면에서 일반 사제직과 교계적 사제직을 다르다고 본다. 첫째 일반사제직은 세례를 통하여 주어지는 반면 교계적 사제직은 신품성사를 통해서 주어진다는 것이며, 둘째 평신도들은 일반사제직으로 세상 어디서든지 성스러운 예배자로서 세상 자체를 봉헌하는 반면에 직분상의 사제들은 성체의 성사를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집전하고 온 백성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봉헌한다.

이처럼 일반사제직과 교계적 사제직은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본질적 차이로 구별되기는 하지만,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특수한 모양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이다.반면에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이 말하는 것처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지 직능상(functional)의 차이일 뿐이라고 본다.

이와같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직제상의 차이는 사도적 계승의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가톨릭은 주님께서 자신의 권한을 베드로와 사도에게 위임하셨으며, 그 베드로와 사도들의 권한이 가톨릭의 교황과 주교에게 계승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기들의 교회만이 참된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면서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서는 개신교를 바라보는 가톨릭의 입장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개신교회는 사도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에 '교회'라기보다는 아직도 '교회적인 단체(ecclesial community)'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여전히 "갈라진 교회나 단체들이 비록 결함은 있겠지만 구원의 신비에 있어서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라는 투의 논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개신교와의 대화에서 사도적 계승이나 교도권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은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반면에 개신교에서는 사도적 전통과 계승이 교황이나 주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 주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사도들의 독특성과 유일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교황과 주교들이 사도들의 권한을 계승한다는 주장이나 교황의 신적인 권위나 무류성 등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개신교 입장에서 사도적 교회란 사도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교회로서 곧 사도들의 말씀과 교훈과 복음으로 구성된, 성서에 순종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동시에 사도적 교회는 사도들의 삶에 동참하는 교회를 의미하는데, 곧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난 당했던 사도들의 고난에 동참하는 교회가 진정한 사도적 교회인 것이다.

WCC의 BEM 문서는 사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회에 있어서 사도적 전통이란 사도들의 교회의 영속적인 특징들이 계속됨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사도적 신앙의 증거, 복음선포와 참신한 해석, 세례와 성례전의 거행, 직제상의 책임완수, 기도와 사랑과 기쁨과 고난 속에서의 교제, 병든 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봉사, 지역 교회들 간의 하나됨 및 주님께서 각각에게 나누어 주신 은사들의 공유 등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상호간의 대화도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서로간에 간격을 좁히고 있다.가톨릭에서도 사도들만의 독특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사도적 계승을 법적이며 역사적인 계승이 아니라 영적인 계승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에서 사도적 계승의 문제는 교황의 무류성 문제가 큰쟁점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무류성을 가지는 두 실체가 분명해졌는데, 첫째는 교황이요, 둘째는 교황을 머리로 하는 주교단이다. 바티칸Ⅱ의 계시헌장은 "사도들은 온전하고 생생한 복음을 교회 안에서 언제나 보존하기 위하여 후계자로서 주교들을 두고, 그들에게 자기네들의 가르치는 임무를 넘겨주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도적 계승을 이어받아 무류성을 지닌 가톨릭 교회의 교황과 주교에게 올바른 교도권(magisterium=teaching authority)이 주어져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교회헌장은 교황을 주교단의 으뜸이며 머리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교황의 수위권과 권리, 그리고 무류성을 재강조하면서 확인하고 있다. "교황의 성스러운 수위권의 설정, 영속성, 권한, 본질 등에 관한 교리와 그 가르침의 무류성에 관한 교리는 모든 신자들이 굳게 믿어야 할 것임을 거룩한 공의회가 재강조하는 바이며, 계속해서 이것을 주장한다."

동시에 교회헌장은 주교단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제2 바티칸 공의회에서 주교단의 연대성(collegiality)을 강조한 것은 개신교와의 차이를 좁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주교단은 초대교회의 사도단을 잇는 것으로 모든 중대한 문제들을 상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기관이다.이와 함께 교회헌장은 주교직에 대해서 다음 세 가지를 밝힌다. 첫째로 주교서품은 성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제직의 충만을 이룬다. 둘째로 주교서품으로 성화의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도 수여받는다. 그러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는 그 본질상 주교단의 머리인 교황과 그 구성원들의 교계적 교류(일치)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다. 셋째로 사도단을 계승하는 주교단은 그 머리이신 로마 교황과 더불어 전교회 위에 최고이고 완전한 권한을 가진 주체이다. 다만 그 권한은 로마 교황이 동의할 때에만 행사할 수 있다.

교회헌장이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적절히 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일치에 몇가지 걸림돌이 남아있다. 예언직과 관런하여 가톨릭 교회의 교도권을 강조하는 점, 지역교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체교회의 보편성을 위해 교회에서 베드로의 수위권이 완전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는 점, 그리고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에 완전히 합체(incorporatio plena) 되어 있지만 갈라진 형제들은 불완전하게 결합(conjunctio incompleta) 되어 있고 타종교인이나 선의의 구도자들은 교회에 관련되어 있다(ordinantur)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가톨릭은 아직 교회의 다양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 중심적인 보편성에 매달려 있다는 비판에 성실히 답해야 할 것이다.

4) 마리아론과 교회

"'하나님의 구원의지가 역사 안에 진입하는 공개적 사건'이 나사렛 예수사건이었다면, 하나님의 역사 개입을 수락하는 인간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가톨릭교회는 말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당신의 구원의지를 가시적이며, 교육적이고, 인격적인 대화와 친교의 방법으로 인간의 요구에 따라서 역사 안에 개입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수태와 출산의 과정을 택하였고, 그 첫 수락자가 마리아였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인간의 내면적 인격구조가 하나님의 의지와 합일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것은 인간의 완성이라는 신학적 인간학의 궁극적인 목표였다는 것이다. 즉 예수와 마리아는 나사렛 계시사건의 주연과 조연이며, 예수만을 독립시킬 때에는 하나님의 역사개입을 납득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이 로마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론의 신학적 근거이다.

그런 로마 가톨릭교회의 구원사적 관점에서 끝까지 마리아를 그리스도께로 관련시키고 있고, 그 관계에서 다시 마리아와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연장인 교회'를 관련시키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우선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Deipara)'라고 한다.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는 말은 원래 431년 에베소공의회와 451년 칼세돈공의회에서 천명된 것으로 그리스도께서 인성과 동시에 참된 신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보고 있다. 이 말은 원래 바티칸 II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Lumen Gentium)」에는 나오지 않고, 교황 바오로 6세가 제3회기 최종일에 공식으로 선언한 말이다. 그러나 공의회는 직접적 표현을 피했을 뿐, 간접적으로 많은 다른 말로써 그 말을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오로 6세의 말에서 "교회의 어머니는 그리스도를 믿는 백성 전체, 사목자 및 신자의 어머니"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지상교회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또한 로마 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의 전형(典型)"이라고 한다. 교회의 실재성은 교회의 교계제도, 전례, 성사 등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그 본질, 그 희생적 효력의 제 1 의 근원은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일치 안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치의 최고의 모델이 마리아라는 것이다. 한편 마리아는 지상생활을 마치고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의 영광에로 올라가 결정적 단계에 도달하고 있지만, 교회는 그 결정적 단계를 향해 계속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말보다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의 어머니'라는 말이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으로 통한다. 그러나 '교회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전혀 성서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아론이 교회일치적 관점에서 난점으로 대두되는 것은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교회의 신학연구에서 각각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신교에서는 자발적 신앙의 순종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었고 교회의 전형이 된 마리아를 성서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로마 가톨릭에서는 비성서적인 전통은 수정이 가능함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4. 나오는글

이상에서 살펴본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회론은 많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좁히기 어려운 불연속성의 긴장관계도 많이 있었지만, 연속성에서 제시된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과 선교, 봉사 등의 사명은 교회론에 있어서 워낙 비중있는 요소들이어서 불연속의 차이들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가톨릭과 개신교 양자가 공동의 유산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고대시대의 에큐메니칼 회의들이나 교부들의 교회론은 최근에 이르러서도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 않다(예를들면 니케아신조나 키프리안,이그나티우스 등의 직제). 한편 최근의 에큐메니칼 운동도 이러한 연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운동을 진행해 나가고 있는데,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 등의 '주어진 일치(given unity)'를 누리면서 가시적 일치를 위한 서로 간의 대화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인 것이다. WCC의 주요한 세 흐름인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생활과 실천(Life and Work), 그리고 선교(CWME)는 사실 연속성에서 제시한 내용들, 곧 복음과 삼위일체, 사회에 대한 봉사, 선교의 방면에서 에큐메니칼한 입장의 수렴과 실천을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본 발제문에서 제시된 불연속성의 요소들이 어떤 면에서는 그것의 역사적 상황 가운데서 과장되거나 오해되어 온 점도 있으며, 따라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때 일치와 협력을 향한 발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교회론에서는 새로운 개념들이 교회론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개념이나, 코이노니아 개념, 종의 개념 등은 기본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불연속성을 넘어서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교회의 사명과 역할에 많은 관심을 할애하는 최근의 교회론 논의에 있어서는 '교리' 보다는 '기독교적 봉사'에서 그 연합의 근거들을 찾고 있다.

그러나 서로 간의 대화에 걸림돌이 되는 긴장관계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역시 아니다. 아무래도 가장 첨예한 부분은 직제와 마리아론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교회의 사도성을 교황의 '베드로 승계'로 보는 가톨릭측은 개신교를 이러한 사도성에서 떨어져 나간 (사도성이 부족한) '교회적 공동체'로 본다. 또한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며 그에게 무류성의 권한을 두는 것은 개신교와의 간격을 좁히기에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직제 부분에서 바티칸 II 이후로의 변화가 있기는 한데, 곧 평신도의 지위를 향상한 것이나 주교단의 연대성(Collegiality)을 강조한 것은 우리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마리아론에서는 그의 '무흠설, 몽소승천, 중보자, 교회의 어머니' 등의 주장이 문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좁히기 어려운 불연속성의 긴장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개방된 대화의 자세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전통을 잊지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독특한 전통들(traditions)을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가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V. 성례전

1. 들어가는글

교회 분열의 조짐과 일치추구의 역사는 신약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빌립보서 4장 2절에서는 "......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라고 하였고, 고린도전서 1장 12절에서는 "......너희가 각각 이르되 나는 바울에게서 나는 아볼로에게서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는 것이니"했고,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교회분열의 조짐을 볼 수 있다. 교회 분열의 조짐이 더 심각히 나타나는 곳은 이방인들이 할례받지 않고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냐는 것에 관해서였다. 예루살렘의 야고보로부터 파송받은 사람들은 베드로로 하여금 이방인들과 식탁교제를 갖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사도행전 15장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도들과 장로들이 협의회(Council)을 열어 교회분열을 방지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분열의 위기와 일치추구의 노력들을 계속해 왔으나 결국 1054년 동서로 분리되었다. 1054년 이전까지는 모든 유럽에 하나의 보편교회 (the One,Holy,Catholic Church)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후 서방교회는 16세기에 이르러 다시 분열의 위기를 맞이하는데 이것은 초대교회로부터 중세 말까지 있었던 그 어떤 분열보다도 더 심각하고 해결하기 어려은 교파분열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당시 종교개혁을 부르짖었던 루터나 깔뱅 등의 주류 종교개혁자들은 그 출발에서부터 가톨릭으로부터 분리주의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기성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위한 것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교회의 분열과 일치추구의 시각에서 성례전에 나타난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먼저 불연속성을 다룸에 있어 가톨릭의 7성례,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그리고 세례의 유효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겠고, 연속성에 있어서는 성례전의 근본의미 고찰-주로 BEM 문서에 나타난-을 통한 교회의 일치추구의 노력들을 살펴볼 것이다. BEM 문서는 1982년 W.C.C. 산하의 '신앙과 직제 위원회(Faith and Order Commision)'가 남미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 '세례(Baptism), 성만찬(Eucharist), 직제(Ministry)'라는 리마문서(BEM문서)에서 유래한 것으로 BEM문서를 통하여 초교파적인 성만찬론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을 뿐 아니라,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성례전의 분열에 대한 교회의 일치추구의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2. 불연속성

1) 개신교의 말씀중심의 성례전

아우그스부르크신조의 제13항에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성례에 사용에 대해 가르치기를 성례란 사람들의 신앙 고백의 표지가 될 뿐만 아니라 성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고 견고하게 하기위해 제정한 것으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에 따른 표지요 증거"이다. 즉 성례란 은혜의 표지이다. 성례란 전적으로 인간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성례를 통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만 한다. 성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인데 루터는 주님의 성찬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음의 내용을 강조하였다. "사실 성찬에 성례답게 하는 것은 먹고 마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성찬 때 전해지는 말씀이다. 곧 '너희의 죄사함을 위해서 흘리는 것이다.' 성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먹고 마심보다는 말씀에 달려 있다." 루터는 덧붙이기를 "말씀이 빵과 포도주와 함께 할 경우 마찬가지로 그것은 진정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 따라서 성례란 거룩하고 신적인 일이요 표지이다." 또한 세례 역시 "자연적인 물일 뿐 아니라 신적이고 천상적이며 거룩하고 복된 물"이다. 이것은 성례의 빵과 포도주가 말씀에 의해서 변화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빵과 포도주에 새로운 의미가 가미되어 은혜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깔뱅에 있어서 성례전의 이해는 어떠할까? 깔뱅은 성례란 "우리 신앙의 연약함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우리의 의식 속에 그의 선하신 뜻을 인쳐주고 우리 역시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을 입증해 주는 외적 표지"이며, 또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을 상호 입증해 줄 뿐 아니라 외적 표지에 의하여 견고해지는 우리를 향한 신적 은혜에 대한 하나의 증명이다"고 하였다. 깔뱅은 계속해서 말하기를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반으로하여 세워진다. 그러나 성례가 첨가될 경우 신앙은 기둥위에 세워진 것처럼 성례 위에 더욱 견고하게 세워진다."

개혁교회에 있어서 성례의 본질은 그리스도다. 따라서 성례란 천상의 주님의 수중에 있는 도구이지, 주님 자신은 아니다. "우리는 징표 속에 담긴 구원을 얻기 위하여 지상적 징표에 매달려서는 안되며 또한 징표 속에 어떤 특이한 힘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우리는 그 징표가 우리를 주 예수께로 직접 인도하여 주 안에 우리의 구원과 모든 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으로써 사용해야 한다." 성례는 구원의 원천이 아니라 단지 우리를 그 원천으로 인도해 줄 뿐이다. 말씀과 성례는 우리 구원의 유일한 근거인 십자가 상의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우리의 신앙을 이끌어 준다. 십자가에 달려서 희생양이 되신 그리스도만이 생명의 원천이묘며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교회가 성례를 수행할 때마다 그곳에 임재하신다.

2) 가톨릭에 있어서 구원의 수단으로서의 7 성례

가톨릭의 교리에 따르면 세례와 성만찬의 주요 성례전 외에 5개의 성례전이 더해진다. 즉 견진,고해,종부,서품, 혼인 성사 등이 그것이다. 가톨릭 공의회에서는 7성례를 다음과 같이 정의 하고 있다.

"우리의 7성례들은 은혜를 내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합당하게 받는 이들에게 은혜를 베푼다. 처음 다섯(세례,성만찬,견신,고해,종부)은 각 개인신자 자신 안에서의 영적 완전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 둘(서품,혼례)은 교회 전체의 통치와 성장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영적으로 중생하고 견신례를 통하여 은혜안에서 자리고 신앙이 강화된다. 그리고 중생하고 강해진 우리는 성만찬의 신적 음식에 의하여 지탱된다. 만약 우리가 죄로 인하여 영혼에 병을 얻으면 고해성사에 의하여 영적으로 치료되고 종유성사를 통해서 영육간에 건강을 얻는다. 서품성사를 통해서 교회는 통치되고 영적으로 성장하며 혼인성사를 통해서 교회는 물리적으로 성장한다."

