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책임있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또는 증인이 된다는 것, 선교라는

것, 이런 큰 제목들을 이해할 때 그것의 장(場)이 어디인가, 즉 그리스도

인의 삶의 장, 우리 신앙 생활의 장이 어디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봅시

다. 그 동안 우리는 소위 복음 주의 교회를 장으로 보았습니다. 일종의 게

토(ghetto) 속으로 들어간 셈입니다. 한국 기독교는 마치 불교의 절간들

이 산 속에 파묻혀 속세를 떠나 은거하는 것 같고 옛날 중세의 수도원 운

동 같은 경향을 띠었습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명령, 그리고 그 명령을 구체적으로 실

현하는 장은 교회 안이라기보다는 교회 밖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

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 (마 5:13, 14).

산 위에 있는 집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교회라는 콘크리트 건

물 속으로 숨어들려고 해도 숨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노출되어 있는 사람

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보여 줘야 하는, 뭔가를 보여 줘야 하는 위

치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남 앞에 드러나는 부분이 굉장히 중

요합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 복음 증거할 때와 선교지에서 우리가 보여 주

는 모습, 삶을 보여 주는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우리의 모습이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당신이 직장인으로 살든지

또는 선교에 헌신해서 해외로 나가든지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기본

적으로 삶의 모습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에 들어가고 선교지에

나가게 되면 굉장히 부정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수많은 대가들을 치르게

됩니다.

이 문제를 같이 생각할 수 있기 바랍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활동의

장, 삶의 장이 진공 속이나 교회라는 어떤 게토가 아닙니다. 믿지 않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장입니다. 우리

신앙 생활이 너무 교회당 지향적으로 되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당신의 삶이 현장에서 어떻

게 나타날 것인가하는 점을 생각합시다.

*** 하나님의 나라 ***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보면

성경에 담긴 가장 굵은 주제, 성경 66권 전체를 장악하는 중심 주제가

하나님의 나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가 뜻하는 우선적인

의미는 하나님의 통치입니다..

저는 성경을 번역하는 사역을 합니다만, 번역하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 언어를 완전히 익힌다는 점도 어렵지만 어떤 특정 의미를 포함

하고 있는 단어를 다른 나라 언어로 옮긴다는 것이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

닙니다. 왜냐하면 언어마다 의미 범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영어 한마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피아노를 친다 는 뜻의

play the piano 를 이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피

아노를 논다 고 해석했습니다. play 에 놀라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이 해

석이 맞기도 하지만 사실은 들린 것입니다. play 라는 영어 단어가 갖고

있는 뜻에는 놀다 라는 한국어가 갖고 있는 뜻과 중첩되는 부분도 있지만

중첩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play 를 놀다 라는 뜻으

로 해석했을 때 생기는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단어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굉장히 많이 오해

되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서는 나라라는 개념이 우선적으로 지리적인 영

역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면 일단 물리적인

영역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의미가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

러나 그것이 우선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 는 헬라어로 {바실레이아 투 데우}입니다. {바실레이

아}라는 단어는 영역을 우선적으로 내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하

나님의 나라를 언급하셨을 때 이를 듣는 청중들은 이 말이 하나님의 통치

를 뜻하는 것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이 단어는 물질 명사가 아니라 추상 명

사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계획을 이야기할 때 결국 그것이 하나님

의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창조자의 권리와 주권을 가지고 창조한 세계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성경은 철저히 하나님 중심적으로 기록된 책입니다.

우리가 인간적인 표현을 쓴다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바울은 토기장이 비유를 통해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의 관

계를 설명합니다(롬 9:21-23). 토기가 토기장이를 향해서 당신은 왜 이렇

게 이기적이냐고 따질 수 있습니까 ? 토기의 권리를 찾자고 말할 수 있습니

까 ?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 인간도 하나님께 이러쿵저러쿵 따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렇듯 성경은 철저하게 신본주의적인, 하나님 중심적

인 책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쉽게 생각해서 하나님의 권리, 하나님의 주권,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원래 창조의 원리입니다. 그것

이 하나님의 계획이고 뜻입니다. 더 이상 다른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

나 우리가 범죄하고 타락하여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

습니다. 인가의 타락에서 필연적으로 유발되는 것이 구원이라는 개념입니

다. 구원이 성경에서 굉장히 큰 주제이지만 구원은 사실 하나님 나라에

종속되는 개념입니다. 타락이 없었으면 하나님의 말씀도 필요 없었을 것입

니다. 창세기 3장의 인류 타락 이전에는 계시가 필요 없었습니다. 계시는

하나님께서 목적 적으로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것을 구원 계시라

고 합니다.

