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참된의미

자 유 의 참 된 의 미

- 김 준 곤 -

"자유를 달라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 구호는 인류 자유투쟁사의 피맺힌

절규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이 바로 전세기(영국은 1833년, 미국은 1865년)의

일이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자유로 말하고 자유로 학문하고 자유로 하나님을

믿고 자유로 양심따라 살고 자유로 정치에 참여하고 자유롭게 가족생활과 사

회, 경제, 예술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2/3나 된다. 이데올로기나 정치

혹은 종교의 강압 때문에 인간의 가장 기본조건인 자유권이 보장 안된 곳이 많

은 만큼 기독교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하겠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부당한 내적, 외적 억압에서든 자유로워져야 한다. 자유의 개념은

인간 존재와 생활의 전폭의 영역에 미치고 있다. 빈곤과 심리적 공포에서도 해

방되어야 하고, 질병과 미신과 무지와 온갖 형태의 정신적 우상과 나아가서는

죄와 죽음과 악마와 악의 세력에서도 해방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인간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전인을 해방, 구원하신다. 자유는

인간의 숨쉬는 대기요, 그 위에서 사는 대지와 같다. 자유가 박탈되면 인간은

기계나 동물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신다. 자유가 택한 인간의 선악과의 인과를

영원까지 유효하도록 보장하신다. 그 자유가 하나님 자신의 성자를 십자가에

죽여도 그 자유에게 죽음을 당할 만큼 인간 자유의 신성 불가침을 입증하셨다.

주님이 우리 마음 속에 들어오실 때도 노크하고 기다려서 우리가 문을 열 때까

지 못들어 오신다(계 3:20). 이와 같이 자유는 강요하지 않는다. 13세기 경 인

노센트 4세가 행한 바 기독교가 이교도에게 투옥과 화형으로 신앙을 강요한 것

은 예수 정신이 아니다. 스페인 교회가 남미 인디안들에게 십자가와 마리아상

수락을 죽음으로 강요한 것도 예수 방법이 아니다. 1945년 2차대전 종전 때 일

본 천황이 맥아더 장군에게 전일본 민족이 기독교로 개종할 용의가 있다고 할

때 맥아더는 신앙은 자유로 결정하는 것이지 강요받지 않는다고 하여 거절한

일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자유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다음 몇 가지를 배워야

하겠다.

1 . 자 유 는 하 고 싶 은 대 로 하 는

것 이 아 니 라 하 여 야 할 일 을

하 는 것 이 다 .

인간에게는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자아와 인격적 자아가 있다. 농부가 가축

을 길들이듯이 내 속에 원시 충동들을 훈련시키지 아니하면 인격은 본능의 노예

가 되고 만다. 니체 철학은 주먹 철학이고, 마르크스주의는 밥통 철학, 프로이

드의 인간은 성기 중심(가가가가)의 인간인 바 그것들을 그대로 억누르지 않고

허용하면 세상은 정글의 맹수떼처럼 약육강식하는 전쟁터로 변하고 말 것이다.

현대 문명은 불이고 칼인데, 그 불과 칼이 어린애 같고, 정신병자 같은 사람들

손에 쥐어져 있다(트루불러드).

자유에도 법칙이 있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만 사는 자유, 새가 대기 속에

서 만날 수 있듯이, 소는 풀을 먹어야 자유로울 수 있듯이, 사람은 자신과 타인

과 하나님을 위해 자신의 시간, 언어, 신체, 지성, 힘, 재산, 재간, 양심을 써

야 할 책임과 자유가 있지 그 반대로 쓰면 인간 내부에 반 자유의 세력이 커져

서 내적 억압을 받게 되고 마침내는 자폭되고 만다.

2 . 자 유 는 나 누 어 가 지 는 것 이 다 .

어떤 악한 사람이 기관총 한 자루로 원주민 섬에 올라가 그 주민들을 다

죽이고, 자신이 왕이고 신처럼 맘대로 먹고 마시고 산다고 생각해 보자. 이삼일

지나면 감옥같이 느껴질 것이다. 사랑을 같이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노예나

적대자는 없는 것만 못하다. 같이 더불어 살면서 우리는 남의 자유에게 내 자유

가 봉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3 . 자 유 에 는 목 적 이 있 다 .

현대인은 막대한 해방된 자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지적 자유로 핵

에너지를 발명했다. 이제는 그것을 어디다 쓰느냐가 문제다. 예를 들면 풍랑에

도 잘 견디는, 빨리 가고 힘있는 배를 만들었는데 그 배가 어디로 무엇하러 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자유를 많이 얻은 사회가 다시 물어야 할 과제이다. 그 자

유를 잘못 써서 이기적 목적과 향락 추구에만 쓰면 자기 자유에게 보복을

받는다.