가톨릭성사의 특징은 각각의 성사를 통해 은총을 내리시며 일치를 창조하시는 역사하시는 주님을 강조하는 데 있다. 각각의 성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전체교회가 '성례전을 통한 일치(sacrament of unity)'를 위해 묶여 있으며 하나님과의 연합과 모든 인류의 일치를 위한 표시인 것이다.

이처럼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례의 수에 있어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그 의미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는 구원의 수단으로서 7성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성세성사(세례성사)

아직 초자연적 생명을 얻지 못한 미(未)신자에게 베푸는 성사이다. 흔히 영세라고도 하며 원죄(original sin)와 본죄(자범죄, actual sin)를 사한다고 한다. 개신교의 세례에 해당하는 예식이다. 가시적 교회, 즉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의 단체에 입적하는 최초의 성사로 이 성사를 통해 교회의 기타 성사들을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되는 기본적인 성사가 된다. 서방교회에서 5세기부터 실시하던 세례받는 이에게 기름을 바르는 예식이 9세기 경부터 일반화되었다. 성세성사의 효과라면 성세성사를 받은 후 드러나는 결과를 말한다. 성세성사를 받음으로 성세성사의 은총이 주어진다. 특히 성세성사와 고백성사를 통해 은총이 없었던 자에게 은총이 주어지는 것을 성사은총(Gratia Sacramentalis Baptismi)이라고 한다.

(2) 성체성사(Eucharist)

성체란 에수 그리스도가 빵과 포도주 형태안에 실제로 실체적으로 현존하는 것을 말하며,사람의 눈에 보이는 현실로는 빵과 포도주이면서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흔히 화체설로 알려진 이러한 변화를 천주교에서는 실체변화(transubstatiation) 또는 전질변화라 부른다. 개신교의 성만찬에 해당한다.

(3) 견진성사

견진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받으신 사실과 성령세례를 받으신 사실에 근거하며 사도들이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에게 안수하여 성령을 충만히 받게 한 사실(행 8:16-17,행19:1-7)에서 견진을 성사로 인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든 성례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구원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떤 성례전은 그것들이 없을 경우 구원이 없다는 의미에서 필수적이며 다른 성례전은 그것이 구원의 완전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필수적이다. 견진성사가 구원을 위하여 필수적이라는 것은 이 두 번째 의미에서 이다. 따라서 구원은 견진성사 없이도 가능하다."

(4) 고해성사(고백성사)

고해성사(최근에 고백성사와 같이 사용된다)가 성사로 인정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셨고 사죄권이 사도들은 거쳐 그 후계자인 주교와 사제들에게 주어졌기에 사제는 신자의 고백을 듣고 죄의 사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해성사는 사망에 이르는 죄에 의하여 다시 영적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한 성사이다. 고해성사는 타락한 자들의 복귀를 가져다 준다. 타락한 자들에게는 하나님이 그들을 자극하시고 고해성사를 통하여 잃어버린 은혜를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하여 회복하게 될 때 의인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고해성사의 진정한 효력은 이 성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경건한 사람들에게 종종 영혼의 넘치는 위로와 함께 양심의 평화 및 평온이 찾아온 뒤에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화해이다.

(5) 신품성사(서품성사)

신품은 천주교회 안에 주교와 사제와 기타 성직자들을 세우고 성직의 권능을 부여하고 그것을 타당하게 행할 수 있는 은혜를 주는 성사이다. 신품에서 주어지는 성례전적 은혜는 사제로서의 '불멸의 인호(character indelebilis)'이다. 이 표적은 '주님의 진정한 몸과 피를 축성하고 봉헌하며 죄를 용서하고 징벌할 수 있는 권한'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품성사에서 받은 인호는 당사자가 교황의 교서 혹은 타락에 의해 징벌로서 평신도로 낮추어졌을 때에도 항상 남아 있다. 평신도로 낮추어진 경우 그는 축성할 수 있는 권한을 계속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독신으로 있어야 하는 의무 역시 계속 남아있다.

(6) 혼인성사

신자인 남녀가 일생동안 인연을 맺고 부부로서 그 본분을 잘 완수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성사이다. 일생동안 인연을 맺는 부부의 계약을 그리스도께서 성사로 승격시켰다고도 하고 부부의 유일하고 영원한 관계를 성화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설정한 성사가 혼인성사라고도 한다.

(7) 종부성사(병자성사)

종부성사는 죽을 위험이 있는 자 또는 중환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자로 하여금 고통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며 고난과 죽음을 당하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맡겨드리는 예식이라 한다. 종부성사는 영적으로 사죄의 확신과 육적으로 건강의 회복을 빌기 위해 기름을 바르며 기도하는 것인데 죽음에 임박한 자 뿐 아니라 죽을 위험이 엿보이는 자에게도 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종부성사의 주된 효력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강건하게 하는 '은혜의 전달'이다. 오직 죽어가는 사람만이 이 성사를 받을 수 있고 성사를 받은 후 나았다가 다시 병이 악화되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게 되면 다시 한 번 거행할 수 있다.

3)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1) 가톨릭의 화체설

밀가루 빵과 순수한 포도주는 성체성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성사에 있어서 형상(form)은 주님이 말씀이고 사제는 이 성사를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말함으로써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트렌트공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축성 뒤에 즉각적으로 우리 주님의 틀림없는 몸과 피가 ...... 말씀의 힘에 의하여 빵과 포도주의 성체들 속에 있다는 믿음이 하나님의 교회 내에 항상 있어 왔다."

즉, 성체성사는 의식 집전 중에 봉헌되는 기도의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정의 말씀을 사제가 반복함으로써 그것이 의도되어진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가톨릭의 교리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임재는 사제가 성만찬 제정의 말씀을 말하고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완전히 변화시키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이것은 트렌트공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성례전적 표적들'의 실체 변형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임재가 실현되는 것을 로마 교회는 '화체(化體)'라고 부른다. 변화 뒤에 빵과 포도주는 더 이상 그 곳에 있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성체 전체가 물질적으로 또한 형상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제를 통한 변화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소비되지 않는 경우에도 계속 남아 있는다고 한다.

(2) 루터의 공재설

루터는 성만찬의 세 요소는 첫째는 표식(sign or sacrament)이며, 둘째는 이 표식의 의미이며, 세째는 첫째와 둘째 것을 위해서 요구되는 신앙이다. 루터는 여기서 화체설이 아니라 표식을 주장하고 성만찬 자체가 아니라 신앙이 중요함을 발견하고 신앙으로 파악되는 성만찬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들 사이의 불가시적이고 영적인 사귐이다. 성만찬의 핵심은 '영적 사귐'의 '표식'이며, 이 영적 사귐은 이것에 참여하는 신앙에 의해서 일어난다(opus operantis). 성만찬이란 '복음말씀에 덧붙여진 것으로 우리의 신앙을 더욱 확실케 하고 강화시키는 표식'이다. 복음말씀은 예수님의 성만찬 제정의 말씀으로서 성만찬의 생명이다. '표식이 성레인데, 이는 떡과 즙이요, 이 떡과 즙 밑에 그리스도의 참된 몸과 피가 있다.' 이것은 공재설(consubstantiation)을 암시한다. 루터는 봉헌 후에도 떡은 떡이고 즙은 즙이라고 한다. 루터는 공재설을 공식화한다. 루터는 떡과 즙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화체될 필요가 없이 이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모두가 임재하신다고 역설한다. 성만찬을 '선행과 반복적 제사'로 보는 입장을 비판하고, 복음에 대한 신앙만이 성만찬을 의미있게 한다고 역설하였다.

봉헌된 떡과 즙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존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떡과 즙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거나 가리킨다(signify)는 입장을 거부한다. "This is my body, this is my blood"에서 is가 문자적으로 등식을 나타내는 것이지 결코 그것이 'sifnifies'가 될 수 없다. 이로써 쯔빙글리의 상징론 거부한다. 루터는 이 떡과 즙에 임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은 영적인 몸이 아니라, '자연적인 몸'이라고 주장한다. '떡과 즙' 안에 들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연적인 몸'을 받아먹고 마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인 몸(그리스도께서 머리되시고 몸이 되시는 전교회)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3) 쯔빙글리의 상징설

쯔빙글리는 떡과 즙이 예수 그리스도의 진짜 살과 피로 변화한다는 가톨릭의 화체설과 이떡과 즙이 그대로 있으나 편재하시던 그리스도께서 이 봉헌된 떡과 즙 속에 공재하신다고 하는 루터의 입장에 모두 반대한다. 그는 "This is my body"에서 is는 등식을 나타내는 연결어가 아니라 무엇을 가리킨다(signify) 혹은 의미한다(mean)라고 주장한다. 루터는 공재설에도 불구하고 "This is my body"에서 is를 주어와 보어 사이의 문자적 등식어로 보기 때문에 쯔빙글리에게는 이것이 가톨릭의 화체설과 별다름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쯔빙글리 주장의 근거는 그의 기독론에 있는데 인간 예수께서는 부활,승천,승귀하사 하나님 우편에 계신다. 어디에나 편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신성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쯔빙글리가 성만찬의 실재론을 반대하는 기독론적 근거이다. "This is my body"에서 This(떡)은 '나의 몸'을 상징하는 것이며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고 하는 것은 몸의 상징인 떡을 받을 때, 과거 갈보리 언덕의 십가가에서 일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단유일회적인 희생제사를 기념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성만찬에서 중요한 것은 떡과 즙이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업과 그것에 대한 신앙인 것이다. 쯔빙글리는 이 신앙이 성만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음설교를 통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보고, 성만찬은 이 신앙의 회상을 돕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의 몸을 먹는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전적인 신뢰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주셨고, 그의 아들을 통해 자신의 의를 우리에게 주사 사죄를 베푸셨고, 영생의 기쁨을 주셨가도 하는 사실을 확신하는 신앙이다. 신앙은 주인, 성만찬은 하녀이므로 성만찬은 결코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쯔빙글리의 기념설은 그 근거가 그의 기독론에 있다.

(4) 깔뱅의 영적 임재설

깔뱅은 그의 주저 '기독교 강요'에서 성례전은 복음의 설교에 의해 생긴 신앙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하나의 보조수단이다이라고한다. 성례전은 이미 작성된 정부의 공문이나 공적인 법령에 덧붙여 찍히는 도장과 같다. 중요한 것은 도장이 아니라 공문서 내용인데 이는 복음과 성령의 역사로 생기는 신앙, 그리고 믿는자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적 연합 그것이다. 그러나 성례전은 없어도 좋은 외적인 보조수단이 아니다.

성례전이란 하나님의 은헤를 증거하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의(복음)를 도장찍으시고, 이 하나님의 선의를 우리에게 증거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지탱하고 양육하고, 확고히하고 증가시킨다. 따라서 성만찬 예전은 복음설교와 함께 있어야 할 은혜의 수단이다.

복음설교가 성만찬보다 우위에 있으나 성만찬이란 필수불가결한 은헤의 수단인 것이다. 깔뱅은 우리 믿는자들은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해 저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는 떡과 즙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우편에 계시면서 성령을 통하 복음신앙으로 구원 받은자들과 연합시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오시는 성령께서 성레전 위에 역사하실 때만이 성례전은 본연의 직무를 완성한다. 오직 이 성령의 역사에 의하여 우리의 마음은 침투당하고, 우리의 정서는 감동되고, 우리의 영혼은 성레전이 들어오도록 문을 연다(IV, xiv, 9)'

말씀과 성만찬의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시는 분인 동시에 우리와 함께 하지 않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는 분이다. 이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 믿는자들이 저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다. 즉, 우리 믿는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신비체)라는 영적 양식을 통해 에수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같은 몸이 된다(행복한 교환).

4) 세례의 유효성 : 사효성(operato)? 또는 인효성(operantis?)

사효성(Ex opere operato, 事效性)은 말 그대로 '행위 그 자체의 행함에 의하여'라는 뜻으로 일상생활 중에 법률적인 행위를 들 수 있다. 즉 적절히 표시가 되어있고 시간이나 날짜가 적혀있으며 서명도 되어있는 유언장은 바로 그 사실만으로(ex opere operato) 법률적인 효력을 발생시킨다. 하여간 성사제전에서 사효성(ex opere operato)은 무엇보다도 이중적인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성사는 집전자의 덕과 신앙에 관계없이 성사를 받는 사람을 성화시키고, 또 하나는 은총의 효과도 역시 받는 이의 덕과 신앙에 관계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은총의 원천은 우리가 아니라 그리스도뿐이고 그 분만이 영원한 사랑이시며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선정되신 분이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사효성(ex opere operato)은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그하나는 성사적인 과정 전체를 하느님께서 주도하신다는 점으로 은총은 언제나 우리의 사랑에 앞서 행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선물인 것이다. 또 한가지는 성사의 성화능력이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토대로, 다시말해서 '당신의 육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신비'이자 '그리스도 수난의 신비'를 토대로 유일하게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가톨릭 신학자들은 개신교의 인효론에 대해 그것은 가톨릭의 사효론을 잘못 이해해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은총이라는 면에서 성사의 사효성은 인효성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함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교회의 의식적이고 상징적인 행위 안에서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하여 - opus operatum -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도달하고, 또 그 행위가 우리 영혼을 관통함으로 우리로 하여금 사랑 안에서 그분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한다는 것이다. - opus operantis. 인효성(opus operantis)은 '인격 그 자체 안에서의 은총의 내재이다.' 결론적으로 성도들이 성사를통해 받는 성사은총은 유일한 구세주이자 교회의 전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 즉 opus operatum에 의한 성사은총의 주입이자 신앙과 사랑의 쇄신 이외에 다른 무엇이 아니다.

3. 연속성

이제까지 우리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불연속성을 살펴보았다. 성례전과 관련한 신구교의 불연속성은 상당한 간격이 상존하는 듯이 여겨진다. 이러한 불연속성을 교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교회의 일치추구의 몸부림으로서 WCC가 작성한 BEM문서를 중심으로 교회 일치추구의 노력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물론 BEM 문서 자체가 교회들 간의 연속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이 문서는 교회의 일치를 염두해 두고 작성된 것이기에 신구교의 연속성을 논하는 귀중한 자료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1)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미리맛봄으로서의 세례

BEM 문서에 대한 교회들의 반응은 대체로 세례의 의미에 대해서 세계 교회들이 일치하고 있고 세례의 효력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여준다. 세례의 의미를 BEM 문서를 통해서 살펴보자.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새로운 삶의 표시로 세례받은 자들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백성들과 연합한다. 세례란 그리스도의 삶과 죽으심과 부활히심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에 의한 회개, 용서, 깨끗하게 함을 받게 되고 그러한 세례 경험의 일부로 새로운 윤리적 안내를 제시받는다. 성령은 사람들의 삶 가운데서 세례받기 이전, 세례받을 때, 그 이후에도 활동하신다. 기독교인들은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연합되고, 서로가 연합하게 되고,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교회와 연합하게 된다. 세례는 하나님 나라의 표시이며 장차 올 삶의 세계의 표시이다.

또한 세례의 효력에 대해서도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BEM문서는 세례-성유식- 견진성사라는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물세례 그 자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성유(聖油, chrism)로 붓는 것, 또는 안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많은 교회들은 이것을 견진성사(confirmation)라고 칭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이 세 가지 모두라고 한다. 그것은 의식을 통하여 활동하시는 성령을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교회들은 기독교의 세례가 물의 세례와 성령의 세례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BEM 문서는 이처럼 가톨릭의 여러 성례전을 인정하면서 '상호간이 세례 인정을 지향하며'라는 항목을 첨부하여 교회의 가시적 일치추구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신구교의 여러 불연속성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경은 세례에 있어서 통일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갈라디아서는 일치의 원천으로서 하나의 복음에서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세례를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너희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는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6-28)라고 말한다. 그리스도는 "물로 씻어 말씀으로"(엡 5:26) 그의 교회를 형성하신다.