구원이 무엇입니까 ? 하나님이 통치할 수 있는 피조물이 망가져 하나님

이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창조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시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구원 계획이고 구원입니다. 구

원에는 회복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원래 하나님이 창조하신 흠 없는 상태

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구원입니다.

구원의 범주는 우주적입니다. 우리가 영혼 구원이란 말을 쓰는데 영

혼 구원은 조심해서 써야 할 표현입니다. 가능하면 안 쓰는 것이 좋습니

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영혼 구원이란 말은 심각하게 잘못된 개념입

니다. 사람들이 헐벗든지 굶주리든지 전혀 상관없이 영혼만 따먹으면 되는

겁니까 ?

야고보서는 이런 풍조에 대해 조롱 섞인 이야기를 합니다(2:15, 16).

헐벗은 자매가 있는데 옷은 주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굶주린 형제에게 밥은 주지 않으면서 복음이 너를

배부르게 할 거야, 밤낮 먹어야 또다시 배고플 테니 빵 대신 복음을 주겠

다고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입니다. 이것이 성경의 역설적인 이

야기입니다.

우리는 구원을 말할 대 전인적(全人的)인 구원을 이해해야 하고 더 나아

가 우주적인 구원을 생각해야 합니다. 구원의 범주는 우주적입니다. 하나님

이 우주를 창조하셨지 사람만 창조하신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

람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절정인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는 삼라만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원은 창조 상태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창세기 3장에는 사람이 타락한 결과로 땅이 저주받았다는 기록이 있습

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대자연, 산과 들과 꽃들은 사실 다 망가진

작품들입니다. 원래 하나님이 창조하신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자들

은 어디를 가든 피곤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찍고 바르느라 정신없습니

다. 그래 봐야 다 망가진 작품들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다시 온전하게 만드실 것이라고 생

각합니다. 온 우주가 하나님의 구원의 범위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환경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환경 보존은 성경적입

니다. 온 우주가 하나님의 것입니다. 이 자연은 다 썩어 없어질 것이라고

염세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닙니다.

자연은 하나님이 만드신 하나님의 것입니다. 이 지구는 하나님의 것이

고 우주도 하나님의 것입니다. 장차 하나님의 것으로 회복하실 것입니다.

물론 원래 창조의 상태보다 훨씬 좋은 영광스러운 상태로 회복하실 것입

니다. 하나님의 재창조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구원의 자리를

보게 됩니다.

구원 자체가 종점이 아닙니다. 우리가 많은 경우에 구원을 종점으로 생

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복음주의 교회에서 한 형제가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되는 자체가 그 형체를 향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라고 이해합니다. 물론 그 형제 개인의 상태에서 보면 그것이 하나님의 궁

극적인 뜻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하나님의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보다

원대한 계획이 있습니다. 예수를 구주로 믿는 것이 끝이라면 구원받는 즉시

하늘 나라로 데려가시지 왜 이 땅에 살게 하십니까 ?

구원은 종점이 아닙니다. 구원은 출발점입니다. 그러므로 구원에 이르

지 않은 것은 아직 출발도 안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더 큰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를 쓰시고자 부르는 것

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부르시지만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이 구원의 자리매김에 따라서 기독

교의 윤리가 설 자리가 생깁니다.

우리가 구원을 종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너 구원받았네, 나 구

원받았네, 우리 구원받았네 라는 복음성가도 있습니다. 거기 까지는 다 성

경적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는 것이 문제입니다. 야 ! 나 구원받았

다. 지옥 가지 않는다. 이제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하는 것은 구원의

자리를 잘못 보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입니다.

무책임한 그리스도인이 왜 생겨나는지 압니까 ? 우리 한국 교회에 [기독

교 윤리 실천 운동]이 왜 필요합니까 ? 어떻게 보면 이는 너무나 수치스러

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독교 윤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독교 윤리

가 안 지켜지니까 기독교 윤리 실천 운동이 있어야 하는 상황, 저는 이것

이 다분히 구원의 자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원의 자리매김, 개

인 구원의 자리매김이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왜 나를 구원하셨

는지를 올바로 알아야 합니다.

앞에서 한번 언급했는데, 성경이 철저하게 하나님 중심으로 씌었다는

것을 깨닫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독교 윤리의 자리가 있습니다. 내 구원

의 의미를 깨달아요. 그러나 성경을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성경을 많이 읽더라도 허사입니다. 대개 자기 중심적으로 신앙

생활하는 사람들 성경을 펴 보면 자기한테 좋은 말씀에만 빨간 줄을 쳐

놨습니다.

고난 내버려두고 네가 물 가운데 지날 때에 내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 때에 타

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사 43:2) 같은 말씀만

봅니다. 물론 그 약속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왜 하나님이 나를

그렇게 보호하시는가, 무엇을 위해서 역사하시는가 하는 궁극적인 시각 없

이 오로지 구원을 종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신앙입니다.