톨스토예프스키는 그 작품의 주인공들 중 자기 자신이 법이고, 자신이 도

덕의 척도이며, 신이라고 생각하며, 신인(가가) 예수까지 심문하는 인신(가가)

을 등장시킨다. 이 인간이 신이 되고 인간교는 인간의 지위를 높인다는 뜻은

있겠지만 이 무제한의 인간 자유는 무제한의 독재정치를 불러 들인다. 그는 작

품 속에서 시가로프라는 가공의 독재자를 등장시켜서 러시아 사회에 서로가 서

로에게 스파이가 되고, 자유에 지친 인간들은 자기 자유를 독재자에게 반납하면

서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조차 결정을 맡기고 노예가 되어 개인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독재자가 개인 안에서 사는 가공할 스탈린주의 시대를 예언했다.

4 . 제 2 의 자 유 인 간 선 언 에 대 하 여

1973년 미국에서 많은 목사들을 포함, 2천여명이 모여 제 2휴머니스트 매

니페스토를 냈다. 17개 항목으로 된 이 선언문은 인간교의 사도신경 같은 것이

다. 미래의 종교는 인간이어야 하며, 인간 이상의 신은 없다고 선언한다. "신이

존재하는 증거는 없고, 인간은 진화한 생물이며, 영생과 영벌 사상은 반인간적

이다"라고 주장했다. "도덕은 상황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성은 성인 간

에 동의하면 허용된다"고 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하나님 없는 인간은 아무리

절대화시키고 자유화시켜도 절망과 허무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85년형

자유 인간의 상징인 노벧 문학상 수상자인 끌로드 시몽은 나는 인류에게 전할

아무 메시지도 없으며, 인간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허무라고 말했다.

5 . 섹 스 인 간 선 언 에 대 해

프로이드가 인간은 섹스가 본질인 것처럼 말한 뒤로 섹스시대는 계절처럼

홍수처럼 밀어닥쳤다. 지성과 자유의 상징은 으례히 성타부를 벗는 것으로 자부

하게 되었다. D. H. 로렌스의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은 금서로 된 적이 있었

다. 차타레이 부인은 귀족 부인의 교양과 도덕성, 전통성, 예술과 신앙의 상징

같은 여인이다. 그녀가 성을 바친 농장 감독은 본능과 색욕과 저급성 육물(가

가)의 상징이다. 그 섹스의 품에서 차타레이 부인은 이것이 생명이고, 자유이

며, 영원이며, 신이라고 속으로 말한다. 이 발언은 섹스가 신화되는 바알과 아

세라 성신의 신앙고백같은 묵시록이다. 바알신, 앨신, 아세라, 몰록의 신들은

모두 성과 피와 인신공양의 신들이었다. 프로이드는 에로스와 다나토스

(가과 가)는 하나라고 했다.

인간이 자유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은 없어야 한다고 쉘링은 말했다. 그래서

니이체는 신을 죽였다. 죽이고 나서 히틀러와 스탈린이 나오고, 온통 구라파를

허무와 불안과 절망과 광기, 핵의 공포의 안개로 덮었다.

스티븐 크레인의 다음과 같은 풍자적 시가 있다. "나는 사막에서 벌거벗고

웅크리고 있는 한 생물을 보았다. 자기 심장을 꺼내서 두 손으로 움켜쥐고 먹고

있다. 맛이 있는가 물었더니 굉장히 쓰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내 심

장이니까 맛이 있다." 이 사람이 자신만이 알파와 오메가인 절대주체요, 자유인

무신 인간의 모습이다. 쓰디쓴 자기 심장을 뜯어먹고 있는 사람이다.

극단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어느 미국잡지에서 섹스파티와 사육제(Orgy)의

목격담을 읽은 기억이 난다. 제목은 자유 방종한 사회의 기형아들(The Deformed

Children of Permissive Society)이었던 것 같다. 솔제니친은 동물원 같고,

죠지오웰은 "1984년"같은 소련을 탈출해서 자유 서구사회를 와보고 너무도 방관

하고 부패한 서구사회에 대해서 조국 러시아가 오염될까봐 극도의 현기증을 느

끼고 있다.

로스앤젤리스의 썬셔(Sun-Set)가의 한 지하실에 성한 사람도 5분만 있으면

정신착란증에 걸릴 것 같은 괴음, 조명이 번개처럼 명멸하고 여기 저기서 찢어

지고 터지는 비명과 고귀성, 정신질병적인 비트와 록크 뮤지칼 춤, 간질병 환자

들처럼 더러는 눈을 감고, 더러는 촛점없는 죽은 생선 눈알처럼 뜨고 온 몸을

마구 흔들고 비틀고 있다. 이들은 남녀노소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걸레조각

같은 옷과 가발 머리, 대머리, 긴머리를 한 히피족, 펑크족, 마약족, 호모, 레

즈비언, 변태성 도착증 환자, 알콜 중독자, 사생아, 누범 전과자, 허무주의자,

배교자, 정신병자들, 이혼자들, 좌절한 연예인, 퇴물들, 반문명, 반사회, 반지

성의 반항아들, 백만장자의 타락한 자녀들, 가출 십대들, 배덕 패륜아들, 마약

과 성병으로 곰팡이 핀 얼굴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 게으른 거지들, 마피아 범

죄 단원들, 창녀들로서 완전 나체거나 반나체로 아무 노래나 아무 말이나 제각

기 독백처럼 떠들어댄다. 피카소의 추상화같이 그린 기괴한 상을 몸과 얼굴에

그리고 있어 동물들과 정신병자들의 지옥과도 같다.