계속해서 93년 신앙과직제 5차보고대회의 세례에 관한 항목을 인용해 보자.

"인간들이 복음을 듣고 신앙으로 반응할 때, 이들은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몸의 코이노니아(고전 12 : 13) 속으로 돌입하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양자됨의 특권을 누리게 되며, 하나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약속하시고 계획하신 신적인 삶에의 참여를 미리 맛보면서 기뻐한다. 그리고 세례의 상호인정 혹은 공동의 세례는 이 세상에서 교회를 하나의 예증적인 포괄적 공동체가 되게 한다. 즉, 여러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의 남자들과 여자들과 어린이들이 동일한 자격으로 이 하나의 세례에 참여하고 이 하나의 세례로써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극복되고 3위1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형제자매에 대한 사랑이 줄로 묶여져서 서로 상대방의 전통들과 능력들을 존경할 수 있게 된다."

2)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만찬

BEM 문서는 성만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성만찬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께서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사의 성례전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행위이나, 하나님께 감사드림, 그리스도를 기념함, 성령의 임재를 바람, 성도들의 교제, 하나님 나라의 식사의 관점에서 고려해 본다.

(1) 성부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은 축복으로서 이것을 통해 교회는 창조, 구원, 성화 등 하나님의 모든 은덕에 대하여 감사를 표현한다. 이것은 교회가 모든 피조물을 대신하여 드리는 찬양의 대제사이고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함께 할 때만, 또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하며, 이 세상의 미래의 모습을 상징한다.

(2) 그리스도에 대한 기념으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사신 그리스도에 대한 기념으로 하나님의 백성에 의해 예전으로써 거행될 때 하나님의 일의 현재적 효과가 나타난다. 그리스도는 우리와 모든 피조물을 위하여 그가 이루신 모든 일들과 함께 이 기념 속에 임재하며 교제를 나누고, 재림과 마지막 왕국을 미리 맛보게 한다. 기념은 상징이며 기대로서 하나님의 행위와 약속에 대한 교회의 효과적 선포이고 감사와 중보기도를 통해 표현된다.

(3) 성령 초대로서의 성만찬

성령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성만찬 때 우리에게 실제로 임재하도록 하시며 성만찬 제정 때 하신 말씀에 담긴 약속을 성취하신다. 성만찬 거행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가 결합됨으로써 예수의 역사적인 말씀을 현재화하고 살아 있게 만드는 성령의 역할이 드러나게 된다.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타내는 성례전적 상징들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말씀에 의해서, 또 성령의 능력에 의해서 가능하다. 성만찬의 모든 행위는 '성령 초대의 기원'의 성격을 갖고, 새 계약의 공동체로서 교회는 성화되고 새로워지고 모든 정의와 진리와 하나됨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세계 안에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할 힘을 얻기 위하여 확신 가운데 성령을 기원한다. 성령은 성만찬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게하여 새 창조의 생명과 재림에 대한 확신을 얻게 한다.

(4) 성도의 교제로서의 성만찬

교회의 삶을 양육하시는 그리스도와의 성만찬적 사귐은 동시에 교회되시는 그리스도의 몸 가운데서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성만찬 거행은 언제나 온 교회와 관련되어 있고 온 교회는 각각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성만찬 거행과 관계되어 있다. 성만찬은 삶의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동참할 때 모든 종류의 부정의, 인종차별, 인종분리주의, 자유의 결핍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게 되고, 성만찬을 통하여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은 인간의 인격과 존엄성에 스며들어 그것을 회복시킨다. 성찬식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과 교제하는 가운데 생기는 연대성과 기독교인들 상호간에 대한, 또 이 세상에 대한 책임적 관심은 예전들(평화의 표시, 중보기도 등)을 통해서 특별하게 표현된다.

(5) 하나님 나라의 식사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은 갱신의 징표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리스도 안에서 임해 오는 하나님 나라를 기쁜 마음으로 기념하고 또 고대하는 축제이다. 새롭게 될 것이라고 약속된 이 세계는 전체 성만찬예전에 동참한다.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된 자들은 성만찬을 통해 화해되었고 사람들 가운데서 화해의 종이 되도록, 또 부활의 기쁨에 대한 증인이 되도록 부름을 받았다. 성만찬을 거행하는 자체가 교회가 이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한다는 증거이다. 성만찬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사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을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게 만들며,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의 유능한 증인이 되도록 하는 새로운 현실을 현세대에 가져온다.

제5차 신앙과직제 위원회 세계대회 분과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성만찬을 설명해 준다.

"성만찬은 세례에서 시작된 것을 완성한다 이 두 성례는 교회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하나의 화해된 공동체요, 화해케 하는 공동체로 모인 기독교인들은 우리들 사이에 현존하시고 우리들과 연합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축하한다. 우리는 말씀을 선포하고 하나의 놀라운 일들에 대하여 감사를 올리며 성령의 선물을 달라고 기도하고 이 식탁에서 신천신지의 도래를 기대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 교제는 성례전을 통하여 주어진다. 따라서 만일 교회들 가운데 성례전이 예식에 참여하는 헌신되고 활발한 신도들의 참여를 통해 중심적 의의가질 때 비로소 일치를 향한 결정적 발을 내딛는 것이다.

4. 나오는글

지금까지 우리는 개신교와 가톨릭에 있어서의 불연속성과 연속성을 살펴보았다. 먼저 불연속성을 다루면서 성례와 말씀의 관계, 성례의 수, 세례의 유효성 등을 다루었다. 연속성의 측면에서는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미리 맛봄과 은혜의 수단으로써의 성만찬 등을 언급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위기와 그에 대한 일치추구의 역사라고 할 때 교회의 분열을 야기한 불연속성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교회일치를 향한 새로운 연속성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불연속성의 측면에서는 리마본문에 표현되었듯이 상당한 수준의 의견일치(agreement)에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는 아직 가시적인 교회의 일치를 실현하고 유지하는 데 필한 삶의 경험과 신앙으로 이해되는 일치(consensus)에는 아직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완전한 일치란 오직 교인들의 일치가운데 살고 함께 행하는 가운데 이루어 질, 우리가 져야할 또 하나의 무거운 과제가 될 것이다.

①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과정

Justification을 구원론의 핵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전통에 기인하며 그의 구원론을 살피기 위해서는 은총론을 얘기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의 은총의 3단계가 곧, 구원을 이루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은총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누어서 말한다.

첫째는 선행은총(Gratia praeveniens)이다. 이 은총은 무상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불가항력적 은총은 우리의 의지 안에서 활동하여서 의지가 선을 의지하도록 준비시킨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서 일으키는 어떤 창조적인 힘(creative power)라는 것이다.

둘째는 협력은총(cooperative Grace)으로, 이것은 선행은총에 의해 준비된 인간의 의지가 은총과 협력하여 선한 행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은총이 협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분(하나님)은 우리들이 밖에서 활동하셔서 우리의 의지가 움직이게 하신다. 그러나 우리가 의지하게 되고 의지대로 움직이게 되면 하나님은 우리와 협력하신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경건한 선행도 할 수 없으며, 우리의 의지가 움직인다거나 아니면 우리의 의지가 움직일때 하나님이 협력하게 하실 수도 없게 된다."

셋째는 견인의 은총(persevering Grace)으로서, 이것은 선행은총과 협력은총 이후에 주어지는 것이며 그리스도안에서 나중까지 참고 견디는 선물이다. 이 견인의 은총이 있어야만 죽는 날까지 신앙을 신실하게 지켜 나갈 것이고 결국에는 최후의 면류관 즉, 구원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상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은총의 3단계를 살펴보았는데, 그에게 있어서 구원은 견인의 은총까지 선물로 받아 선을 행하며 끝까지 인내하는 자만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그에게 있어서 은총이란 하나님의 능력 혹은 유동적 흐름으로 인간 안에 주입되는 어떤 것(gratia infusa)이며, 하나님 쪽에서 취하시는 태도(actitade)가 아니고 하나님이 인간안에서 활동하시는 양식(manner)으로 이해하였다고 정리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은총을 '주입', '활동 양식'으로 이해한 것은 '칭의' 개념과도 직결된다. 그의 칭의 개념은 종교개혁기의 칭의 개념인 '법정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의롭게 되는 '인의'개념이었다. 또한 하나님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서 일으키는 어떤 창조적인 힘이 은총이라면 은총 작용의 결과인 구원은 악한 인간 본성의 회복을 의미하며, 이 악한 본성의 변화를 위해서는 칭의를 과정(progress)의 산물로 이해하여 인간은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계속 의롭게 되어가고, 이 과정의 종국에 가서야 실제로 의롭게 되는 것이 곧 구원인 것이다. 그러므로, 칭의를 과정의 산물로 이해하여 그 결과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파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론을 점진적인 변형 모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② 트렌트공의회(Concilium Tridentium : 1545-1563)

아우구스티누스가 은총을 '창조적 은총'이라는 주입(infusio)개념으로 파악한 전통을 따라서, 가톨릭은 이 은총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러서는 은총을 'habitus', 즉 '하나님에게서 생겨서 인간에게 내재하는, 어떤 확실한 초자연적인 것' 즉, '영혼의 본질에' 거하는 주입된 상태(habitus infusus)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이 은총은 창조된 은총(created grace)이면서 동시에 영혼의 자질(quality)을 의미하는 품성적 은총(habitual grace)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은총 개념은 종교개혁의 거센 도전에 반대하여 칭의를 둘러싼 트렌트공의회의 구원론 부분에서 더욱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총25차 회기를 이루고 있는 트렌트공의회 내용중 제6차 회기가 바로 '칭의교령(Decretum de iustificatione)'이며, 이 교령은 '칭의'에 관해 현재까지 유효한 가톨릭의 공식적인 입장이 된다. 칭의 교령은 모두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칭의의 잠정적인 첫번 논술(제3-4장),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을 인도해 가는 칭의에 이르는 길로서의 '준비'라는 옛 주제(제5-6장), 그 다음에는 더 상세한 칭의의 본질 규정(제7장), 이신칭의에 대한 바울의 명제를 이해하는 교회의 가르침의 입장(제8장), 구원의 확실성(제9장), 칭의 은사에 있어서의 성장(제10장), 하나님의 계명에 따른 삶(제11장), 예정의 문제와 그것이 기독교적 생활에 끼치는 영향(제12장), 견인의 은사와 과제(제13장), 새로 짓는 중죄의 가능성과 제거(제14-15장), 그리고 선행으로 나타나는 칭의의 열매(제16장)에 대하여 가르친다.

트렌트공의회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은총이해를 따라 은총을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힘으로 이해하였으며, 하나님의 인간을 향해 품은 호의(favor)가 아니라 인간에게 객관적으로 제공되어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효력적인(effective) 것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은총 개념에 근거하여 트렌트 공의회는 칭의론(구원론)을 다섯 단계, 즉 ①선행적 은총(gratia praeveniens) → ②준비(praeparatio) → ③칭의(인의, iustificatio) → ④선한업적들의 공로(meritum bonorum operum) → ⑤영생(vita aeterna). 이 다섯단계에서 ①,③,⑤는 하나님의 작용에 속하고 ②,④는 인간의 반응으로 이 둘이 서로 맞물려 함께 구원을 이루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인 것이지, 시간적인 순서가 아니다. 따라서 이 다섯 단계는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아야 타당하다.

그러면 이 다섯 단계에 맞추어 트렌트공의회의 칭의론(구원론)을 살펴보자. 첫번째, 선행적 은총은 인간에게 칭의를 위한 준비를 마련케 하는 것으로 이 은총에 의해 칭의는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인간의 협력과 동의가 또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공의회는 다음의 사실을 선언한다. 성인(adultis)에게 있어서 실제적인 칭의의 시작은(ipsiui iustificationis exordium) 예수 그리스도 즉, 인간들편의 어떠한 공로도 없는 자들을 부르시는 그분의 초대를 통한 하나님의 선행은총(praeveniente gratia)으로부터 온다. 따라서 죄로 인해 하나님으로부터 외면 당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격려와 도움을 통하여 자유롭게 동의하고 협력함으로(libere assentiendo et cooperando) 자신들의 칭의를 향해 돌이키도록 성향이 조정된다."

여기에서 '자신들의 칭의를 향해 돌이키도록 성향이 조정된다'는 말은 인간이 칭의를 받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 의지가 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여기에는 신인협동론이 내포되어 있다. 둘째, 칭의에 이르는 준비과정을 언급함에 있어서 그 과정을 세분하여 보면, 하나님의 계시와 약속을 믿음 → 하나님의 형벌을 두려워함 →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생각て소망함 → 하나님의 은혜로우심을 신뢰함 → 의의 근원으로서의 하나님을 사랑함 → 죄를 증오함＝세례이전의 회개 → 세례받을 의향 → 새로운 삶의 시작 → 계명의 준수과정으로 나눌수 있다. 셋째, 이렇게 준비된 영혼에게는 그리스도를 통한 원죄와 실제 죄의 제거가 세례에서 일어나고, 믿음て소망て사랑이 주입되면서 실제적인 칭의가 일어난다.

"이러한 성향조정과 준비는 실제적인 칭의(iustificatio ipsa)로 나아가는데, 이 칭의는 를 용서할 뿐만 아니라 은총과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내적 인간의 성화와 갱신으로 나아간다(sanctificatio et renovatio interioris hominis per voluntariam susceptionem gratiae et donorum). 그 결과 그 사람은 불의한 사람에게서 의로운 자가 되고, 원수가 친구가 되어 결국에는 영생에 대한 상속자가 된다. ...... 그 결과 칭의의 과정에 있어서 ......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죄의 제거와 함께 믿음.소망.사랑(fidem, spem et charitatem)이 동시에 인간에게 주입된다."

넷째와 다섯째에 관하여는 칭의를 통해 의롭게 된 사람은 선행이나 선행의 공로인 칭의의 열매가 넘쳐야 하며, 이 선행을 통하여 하나님의 율법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영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의해 행위와 공로에 따라 신실하게 주어지는 보상이고, 또한 하나님의 은사를 인간들의 공로로 인정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트렌트공의회의 칭의교령을 요약하면, 선행적 은총은 인간으로 하여금 칭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만들고, 이 준비에서 하나님을 의의 근원으로 사랑하게 되며 죄를 미워함과 동시에 증오라는 회개가 생기고, 이러한 준비에 이어 신て망て애가 주입되면서 칭의 자체가 이루어지며 이때 성화도 동시에 일어난다고 본다. 그리고 계속된 칭의의 증가를 통하여 선행을 하면 그 공덕으로 영생(구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하여 볼 것은 칭의와 성화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인데, 이것은 루터가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여 생각한 것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트렌트공의회는 칭의를 성화와 구분하지 않으면서, 칭의 자체를 실제적인 인간의 의화개념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트렌트 공의회는 아우구스티누스 전통을 이어받아 Justification을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개념, 곧 성화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였고, 구원을 이루는데 있어서도 인간의 협력이 함께한다고 생각하였다.