그러한 신앙에는 기독교 윤리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인 사명이나 시대적인 사명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왜 ? 나는 종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의 기도 운동이 한국 교회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도 많지만 부

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 염세주의적인 신

앙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고난이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염세

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 사고 방식과 편승해서 굉장히

많은 기도 운동들이 우리를 내세 지향적인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실을 무가치하게 생각하고 이 세상을 마치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여깁

니다. 죽어질 세상, 썩어질 세상, 한숨 많은 세상, 빨리 주님께로 가자는

식의 신앙 형태를 양산했습니다. 현세에서는 자살 클럽 만드는 것이 제일

좋은 신앙 실천 방법입니다. 속히 주님 곁으로 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염

세주의적이고 내세 지향적인 신앙은, 우리가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 구원을 구현해 나가는 하나님의 도구 역할을 감당

하지 못하게 했다고 봅니다.

제가 신학자도 아니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선교와

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부분에 대한 정리 없이

선교지로 나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소개했을 때 그 소개되는 기독교가 그 종족의 기독교 백년 대계를 결정해

버립니다.

우리도 왜곡되고 잘못된 기독교를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많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중 구

조적이고 무책임한 사회관과 문화관과 윤리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

분을 점검하지 않고 선교사로 나간다든지 이 사회의 역군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한다든지 하는 것은 사실 심각한 문제입니다.

***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 ***

성경에 두 가지 중요한 명령이 있습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것인데 하나는 문화적인 명령이고 또 하나는 복음적인 명령입니다. 이 명

령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입니

다. 오늘 우리가 이 땅 위에서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

이라면 당연히 담당해야 할 두 가지 면입니다.

첫째/ 문화 명령

하나님께서 창세기 1장 28절에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는 문화적인 명령을 주셨습니다.

피조(被造) 세계를 향한 문화적인 명령입니다. 그래서 기독교가 전파되는

곳마다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하는 것은 우연이 아

니고 이 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산 증거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창조의

섭리를 깨우쳐 나가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피조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고 이 자연을 잘 다스려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 동안 우

리는 이 점에서 실패했습니다. 오존층까지 다 파괴한 지금에 와서야 정신

차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생물을 다스

리라 는 명령에 순종해 이 자연을 지켜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인류에 대해서, 이웃들에 대해서도 문화적인 명령을 주

셨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마 22:39).

원래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 세계가 서로 화목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죄의 결과로 우리 안에 시기와 분쟁과

당 짓는 것과 오해와 불신이 생겨났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부분을 다시

회복하라는 명령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둘째/ 복음 명령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바로 복음적인 명령입니다. 우리가 구원 받는

다는 것, 복음 안에서 거듭난다는 것은 하나님과 원수되었던 관계를 회복

하는 것입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 하고 아담을 찾으시는 것이 하

나님의 구원적인 노력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한 우리에

게 그 아담을 찾는 노력을 위임시키셨습니다. 우리가 그 권위를 위임받아

서 이제 숨어 있는 아담들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적인 명령입

니다. 내가 하나님과 화목했던 것처럼 그 사람들도 하나님과 화목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들이 수행해야 할 명령입니다.

로마서에 복음 명령의 준행 방법이 나옵니다.

누구든지 주(主)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그런 즉 저희

가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

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10:13, 14).

우스꽝스러워 보이고 미련스러워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복음 전도라는

방법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두 가지 큰 명령은 문화적이고 복음적인 명령

입니다. 복음적인 명령에 대해 선교와 전도를 동일시하고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선교와 전도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전도는 선교의 한

부분입니다. 선교와 전도를 같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특히 복음주의 교회

에 강하게 퍼져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선교라는 말은 사실 굉장히 광범위한 말입니다. 선교를 뜻한 영어 단

어 mission 은 사명이란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나 교회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책임, 사명을 통치하는 말이 mission 입니다.. 개념

이 포괄적입니다. 이 개념 안에 evangelism , 즉 전도가 포함되어 있습

니다. 전도는 미션의 한 부분입니다.

미션이 곧 전도라고 이해하는 시각은 하나의 극단입니다. 우리 사명은

전도이다, 즉 선교와 전도는 같은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정반대 되는 극단

도 있습니다. 그것은 미션, 곧 사명을 문화적인 명령으로 보는 것입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가 최고의 사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

다.