예수님이 고쳐준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문둥이, 귀머거리, 벙어리, 앉은뱅

이, 소경, 혈루증, 전신마비증, 간질병, 귀신들린 자들, 그리고 죽은 자들이

있었다. 특히 그 중에는 마가복음 5장에 2천마리 귀신떼가 서식한 거라사인의

얘기가 있다. 그는 정신 의학적으로 분석하면 더러운 섹스귀신과 사나운 살인귀

신이 들려서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현대인의 상징같은 사람이다. 그 속에는 서른

가지 이상의 악과 부패의 목록을 지니고 있다. 그의 생활과 의식의 지하실을 파

보면 불안, 공포, 좌절, 절망, 고독, 권태, 악독, 탐욕 이기심, 우월감, 시기

심, 분노, 음란, 증오, 거짓, 무신, 죽음 등이 그의 의식의 피와 살과 뼛속 심

층부에 배어 있다. 그 귀신들린 사람은 밤낮 무덤 사이에서 소리 질렀다. 예수

님이 이 사람을 그 많은 귀신떼에서 해방시켜 주셨다. "귀신들아 나오라."

성령충만 하라(엡 5:18). 자유는 성령 문제이다. 하나님의 신(성령)이 들

려야 우리 속에서 이 수 백 마리 귀신떼가 쫓겨나고 참 평화가 사랑과 기쁨과

성결한 삶을 살 수가 있다.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 참 자유함이

있다"(고후 3:17). 고백하지 않은 죄가 있으면 성령이 일시 단전현상이 일어나

죄의 세력이 나를 죄수처럼 억압한다. 그러나 죄를 자백하고(요일 1:9), 성령충

만을 기도하면 자유함의 충전상태가 회복된다.

자유를 위해 버려야할 거짓자유

참 자 유 를 위 해 버 려 야 할

거 짓 자 유 들

- 김 영 한 -

1 . 자 유 의 역 설

인간에게는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유는 없다.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유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무제한 하게 무엇이든지 하는 자유를 말한다. 한 사람이

무제한 하게 자유를 누리고자 할 때에 그의 자유는 타인의 그것과 대립되어 갈

등을 일으키게 된다. 사회적인 공동생활에 있어서 서로서로가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와 요구만을 주장할 때, 공중질서와 조화는 깨어지고 만다. 지하철

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손님들이 내릴 시간도 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서

게 되면 자신이 내릴 때에도 똑같은 경우를 당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의

자유를 존중할 때에 나의 자유가 보장받는다. 따라서 나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서 너의 자유를 인정해 주고 그만큼 나의 자유에 스스로 제한을 가해야 하는 것

이 자유의 역설(Paradox of Freedom)이다.

성서는 우리들에게 이러한 "나,너"의 자유의 질서는 "인간,신" 관계의 거

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유를 누릴 수 있

으며 하나님을 떠나서는 참다운 자유를 누릴 수 없음을 말해 주고 있다. 독일의

관념론자인 헤에겔(Friedrich Hegel)은 인간이 자유의 절대적 주체라 하였고,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사르트르(J.P. Sartre)는 인간이 이 자유를 향유하기 위

해서 신은 필요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가) 어거스틴은 내 마음이 하나님 앞

에 안식을 발견하기까지에는 참된 자유와 즐거움을 향유하지 못했다고 그의

고백록에서 고백하고 있다.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유는 신만이 지니고 있다. 그는 완전하고, 절대적이

며, 부족함이 없는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의 창조물로서 상대

적이고 불완전하고 부족함이 많은 유한한 자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상대적

이고 제한적인 자유가 있을 뿐이다.

2 . 인 간 의 원 죄 성

헤에겔은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고 말

한다. 그는 세계사의 과정을 역사의 각 단계에서 자유의 실현과정으로 보고 있

다. 이 자유정신이 희랍 공화정치에서 로마를 거쳐 근대 게르만사회에 이르기까

지 역사적 현실은 자유이념의 실현이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헤에겔의 진보사관

은 19세기 말까지는 근대사회의 낙관주의의 이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에

대한 이념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발발한 1914년의 1차 세계대전, 1941년의 2차

세계대전에 의해 무너지게 되었다. 이상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인간 실존의 의미

성을 찾는 실존주의가 대두하게 되었다. 삶의 철학과 실존주의는 자유이념과

현실의 간격을 인정할 뿐 아니라, 인간의 유한성과 차안성(가가가)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성서는 자유이념과 현실 사이의 간격의 이유를 인간의 원죄성에 두고 있

다. 먼저 인간은 신에 의해 지음을 받은 피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이념은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실현될 수가 없다. 구약의 창세기 3장은 인류의 조상 아

담과 이브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따먹고 하나님처럼 절대적인 자유를

향유하고자 했을 때 오히려 인간에게 주어진 상대적 자유까지도 잃어버리는 것

을 본다. 그리하여 원죄의 자유, 위험한 자유, 정념의 자유로 변질된 것이다.