(2) 순간적인 전가의 구원모델

순간적인 변형(momentory imputation)의 구원모델은 개신교의 구원론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루터의 '이신칭의'를 중심으로 개신교의 칭의론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루터에게서 비롯된 '칭의' 개념이 루터교의 중심교리일 뿐만 아니라, 깔뱅, 바르트로 이어지는 개혁교회의 중심신학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루터의 로마서 서문을 읽고 회심을 한 감리교의 창시자 웨슬레 역시 루터의 '칭의와 성화'를 발전시켜 '온전한 구원'개념을 유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루터의 '칭의와 성화'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하며, 또한 루터에게서 이미 가톨릭과의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루터의 이신칭의 개념과 나아가 구원의 본질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타락하여 이미 노예의지로 되었음을 살펴보고, 다음에는 은총의 의미와 칭의의 의미를 통하여 본 신앙의 본질 곧, 구원론을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① 인간의 노예의지

루터는 인간의 자연적인 의지의 자유로운 선택은 인정한다. 이 의지에 의해서 인간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선악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양심의 기능', 그리고 지적 능력과 양심의 기능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선택, 결단, 추구에 이르는 '의지 능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데는 무력하다고 루터는 여긴다.이것은 아담이 타락후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 완전히 상실되었다는 원죄에 근거를 둔다. 구원을 위한 인간의 의지는 왜곡되어 전인적으로 자기 사랑과 자기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는 결코 구원에 이를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기사랑, 자기우상화로의 지향을 루터는 "자기 자신 안으로 꾸부러져 들어간 것(incurvatam in se)" 혹은 "자아에로의 굴곡(sibi inflectere)"이라고 불렀으며, 이것을 '죄'라고 인식했다. 이러한 죄이해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죄를 '욕정(concupiscentia)'이라고 부른것 보다 훨씬 더 과격한 이해로서 '죄=불신앙'이라는 공식까지 이르렀다.

루터의 이러한 죄이해는 인간에게는 구원에 이르기 위한 의지의 자유가 없다는 주장까지 이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의지는 결코 선을 행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총이 없으면 결코 구원에 이르는 선을 할 수 없다고 루터는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총 없이는 '자유 의지'는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악의 영속적인 죄수이자 노예라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자유 의지는 선을 향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자유 의지'의 권능은 무(Nichts)이고 자유 의지는 은총 없이는 선을 행하지 않고 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루터는 왜곡된 의지가 바른 의지로 바뀌게 하기 위하여는 하나님의 은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때의 은총개념은 가톨릭의 주입된 은총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호의로서의 은총개념이었다. 그러면 이제 루터의 은총 개념을 살펴보자.

② 율법과 복음 속에서 등장하는 은총

가톨릭은 트렌트공의회에서처럼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휘하여 은총을 받을 준비를 하면 인간의 영혼에 하나님이 효력적(effective) 은총으로서의 신て망て애를 주입한다는 말한다. 그러나 루터는 이러한 은총이해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호의(favor)로서의 은총을 주장한다. 이 호의로서의 은총은 말씀의 율법과 복음의 변증법적 관계속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설명하고 복음에 주어지는 은총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 율법과 복음

루터는 노예의지 가운데 처해 있는 인간을 성령이 말씀속에 나타난 율법과 복음이라는 이중적 방식을 통하여 구원에로 이끈다고 말한다. 그러면 먼저 성령이 율법 말씀을 통하여 인간의 영혼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살펴보자.

"율법은 인간의 죄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증가시킨다. 율법은 끊임없이 인간을 고발하고, 그를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과 영원한 죽음으로 인도한다. 이것이 율법의 힘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율법의 힘을 알거나 느끼지 못해도 하나님의 율법에 대한 어떤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율법의 설교를 통하여 일어난다. 율법은 인간을 무지로부터 일깨우고, 그들에게 율법의 힘을 깨닫게 하고, 그들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체험하고, 회개로 인도되도록 실제 그렇게 한다."

이처럼, 율법은 고발기능을 통하여 인간의 양심을 위협하고 죽이고, 소멸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기 위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이상한 일(opus alienum)이며, 결국 우리를 복음으로 이끈다. 복음은 율법과 완전히 다르고 심지어 정반대의 기능을 갖고 있다. 율법은 우리를 고발하고 책망하지만, 복음은 우리에게 죄의 용서를 전파한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복음의 주제이다(Christ is the subject of the Gospel). 복음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가르치는 것은 전적인 은총에 의해 우리에게 제공되어진 신적인 행위이다. 어떤 인간의 지성이나 지혜도 심지어 하나님의 율법도 이것을 가르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오직 믿음에 의해서 이 선물(복음)을 받는다. 하나님의 아들을 계시하신다는 교리는 인간의 어떠한 지혜나, 율법 자체에 의해서 가르쳐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먼저는 외적 말씀에 의해, 다음에는 내적으로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에 의해 계시되었다."

"그리스도는 율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는 율법과 행위의 주인이 아니라 세상죄를 제거하신 하나님의 어린양이다. てててててて 그런 까닭에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는 우리의 의지나 율법의 공적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온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스도는 복음의 핵심이다. 이 복음은 우리를 율법에서 해방시켜 주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율법을 완성할 수 있도록 능력을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를 위해서 율법이 다 완수되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복음은 아무런 일이나 공로도 전혀 없이 인간에게 주시는 은총에 의한 구원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복음은 그리스도의 구속의 힘에 의해 영생을 선포한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믿는 길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의롭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사람이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다시 사심이 전혀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동시에 그리스도와 더불어 죄에 대하여 죽고 부활하시고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에 의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살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 그리스도는 의와 생명이 되시는 것이다. 이 때에 그리스도는 단순히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이라기보다는 구원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루터에게 있어서는 이 복음 선포가 곧, 은총이고 구원이다.

㉡ 은총의 의미

그러면 이제 루터가 말하는 은총의 의미를 말할 수 있다. 루터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복음선포가 하나님의 은총이며,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호의에 의해서 우리에게 자비로서 나타나며 이것은 은사와도 구별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은총은 가톨릭이 말하는 창조된 은총(created grace)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의 의를 우리에게 전가해 주시는 호의(favor)이다.

"은총의 참된 의미는 하나님이 자기 자신의 선택에 의해 우리를 향하여 지니시는 인자 또는 호의라는 사실이고, 이를 통하여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꺼이 그리스도를 주고 우리 위에 성령과 하나님의 축복을 부어주신다."

이상으로 우리는 율법과 복음의 변증법적 관계속에서 나타난 은총을 이해하여 보았다. 다음으로 우리는 루터의 은총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구원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칭의 문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③ 개신교 구원론의 핵심 : 이신칭의

루터는 율법이 우리 양심에 고발하는 기능과 복음이 죄용서를 약속해 주고 성령을 통하여 믿음을 일깨워 줄 때 회개가 일어나며, 이때에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믿음을 통해 칭의가 주어지며(justificatio per fidem propter christum), 이 "이신칭의"에 의해 인간은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호의로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총이 인간에게 '칭의'를 불러 일으키는데 이 때의 '칭의'개념은 가톨릭의 그것과는 상반된 개념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가톨릭은 '칭의'를 하나님의 의가 인간에게 주입되어 인간이 실제로 의롭게 된다는 '인의'개념으로 보았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의는 '신て망て애'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개신교의 루터는 가톨릭의 주입된 개념으로서의 하나님의 의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뛰어난 또 하나의 의가 있다. 즉, 믿음의 의, 또는 그리스도의 의가 있다. 이 의를 우리는 앞에서 말한 다른 의로부터 부지런히 구별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 의들은 이 의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 의들은 황제들의 법, 교황의 전통들, 하나님의 계명들로부터 나오고 우리의 행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적으로 우리의 자연적인 힘이나 하나님의 은사에 의해 우에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유의 의들은 우리가 누리는 그 밖의 좋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사에 속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를 행위없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전가하시는 이 가장 뛰어난 의, 믿음의 의는 정치적인 것도, 의식과 관련된 것도 아니며, 하나님의 율법의 의도 아니며 우리의 행위들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그와는 반대로 깨끗하다. 즉, 위에서 말한 다른 의들이 능동적인 의(iustitia activa)라고 한다면 이 의는 전적으로 수동적인 의(iustitia passiva)이다. 이 의와 관련해서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하나님께 아무것도 드리지 않고, 단지 우리는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받아들이며 경험한다. 그러므로 내게는 이 믿음의 의 또는 그리스도의 의를 수동적인 의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루터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수동적 의의 전가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이신칭의' 신앙이 모든 기독교 지식의 핵심이며, 기독교를 다른 모든 종교와 구분하는 결정적 요소로 보았다. 루터가 말하는 칭의는 하나님이 의롭다고 믿어주거나 전가하거나 인정하는(imputare, reputare) 행위로, 즉 하나님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그에게 가치를 주는 행위를 의미하며 그 본질에 있어서는 죄를 전가하지 않음, 곧 죄의 용서에 있다.

"어떤 죄도 ててて 우리에게 전가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닌 양, 죄 용서에 의해 이럭저럭 하는 동안에 제거된다. 인간은 그리스도 덕분에 그가 죄를 갖고 있지 않는 듯이, 죄가 사해진다. 우리의 의는 우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무지와 하나님의 무상의 용서이다."

루터에 의하면, 죄의 용서나 죄를 전가하지 않음은 곧 의의 전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의가 죄인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리스도 때문에 죄인을 의롭다고 여기신다. 따라서 죄인에게 주어진 의는 자신에 의해 생성된 자기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한 '밖으로부터 온 의(alien righteousness)'이다. 이 때의 의는 인간의 자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의를 은혜스럽게 전가시켜 주심을 통해서만 의롭게 되는 데 그 본질이 있는, 인간의 '외부에 있는' 의이다. 인간은 스스로 이것을 획득할 수 없고, 오직 그리스도로 말마암은 하나님의 무상의 은총을 통해 그에게 수여되고 주어지는 것을 허락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죄인의 의는 '능동적' 의가 아니고 그가 '당하고' 받을 수 있을 뿐인 '수동적' 의이다.

루터는 '칭의'를 순전히 전가(imputatio)로만 파악하는데, 이것은 가톨릭이 주장하는 실제적으로 인간이 의화된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여기에서 보면 루터는 칭의와 성화를 분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루터는 칭의 받는 순간 인간이 죄의 신분에서 하늘나라 백성의 신분에로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구원론을 전개한 반면, 가톨릭은 실제적인 칭의를 시작으로 하여 견인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따라서 가톨릭에 있어서는 칭의와 성화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개신교 루터에게 있어서 이 둘은 분리는 아니지만 구분은 되는 것이었다.

정리하여 보면, 루터는 적어도 인간의 공로에 의해서는 결코 구원에 이를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공로에 의해 발전되어가는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개념을 거부하려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루터를 '순간적 전가 모델'이라는 새로운 구원개념을 창출한 인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3) 개방적 구도로서의 두 구원모델의 가능성

이상으로 우리는 구원론의 두 양상인 점진적 변형모델과 순간적 전가모델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다소 논쟁적인 구도로 양진영의 입장을 압축 정리 하여서, 언뜻 보기에는 양 진영 사이에는 연속성의 여지가 전혀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가톨릭의 트렌트공의회의 '칭의교령'에 관한 다음의 내용과 개신교 루터의 '칭의와 성화' 관계를 토대로하여 양 진영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할 수 있는 개방적 국면을 볼 수 있다.

(1) 가톨릭 : 트렌트공의회는 '칭의 교령' 중 '칭의에 대한 규범(Canones de iustificatione)' 제1항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신적 은총없이 인간 본성의 힘(humanae naturae vires)이나 또는, 율법의 가르침(legis doctrinam)을 통한 자신의 공적에 의하여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파문될지어다."

이 말에 의하면, 트렌트공의회는 개신교 교리와 동일하게 인간의 자력구원이란 없다는 것을 명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구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2) 개신교 : 루터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의가 어떻게 받아들여져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관련을 맺게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설교 '두 종류의 의(Two Kinds of Righteousness)'에서 두 종류의 의를 제시한다.

"첫번째는 외래적인 의(iustitia aliena)로서 밖으로부터 스며들어온 다른 분의 의입니다. ......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의는 우리의 의가 되며 그분이 가진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 됩니다. ...... 그러므로 사도는 로마서 1장에서 그것을 '하나님의 의'라고고 부릅니다. ...... 이 의가 일차적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모든 실제적 의(iustitia propria = actual righteousness)의 근거이며 원인이며 근원입니다."

"두번째 종류의 의는 우리 자신의 고유한 의입니다. .... 이것은 첫째로 육을 죽이고 자기와 관련된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는 가운데 선한 행실을 하면서 유익하게 보내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 의는 이웃을 사랑하는 데 있으며, 하나님에 대하여 유순하고 경외하는 데 있습니다. ....... 이 의는 첫 번째 유형의 산물인데, 실제로 그 열매이자 결과입니다."

루터는 구원을 하나님의 죄용서를 통하여 칭의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지만, 이 때 주어지는 칭의는 동시에 '선행'을 하기 위한 근원과 원천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의의 전가(the imputed righteousness) 속에 존재하는 신앙은 성령의 첫 열매로서 이해될 수 있다. 비록 성령의 열매로서의 성화의 과정이 구원과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분리할수 없는 불가 분리의 관계로서 신앙의 윤리적 열매를 선포한다. 따라서 '칭의'는 구원과 관계해서는 하나님의 죄용서를 의미하지만, 실제로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는 분리할 수 없는 성령의 열매로서 인간을 그 자신 안에서 의롭게 만드는 효과적인 것이며, '과정'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의는 이중적 의미 곧, '수동적 의' 이면서 동시에 '능동적 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루터 사이에 연속성을 거론할 수 있는 개방적 국면을 살펴보았다. 서로는 서로에게 교리적으로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지금까지의 구원론 전개 과정을 종합하여 구원론에 관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3. 연속성과 불연속성

우리는 서론에서 이미 개신교와 가톨릭이 복음에 대해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이 '복음'에 대한 일치점을 근거로 양 진영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비교하기 위한 구원론의 전개과정을 고찰하여 보았다. 이제 이상의 논지에 바탕을 두고 우리는 1) 은총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2)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관하여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은총과 자유의지에 관하여

A. 연속성 : 개신교와 가톨릭은 공히 인간의 자력구원을 거부한다. 인간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는 구원을 이루는데 있어서 선결조건으로서 모두다 하나님의 선행적 은총을 주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B. 불연속성 : 개신교의 루터는 인간의 전적타락으로 말미암아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형상이 모두 사라졌고 오직 은총에 의해서만 이를 회복하고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오직 은총(sola gratia)'만을 주장한 반면, 가톨릭은 인간이 은총에 협력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인정하여 인간의 자유는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역사를 위해 은총과 협력할 가능성을 가지는 접점이라고 말한다. 다음의 인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자비로운 탁월성에서부터 나오는 구원과정은 인간으로 하여금 수동적으로 머물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구원에의 길을 함께 가도록 그를 해방시킨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유가 전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유는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역사를 위해 은총과 협력할 가능성을 가지는 접점이다."

또한, 개신교는 은총을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전적인 '호의'(favor)로 이해한 반면에, 가톨릭은 은총을 두가지로 구분하여 '창조되지 않은 은총(uncreated grace)'과 '창조된 은총(created grace)'으로 나누어, 전자는 개신교의 은총개념과 동일하나, 후자는 인간을 실제로 의롭게 하는 효력적인 개념으로 여긴다.

