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밝은문화모임 영상모니터회에서는 지난 3월과 4월 동안 시중에 출시된 에로비디오들을 모니터 하였다. 최근 16mm 에로 비디오들이 음란한 정사장면들을 지나치게 담고 있고 비디오 제명도 원색적이거나 저속한 표현 일색인 점을 고려하여 주택가 비디오숍에서 대여하는 16mm 에로 비디오 30편을 집중 모니터 하였다. 또한 최근 출시된 300여 편의 에로비디오 제목을 선정하여 제목경향을 분류하였다. 16mm 에로비디오들은 한결같이 전체 화면 구성 중 절반 이상이 음란한 정사장면으로 채워져 있었다. 내용상의 줄거리도 짜임새가 엉성하여 주제가 모호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음란한 정사(신체노출, 신음소리 등)와 비정상적인 성관계(변태성욕, 성도착증 등) 성폭행, 성추행 등 범죄행위를 미화하는 부적절한 소재를 흥미위주로 제작한 것들도 있었다.
에로비디오의 제명에 있어서도 인기작품을 표절하거나 성행위, 신체부위를 상징하는 표현을 사용한 제명이 많았고, 성에 대한 은어, 비어 속어 등을 제목으로 출시한 비디오들이 최근 증가하고 있었다.
에로비디오의 일반적 특징
이들 에로비디오의 일반적인 특성을 보면 먼저 과다한 정사장면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에로 비디오들은 평균 상영시간 90분 중 30분 이상을 정사장면과 신체노출장면 등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예술성이나 작품성과는 동떨어진 음란물 수준의 비디오들이었다.
두 번째는 심의기준을 무색케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공연윤리위원회 심의기준에 의하면 "원색적인 성애, 성범죄의 정당화, 강간, 윤간, 성기 애무 부분 묘사, 과도한 신음소리, 전신 전라 장면, 특정부위 확대, 선정적 자극적 자세묘사, 변형, 변태 행위체위의 성행위 묘사, 성폭행, 추행장면 등의 묘사에 대하여는 엄격한 심의기준을 적용하게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비디오들이 이러한 기준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세 번째는 사회 범죄의 선정성만을 부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부녀자 납치, 성폭행, 전화방, 면도방, 묻지마 관광 등의 사회적으로도 그 퇴폐성과 부도덕한 행위로 논란이 되었던 사건의 선정성만을 부각하여 이에 대한 재연과 확대해석 형식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네 번째는 성에 대하여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성적 호기심과 자극을 목적으로 제작되어 내용상에 이상·변태성욕, 변형체위, 부부간 외도, 난잡한 성생활, 직장 내 정사장면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흥미위주의 성을 다룸으로써 잘못된 모방과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지닌 비디오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섯 번째는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여성관을 왜곡하는 내용들이었다.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 돈을이용한 성의 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사냥, 여성의 이상성욕 등을 작위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자칫 여성에 대한 그릇된 관점을 심어 줄 수 있는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었다.
여섯 번째는 건전한 가정관을 깨뜨리는 내용들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비디오에서 부부간의 외도와 성적 갈등을 소재로하여 탈선과 불륜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남녀의 불륜을 기본적인 소재로 하면서 모든 비디오가 가정이 있는 남녀의 불륜을 다루고 있었다. 더욱이 미혼 남녀의 혼전 성관계와 상대를 번갈아 가며 관계를 갖거나 직장에서의 관계 등 사회적 윤리, 도덕적 가치관을 흔드는 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한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가정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조장하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보다는 탈선과 불륜을 일반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비디오들이었다.