예를 들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볼 때 그것은 분명히 복음적인 명

령이기보다 문화적인 명령입니다. 그 비유 속에 복음이란 말은 한 번도 안

나옵니다. 사마리아 사람처럼 해야 강도 만난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말도 없습니다. 그냥 이웃을 사랑하는 것 그 자체가 명령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문화 명령을 사명으로 보는 사람들의 관심은 선행을 하는 것, 어려운

이웃,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담요를 주는

것입니다. 선행이야말로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합니

다. 이것이 1930년대부터 본격화된 소위 사회복음주의, 오늘날의 자유주의

신학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WCC 제네바 모임에서 이런 입장을 천명했고

1932년에 핫킹이라는 자유주의 신학자가 사명에 대한 책을 펴냈습니다. 그

는 교회의 사명은 결국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미리 경고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극단

적인 주장들이 왜 생겨났는가에 대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

산당이나 극우 테러리스트들은 앞뒤 안가리고 자기네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은 무조건 처형합니다. 우리는 양 아니면 염소 하는 식으로 사람을 매도하

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사람들의 주장을 따를 수 없을 때 우

리는 그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상황을 파악한 후 비판할

것을 비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서 배격하고 있으나 제가 존경하는 신학자 중의

한 사람이 우찌무라 간조입니다. 그는 정말 위대한 신학자로서 소위 무교

회주의자입니다. 우리는 무교회주의를 옹호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당시 그 상황 속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

에 없었던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무교회주의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가르침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배울 점은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본 훼퍼는 저항하는 신학자로서 과격한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그는 나

치의 잔혹한 총칼 밑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더 강도 높게 들리는

것입니다. 당신이 정말 양심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나치 치하에서 어떻

게 신앙을 지켰겠습니까 ? 상황을 이해함없이 사람을 한마디로 비판하는 것

은 굉장한 잘못입니다. 1930년대는 그 만큼 교회가 문화적인 사명의 기능을

감당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로 극단적인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1930년대 이래로 거의 30년 이상을 풍미한 사회복음주의, 해방신학으

교회의 사명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이라는 사상을 지지하고 있습니

다. 해방신학도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

도의 심정으로 행위를 부르짖은 것입니다. 다만 이 사람들의 실수는 너무나

극단적인 방향으로 밀고 나간 데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입니다. 우리가 어

떤 일에 대한 반작용으로 또는 반감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부부 싸움을 할 때도 아내가 내 마음을 건드리면 나는 다른

극단으로 치달아 아내를 건드립니다. 그러면 신나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지요.

저는 사역지인 이리안자에서 카누를 자주 탑니다. 카누는 폭이 좁아서

한 사람이 앉으면 꽉찹니다. 배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두 사람이 마주

앉는데 파도가 치면 영락 없이 배가 뒤집어집니다. 사람 심리가 파도가치

면 반대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게 되는데 두 사람이 다 같은 방향으로 몸을

피합니다. 그러면 확 넘어지지요. 선박 사고가 대개 그런 식으로 일어납

니다. 배가 기우뚱하면 사람들이 놀라서 다 반대편으로 움직입니다. 그러

면 배가 한쪽으로 쏠려서 전복되고 맙니다. 우리 역사에서 그런 기록이

굉장히 많습니다. 반작용으로 하는 일이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사회복음에 대한 반작용이 전도입니다. 사람들이 하도 사회복음을 부

르짖으니까 복음주의 교회에서 선교는 곧 전도다 라는 식의 극단으로 치

달은 것입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신 명령은 두 가지인데 서로 자기들

의 견해만 옳다고 주장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카

톨릭이 팽창주의, 제국주의 입장에서 교세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선교를 하지 않았습니다. 카톨릭의 선교가 제국주의 전파지 복

음 전파가 아니라는 비판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선교

를 반대하니까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가장 성경적이라는

개신교회가 선교를 안함으로써 가장 비성경적이 된 것입니다. 반작용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대단히 두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도합니다..

그래서 이 양극단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간이 지나갔는데, 최근에 와서

다시 성경적인 균형을 맞춰 가는 노력들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약성경에 많

이 나오는 표현 중에 하나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수 1:7)는 말

씀입니다. 균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1966년에 두 가지 중요한 모임이 있

었습니다. 하나는 베를린 회의이고 하나는 휘튼 회의입니다. 그때 복음주의

교회가 야고보서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 그래, 우리가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주기 않으면서 복음을 전하

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복음이란 것인 하나님의 결정체인데 하

나님의 사랑을 전달한다는 사람들이 어찌 무정한 마음을 품고서 복음을 전

할 수 있겠는가 ?

저는 사랑 없는 복음 전파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복음 전파는 염불을 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술적인 주문

을 외우는 것이 복음 전파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강권하실

때 전하는 것이 복음이라면,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흘러 넘쳐서 복음

전파로 표현된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난에 대해서 못 본 체할 수 있

겠습니까 ? 성경은 복음과 함께 사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