2)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관하여

A. 불연속성 : 개신교는 은총을 인간에게 호의로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자비로 보았기 때문에 'justification'을 '인의' 가 아니라 '칭의' 개념으로 이해하였다. 반면에 가톨릭은 은총의 두가지 국면에 의하여 'justification'을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주입되어 인간을 실제적으로 변화시키는 '인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인간영혼을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쁘게 만들기 위해 초자연적인 사건을 인간의 영혼과 융합시키는 장식품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가톨릭은 '인의'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선행을 통하여 공적을 쌓으면 영생을 얻게 된다고 하여 칭의와 성화가 분리, 구분되지 않고 구원의 과정으로 등장한 반면에, 개신교는 칭의를 하나님이 의롭다고 선언하신 사건으로 보아, 성화는 실제 인간의 구원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B. 연속성 : 개신교는 칭의를 성화와 구분되는 법정적 개념으로 상정하였지만, 성화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는 면에서 칭의는 성령의 열매로서의 성화의 시작이며, 이 때 주어지는 칭의는 '죄인의 용서' 뿐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실제적으로 성령의 열매를 산출시킬수 있는 '우리 고유의 의'가 된다고 한다. 다음에서 우리는 루터의 칭의 교리에 대한 칼 홀의 견해를 살펴봄으로써 가톨릭의 인의개념과의 연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두 가지 효과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죄의 용서와 또한 그와 함께 의의 전가를 가져온다. 신앙은 또한 새로운 존재를 확립하고, 인간을 그 자신 안에서 의롭게 만든다. 이 두가지 신앙의 효과는 루터신학에서 분리할 수 없게 결합되어 있다. 그가 신앙 그 자체인 의, 신앙이 제공하는 의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이 두가지 곧 그리스도로 인해 전가된 의와, 새로운 순종으로 변하는 인간의 변화를 함께 본다. ...... 신자는 죄가 더 이상 아무 효력도 없는 것처럼, 그의 죄의 용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죄에 대해 승리하기 위해 철저하게 전투를 벌인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의는 현재에 존재하고 있는 동시에 장차 미래에 올 것이다. ...... 하나님이 우리를 용납하신 것은 완료시제로 서술되어야 한다. 즉 우리는 의롭게 되었고, 이미 의롭다. 우리 자신 안에서 의롭게 된 상태는 현재시제로 오직 시작된 것으로 묘사될 수 있으나, 그 완성은 미래에 있다. 즉 우리는 오직 의롭게 되어 가고 있을 뿐이다. ...... 바로 이런 관점에서 루터는 칭의에 대한 이중적 용례, 즉 죄의 용서와 그리스도인의 삶의 새로운 존재와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4. 나오는글

이상으로 우리는 구원론에 관한 개신교와 가톨릭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고찰하여 보았다. 칭의론을 둘러싼 양 진영간의 대화 가능성은 그 근본(루터와 트렌트 공의회)에서부터 이미 존재해 있었다. 복음 내용에 대한 일치점, 은총의 선행적 작용에 대한 일치점, 성화부분에서 인간의 실제적인 의화 부분내용 등이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진영은 은총의 개념에 대한 불일치, 칭의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등은 여전히 서로에게 닫혀 있는 상황이다.

이제 다음의 내용을 인용함으로써 구원론에 관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고찰을 맺고자 한다.

"트렌트공의회가 어떠한 상태이거나, 이 공의회가 은총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루터의 취지를 포착하여 효력을 발하게 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바로 이 기본전망은 뒤따르는 시대의 교파적인 쟁론 속에서는 상당히 퇴색해 버렸다. 사람들은 공통적인 것, 즉 은총의 우위성을 고백하는 점을 보지 않고, 오히려 개별적인 물음에 열중하여 있었다. 양편에서의 논쟁적인 협소성과 단축성을 인식하고, 루터가 은총의 우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에 관통되어 있는 인간도 보고 있으며, 트렌트공의회가 은총입은 인간에 관하여 말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총 행위의 전제하에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바로 인정하기까지는 필경 역사의 간격이 필요하였다. ..... 의화는 오로지 은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되, 인간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신앙만이 의화시키되, 진정한 신앙에는 결코 선행이 없지 않다. 의화는 유일회적인 사건이면서, 동시에 일생에 걸친 과정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전적으로 의로우나,이 삶 속에서는 다만 부분적으로만 의로움을 구현할 뿐이다. 하나님의 은총은 하나님이 자애로이 향하는 것이면서, 인간에게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기도 하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아무것도 제시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성서는 보수에 관하여 이야기 한다. 이 두가지 국면의 교합속에서 이 편과 저 편에서 제각기 강조점이 다르게 놓여지나, 이들이 서로를 배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IV. 교회론

1. 들어가는글

교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381년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에서 이루어진다. 흔히 니케아신조라고 불리우는 이 신조는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에 대해서 논한 후에, 교회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믿사오며(credo ecclesiam unam, sanctam,catholicam, apostolicam)"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교회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정의이며,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당시 지중해 세계의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룩했고, 사도적 전승과 사도적 승계를 함께 나누는 교회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교회는 삼위일체와 복음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고대교회들은 여러 에큐메니칼 신조에 의해 통일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단과 박해 상황 속에서 직제와 신약성경, 신조들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나 중세로 넘어오면서 교회는 교황주의를 그 중심에 놓게 된다. 보니파스 8세의 「Unam Sanctam」(1302)은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베드로, 베드로의 역사적 승계자인 교황을 하나의 머리로 하는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를 하나의 양우리의 양무리로 보는 바, 이는 다름아닌 로마가톨릭교회라는 것이다. 또한 1215년 제4차라테란공의회에서 화체설이 확정되고, 1436-45년 플로렌스 공의회에서 7성례전이 공식화되면서 교황을 피라밑의 꼭지점으로 하는 로마가톨릭교회가 확고하게 구축된다.

이러한 중세교회론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종교개혁자들의 교회론은 '세례, 성만찬, 복음'을 교회의 표지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교회론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 종교개혁자들은 사도신경과 니케아신조(381년)와 칼세돈신조(451년)를 가톨릭과 더불어 고백하였다. 16세기 종교개혁은 결코 기성 가톨릭으로부터의 분리주의를 지향했거나 하나의 새로운 교파를 형성하려 했던 것이 아님이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교회는 갈래갈래 찢겨지고 말았다.

이후의 교회론은 17,18세기의 교파절대주의시대를 거치고, 19세기의 자유주의의 험난한 물결을 통과해 현재 20세기의 다양한 교회론에까지 이르고 있다. 20세기의 교회론에서는 특히 종말론(하나님의 나라), 종으로서의 교회(The Church as Servant), 코이노니아 사건으로서의 교회(The Church as Koinonia) 등의 새로운 개념에 의해 다양한 교회론이 전개되고 있다.

가톨릭도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를 통해서 'aggiornamento(bringing up to date [the Roman Catholicism)'를 모토로 하여 교회론에 있어서도 쇄신을 기하고 있다. 바티칸 II이후로 로마 가톨릭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으며, 일치운동과 개신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공헌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교회론의 변천을 염두에 두면서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의 교회론에 있어서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항목은 개신교와 가톨릭(주로 바티칸 II)의 주장과 WCC의 교회론을 소개하는 순서로 전개하였다.

2. 연속성

1) 교회의 근거 : 삼위일체 하나님

가톨릭과 개신교의 연속성의 가장 큰 부분은 교회의 근거로서 제시되는 삼위일체 하나님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깔뱅은 그의 저서 「기독교강요」에서 신론과 기독론, 성령론을 근거로 하여 교회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것은 사도신경의 구조이면서, 고대 에큐메니칼 신조들이 취하여 온 구성형태이다. 또한 바르트는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적, 역사적 실존형태라고 정의했으며, 세상 속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였고,성령의 사역으로 소집되고 건설되고 파송되는 공동체라고 보았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Lumen Gentium)'에서 교회를 먼저 '신비체'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아닌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삼위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맥락속에서 루터교와 가톨릭은 최근에 교회의 근거로서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 이것의 구체적인 모습으로서 '하나님의 백성','그리스도의 몸','성령의 전'이라는 개념에 일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신교와 가톨릭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개념에서 일치한다.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이 터는 예수 그리스도라"(고전 3:11).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바르트는 그의 교회론을 철저히 기독론에 근거하여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몸, 곧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지상적-역사적 실존양식 (His earthly-historical Existence)"으로 본다. 그리스도야말로 교회의 주체이시다. 바르트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그리스도만을 머리로 하는 '형제애적 공동체'라고 밝혔다. 가톨릭에서도 이미 피우스 12세의 회람문서인 「Mystici Corporis Christi」(1943)를 통해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한 몸이라는 사실을 밝혔으며,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교회는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들의 모임임을 확인했다. 라찡거는 이러한 개념에 주의하면서 교회헌장의 첫 구절인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 (Lumen Gentium cum sit Christus)"라는 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라고 주장한다.

또한 '하나님의 백성'은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속성의 중요한 개념이다. '하나님의 백성'의 재발견은 특히 그리스도의 역사적 시점의 교회설립의 보다 법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성서 전체에서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발전과정을 읽으려는 사고에 의해 촉진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서 이스라엘과 교회간의 연속성이 발견되었고, 구원사와 메시야적 약속의 큰 연관성으로부터 교회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종말에 끝나게 될 계시와 구원의 역사적 차원이 재발견되었다. Lumen Gentium 2장 9조에서는 구약에서 신약에 이르는 구속사적 맥락과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완성되었고 성령에 의해서 실현된 하나님의 새 언약의 백성 혹은 '하나님의 새 백성'으로 본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것은 '하나님의 백성(Lumen Gentium 2장)'이 '교회의 교계제도와 주교직(Lumen Gentium 3장)' 보다 먼저 나온다고 하는 사실이다. 요컨대 여기서 '백성'은 '평신도'를 뜻하지 않고, 구속사의 사건에 참여하도록 불림을 받은 '성직자'들까지 포함하는 모든 신자들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모든 신자들이 하나님과 인간들을 중재하는 사제가 된다는 일반적 사제직(General Ministry)이 거론된다. 그래서 Lumen Gentium 2장 10-14조에서는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인 제사장직, 예언자직, 왕직에 근거한 성직자들의 삼중직과 평신도들의 삼중직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이처럼 바티칸II에서 평신도의 삼중직을 인정한 것이나, 세상 속에서의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개신교와의 간격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성령의 역할'에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회론은 관심을 기울인다. 바르트는 객관적인 화해사건이 성령에 의해 실제적으로 역사 속에 실현된다고 보고, 화해사건에서 이미 일어난 칭의(信)와 성화(愛)와 소명(望)이 성령에 의해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다름아닌 信愛望을 각각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의 모임(Gathering)",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의 세움(Upbuilding)",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의 파송(Sending)"에 상응시킨 것이다. 바르트의 교회론은 이처럼 기독론적 기초와 성령론적 실현이 가장 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Lumen Gentium에서도 성령을 교회의 영혼으로 비유하고 있고, "성신은 복음의 힘으로 교회를 젊어지게 하시며 항상 새롭게 하시어 신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완성시키신다"고 천명하고 있다(Lumen Gentium 1장 4조). 이처럼 성령이 말씀과 성례 속에서 신자들의 공동체를 불러모으고, 이 공동체에 권능을 준다는 사실은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통된 견해로 수렴되고 있는 점이다.

이상과 같이 개신교와 가톨릭은 모두 교회를 삼위일체 하나님을 근거로 하여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뉴델리 제3차 WCC총회에서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에 근거한 교회론을 전개한 WCC의 교회론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2) 교회의 성격 : 종말론적 공동체

삼위일체를 근거로 하는 교회는 철저히 종말론적인 공동체이다. 교회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한다. 교회가 종말론적인 공동체라는 점에서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은 일치하고 있다. 바르트는 교회의 시간을 '사이의 시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의 사이의 시간이라고 말한다.이 시간은 부활에서 절정을 이루는 '제3의 시간'이다. 이 제3의 시간은 영원한 현재로서 과거와 미래 속에 있으며, 신앙의 회고와 종말의 소망 속에 있는 것이다. 몰트만은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회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메시야)의 부활에 근거하고,이 교회의 미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자유의 하나님나라이다.그리스도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은 교회의 희망을 하나님나라로 향하게 하고,하나님나라에 대한 살아있는 소망은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으로 다시 돌이킨다.그런데 이 기억과 이 소망의 현재적 능력은 성령의 능력이시다."

몰트만에게서 기독론과 종말론적 하나님나라에 기초한 교회는 역사 속에서 종말론적인 하나님나라를 지향하고, 세상 속에서 이 하나님나라를 이룩해 나가는데 성령께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시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편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하나님나라에 대해서 '미래지향적-현재적 종말론'을 주장하면서,'이미 이루어졌으나(already fulfilled), 아직 완성되지 않음(not completed yet)'의 긴장 속에서 교회의 실존을 본다. 즉 교회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차원에 속하면서도, 미래적으로 완성될 하나님나라와 긴장관계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한스 큉에 따르면 장차 완성될 하나님나라(통치)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서 교회 안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교회는 '확정적인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예기적인 징표(an anticipatory sign of the definitive reign of God)'인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에서 종말론적인 하나님나라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하나님나라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제2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Lumen Gentium 7장 '지상여정 교회의 종말적 성격과 천상교회와의 일치'에서 교회를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여정의 교회'로 설명하고 있다(Lumen Gentium 7장 48조).

한편 WCC의 교회론에 있어서도 1954년 에반스톤에서부터 교회의 순례하는 성격을 부각시켰으며, 1968년 웁살라에서는 자신을 '진정으로 보편적인 에큐메니칼 협의회(a genuinely universal ecumenical council)'를 위한 잠정적인 조직으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인식들도 바로 교회의 종말론적인 성격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종말론적인 이해는 교회로 자신의 불완전성을 깨닫고 자기를 개혁할 준비를 갖추게 하는 자의식을 갖도록 한다. 따라서 'ecclesia semper reformanda(항상 개혁되어야 할 교회)'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지상여정 가운데 있는 당신의 백성에게 되풀이해서 요구하고 계시는 말씀인 것이다. 또한 '하나님나라의 선취'로서의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은 하나님나라를 세상에 선포하고 '세상의 빛'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교회의 사명의 근간이 되고 있다.

3) 교회의 사명 : 선교하는 공동체,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1) 선교하는 공동체

교회는 본질적으로 선교공동체(Missionary Community)이다. 역사적으로 선교와 교회는 일치되어 있었다. 선교는 교회의 사역이었고, 교회는 선교적인 교회였다(Mission was Mission of the Church and Church was Missionary Church). 만일 교회가 처음부터 선교적인 공동체가 아니었더라면, 기독교는 현재까지 생존해 오지 못했을 것이고 단지 근동 아세아의 고대 종교의 하나가 되어 지금은 전문적인 종교학자들의 연구대상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는 역시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바르트는 교회공동체의 과제에 관해서 언급하면서 이 과제의 내용은 하나님의 위대한 긍정인 예수 그리스도 즉 복음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교역으로서 복음선포와 복음에 대한 지적인 설명, 복음의 적용을 논하고 있다.

한스 큉도 그의 교회론에서 교회는 하나님나라(하나님의 통치)를 외치고 알리는 전령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설교를 계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며, 그 내용을 예수의 하나님나라 설교에 일차적으로 근거하고 있다. 바티칸 II에서도 교회의 복음전파 사명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를 세계 구원의 원천으로서 정하신 하느님의 계획을 완전히 실현하도록 교회는 성신의 재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Lumen Gentium 2장 17조). 또한 바티칸 II는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Ad Gentes)」을 마련하여 로마 가톨릭의 선교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WCC도 매번 총회때마다 복음선교가 교회의 가장 근본적인 사명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IMC의 빌링겐(1952) 대회와 WCC의 에반스톤(1954) 총회 이후, 점차로 선교의 개념이 교회 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전체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이전보다 진전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에큐메니칼운동은 19세기의 선교운동에 그 근원을 두고 있으며, 이것은 교회일치도 결국은 선교를 위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교회는 이러한 선교의 목적을 위해서 하나가 되어야 하며, 여기에 교회일치의 또 다른 당위성과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한편 1952년 빌링겐의 IMC가 내세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1968년 웁살라 WCC의 교회의 사회참여는 선교의 개념에 대대적인 전환을 가져왔고,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가 이러한 선교개념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즉 선교의 근원이시오, 추진자시오, 완성자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전 교회(the whole Church)를 통하여 전 복음(the whole Gospel)을 온 세상(the whole World)에 선포하는 것이다.