제목의 선정성
에로비디오의 제목들은 최근(1996년 이후)들어 그 제목의 원색적 표현과 저급함에 있어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자료를 통해 입수한 1150편의 한국영화제목들 중 최근 것으로 보이는 300편의 에로비디오 제명을 모니터 한 결과 대체적으로 에로비디오들의 제명은 단발성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의도적인 "인기작 표절"이 65편으로 가장 많았고,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수요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사용하였는데 "성과 관련된 은어, 속어, 비어" 등을 사용한 제목이 19편, "성행위, 신체부위를 묘사"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33편이었다. 제목만으로도 "여성을 상품화 하거나 여성의 인격을 가치 폄하" 하는 제목들이 23편 "사회면 가십(gossip)이니 신종 퇴폐 업종, 사회적 사건"등 을 패러디한 제목들이 21편이었다. 그 밖에도 단어의 본래 의미를 왜곡시킬 수 있는 제명이 33편, 성과 관련된 단어를 직접 언급한 제명 28편이었다. 에로비디오들은 최근 특정 흥행에 성공한 인기제명( ∼ 부인 시리즈, 성애의 여행, 묻지마 관광 등)에 대해 기대수요를 예측하여 연작형식으로 제작하거나, 보다 강하게 수요자들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선정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에로비디오에 대한 규제안 마련 시급
에로비디오들이 주택가 비디오점에서 성인용으로 분류되어 대여된다고는 하지만 현재 유통업자들의 양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에로비디오 자켓과 제목의 선정성이 심각한 점을 고려 할 때, 일부 주택가 비디오점에서는 전체 매장의 50% 정도를 성인용으로 비치한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에로비디오가 정상적인 가정관을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내용의 소재들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인들에게도 왜곡된 사회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에로비디오의 주택가 대여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에로비디오들이 성을 상품화하여 돈벌이에 급급할수록 업자간 경쟁으로 그 선정성과 소재의 저급성이 노골화되어 질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폐해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향후 에로비디오 상영에 대한 성인전용관 설치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하여 일반 대여는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성인 전용관도 주택가와 학원가를 피해 지자체당 제한된 수(1-2곳)로 인정하는 제도적 입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기윤실은 우선 영화관련법 개정시에 에로비디오의 주택가 비디오점 유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도록 요청할 것이며, 최근의 에로비디오들의 제명 심의와 내용심의에 대한 공진협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이들 비디오에 대한 음란물 판별을 위해 일부 비디오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왜곡된 사회 가치관을 조장하는 에로비디오
대부분의 에로비디오들이 훔쳐보기식의 인간 호기심을 자극하여 남의 정사장면을 훔쳐본다든지 성적 흥분상태를 가누지 못해 관계를 쉽게 허락한다는식의 상황설정으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 집안에서 여인과 남자들간의 혼음을 통해 지극히 퇴폐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들도 정상적인 가치관을 벗어난 음란비디오라고 판단된다. 정상적인 사회적 가치관하에서는 용인될 수 없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고 화면상으로 보여지는 정사장면들이 지극한 음란한 수준임을 볼 때 이러한 소재를 비디오로 구성한다고는 하지만 건전한 사회적 양식을 가진 이들조차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정상적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랑보다는 탈선과 일탈의 행위를 소재로 하려는 의도가 역력하였고, 일상적인 정사관계의 장면을 벗어나 신체부위에 대한 카메라의 근접과 이상 성욕자의 가학과 변태스런 성욕을 소재로 하면서도 불륜을 당연시 여기는 여성의 자기합리화를 당연하다는 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또한 성에 대한 정확치 못한 통설(불감증 여인에 대한 치료, 성기 확대 등)을 사실처럼 꾸민점, 남성 성력을 지나치게 확대(변강쇠)하여 이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직업, 업태(퀵 서비스, 찜질방)에 대해 성을 상업적으로 매매한다는 의미로 잘못 이해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에로비디오 제목의 선별과 심의에 있어서도 사회적 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면을 장식하는 비인륜적 사건들을 소재로 한 것들도 흥미위주의 구성으로 성적 자극을 유발하는 식의 비디오 제작은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도 금기시되어야 할 요소로 판단된다.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영상구성과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한 예술적 화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에로비디오들이 지니는 한계를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도 정사장면을 주 구성으로 하는 에로 비디오의 소재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다. 사실의 진위를 떠나 음성적인 기대심리를 자극함으로써 비이성적인 사회문화에 대한 비판보다는 모방과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주제의식 없이 영상예술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윤리적 자세마저 망각한 에로비디오들의 졸속제작을 막고 성을 상품화하여 사회적 가치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양식 없는 제작자들을 선별하기 위해서라도 에로비디오에 대한 사후 심의와 유통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으로 보인다.
주택가 비디오샵에 진열된 에로비디오들의 원색적인 제명과 자켓의 선정적 사진 등을 두고볼 때 일반 비디오(예술영화, 어린이만화, 청소년용 등)들과 구별되기에는 현재 전적으로 유통업자들의 교양과 양식에만 의존하고 있는 18세 미만 대여불가원칙 고수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에로비디오로 인한 이러한 왜곡된 성문화의 전파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성범죄를 유발할 뿐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들의 불행을 초래하게 되므로, 범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디오물이 우리 사회에 발을 내딛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차원의 보다 강력한 조처와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1998년 5월 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밝은문화 모임 영상모니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