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제도의역사적변천

평신도 제도의 역사적 변천

김진형 목사 (감리교 본부 역사자료부 간사)

다 아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가 채용하고 있는 평신도교직제도는 감리교회 고

유의 제도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장로나 집사같은 제도는 장로교에서 모방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한국 감리교회의 평신도제도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이 러

한 질문은 한국감리교회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

닌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장로제도의 역사적 변천을 알아보고 다 음

호에서 기타 평신도 제도의 변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남북 감리교회 시대의 본처전도사.

장로에 해당하는 감리교회의 원래 형태는 평신도라기보다는 사역자였던 본처

전도사(Local Preacher)였다. 선교초기 선교사들은 적은 인원으로 넓은 선교구

역을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한국인 사역자의 양성이 시급하였다. 본처전

도사가 연회록에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1893년 어간이다. 이때부터 선교사들은

한국인 사역자 양성을 위하여 본처전도사 과정을 두어 사역에 필요한 훈련을 시

작하였다. 그 과정은 4년 과정으로 2년간의 권사과정을 마친 이라야 들어 올 수

있었으며 성경과 기독교서적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본처전도사 과정을 다 마치

면 집사목사가 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거쳐 최초로 목사안수를 받은 이가 김창

식과 김기범목사였다. 본처전도사 과정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선교사들에게 일

정한 생활비를 받고 전적으로 사역에 임하였으며 이들은 통상 전도사 라고 호 칭

되었다. 그러므로 선교초기 한국인 사역자의 수급은 본처전도사 과정을 통하 여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30년 이전의 남북감리교회 장정에는 본처전도사의 직무와 자격에 대해 상세

히 설명되어 있다.(1910년과 1923년판 미감리교회 장정에는 주재전도사로 표기

되어 있다.) 이 장정들을 종합해 보면 남,북감리교의 경우 약간 다르나 본처전

도사는 구역회나 장유회와 계삭회의 추천을 받아 지방회에서 직첩을 주며 매년

심사를 거쳐 새로 직첩을 주도록 되어 있었다.

본처전도사는 구역에 파송되어 담임전도사가 될 수 있었으며 목사가 결원시

이를 대리 할 수 있었다. 이때 본처 전도사는 세례를 행하고 혼례를 주관할 수

있었으나 안수권은 없었다. 또한 본처전도사는 4년 계속 전도사 직첩을 받게 되

면 집사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와는 달리 교회 담임자를 도와 구역을 관

리한 본처전도사가 있었으며 이들은 직업을 가지고 무보수로 사역하였다. 한 편

남감리교 <도리와 장정>에는 본처전도사 이외에 관할 전도사 를 따로 두어 기술

하고 있는데 관할전도사는 구역이나 기도처를 맡아 관리하는 직무를 감당하 였

다. 따라서 선교초기에는 전적으로 사역에 종사하였던 본처전도사가 후기로 갈수

록 점차 교회를 맡아 사역하는 전임 전도사와 담임자를 도와 함께 구역을 관리한

무보수 전도사로 그 직무가 구분되었다. 그러나 무보수 전도사들의 역할 은 교회

의 행정과 관리를 맡았다기 보다 교역자가 없는 교회의 설교나 심방 등 선교에

한정되어 있었다.

2.조선감리교회 시대의 본처전도사

1930년 기독교조선감리회가 조직되어 최초의 교리와 장정을 만들면서 교회지

도자들은 본처전도사를 전적으로 무보수로 봉사하는 평신도로 그 직무를 한정하

였다. 그 이유는 이미 선교에 필요한 한국인 사역자의 수가 어느 정도 채워졌고

신학교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신학교 출신들을 목회자로 수용해야 했으므로 더

이상 본처전도사과정을 통해 교역자를 수급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새로

재정된 장정에는 명칭은 그대로 두었으나 내용은 상당히 바꾸었다. 우선 본처전

도사는 구역회에서 천거를 받고 또 총회에서 제정한 본처전도사 과정을 필하고

지방회에서 직첩을 받은 이 로 그 자격을 정하였고 4년 계속 본 처전도사직첩을

받은 이에 한하여 안수자격이 주어졌던 조항을 삭제하여 본처전 도사가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는 과정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직무는 지방 회에서 지정한

교회에서 담임자를 도와 시무함 으로 단순하게 명기하여 그 역할 을 담임자를 돕

는 역할로 한정하였다.