(2)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

196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문화혁명과 세속화를 그 특징으로 하는 역사의 도전 앞에서 이 틈바구니를 헤치고 혜성처럼 등장한 교회론이 '선교'와 '봉사'(diakonia)를 강조하는 '종'으로서의 교회였다. 이러한 종으로서의 교회, 곧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은 일치를 보인다. 바르트는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는 데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예언자적 행동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 가운데 하나이다.

제2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를 종말론적 순례 공동체로 보았는데, 이 순례 공동체의 존재양식을 '종'의 모습으로 정의하였다. 특별히 공의회 문헌 중에서 '현대세계의 사목헌장(Gaudium et spes)'은 교회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열어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세계와 문화를 교회의 침략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함께 전 인류 사회의 소중한 하나의 부분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이다.여기에 그리스도는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하여 오셨다는 진리를 교회가 실천해 할 근거가 있다. 교회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 제2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고난받는 하나님의 종(God's suffering servant)'으로 이야기하며, 종의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따라 교회도 세계를 섬겨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종으로서의 교회는 복음의 가장 좋은 징표이며, 또 오고 있는 하나님나라의 살아있는 증인이 되는 것이다.

WCC의 교회론에 있어서도 교회일치의 문제에서 '비신학적인 요인들'(문화적,정치적,사회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오다가 웁살라 총회(1968)에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통전적인 구원'(holistic salvation)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오늘날의 구원은 영혼과 몸, 개인과 사회, 인류와 탄식하는 피조물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웁살라에서 주장된 「교회의 일치와 인류의 일치(The Unity of the Church and the Unity of the Mankind)」는 교회의 일치를 장차 올 인류의 일치의 징표와 도구로 이해한다. 그리고 1983년 벵쿠버 WCC는 교회란 회복될 인류 공동체의 표징이요, 인류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도구(「The Unity of the Church and the Renewal of Human Community」)라고 역설했고, 1985년에는 이 '교회일치와 인류공동체의 갱신'을 위한 신학협의회가 「신비와 예언자적 표징으로서의 교회 (The Church as Mystery and Prophetic Sign)」라는 문서를 내놓았다. 그리고 1990년에 이러한 문서들을 총망라하여 「교회와 세상:교회의 일치와 인류공동체의 갱신 (Church and World : The Unity of the Church and the Renewal of Human Community)」를 출간시켜 WCC의 사회참여 전통(Life and Work)을 정리하였다. 또한 1993년 스페인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5차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대회는 「신앙과 삶, 그리고 증거에 있어서의 코이노니아 (Koinonia in Faith,Life and Witness)」를 대회의 주제로 삼고 증거에서의 코이노니아를 언급하는 것은 이러한 세상을 위한 공동체로서의 WCC의 교회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WCC는 BEM(Baptism,Eucharist,Ministry 1982)을 인류의 갱신과 교회의 사회참여와 연결시킨다. 그 예로서 BEM의 성만찬 이해는 성만찬을 '하나님나라의 표식'으로 이해하면서, 성만찬은 창조세계의 궁극적인 갱신을 약속하고 이것의 미리 맛봄을 통하여 하나님의 약속된 통치를 열어보여 주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성만찬 예전을 통하여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 소외되고, 눌리고, 가난한 자들과 연대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과 같은 세상을 위한 섬김으로서의 교회가 지니는 특징은 '교리'나 '성례적 연합'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기독교적 봉사에 동참하는 형제됨"을 연합의 근거로 본다. 이러한 점에서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라는 사실은 개신교와 가톨릭 뿐만아니라 모든 교회를 섬김이라는 목표 아래 모일 수 있게 해주는 일치의 구심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섬김은 다름아닌 그리스도의 주권이 이 세상 곳곳에 미친다는 우리의 신앙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3. 불연속성

1) 성서와 전통

성서와 전통의 문제는 개신교와 가톨릭 간의 주된 논쟁점 중의 하나로서 '오직 성경'이냐 '성서와 전통'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로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종교개혁이라는 프로테스탄트의 도전에 직면한 가톨릭교회는 가톨릭교회내의 다양한 전통의 존재와 효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트렌트공의회(1545-1563)를 통하여 전통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여 태도를 재확인하였다(DS1501).

개혁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최상의 권위로 인정하면서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강조하며,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으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성경은 성경 자신이 성서들 속에서, 그리고 성서들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해석자라는 것이다.

이 성서와 전통은 양 교파간의 성서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짐과 동시에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와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차신앙과직제대회(1963)라는 두 사건으로 인해 문제해결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개신교측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제2차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는 계시헌장의 6개장 중 4개 장이 성서를 위해 할애되어 있으며, 전통이라는 용어는 어느 장의 제목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교회의 교도직에 관하여는 전승된 하나님의 말씀을 설명하는 직무이며 거기에 봉사하는 직분이지 하나님의 말씀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승(Tradition)이나 성서(Scripture) 모두 계시된 동일한 복음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며,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한편 몬트리올 신앙과직제 세계대회(1963) 제2분과에서는 성경, 전승, 전통들(Scripture, Tradition, and traditions)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기에서는 전승(Tradition)에서 성서(Scripture)가 형성되었고, 이 성서(Scripture)가 역사적 다양성으로 표현되어 나타난 것이 전통들(traditions)이라는 것이다. 즉 성령의 결과인 전승(Tradition)은 전통들(traditions-표현양식의 다양성과 여러 교파의 전통)에 의해 구체화된다. 기독교 역사를 통하여 주어진 전통들(traditions)은 이처럼 전승(Tradition)과 다르면서도 연관된다. 이 전통들(traditions)이란 다시 말하여 그리스도라고 하는 하나의 진리와 실재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표현이다.

이와같은 '신앙과 직제'의 성과에 비추어 볼 때, 성서는 복음 그 자체인 전승(Tradition)으로부터 나왔고 또 성서는 전통들(traditions)에 대해 규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서와 전통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에큐메니칼 입장에서는 더이상 성서와 전통의 문제가 과거처럼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선상에서만 문제화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 제도 혹은 사건?

로마 가톨릭은 교회는 구원의 제도이며, 이 곳에서 그리스도의 은혜가 관리되고 베풀어진다고 여겨왔다. 즉, 교회란 법적인 기관이고 눈에 보이는 '제도'라는 것이며, 가톨릭교회만이 정당한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이다. 이 제도주의적인 교회관은 일반적으로 상징주의적, 법률주의적, 그리고 개선주의적으로 특징지워진다. 성직주의적이란 교회가 불평등하며 모든 권력이 교계제도를 다스리는 계층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라는 의미이며, 법률주의적이란 통치권, 교도권,그리고 성화권까지 법률화하여 교회 안에서의 권위를 세속사회 안에서의 사법권에 밀착시켜 법령을 크게 확장한 것을 말하며, 개선주의적이란 신앙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태세로서 십자가가 적들 위에 군림하는 승리의 징표이고 제국세력의 징표가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신교는 하나님 말씀의 사건이 바로 교회라고 여긴다. 즉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증언을 계속 전하고 이 증언을 경청함으로 항상 새롭게 구성된다. 바르트는 "교회를 믿는다(Credo ecclesiam)는 말은 하나님을 믿듯이 교회를 믿는다(Credo in unum Deum)는 것이 아니라, 개별회중 안에서의 삼위일체의 역사가 하나의 사건이 된다는 것을 믿는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교회는 기관이기에 앞서 사건이고, 각 지역교회도 하부기관이 아닌 일차적이며 포괄적인 구조로 이해되어야 할 온전한 교회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전통적인 대립의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은 제2바티칸 교회헌장에서였다. 교회헌장은 가톨릭교회 이외에도 여러 교회가 존재하며, 이들 교회는 계시된 모든 진리와 여러 성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은혜를 그 신도에게 중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기초를 제공하였다. 이 헌장 중에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가. 교회는 신비이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역사하시는 장이며,하나님의 성령의 충만이 라는 궁극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고찰은 제도나 조직으로서의 교회를 강 조하지 않는다)

나.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이다...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교회는 성직교계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WCC의 1963년 몬트리올 신앙과직 제4차세계대회는 교회는 사도적 연속성을 갖는 '제도'이며, 역사의 현장에서 증언의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건'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현상황에서 '교회가 제도냐, 사건이냐?'라는 문제는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WCC의 교회론은 보고 있다.

3) 직제

가톨릭의 교회헌장은 사제직을 일반 사제직과 교계적 사제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 사제직(혹은 공통사제직)은 모든 하나님의 백성에게 적용되는 사제직을 말한다. 교회헌장은 하나님의 백성 모두가 제사장, 예언자, 왕이라는 삼중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다시 말하면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재생(再生)과 성신의 도유(塗油)로 축성(祝聖)되어 영적 집과 거룩한 사제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신교의 만인제사장설과 통하는 것이다.

또한 교회헌장은 신품성사에 의해 구별된 성직자의 사제직을 일반(common)사제직과 구별하여 교계적(hierarchical) 사제직이라고 부르고 있다. 종교개혁자들 역시 교역자들을 특별한 교역으로서 구분하고 있으며, WCC의 「BEM」(Baptism, Eucharist, Ministry)문서에서도 안수례 받은 직제의 구별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헌장은 적어도 두가지 면에서 일반 사제직과 교계적 사제직을 다르다고 본다. 첫째 일반사제직은 세례를 통하여 주어지는 반면 교계적 사제직은 신품성사를 통해서 주어진다는 것이며, 둘째 평신도들은 일반사제직으로 세상 어디서든지 성스러운 예배자로서 세상 자체를 봉헌하는 반면에 직분상의 사제들은 성체의 성사를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집전하고 온 백성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봉헌한다.

이처럼 일반사제직과 교계적 사제직은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본질적 차이로 구별되기는 하지만,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특수한 모양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이다.반면에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이 말하는 것처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지 직능상(functional)의 차이일 뿐이라고 본다.

이와같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직제상의 차이는 사도적 계승의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가톨릭은 주님께서 자신의 권한을 베드로와 사도에게 위임하셨으며, 그 베드로와 사도들의 권한이 가톨릭의 교황과 주교에게 계승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기들의 교회만이 참된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면서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서는 개신교를 바라보는 가톨릭의 입장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개신교회는 사도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에 '교회'라기보다는 아직도 '교회적인 단체(ecclesial community)'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여전히 "갈라진 교회나 단체들이 비록 결함은 있겠지만 구원의 신비에 있어서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라는 투의 논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개신교와의 대화에서 사도적 계승이나 교도권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은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반면에 개신교에서는 사도적 전통과 계승이 교황이나 주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 주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사도들의 독특성과 유일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교황과 주교들이 사도들의 권한을 계승한다는 주장이나 교황의 신적인 권위나 무류성 등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개신교 입장에서 사도적 교회란 사도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교회로서 곧 사도들의 말씀과 교훈과 복음으로 구성된, 성서에 순종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동시에 사도적 교회는 사도들의 삶에 동참하는 교회를 의미하는데, 곧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난 당했던 사도들의 고난에 동참하는 교회가 진정한 사도적 교회인 것이다.

WCC의 BEM 문서는 사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회에 있어서 사도적 전통이란 사도들의 교회의 영속적인 특징들이 계속됨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사도적 신앙의 증거, 복음선포와 참신한 해석, 세례와 성례전의 거행, 직제상의 책임완수, 기도와 사랑과 기쁨과 고난 속에서의 교제, 병든 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봉사, 지역 교회들 간의 하나됨 및 주님께서 각각에게 나누어 주신 은사들의 공유 등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상호간의 대화도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서로간에 간격을 좁히고 있다.가톨릭에서도 사도들만의 독특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사도적 계승을 법적이며 역사적인 계승이 아니라 영적인 계승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에서 사도적 계승의 문제는 교황의 무류성 문제가 큰쟁점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무류성을 가지는 두 실체가 분명해졌는데, 첫째는 교황이요, 둘째는 교황을 머리로 하는 주교단이다. 바티칸Ⅱ의 계시헌장은 "사도들은 온전하고 생생한 복음을 교회 안에서 언제나 보존하기 위하여 후계자로서 주교들을 두고, 그들에게 자기네들의 가르치는 임무를 넘겨주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도적 계승을 이어받아 무류성을 지닌 가톨릭 교회의 교황과 주교에게 올바른 교도권(magisterium=teaching authority)이 주어져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교회헌장은 교황을 주교단의 으뜸이며 머리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교황의 수위권과 권리, 그리고 무류성을 재강조하면서 확인하고 있다. "교황의 성스러운 수위권의 설정, 영속성, 권한, 본질 등에 관한 교리와 그 가르침의 무류성에 관한 교리는 모든 신자들이 굳게 믿어야 할 것임을 거룩한 공의회가 재강조하는 바이며, 계속해서 이것을 주장한다."

동시에 교회헌장은 주교단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제2 바티칸 공의회에서 주교단의 연대성(collegiality)을 강조한 것은 개신교와의 차이를 좁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주교단은 초대교회의 사도단을 잇는 것으로 모든 중대한 문제들을 상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기관이다.이와 함께 교회헌장은 주교직에 대해서 다음 세 가지를 밝힌다. 첫째로 주교서품은 성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제직의 충만을 이룬다. 둘째로 주교서품으로 성화의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도 수여받는다. 그러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는 그 본질상 주교단의 머리인 교황과 그 구성원들의 교계적 교류(일치)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다. 셋째로 사도단을 계승하는 주교단은 그 머리이신 로마 교황과 더불어 전교회 위에 최고이고 완전한 권한을 가진 주체이다. 다만 그 권한은 로마 교황이 동의할 때에만 행사할 수 있다.

교회헌장이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적절히 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일치에 몇가지 걸림돌이 남아있다. 예언직과 관런하여 가톨릭 교회의 교도권을 강조하는 점, 지역교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체교회의 보편성을 위해 교회에서 베드로의 수위권이 완전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는 점, 그리고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에 완전히 합체(incorporatio plena) 되어 있지만 갈라진 형제들은 불완전하게 결합(conjunctio incompleta) 되어 있고 타종교인이나 선의의 구도자들은 교회에 관련되어 있다(ordinantur)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가톨릭은 아직 교회의 다양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 중심적인 보편성에 매달려 있다는 비판에 성실히 답해야 할 것이다.

4) 마리아론과 교회

"'하나님의 구원의지가 역사 안에 진입하는 공개적 사건'이 나사렛 예수사건이었다면, 하나님의 역사 개입을 수락하는 인간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가톨릭교회는 말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당신의 구원의지를 가시적이며, 교육적이고, 인격적인 대화와 친교의 방법으로 인간의 요구에 따라서 역사 안에 개입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수태와 출산의 과정을 택하였고, 그 첫 수락자가 마리아였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인간의 내면적 인격구조가 하나님의 의지와 합일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것은 인간의 완성이라는 신학적 인간학의 궁극적인 목표였다는 것이다. 즉 예수와 마리아는 나사렛 계시사건의 주연과 조연이며, 예수만을 독립시킬 때에는 하나님의 역사개입을 납득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이 로마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론의 신학적 근거이다.