성서는 인간이 하나님의 선하신 자유와 사랑의 대상으로 창조함을 받은 그의 형

상으로서 인간의 자유와 이성의 상대적 위대성과 존귀성과 영광을 말하고 있다.

특히 시편 17편은 만물을 다스리는 영장으로 인간을 창조하셨음을 증언한다. 창

조자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에게는 무한한 자유의 이념이 있다. 그러나 성서

는 동시에 인간의 원죄성을 고발하고 있고, 인간이 자기의 창조적 존귀성에서

떠나서 자기의 자유를 오용하고 있는 인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는 자유이념과 현실 사이의 간격은 인간의 원죄성에 있다. 인간에게 부여된

자유이념의 실현은 이 원죄성으로부터의 해방만이 가능하다.

3 . 해 방 하 는 자 유 와 예 속 하 는 자 유

성서는 자유의 두 가지 형태를 말하고 있다. 인간은 유한한 피조물이기 때

문에 인간의 의지는 어떤 영적인 힘에 의해서 좌우된다. 자연인과 불신자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영에 의해서 지배되고, 중생인과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성령에

의해서 지배된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이렇게 말한다. "이성이

사탄에 의해서 지배될 때 악마의 종이 되고, 하나님에 의해 지배될 때에 하나님

의 종이 된다."

결국 성서는 인간의 자율성(autonomy)을 부인하고 있으며 무제한적이고 절

대적인 자유도 부인한다. 피조물로서 가장 온전하게 지음을 받은 아담과 이브도

절대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산에 있는 과일은 모두 자유롭게

따먹되 지식의 실과는 만지거나 먹지 말라고 자유의 제한을 부여했다.

따라서 아담과 이브에겐 참 자유를 위해서 제한할 자유가 있었던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바로 이 "제한할 자유"를 지키지 못하자 인간들은 원죄의 노예가

되었다. 이때부터 인간은 욕망과 쾌락과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죄를 지을 수 있

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이것은 예속하는 자유이다. 이 예속하는 자유는 엄밀

히 말해서 자유가 아니다. 욕망과 쾌락을 채우는 것은 방종이기 때문이다. 성서

는 이러한 상태에 있는 인간은 죄와 사망의 사슬 속에 있으며, 하나님의 진노

속에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명하고 원하시는 참된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누리는 참된 자유도 아니다. 이것은 굴레요 쇠

사슬에 매여 있는 노예, 정욕과 쾌락과 욕망에 의해 지배되는 굴종의 자유이다.

이러한 굴종의 자유 속에서 인간은 돈, 권력, 명예, 쾌락, 욕망, 출세, 영화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이러한 예속하는 자유는 노예가 누리는 자유이다. 그리

고 결국 인간을 심판과 사망의 길로 인도한다. 굴종의 자유는 방종이요, 파멸의

길이다.

성서는 또 우리에게 참된 자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너희가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리스도

는 해방하는 진리, 자유케 하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이 해방하는 진리는 그리

스도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살아서 운동력이 있고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예

리하여 영과 혼과 골수를 찌른다. 심층에 있는 죄악을 드러내고 방종과 굴종

의 쇠사슬도 폭로시킨다. 그리고 이기주의의 욕망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

해방받은 인간들은 그리스도의 계명을 지킴으로 새로운 자유의 계약관계를

갖는다.

4 . 옛 사 람 의 거 짓 자 유

성서가 말하는 자유란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 획득되는 일방적 자유가 아니

라 좀더 근원적인 자유이다. 자유의 문제는 단순히 일상적인 삶에 있어서 욕심

이나 욕망에 지배되어서, 도덕이나 법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의지적 차원을 넘어

서서 좀더 깊은 인간성의 본질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거짓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은 단순히 욕심에 지배되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의지의 결정을 하

고 행동하는 인간이 어떠한 자인가를 성서는 말하고 있다. 방종의 노예가 된

사람을 성서는 "옛사람"이라고 규명한다. 이 옛사람은 원죄의 힘에 의해서 지배

받고 있는 부패한 인간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는 그의 도덕철

학에서 인간에게 있는 근본악성(the radical evil)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인

간은 도덕적인 정언명법(가가가가 ; The Categorical Imperative)에 따라 행동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애, 이해관계, 욕망 등에 의해 지배되어 참다운 윤리적

행위를 할 수가 없다."

성서는 또한 죄의 실체성과 힘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죄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을 부패시키고 범죄케 하여 타락으로 유도한다. 옛사

람은 죄에 의해서 지배되므로 방종과 굴종 속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

므로 거짓 자유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이 노예생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단

순히 의지의 노력이나 윤리적, 도덕적 힘으론 불가능하다. 이 거짓 자유에서 해

방되기 위해서는 옛사람이 변화되어야 한다. 인간의 의지, 도덕적, 윤리적 변화

는 부분적 개선일 뿐 본질적 개선은 어렵다.