3.장로제도가 장정 속에 편입됨

1938년 제 3회 총회까지 별다른 개정없이 유지되던 교리와 장정은 일제말 기

독교조선감리회가 기독교조선감리교단 이란 친일어용교단이 탄생되면서 완전히

왜곡된다. 이때 교리와 장정은 완전히 바뀌는데 잠시 동안 권사와 전도사를 합

친 교직인 권도사(권도사)란 본처전도사의 직제를 대신하다가 교회의 여론이 좋

지 않자 다시 권사와 전도사를 분리하였다. 그러다가 해방을 불과 한달 앞둔

1945년 7월 감리교와 장로교 구세군 등이 완전히 일제의 꼭둑각시 기관인 일본

기독교조선교단 을 창립하고 일본기독교조선교단규칙 을 만들면서 장로교회의 평

신도 제도인 장로제도가 규칙속에 들어 오게 되었다. 위의 규칙에 의하면 장로는

임기 3년으로 교회의 유지경영에 관해 주관자(담임목사)를 보조한다 로 기술되

어 있다. 이 규칙은 불과 한달여간 유효하였으나 해방이후 한국감리교회는 곧 하

나되지 못하고 복흥파와 재건파로 나뉘면서 명확 한 교회법 정비에 실패함에 따

라 해방직전 들어온 장로제도가 교회에서 점차 자리잡게 되었다. 갈라졌던 교회

는 1949년 하나의 교회로 통합되었다. 이 총회에서 1938년 개정되었던 교리와

장정 을 원본으로 장정이 개정되었다. 이때 여러 논란을 거쳐 상당수의 감리교회

에서 이미 채용하고 있던 장로제도 가 <교리와 장정>속에 완전히 편입되었다. 그

내용은 38년판 <교리와 장정>의 본처전도사 란을 전도사와 장로 로 개정하여 장

로제도를 편입하였다. 지면관계로 이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으나 그 내용 대부

분은 앞의 조선감리회 최초의 장정속의 본처전도사와 거의 같다. 다만 전도사는

지방회 또는 감리사가 파송 한 교회에서 시무하고 장로는 지방회에서 지정한 교

회에서 담임자를 도와 시무함 으로 정하여 조선감리회 시절의 본처전도사란 직

제가 없어지고 대신 전도사 와 장로로 구분하여 그 직무를 분명히 하였다. 다시

말해 조선감리회 시절 교회 를 맡아 전임으로 일한 본처전도사를 전도사로, 구역

을 맡지 않고 무보수로 일 한 본처전도사를 장로로 구분하였다.

4.현재의 장로제도로 정착됨

이렇게 하여 감리교회로 들어온 장로제도는 1967년 제 10회 특별총회에서 감

독의 파송제에서 사실상 개교회 청빙제로 바뀐 후 장로의 위상이 더욱 크게 강

화되는 방향으로 장정이 개정되었다. 즉 이전의 장정에는 그 직무를 교회에서 담

임자를 도와 시무함 으로 단순하게 기술하였으나 제 10회 총회 특별총회 이후 에

는 아예 장로의 직무란을 두어 몇가지 직무를 열거하였다. 그 중요한 것은 장로

는 담임자를 도와 교회 모든 직원들의 활동을 지도 협력한다. 장로는 당회 공천

위원이 된다. 등이다.

이후 한층 직무가 강화된 가운데 장로도 안수받자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

었다. 결국 1975년 제 12회 총회에서 장로도 안수를 받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

어 장로도 지방회에서 안수를 받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감리교회의 장로제도는

거의 전통을 상실한 채 장로교회의 장로제도와 흡사하게 변형되었다. 참고로 장

로교의 장로제도는 목사와 장로로 당회를 이루고 목사는 설교와 치리를 감당하

며 장로는 치리를 감당하도록 되어 있다.

5.나오는 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래의 한국감리교회 장로제도는 담임자를 도와 선

교를 감당하는 선교보조자 역할에서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 것

이 장로나 권사등 평신도 직제가 장정의 본처사역자 란에 남아 있는 것이다. 감

리교회의 평신도는 감독과 감리사 그리고 담임목사로 이어지는 중앙집권적 행정

체계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그의 지도와 관리를 받는 봉사

직이었다. 그렇다고 감리교회 제도가 교역자 단독의 비민주적인 제도는 아니었

다. 이전에도 각종 의회에 교역자와 동일한 숫자의 평신도 대표가 참석하여 교회

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하였다.

그러던 것이 한국감리교회에 중앙집권적인 제도가 변형되어 지방분권적인 개

교회 중심제가 되면서 장로의 위치에 상당한 변화가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거의 장로교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장로교의 장로제도와

감리교회의 장로제도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의 장로제도는 그 연원과 과정에서 그리고 현행의 장정조항

에서 장로교의 그것과 다르다. 아직도 우리 장정에는 장로교의 장로와 같이 장

로가 교회의 치리를 담당하도록 명기해 놓고 있지 않다. 이제 한국감리교회는 감

리교회의 정체성을 가는다는 의미에서 장로제도에 대한 깊은 검토를 통해 현 재

교회의 현실과 감리교회 전통과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