그런 로마 가톨릭교회의 구원사적 관점에서 끝까지 마리아를 그리스도께로 관련시키고 있고, 그 관계에서 다시 마리아와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연장인 교회'를 관련시키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우선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Deipara)'라고 한다.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는 말은 원래 431년 에베소공의회와 451년 칼세돈공의회에서 천명된 것으로 그리스도께서 인성과 동시에 참된 신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로 보고 있다. 이 말은 원래 바티칸 II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Lumen Gentium)」에는 나오지 않고, 교황 바오로 6세가 제3회기 최종일에 공식으로 선언한 말이다. 그러나 공의회는 직접적 표현을 피했을 뿐, 간접적으로 많은 다른 말로써 그 말을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오로 6세의 말에서 "교회의 어머니는 그리스도를 믿는 백성 전체, 사목자 및 신자의 어머니"라는 수식어를 붙여 그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지상교회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또한 로마 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의 전형(典型)"이라고 한다. 교회의 실재성은 교회의 교계제도, 전례, 성사 등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그 본질, 그 희생적 효력의 제 1 의 근원은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일치 안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치의 최고의 모델이 마리아라는 것이다. 한편 마리아는 지상생활을 마치고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의 영광에로 올라가 결정적 단계에 도달하고 있지만, 교회는 그 결정적 단계를 향해 계속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말보다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의 어머니'라는 말이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으로 통한다. 그러나 '교회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전혀 성서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아론이 교회일치적 관점에서 난점으로 대두되는 것은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교회의 신학연구에서 각각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신교에서는 자발적 신앙의 순종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었고 교회의 전형이 된 마리아를 성서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로마 가톨릭에서는 비성서적인 전통은 수정이 가능함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4. 나오는글

이상에서 살펴본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회론은 많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좁히기 어려운 불연속성의 긴장관계도 많이 있었지만, 연속성에서 제시된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과 선교, 봉사 등의 사명은 교회론에 있어서 워낙 비중있는 요소들이어서 불연속의 차이들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가톨릭과 개신교 양자가 공동의 유산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고대시대의 에큐메니칼 회의들이나 교부들의 교회론은 최근에 이르러서도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 않다(예를들면 니케아신조나 키프리안,이그나티우스 등의 직제). 한편 최근의 에큐메니칼 운동도 이러한 연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운동을 진행해 나가고 있는데,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 등의 '주어진 일치(given unity)'를 누리면서 가시적 일치를 위한 서로 간의 대화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인 것이다. WCC의 주요한 세 흐름인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생활과 실천(Life and Work), 그리고 선교(CWME)는 사실 연속성에서 제시한 내용들, 곧 복음과 삼위일체, 사회에 대한 봉사, 선교의 방면에서 에큐메니칼한 입장의 수렴과 실천을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본 발제문에서 제시된 불연속성의 요소들이 어떤 면에서는 그것의 역사적 상황 가운데서 과장되거나 오해되어 온 점도 있으며, 따라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때 일치와 협력을 향한 발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교회론에서는 새로운 개념들이 교회론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개념이나, 코이노니아 개념, 종의 개념 등은 기본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불연속성을 넘어서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교회의 사명과 역할에 많은 관심을 할애하는 최근의 교회론 논의에 있어서는 '교리' 보다는 '기독교적 봉사'에서 그 연합의 근거들을 찾고 있다.

그러나 서로 간의 대화에 걸림돌이 되는 긴장관계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역시 아니다. 아무래도 가장 첨예한 부분은 직제와 마리아론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교회의 사도성을 교황의 '베드로 승계'로 보는 가톨릭측은 개신교를 이러한 사도성에서 떨어져 나간 (사도성이 부족한) '교회적 공동체'로 본다. 또한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며 그에게 무류성의 권한을 두는 것은 개신교와의 간격을 좁히기에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직제 부분에서 바티칸 II 이후로의 변화가 있기는 한데, 곧 평신도의 지위를 향상한 것이나 주교단의 연대성(Collegiality)을 강조한 것은 우리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마리아론에서는 그의 '무흠설, 몽소승천, 중보자, 교회의 어머니' 등의 주장이 문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좁히기 어려운 불연속성의 긴장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개방된 대화의 자세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전통을 잊지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독특한 전통들(traditions)을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가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V. 성례전

1. 들어가는글

교회 분열의 조짐과 일치추구의 역사는 신약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빌립보서 4장 2절에서는 "......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라고 하였고, 고린도전서 1장 12절에서는 "......너희가 각각 이르되 나는 바울에게서 나는 아볼로에게서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는 것이니"했고,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교회분열의 조짐을 볼 수 있다. 교회 분열의 조짐이 더 심각히 나타나는 곳은 이방인들이 할례받지 않고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냐는 것에 관해서였다. 예루살렘의 야고보로부터 파송받은 사람들은 베드로로 하여금 이방인들과 식탁교제를 갖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사도행전 15장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도들과 장로들이 협의회(Council)을 열어 교회분열을 방지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분열의 위기와 일치추구의 노력들을 계속해 왔으나 결국 1054년 동서로 분리되었다. 1054년 이전까지는 모든 유럽에 하나의 보편교회 (the One,Holy,Catholic Church)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후 서방교회는 16세기에 이르러 다시 분열의 위기를 맞이하는데 이것은 초대교회로부터 중세 말까지 있었던 그 어떤 분열보다도 더 심각하고 해결하기 어려은 교파분열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당시 종교개혁을 부르짖었던 루터나 깔뱅 등의 주류 종교개혁자들은 그 출발에서부터 가톨릭으로부터 분리주의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기성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위한 것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교회의 분열과 일치추구의 시각에서 성례전에 나타난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먼저 불연속성을 다룸에 있어 가톨릭의 7성례,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그리고 세례의 유효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겠고, 연속성에 있어서는 성례전의 근본의미 고찰-주로 BEM 문서에 나타난-을 통한 교회의 일치추구의 노력들을 살펴볼 것이다. BEM 문서는 1982년 W.C.C. 산하의 '신앙과 직제 위원회(Faith and Order Commision)'가 남미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 '세례(Baptism), 성만찬(Eucharist), 직제(Ministry)'라는 리마문서(BEM문서)에서 유래한 것으로 BEM문서를 통하여 초교파적인 성만찬론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을 뿐 아니라,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성례전의 분열에 대한 교회의 일치추구의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2. 불연속성

1) 개신교의 말씀중심의 성례전

아우그스부르크신조의 제13항에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성례에 사용에 대해 가르치기를 성례란 사람들의 신앙 고백의 표지가 될 뿐만 아니라 성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고 견고하게 하기위해 제정한 것으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에 따른 표지요 증거"이다. 즉 성례란 은혜의 표지이다. 성례란 전적으로 인간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성례를 통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만 한다. 성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인데 루터는 주님의 성찬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음의 내용을 강조하였다. "사실 성찬에 성례답게 하는 것은 먹고 마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성찬 때 전해지는 말씀이다. 곧 '너희의 죄사함을 위해서 흘리는 것이다.' 성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먹고 마심보다는 말씀에 달려 있다." 루터는 덧붙이기를 "말씀이 빵과 포도주와 함께 할 경우 마찬가지로 그것은 진정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 따라서 성례란 거룩하고 신적인 일이요 표지이다." 또한 세례 역시 "자연적인 물일 뿐 아니라 신적이고 천상적이며 거룩하고 복된 물"이다. 이것은 성례의 빵과 포도주가 말씀에 의해서 변화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빵과 포도주에 새로운 의미가 가미되어 은혜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깔뱅에 있어서 성례전의 이해는 어떠할까? 깔뱅은 성례란 "우리 신앙의 연약함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우리의 의식 속에 그의 선하신 뜻을 인쳐주고 우리 역시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을 입증해 주는 외적 표지"이며, 또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을 상호 입증해 줄 뿐 아니라 외적 표지에 의하여 견고해지는 우리를 향한 신적 은혜에 대한 하나의 증명이다"고 하였다. 깔뱅은 계속해서 말하기를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반으로하여 세워진다. 그러나 성례가 첨가될 경우 신앙은 기둥위에 세워진 것처럼 성례 위에 더욱 견고하게 세워진다."

개혁교회에 있어서 성례의 본질은 그리스도다. 따라서 성례란 천상의 주님의 수중에 있는 도구이지, 주님 자신은 아니다. "우리는 징표 속에 담긴 구원을 얻기 위하여 지상적 징표에 매달려서는 안되며 또한 징표 속에 어떤 특이한 힘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우리는 그 징표가 우리를 주 예수께로 직접 인도하여 주 안에 우리의 구원과 모든 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으로써 사용해야 한다." 성례는 구원의 원천이 아니라 단지 우리를 그 원천으로 인도해 줄 뿐이다. 말씀과 성례는 우리 구원의 유일한 근거인 십자가 상의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우리의 신앙을 이끌어 준다. 십자가에 달려서 희생양이 되신 그리스도만이 생명의 원천이묘며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교회가 성례를 수행할 때마다 그곳에 임재하신다.

2) 가톨릭에 있어서 구원의 수단으로서의 7 성례

가톨릭의 교리에 따르면 세례와 성만찬의 주요 성례전 외에 5개의 성례전이 더해진다. 즉 견진,고해,종부,서품, 혼인 성사 등이 그것이다. 가톨릭 공의회에서는 7성례를 다음과 같이 정의 하고 있다.

"우리의 7성례들은 은혜를 내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합당하게 받는 이들에게 은혜를 베푼다. 처음 다섯(세례,성만찬,견신,고해,종부)은 각 개인신자 자신 안에서의 영적 완전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 둘(서품,혼례)은 교회 전체의 통치와 성장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영적으로 중생하고 견신례를 통하여 은혜안에서 자리고 신앙이 강화된다. 그리고 중생하고 강해진 우리는 성만찬의 신적 음식에 의하여 지탱된다. 만약 우리가 죄로 인하여 영혼에 병을 얻으면 고해성사에 의하여 영적으로 치료되고 종유성사를 통해서 영육간에 건강을 얻는다. 서품성사를 통해서 교회는 통치되고 영적으로 성장하며 혼인성사를 통해서 교회는 물리적으로 성장한다."

가톨릭성사의 특징은 각각의 성사를 통해 은총을 내리시며 일치를 창조하시는 역사하시는 주님을 강조하는 데 있다. 각각의 성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전체교회가 '성례전을 통한 일치(sacrament of unity)'를 위해 묶여 있으며 하나님과의 연합과 모든 인류의 일치를 위한 표시인 것이다.

이처럼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례의 수에 있어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그 의미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는 구원의 수단으로서 7성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성세성사(세례성사)

아직 초자연적 생명을 얻지 못한 미(未)신자에게 베푸는 성사이다. 흔히 영세라고도 하며 원죄(original sin)와 본죄(자범죄, actual sin)를 사한다고 한다. 개신교의 세례에 해당하는 예식이다. 가시적 교회, 즉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의 단체에 입적하는 최초의 성사로 이 성사를 통해 교회의 기타 성사들을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되는 기본적인 성사가 된다. 서방교회에서 5세기부터 실시하던 세례받는 이에게 기름을 바르는 예식이 9세기 경부터 일반화되었다. 성세성사의 효과라면 성세성사를 받은 후 드러나는 결과를 말한다. 성세성사를 받음으로 성세성사의 은총이 주어진다. 특히 성세성사와 고백성사를 통해 은총이 없었던 자에게 은총이 주어지는 것을 성사은총(Gratia Sacramentalis Baptismi)이라고 한다.

(2) 성체성사(Eucharist)

성체란 에수 그리스도가 빵과 포도주 형태안에 실제로 실체적으로 현존하는 것을 말하며,사람의 눈에 보이는 현실로는 빵과 포도주이면서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흔히 화체설로 알려진 이러한 변화를 천주교에서는 실체변화(transubstatiation) 또는 전질변화라 부른다. 개신교의 성만찬에 해당한다.

(3) 견진성사

견진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받으신 사실과 성령세례를 받으신 사실에 근거하며 사도들이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에게 안수하여 성령을 충만히 받게 한 사실(행 8:16-17,행19:1-7)에서 견진을 성사로 인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든 성례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구원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떤 성례전은 그것들이 없을 경우 구원이 없다는 의미에서 필수적이며 다른 성례전은 그것이 구원의 완전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필수적이다. 견진성사가 구원을 위하여 필수적이라는 것은 이 두 번째 의미에서 이다. 따라서 구원은 견진성사 없이도 가능하다."

(4) 고해성사(고백성사)

고해성사(최근에 고백성사와 같이 사용된다)가 성사로 인정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셨고 사죄권이 사도들은 거쳐 그 후계자인 주교와 사제들에게 주어졌기에 사제는 신자의 고백을 듣고 죄의 사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해성사는 사망에 이르는 죄에 의하여 다시 영적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한 성사이다. 고해성사는 타락한 자들의 복귀를 가져다 준다. 타락한 자들에게는 하나님이 그들을 자극하시고 고해성사를 통하여 잃어버린 은혜를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하여 회복하게 될 때 의인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고해성사의 진정한 효력은 이 성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경건한 사람들에게 종종 영혼의 넘치는 위로와 함께 양심의 평화 및 평온이 찾아온 뒤에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화해이다.

(5) 신품성사(서품성사)

신품은 천주교회 안에 주교와 사제와 기타 성직자들을 세우고 성직의 권능을 부여하고 그것을 타당하게 행할 수 있는 은혜를 주는 성사이다. 신품에서 주어지는 성례전적 은혜는 사제로서의 '불멸의 인호(character indelebilis)'이다. 이 표적은 '주님의 진정한 몸과 피를 축성하고 봉헌하며 죄를 용서하고 징벌할 수 있는 권한'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품성사에서 받은 인호는 당사자가 교황의 교서 혹은 타락에 의해 징벌로서 평신도로 낮추어졌을 때에도 항상 남아 있다. 평신도로 낮추어진 경우 그는 축성할 수 있는 권한을 계속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독신으로 있어야 하는 의무 역시 계속 남아있다.

(6) 혼인성사

신자인 남녀가 일생동안 인연을 맺고 부부로서 그 본분을 잘 완수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성사이다. 일생동안 인연을 맺는 부부의 계약을 그리스도께서 성사로 승격시켰다고도 하고 부부의 유일하고 영원한 관계를 성화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설정한 성사가 혼인성사라고도 한다.

(7) 종부성사(병자성사)

종부성사는 죽을 위험이 있는 자 또는 중환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자로 하여금 고통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며 고난과 죽음을 당하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맡겨드리는 예식이라 한다. 종부성사는 영적으로 사죄의 확신과 육적으로 건강의 회복을 빌기 위해 기름을 바르며 기도하는 것인데 죽음에 임박한 자 뿐 아니라 죽을 위험이 엿보이는 자에게도 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종부성사의 주된 효력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강건하게 하는 '은혜의 전달'이다. 오직 죽어가는 사람만이 이 성사를 받을 수 있고 성사를 받은 후 나았다가 다시 병이 악화되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게 되면 다시 한 번 거행할 수 있다.

3) 성만찬시 그리스도의 임재형태

(1) 가톨릭의 화체설

밀가루 빵과 순수한 포도주는 성체성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성사에 있어서 형상(form)은 주님이 말씀이고 사제는 이 성사를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말함으로써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트렌트공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축성 뒤에 즉각적으로 우리 주님의 틀림없는 몸과 피가 ...... 말씀의 힘에 의하여 빵과 포도주의 성체들 속에 있다는 믿음이 하나님의 교회 내에 항상 있어 왔다."

즉, 성체성사는 의식 집전 중에 봉헌되는 기도의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정의 말씀을 사제가 반복함으로써 그것이 의도되어진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가톨릭의 교리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임재는 사제가 성만찬 제정의 말씀을 말하고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완전히 변화시키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이것은 트렌트공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성례전적 표적들'의 실체 변형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임재가 실현되는 것을 로마 교회는 '화체(化體)'라고 부른다. 변화 뒤에 빵과 포도주는 더 이상 그 곳에 있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성체 전체가 물질적으로 또한 형상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제를 통한 변화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소비되지 않는 경우에도 계속 남아 있는다고 한다.