5 . 새 사 람 의 참 된 자 유

사도 바울은 이렇게 증언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

조물이라 보라 옛것은 지나가고 새것이 되었도다." 성서가 말하는 참된 자유도

단지 도덕적이고 인격적인 의지의 선한 결정과 선한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

다. 그것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인간의 의지와 행위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이점

이 바로 기독교적 자유론과 철학적, 사회학적 자유론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다.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에 의해서 새롭게 된 중생한 사람만2 참된 자유를 누

릴 수 있다. 그러므로 성서에서 말하는 자유는 철학적이거나 사회적인 자유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관계되는 근원적인 자유이다.

기독교의 "새사람"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인"이나 "초탈인"은 결코 아

니다. 이 새사람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에 지배받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사랑

의 계명과 생명의 법에 순종함으로써 성장하게 된다. 새사람도 중생한 유아기에

서 성숙한 성인의 상태로 계속 변화한다. 새사람의 이러한 성장과정은 "성화의

단계"라 부른다. 이 성화의 단계를 높이 이룩한 사람일수록 향유하는 참 자유의

양도 그만큼 많아진다. 루터는 중생한 새사람을 "죄인이면서 동시에 의인

(simul justuset peccator)"이라고 기술했다. 중생한 새사람은 거짓 자유의 굴

레에서 해방되기는 했지만 해탈한 것은 아니다. 참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날마다 묵상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옛사람의 흔적에 의해 발동

되는 시련과 유혹을 날마다 물리쳐야 한다.

그러므로 새사람은 죄의 시련과 악의 유혹에서 초탈한 사람이 아니라, 원

리적으로는 해방을 받았으나 아직도 그 구습과 흔적과 습성이 남아있는 죄인이

다. 그러므로 새사람이 된 신자는 그리스도께서 주신 참 자유를 육체나 정욕과

말고, 성화의 은사로 사용해야 하겠다.

시민적인 자유와 정치적인 자유

- 나 학 진 -

자유라는 개념이 단순한 것은 아니다. 물론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될 자유

의 여러 형태의 밑바닥에는 공통되는 기본적인 틀이 있어서 비슷한 설명이 가능

하지만, 그와 같은 자유가 구체적인 삶에서 표현될 때에는 각각의 영역에 적합

한 각각 다른 성격이 표시될 뿐만 아니라 구별되는 여러 자유 사이의 복잡한 관

계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다는 말이다. 현대사회

에서의 얽혀 있는 여러 구조는 이와 같은 진술을 정당화 시켜 줄 것이다.

현대 사회 속에 살아야 할 신자에게 요청되는 여러 가지 자유가 있다. 언

론의 자유로부터 시작하여 결사와 집회에 이르는 소위 말하는 정치적인 자유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인 자유에는 불의에 대한 항거할 수

있는 저항권까지도 포함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치적인 자유 이외에

도 경제적인 자유나 종교적인 자유와 함께 또 다른 자유를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자유의 종류를 지적한 것이지만, 우선 정치적인 자유나 경제적인

자유 등을 시민적인 자유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종교적인 자유와는 일단 구별된

다고 보여지는데, 문제는 그러한 시민적인 자유가 종교적인 자유와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인지를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시민적인 자유이건 종교적인 자유이건 간에 그와 같은 자유의 밑바닥에

전제될 기본적인 자유가 있다. 그것이 이른바 의지의 자유인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인 행위와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의지의 자유가 긍정됨으로써 행위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는 뜻이

다. 그런데 세밀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인간에게 긍정되어야 할 이러한 의지

의 자유는 완전하거나 절대적인 것이 못되며,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

실을 지적하는 일로 그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긍정되는

의지의 자유인 것으로 제약 위에 토대된 의지 자유라는 설명이 중요하다고

본다.

종교인에게는 종교적인 자유라는 것이 매우 귀중하다. 그런데 막연하게 표

현된 종교적인 자유에서 세 가지를 구별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물론 세 가지

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어떤 제약을 토대로 하여 형성되는 자유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요, 그것은 자유의 기본적 특색과도 일치되는 사실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루터는 에라스무스(Eraismus)와 더불어 의지 자유에 대한 논쟁을 벌였었

다. 에라스무스는 자유를 긍정한 것이요, 루터는 그것을 부인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 결론이 형식상으로는 옳지만 내용상으로는 아직도 검토되어야 할 점들

이 많이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은총의 힘에 의한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렇다

고 자연 상태로의 인간에 대해 의지 자유가 부인되는 것이 아니라고 에라스무스

는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원죄에 의한 결과를 설명함에서 나타난다. 원죄가

인간의 능력을 부패하게 만들기는 하였지만 멸절시킨 것은 아니라고 믿은 에라

스무스이기 때문에 행동을 결단할 의지의 자유와 함께 선을 행할 수 있는 자유

의 힘이 아직도 인간에게는 남아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라스무스는 하나님과 협동할 수 있는 인간의 힘(자유)을 긍정하고야 만다.

