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계시록은 이렇게 해석

성경:요20:4-22

성경 66권 중에서 요한 계시록처럼 잡다한 해석들의 칼로 갈기갈기 찢

긴 책은 없을 것이다. 계시의 조명탄이 혼란의 연막탄으로 변모되었다고

해도 그다지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성경 해석자는 성경 오석사(오석

사)였다는 풍자가 계시록 해석사에 특별히 해당되지 않겠는가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계시록은 이렇게 해석하라"고 제목을 전례에 따라 붙였지

만, "이렇게"란 말에 자신이 없고,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

고 있는 것도 혹시 또 하나의 오석방법을 덧붙여 기왕의 혼란에 '연기'

를 더하지는 않을까 해서이다. 그러나 필자의 글을 통해 독자가 계시록

이해를 위한 생각에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는 바램으로 용기를 내본다.

계시록 해석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는 계시록 20장의 "천년왕국

"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

라 계시록 전체를 어떻게 읽을 것이냐 하는 것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은 계시록

20장의 천년왕국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데, 반드시 이러한 20장 해석이4

-22장을 휴거(rapture), 대환란, 지상재림, 천년왕국, 영원상태로 해석

하는 세대주의적 해석을 '낳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요한 영향을 미

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20장의 "천년왕국"해석이 계시록 전체의 구조이해에 이렇게 중요하다면

"천년왕국"에 관한 어떤 해석들이 있는가? 역사적 전천년설(historic pr

emillennialism)과 세대주의적 전천년설후 후천년설(postmillennialism)

과 무천년설(amillennialism)이 있다.

역사적 전천년설은 세대주의처럼 이스라엘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구분

하지는 않지만 천년왕국을 비교적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주님이 지상의

천년왕국 전에 재림하신다는 면에서 세대주의와 비슷하다. 전천년설은

천년왕국이 먼저 오고 재림이 그 뒤에 온다는 것으로 오해되기 쉬우나,

"천년이전재림설"로 기억하면 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천

년이전재림설은 교회시대 다음에 대환란이 있고 그 다음에 천년왕국이

온다고 믿고, 천년왕국 직전에 예수님이 재림한다고 보는 학설이다.

후천년설은 "천년이후재림설"로 교회시대 말기에 백은시대 (silver age

)가 오고 (꼭1,000년간은 아님), 그 다음에 잠시 대환란이 있은 후 예수

님이 재림하셔서 마지막 심판을 하시고 새하늘과 새땅(영원상태)을 이루

신다는 것이다.

무천년설은 천년왕국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시대인 지금

그리스도께서 그의 성도들과 함께 하늘에서 다스리고 계시며, 땅에서는

성도들이 영적으로 그 다스림에 동참하고 있다고 본다. 즉 지금이 천년

왕국시대라는 것이다. 이 시대말기에 잠시 대환란이 있고 그 후에 예수

님이 재림하시고 바로 새하늘과 새땅(영원상태)이 온다고 본다.

어느 입장이 옳은가?

전천년설(천년이전재림설)의 주석적 근거는 계20:1-6을 자연스럽게 읽

으면 전천년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19:11-16은 그리스도께서

적그리스도와 사단과 사망, 이 세 원수를 무찌르시는 정복자로 재림하시

는 것이 기록되어 있고, 19:17-21은 우선 적그리스와 그 무리들(부하들)

을 무찌르시는 것이 기록되어 있으며, 20:1-6은 적그리스도 배후의 악의

주범인 사단을 무찌르시는 것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리하여 세 원수 (적

그리스도, 사단, 사망)를 완전히 소멸하신 후 영원상태로 새하늘과 새땅

에 온다는 것이 21장 이후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후천년설(천년이후재림설)의 근거로는 계 20장보다는 "온 땅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의 전보가 제시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초림이전에는

노예제도.축첩.독재.무지 등 이교적 암흑이 지배했으나, 그리스도께서는

사회가 좋아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천년설은 계시록의 구조가 '점진적 병행주의' (progressive parallel

ism)로 나타나 있다는데 주로 근거하고 있다. 제1부(1-3장), 제2부(4-7

장), 제3부(8-11장), 제4부(12-14장), 제5부(15-16장), 제6부(17-19장),

제7부(20-22장)가 각기 그리스도의 초림부터 재림까지를 묘사하되 뒤로

갈수록 최종사건 부분이 점점 더 밝혀지는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

이다.

필자는 현재로는 무천년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계시록의 구조가 '점

진적 병행주의'라는 것과 성경계시 전체의 구조가 '이미'와 '아직'의 구

조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필자에게 가장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6:16-17에 이미 최종심판이 묘사되고 있는 것을 보라. 또한 12장의 1260

일(42개월, 한때와 두때의 반때-3년 6개월)이 초림부터 재림까지를 상징

한다는 사실을 관찰해보라.

천년왕국설과 관련해서 이미 위에서 암시된바 있지만, 계시록 내용이 '

언제' 성취될 것인가 하는 것이 계시록 해석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원

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