(2) 루터의 공재설

루터는 성만찬의 세 요소는 첫째는 표식(sign or sacrament)이며, 둘째는 이 표식의 의미이며, 세째는 첫째와 둘째 것을 위해서 요구되는 신앙이다. 루터는 여기서 화체설이 아니라 표식을 주장하고 성만찬 자체가 아니라 신앙이 중요함을 발견하고 신앙으로 파악되는 성만찬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들 사이의 불가시적이고 영적인 사귐이다. 성만찬의 핵심은 '영적 사귐'의 '표식'이며, 이 영적 사귐은 이것에 참여하는 신앙에 의해서 일어난다(opus operantis). 성만찬이란 '복음말씀에 덧붙여진 것으로 우리의 신앙을 더욱 확실케 하고 강화시키는 표식'이다. 복음말씀은 예수님의 성만찬 제정의 말씀으로서 성만찬의 생명이다. '표식이 성레인데, 이는 떡과 즙이요, 이 떡과 즙 밑에 그리스도의 참된 몸과 피가 있다.' 이것은 공재설(consubstantiation)을 암시한다. 루터는 봉헌 후에도 떡은 떡이고 즙은 즙이라고 한다. 루터는 공재설을 공식화한다. 루터는 떡과 즙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화체될 필요가 없이 이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모두가 임재하신다고 역설한다. 성만찬을 '선행과 반복적 제사'로 보는 입장을 비판하고, 복음에 대한 신앙만이 성만찬을 의미있게 한다고 역설하였다.

봉헌된 떡과 즙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존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떡과 즙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거나 가리킨다(signify)는 입장을 거부한다. "This is my body, this is my blood"에서 is가 문자적으로 등식을 나타내는 것이지 결코 그것이 'sifnifies'가 될 수 없다. 이로써 쯔빙글리의 상징론 거부한다. 루터는 이 떡과 즙에 임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은 영적인 몸이 아니라, '자연적인 몸'이라고 주장한다. '떡과 즙' 안에 들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연적인 몸'을 받아먹고 마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인 몸(그리스도께서 머리되시고 몸이 되시는 전교회)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3) 쯔빙글리의 상징설

쯔빙글리는 떡과 즙이 예수 그리스도의 진짜 살과 피로 변화한다는 가톨릭의 화체설과 이떡과 즙이 그대로 있으나 편재하시던 그리스도께서 이 봉헌된 떡과 즙 속에 공재하신다고 하는 루터의 입장에 모두 반대한다. 그는 "This is my body"에서 is는 등식을 나타내는 연결어가 아니라 무엇을 가리킨다(signify) 혹은 의미한다(mean)라고 주장한다. 루터는 공재설에도 불구하고 "This is my body"에서 is를 주어와 보어 사이의 문자적 등식어로 보기 때문에 쯔빙글리에게는 이것이 가톨릭의 화체설과 별다름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쯔빙글리 주장의 근거는 그의 기독론에 있는데 인간 예수께서는 부활,승천,승귀하사 하나님 우편에 계신다. 어디에나 편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신성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쯔빙글리가 성만찬의 실재론을 반대하는 기독론적 근거이다. "This is my body"에서 This(떡)은 '나의 몸'을 상징하는 것이며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고 하는 것은 몸의 상징인 떡을 받을 때, 과거 갈보리 언덕의 십가가에서 일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단유일회적인 희생제사를 기념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성만찬에서 중요한 것은 떡과 즙이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업과 그것에 대한 신앙인 것이다. 쯔빙글리는 이 신앙이 성만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음설교를 통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보고, 성만찬은 이 신앙의 회상을 돕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의 몸을 먹는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전적인 신뢰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주셨고, 그의 아들을 통해 자신의 의를 우리에게 주사 사죄를 베푸셨고, 영생의 기쁨을 주셨가도 하는 사실을 확신하는 신앙이다. 신앙은 주인, 성만찬은 하녀이므로 성만찬은 결코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쯔빙글리의 기념설은 그 근거가 그의 기독론에 있다.

(4) 깔뱅의 영적 임재설

깔뱅은 그의 주저 '기독교 강요'에서 성례전은 복음의 설교에 의해 생긴 신앙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하나의 보조수단이다이라고한다. 성례전은 이미 작성된 정부의 공문이나 공적인 법령에 덧붙여 찍히는 도장과 같다. 중요한 것은 도장이 아니라 공문서 내용인데 이는 복음과 성령의 역사로 생기는 신앙, 그리고 믿는자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적 연합 그것이다. 그러나 성례전은 없어도 좋은 외적인 보조수단이 아니다.

성례전이란 하나님의 은헤를 증거하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의(복음)를 도장찍으시고, 이 하나님의 선의를 우리에게 증거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지탱하고 양육하고, 확고히하고 증가시킨다. 따라서 성만찬 예전은 복음설교와 함께 있어야 할 은혜의 수단이다.

복음설교가 성만찬보다 우위에 있으나 성만찬이란 필수불가결한 은헤의 수단인 것이다. 깔뱅은 우리 믿는자들은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해 저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는 떡과 즙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우편에 계시면서 성령을 통하 복음신앙으로 구원 받은자들과 연합시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오시는 성령께서 성레전 위에 역사하실 때만이 성례전은 본연의 직무를 완성한다. 오직 이 성령의 역사에 의하여 우리의 마음은 침투당하고, 우리의 정서는 감동되고, 우리의 영혼은 성레전이 들어오도록 문을 연다(IV, xiv, 9)'

말씀과 성만찬의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시는 분인 동시에 우리와 함께 하지 않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는 분이다. 이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 믿는자들이 저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다. 즉, 우리 믿는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신비체)라는 영적 양식을 통해 에수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같은 몸이 된다(행복한 교환).

4) 세례의 유효성 : 사효성(operato)? 또는 인효성(operantis?)

사효성(Ex opere operato, 事效性)은 말 그대로 '행위 그 자체의 행함에 의하여'라는 뜻으로 일상생활 중에 법률적인 행위를 들 수 있다. 즉 적절히 표시가 되어있고 시간이나 날짜가 적혀있으며 서명도 되어있는 유언장은 바로 그 사실만으로(ex opere operato) 법률적인 효력을 발생시킨다. 하여간 성사제전에서 사효성(ex opere operato)은 무엇보다도 이중적인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성사는 집전자의 덕과 신앙에 관계없이 성사를 받는 사람을 성화시키고, 또 하나는 은총의 효과도 역시 받는 이의 덕과 신앙에 관계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은총의 원천은 우리가 아니라 그리스도뿐이고 그 분만이 영원한 사랑이시며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선정되신 분이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사효성(ex opere operato)은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그하나는 성사적인 과정 전체를 하느님께서 주도하신다는 점으로 은총은 언제나 우리의 사랑에 앞서 행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선물인 것이다. 또 한가지는 성사의 성화능력이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토대로, 다시말해서 '당신의 육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신비'이자 '그리스도 수난의 신비'를 토대로 유일하게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가톨릭 신학자들은 개신교의 인효론에 대해 그것은 가톨릭의 사효론을 잘못 이해해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은총이라는 면에서 성사의 사효성은 인효성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함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교회의 의식적이고 상징적인 행위 안에서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하여 - opus operatum -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도달하고, 또 그 행위가 우리 영혼을 관통함으로 우리로 하여금 사랑 안에서 그분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한다는 것이다. - opus operantis. 인효성(opus operantis)은 '인격 그 자체 안에서의 은총의 내재이다.' 결론적으로 성도들이 성사를통해 받는 성사은총은 유일한 구세주이자 교회의 전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 즉 opus operatum에 의한 성사은총의 주입이자 신앙과 사랑의 쇄신 이외에 다른 무엇이 아니다.

3. 연속성

이제까지 우리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불연속성을 살펴보았다. 성례전과 관련한 신구교의 불연속성은 상당한 간격이 상존하는 듯이 여겨진다. 이러한 불연속성을 교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교회의 일치추구의 몸부림으로서 WCC가 작성한 BEM문서를 중심으로 교회 일치추구의 노력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물론 BEM 문서 자체가 교회들 간의 연속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이 문서는 교회의 일치를 염두해 두고 작성된 것이기에 신구교의 연속성을 논하는 귀중한 자료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1)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미리맛봄으로서의 세례

BEM 문서에 대한 교회들의 반응은 대체로 세례의 의미에 대해서 세계 교회들이 일치하고 있고 세례의 효력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여준다. 세례의 의미를 BEM 문서를 통해서 살펴보자.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새로운 삶의 표시로 세례받은 자들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백성들과 연합한다. 세례란 그리스도의 삶과 죽으심과 부활히심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에 의한 회개, 용서, 깨끗하게 함을 받게 되고 그러한 세례 경험의 일부로 새로운 윤리적 안내를 제시받는다. 성령은 사람들의 삶 가운데서 세례받기 이전, 세례받을 때, 그 이후에도 활동하신다. 기독교인들은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연합되고, 서로가 연합하게 되고,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교회와 연합하게 된다. 세례는 하나님 나라의 표시이며 장차 올 삶의 세계의 표시이다.

또한 세례의 효력에 대해서도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BEM문서는 세례-성유식- 견진성사라는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물세례 그 자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성유(聖油, chrism)로 붓는 것, 또는 안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많은 교회들은 이것을 견진성사(confirmation)라고 칭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이 세 가지 모두라고 한다. 그것은 의식을 통하여 활동하시는 성령을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교회들은 기독교의 세례가 물의 세례와 성령의 세례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BEM 문서는 이처럼 가톨릭의 여러 성례전을 인정하면서 '상호간이 세례 인정을 지향하며'라는 항목을 첨부하여 교회의 가시적 일치추구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신구교의 여러 불연속성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경은 세례에 있어서 통일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갈라디아서는 일치의 원천으로서 하나의 복음에서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세례를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너희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는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6-28)라고 말한다. 그리스도는 "물로 씻어 말씀으로"(엡 5:26) 그의 교회를 형성하신다.

계속해서 93년 신앙과직제 5차보고대회의 세례에 관한 항목을 인용해 보자.

"인간들이 복음을 듣고 신앙으로 반응할 때, 이들은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몸의 코이노니아(고전 12 : 13) 속으로 돌입하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양자됨의 특권을 누리게 되며, 하나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약속하시고 계획하신 신적인 삶에의 참여를 미리 맛보면서 기뻐한다. 그리고 세례의 상호인정 혹은 공동의 세례는 이 세상에서 교회를 하나의 예증적인 포괄적 공동체가 되게 한다. 즉, 여러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의 남자들과 여자들과 어린이들이 동일한 자격으로 이 하나의 세례에 참여하고 이 하나의 세례로써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극복되고 3위1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형제자매에 대한 사랑이 줄로 묶여져서 서로 상대방의 전통들과 능력들을 존경할 수 있게 된다."

2)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성만찬

BEM 문서는 성만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성만찬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께서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사의 성례전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행위이나, 하나님께 감사드림, 그리스도를 기념함, 성령의 임재를 바람, 성도들의 교제, 하나님 나라의 식사의 관점에서 고려해 본다.

(1) 성부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은 축복으로서 이것을 통해 교회는 창조, 구원, 성화 등 하나님의 모든 은덕에 대하여 감사를 표현한다. 이것은 교회가 모든 피조물을 대신하여 드리는 찬양의 대제사이고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함께 할 때만, 또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하며, 이 세상의 미래의 모습을 상징한다.

(2) 그리스도에 대한 기념으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사신 그리스도에 대한 기념으로 하나님의 백성에 의해 예전으로써 거행될 때 하나님의 일의 현재적 효과가 나타난다. 그리스도는 우리와 모든 피조물을 위하여 그가 이루신 모든 일들과 함께 이 기념 속에 임재하며 교제를 나누고, 재림과 마지막 왕국을 미리 맛보게 한다. 기념은 상징이며 기대로서 하나님의 행위와 약속에 대한 교회의 효과적 선포이고 감사와 중보기도를 통해 표현된다.

(3) 성령 초대로서의 성만찬

성령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성만찬 때 우리에게 실제로 임재하도록 하시며 성만찬 제정 때 하신 말씀에 담긴 약속을 성취하신다. 성만찬 거행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가 결합됨으로써 예수의 역사적인 말씀을 현재화하고 살아 있게 만드는 성령의 역할이 드러나게 된다.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타내는 성례전적 상징들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말씀에 의해서, 또 성령의 능력에 의해서 가능하다. 성만찬의 모든 행위는 '성령 초대의 기원'의 성격을 갖고, 새 계약의 공동체로서 교회는 성화되고 새로워지고 모든 정의와 진리와 하나됨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세계 안에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할 힘을 얻기 위하여 확신 가운데 성령을 기원한다. 성령은 성만찬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게하여 새 창조의 생명과 재림에 대한 확신을 얻게 한다.

(4) 성도의 교제로서의 성만찬

교회의 삶을 양육하시는 그리스도와의 성만찬적 사귐은 동시에 교회되시는 그리스도의 몸 가운데서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성만찬 거행은 언제나 온 교회와 관련되어 있고 온 교회는 각각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성만찬 거행과 관계되어 있다. 성만찬은 삶의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동참할 때 모든 종류의 부정의, 인종차별, 인종분리주의, 자유의 결핍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게 되고, 성만찬을 통하여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은 인간의 인격과 존엄성에 스며들어 그것을 회복시킨다. 성찬식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과 교제하는 가운데 생기는 연대성과 기독교인들 상호간에 대한, 또 이 세상에 대한 책임적 관심은 예전들(평화의 표시, 중보기도 등)을 통해서 특별하게 표현된다.

(5) 하나님 나라의 식사로서의 성만찬

성만찬은 갱신의 징표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리스도 안에서 임해 오는 하나님 나라를 기쁜 마음으로 기념하고 또 고대하는 축제이다. 새롭게 될 것이라고 약속된 이 세계는 전체 성만찬예전에 동참한다.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된 자들은 성만찬을 통해 화해되었고 사람들 가운데서 화해의 종이 되도록, 또 부활의 기쁨에 대한 증인이 되도록 부름을 받았다. 성만찬을 거행하는 자체가 교회가 이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한다는 증거이다. 성만찬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사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을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게 만들며,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의 유능한 증인이 되도록 하는 새로운 현실을 현세대에 가져온다.

제5차 신앙과직제 위원회 세계대회 분과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성만찬을 설명해 준다.

"성만찬은 세례에서 시작된 것을 완성한다 이 두 성례는 교회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하나의 화해된 공동체요, 화해케 하는 공동체로 모인 기독교인들은 우리들 사이에 현존하시고 우리들과 연합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축하한다. 우리는 말씀을 선포하고 하나의 놀라운 일들에 대하여 감사를 올리며 성령의 선물을 달라고 기도하고 이 식탁에서 신천신지의 도래를 기대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 교제는 성례전을 통하여 주어진다. 따라서 만일 교회들 가운데 성례전이 예식에 참여하는 헌신되고 활발한 신도들의 참여를 통해 중심적 의의가질 때 비로소 일치를 향한 결정적 발을 내딛는 것이다.

4. 나오는글

지금까지 우리는 개신교와 가톨릭에 있어서의 불연속성과 연속성을 살펴보았다. 먼저 불연속성을 다루면서 성례와 말씀의 관계, 성례의 수, 세례의 유효성 등을 다루었다. 연속성의 측면에서는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미리 맛봄과 은혜의 수단으로써의 성만찬 등을 언급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위기와 그에 대한 일치추구의 역사라고 할 때 교회의 분열을 야기한 불연속성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교회일치를 향한 새로운 연속성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불연속성의 측면에서는 리마본문에 표현되었듯이 상당한 수준의 의견일치(agreement)에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는 아직 가시적인 교회의 일치를 실현하고 유지하는 데 필한 삶의 경험과 신앙으로 이해되는 일치(consensus)에는 아직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완전한 일치란 오직 교인들의 일치가운데 살고 함께 행하는 가운데 이루어 질, 우리가 져야할 또 하나의 무거운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