루터의 관심은 좀 달랐다. 인간의 구원에 관한 한에 있어서 인간의 의지

자유를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타락되어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인간에

게는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을 행할 힘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을

행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자유)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서만 구원

됨을 강조한다. 루터의 설명은 분명했었다. 선을 행할 인간의 자유는 원죄라는

제약 때문에 상실되었다고 본 것이다. 인간의 의지가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 자

신의 욕구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꾸부러져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루터가 행동에 있어서 행사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송두리째 부인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어쨌든 이러한 자유가 종교적인 자유와 연결될

첫번째 양식인데 하나님을 향하는 의지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에서

종교적인 자유의 두번째 형태를 생각하게 되며, 이것이 오히려 근본되는 종교적

인 자유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울은 "주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자는 종으로도 주께 속한 자유자요 또

이와 같이 자유자로 있을 때에 부르심을 받은 자는 그리스도의 종이니라"(고전

7:22)고 말하고 있다. 탕자가 집에서의 속박이 싫어서 자유를 추구하려고 집을

떠났지만 결국은 배고픔, 향수, 불안 등의 노예가 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

유를 회복함과 같이, 아버지의 속박(제약) 밑에 있을 때가 더 자유스러웠음을

탕자는 실감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참다운 자유는 하나님(그리

스도)의 속박 밑에서 종되었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주 안에

서는 종되지만 자유스러우며 자유스럽지만 그리스도의 종되는 구속 또는 제약으

로 표시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 안에 있을 때에 우리들의 의지는 하나님을

향할 것이며 이 때에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되지만, 그러한 자유는 그리

스도의 종이 된다는 제약 밑에서 이루어지는 자유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자유는 매우 귀중하고 뜻있는 것임을 먼저 지적해 두는 일이 중

요하다고 본다.

종교적인 자유로서 생각될 세번째의 요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시

민적인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됨을 알게 될 것이다.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종교적인 사항과 관련되는 행동을 할 자유를 말하

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회를 가지며 신앙을 위해 집회로 모

이는 등의 자유를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와 같은 행사가

교회 밖에서 이루어지게도 되는 것이요, 기독교의 신앙이 책으로 출판되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의 성격을 나타내기에 이르면, 종교적인 자유가 시민적인 자유의

한 부분으로 되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의미의 종교적인 행동의 자유도 무조건적이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요, 어떤

제약 밑에서 허락되는 제한된 자유임을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나는 자유의 토대가 되는 의지 자유를 지적하고서

는 시민적인 자유와 종교적인 자유를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민적인

자유와 종교적인 자유도 제약된 의미의 자유임을 강조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종교적인 자유가 행사될 때 나타날 시민적인 자유와의 연관가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우리는 흔히 다음과 같이 그릇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는 세속 사

회에서의 일과는 상관되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종교적인 자유는 시민적인 자

유에 의한 영향을 받지도 않거니와 받는다고 하더라도 초연할 수가 있다고 생각

하는 잘못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적인 자유를 소홀히 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

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억압당하는 시민적인 자유에 대하여 소극적일 뿐이라

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종교적인 자유가 시민적인 자

유로부터 초연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상적인 권력이나 환경이 나를 제약한다고 해도, 나는 그러한 속박에 구

애됨이 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를 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노예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종교적인 자유가 방해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여러가지 억압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

어지는 자유로써 초연한 태도를 취할 수가 있다는 것과, 그러한 자유가 세상적

인 억압으로 인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의 사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시민적인 자유를 박탈하는 상황에 의한 영향을 극소화시키면

서 초연한 태도를 취할 수는 있어도 그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한다는

뜻이다.

둘째로 세상적인 억압이나 환경이 선을 행하려는 도덕적인 자유를 제한하

게 됨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선한 행위를 하려고 해도 이를 방해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악이 있는 법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전승된 원조의 결

과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구조적인 사회악에 의해 시민적인 자유가 위축될 뿐

만 아니라 그러한 사회악이 선을 행하여 구원에 이르려는 인간의 종교적인

자유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

는 세번째의 종교적인 자유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신앙을 위해 집회로 모이고 글로 표현하는 등의 종교적인 행동의 자유는

시민적인 자유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렇

기 때문에 시민적인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는 곳에서는, 종교를 위한 자유가 부

인 또는 간섭당함을 쉽게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공산주의의 체제 밑에서 그러

함을 볼 수가 있으며 과거에 일본의 식민지 통치 밑에서 기독교가 뼈저린 억압

을 당할 때에 그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하던 민족의 외침은 시민적인 자유에 연결된 종교적인 자유에 대한 갈

망을 표시한 것이 분명한 것이다. 이렇게 시민적인 자유의 유무 여부가 종교적

인 자유에 영향을 주는 것인데 최소한의 영향으로부터(그리스도 안에서 누리게

되는 참다운 종교적인 자유) 최대한의 영향(종교적 활동의 자유)을 지적할 수밖

에 없음을 생각한다면, 세속 사회에서의 상황과 상관되지 않을 종교의 자유로

쉽게 결론짓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움이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앙의 자유라는 종교적인 자유를 위하여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나,

정치적인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투쟁했던 영국의 칼빈주의자를 통하여 시민적

인 자유와 종교적인 자유 사이의 부인될 수 없는 이 긴밀한 연결을 소중히 여기

면서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원초적인문제로부터의해방

인 간 의 원 초 적 인 문 제 로 부 터 의 해 방

- 박 봉 배 -

현대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정신적 현상이 고독, 불안, 절망이라면 오늘의

사회적 문제점은 바로 그런 정신적 현상의 외화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정

신적 현상들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이며 또 여기서 유래되는 사회적 외화의 문제

점은 무엇이며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와 그 해결책은 무

엇인가?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은 두 차원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위로

는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이며, 옆으로는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첨가한다면 아래로는 자연과의 종속적인 관계-오늘의 생태학적인 입

장에서는 공존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첫째 계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서기관에게 "첫째는 이것

이니...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

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

라 하신 것이니 이에서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막 12:30-31)고 대답하셨다.

이 말을 바꿔말한다면 인간의 존재는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 속에 살아야 하고 그 관계의 올바른 규범은 사랑이라는 말이다.

이 두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이요 그 관계가 단절될 때 존재

론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그것은 인간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타락 이전

의 인간은 이 두 관계가 정상적이고 옳은 것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타락으로

이 두관계가 좌절되고 그 결과, 인간은 죄악과 주검의 노예가 되었다.

이것을 우리는 성서적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

께 죄를 지었을 때 제일 먼저 나타난 현상은 분리현상이었다. 하나님과 그렇게

다정하게 만나고 대화하고 하던 아담과 하와가 몸에 무화과 잎을 두려워하고 그

부르시는 음성에 대답을 못했다. 어느 신학자의 말대로 무화과나무 잎으로 가렸

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말해서 하나님과 아담 사이에 분리의 현상이 일어났다는

증표이나 하나님과의 자연스런 관계를 거절하는 인간적 행위가 자기 몸을 가리

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이것은 다른 신학자의 말을 빌리면 "소외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

에게는 분리된 것이요 존재의 근원에서부터 이탈된 것이다. 이 분리현상이 죄와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것은 첫째 계명에 대한 위반이나 여기서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고독, 불안, 절망이 대두된다. 존재의 근원,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끊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종교적 소외현상으로 우리는 가인과 아벧의 사건을

들 수있다.

하나님이 아벧의 재물은 즐겨 받으시고 자기 재물은 열납하지 않으셨다고

하여 분을 내어 시기와 질투 끝에 자기 친동생 아벧을 죽였다. "네 아우 아벧이

어디 있느냐" 물으시는 하나님께 가인은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

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 하고 대들었다. 이것은 자기와 이웃-자기에게 제

일 가까운 핏줄의 이웃-과의 관계 단절의 첫 사건이다. 피와 살을 나눈 자기

골육형제와의 관계를 단절한 것이다. 자기의 사회적 존재의 매는 끈을 단절한

것이다. 사회적, 윤리적 소외현상이 여기서 나타나게 된다. 자기만을 위한 이기

주의 약탈현상, 정복주의 등 사회적 죄악의 근원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사회적인 고독, 불안, 절망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둘째 계명

에 대한 위반이다. 인간의 존재형식이 위로는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 옆으로

는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의 올바른 형성이었다면 이제 이 근본적 두 관계를 모

조리 거부한 인간은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고독, 불안, 절망 속에 허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의 문제를 심각하게 취급한 실존주의 신학에 있어서

는인간의 이차원적, 다시 말해 두 가지 가능성을 가진 특색에서 이것이 기인한

다고 본다. 인간의 자유에서 기인하는 그리고 인간본성에서 나타나는, 이럴 수

도 저럴 수도 있는 특색이다. 이런 실존주의의 영향을 받아 니이버라는 신학자

는 인간의 이차원성이 불안의 근원이고 이 불안의 죄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하였

다. 즉 인간은 자연의 아들로서 필요와 충동과 연륜에 좌우되는 반면 영적인 존

재로서 자연과 자신과 세상을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이 또한 있다는 말이다. 이상

적이고 영적인 존재로서의 인간과 동물적인 충동과 필요성에 좌우되는 인간의

이차원적인 모습이다.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제한받는 존재, 제한받으면서도 제

한받지 않는 존재, 그 두 가지 가능성에서부터 불안이 발생하고 이 불안이 죄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하였다.

그런고로 죄는 이 어쩔 수 없는 불안의 현실을 자기 힘으로 극복하려는 교

만의 결과로 나타난다. 동시에 자기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 그 불안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 자포자기의 육욕의 죄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교만의 죄는 하나님을

외면하는 첫째 계명에 대한 위반이며 육욕죄는 자기의 육욕 때문에 이웃을 해치

거나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째 계명에 대한 위반이 된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자기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에게서 분리되고 자기 삶의

바탕인 이웃에게서 분리되어 끝없는 고독과 불안과 절망 속에 허덕이게 된다.

자기 존재의 근원에서의 분리는 사회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부평초의

신세가 되어 뿌리를 잃은 존재(Ericson은 'uprootedness'라고 한다)가 되어 정

신적인 방랑객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인간은 자신의 실존적인 고뇌 속에 혼

자만이 괴로와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의 사회적 투사가 윤리적인 문제로 더 큰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즉 자신의 실존적 고뇌를 사회적인 차원에서 자기 중심

적으로 극복하려 하기 때문에 이웃과 사회에 미치는 사회윤리적 피해가 보다

심각하다는 말이다.

특히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무자비한 생존경쟁 과정에서 자기의 이윤 추구

를 위해 이웃과 자연을 혹독하게 이용하고 해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고독과

불안을 정복하는 데서 해결해 보려는 이기주의적 자기 중심적인 태도이다. 하나

님과의 관계, 참된 자기의 근원, 즉 참된 의미의 세계에서 단절된 인간은 그 무

의성과 허무감을 이웃을 해치고 정복하는 데서 병리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한다.

여기서 이웃은 착취와 정복의 대상이 된다. 관계단절에서 이웃파괴로까지 변천

하는 것은 가인이 동생 아벧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국 파멸이며 따라서 절망만 남게 된다.

어거스틴은 "인간은 그가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Man is he loves).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면 카리타스(Caritas), 그 결과 모

든 질서가 바르게 형성되고 세상을 사랑하면 큐피디타스(Cupiditas), 즉 육욕이

나타나 모든 질서가 파괴된다고 하였다. 하나님과 진리가 사랑의 대상이 될 때

세상의 모든 질서가 바로 잡힌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거

스틴은 "사랑하라 그리고는 네 마음대로 행하라"고 하였다. 이 말은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는 네 마음대로 행하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루터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인간의 자기 중심적인 교만의 문제였다.

신앙적인 면에서는 교만으로 나타나고 윤리적인 면에서는 이기주의로 나타난다.

그는 "인간은 손이 안으로 구부러져 있다"고 하였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기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가 이웃을 섬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하나님은 숨어 계시는 하나님으로서 단지 이웃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나타나신다고 하여 "하나님의 가면"이라는 이론을 말하였다. 루터도

"사랑하라 그리고는 네 마음대로 행하라"고 하였다. 이 말 역시 "이웃을 사랑하

라 그리고는 네 마음대로 행하라"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회복, 이웃에 대한 사랑의 회복 바로 그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고독과

불안을 극복하고 절망에서 빠져 나오는 길이다.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그 처절한 생존경쟁 속에서의 고독과

불안, 더구나 그것을 소유욕으로 해결해 보려는 제한없는 배금사상, 그것이

개인과 사회를 무질서와 파괴로 이끌어 가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

인가?

두 말할 것 없이 처음에 전제한 대로 참된 인간의 본래적 존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다. 즉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이웃과의 참된 관계로 회복

되는 것이다. 하나님을 경배하고 인간의 참된 뿌리를 찾게 될 때 인간의 종교적

인 고독과 불안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그래서 이웃이 내

적수가 아니요 형제임을 자각하게 될 때에 사회적 고독과 불안은 소멸될 것

이다. 하나님이 경배의 대상이 되고 이웃이 섬김의 대상이 될 때 그 문제들은

해결되고 말 것이다.

어떤 종교에서는 이런 모든 고독과 불안 현상은 인간의 집념에 있기 때문

에 그 해결책은 그 집념을 멸하는 데 있다고 한다. 집념이라고 하는 것은 관계

를 맺는다는 말인데 그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니 그 관계를 단절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소극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도피적인 결과가 되고 만다. 기독교

에서는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요 관계를 올바르게 회복하라고 한다. 하나님을

외면하거나 저버리는 대신 경배와 순종의 관계로 회복하는 것이요 이웃을 착취

와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바른 관계를 회복하라고 한다.

그런 뜻에서 문제는 물질이나 금전소유 자체에 있는 것보다는 그것이 이웃을 위

해 어떻게 봉사로 쓰여지느냐에 있다. 섬김을 목표로 한다면 이웃을 해치고 착

취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의 태도는 포

기보다는 올바른 관계설정에 있다고 하겠다.

인간의 원초적 문제로부터의 해방은 인간존재의 본래적 모습의 회복을 통

해서만 가능하다.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회복은 삶의 궁극적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요 이웃과의 관계회복은 삶의 올바른 방법을 설정해 준다. 그리고 그런 삶

의 대전환은 섬기고 자기 목숨을 속죄 제물로 바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회개란 하나님과의 분리되고 파괴된 관계를 회복하는 신앙

적 행위이고 그것이 근거가 되어 이웃과의 관계가 정산화되는 윤리적 성취이다.

여기에 인간의 원초적 문제들로부터의 해방이 있다. 즉 문제해결은 어떤 고착관

념에서의 이탈이 아니라 그 근본적 삶의 방식의 변화에서만 가능하다. 풀어지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위한 해방이냐(freedom from에서 freedom to)에 보다 중요

한 차원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