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와 교육

1. 개 관

실존주의(Existentialism)는 실증주의에 대한 비판과 도전으로 시작하여 분석철학

과 함께 현대철학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실존주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것은 철학의 관심을 인식론으로부터 존재론으

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제창하였던 후설(Edmund Husserl)의 제창이 양차대전의 비극

적 체험을 통해 더욱 더 촉진되었던 데다가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주체성 말살이 초래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실존주의는 현대문명의 비인간화에

대한 반항으로 등장하였다. 또한 이는 객관주의에 대한 항변이며, 인간소외에 대한

거부이었다. 실존주의가 추구하는 기본적 주조음이란 곧, 진정한 '나'의 탄생을 갈

망하고, '나 자신'의 주체성과 개체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실존문제가 철학적으로 거론된 것은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것

이 철학의 중심 테마로 등장한 것은 1세기전 키에르케고르때 부터이다. 그에 의해

제기된 실존주의는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카뮈, 메를로-퐁티, 부버 등에 의해

전개되었다.

플라톤으로부터 헤겔에 이르는 전통철학에서 철학자들은 철학의 주요 임무가 "실

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하는 것으로 여겨 왔으나 실존주의자들은 실존을

본질에 선행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렇게 보면 실존주의자들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

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나는 선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고쳐

져야 한다고 본다.

실존주의의 중심원리는 도덕적 결정에 있어서 개인의 책임을 크게 강조하는 것이

다. 곧 이는 윤리적 선택에 대한 인격적 책임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실존

주의에서는 인간을 "그 자신의 본질을 결정하는 자, 그리고 그 자신의 가치를 규정

하는 자"로써 파악한다.

2. 교육 목적

볼노오(Otto F.Bollnow)는 전통적 교육관을 크게 계몽주의로부터 나온 기계적 교

육관(mechanische Auffassung)과 낭만주의로부터 나온 유기적 교육관(organische

Auffassung)으로 구분하였다.

기계적 교육관은 목수가 의도한 작업에 대한 물건과 같이 교육을 일종의 '만드는

작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기적 교육관은 식물을 재배하는 것과 같이

교육을 일종의 '기르는 작용'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즉, 기계적 교육관은 교육을 적극적 형성작용으로 보며, 유기적 교육관은 교육을

자연적 성장과정의 소극적 보호작용으로 본다. 곧, 지속적인 발전·성장, 지속적인

구성, 점진적인 개량이라는 입장에서 인간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양자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존주의 교육에서는 개인을 "선택하는 행위자, 자유로운 행위자, 그리고 책임을

지는 행위자"로 규정하면서 개인으로 하여금 이렇나 의식을 갖도록 일깨운다. 즉,

실존주의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홀로 결단에 의한 개인적 선택을 하되, 자신의 선

택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실존적 사고를 따르는 교육

은 선택과 책임에 대한 깊은 개인적 반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실존주의의 교육 목적은 인간 자체의 탐구이며, 이에 따라 삶에 대한 모든

형태의 광범위하고도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곧, 전인적 인간의

달성이다.

3. 교육내용 및 방법

실존주의 교육에서는 교사·커리큘럼·시설·환경 따위는 한 인간이 전인으로 성

장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실존주의자들은 교과목 그 자체

보다는 교과목을 다루는 방법을 더욱더 중시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학교는 학생들

의 자유를 신장하고 창조적인 개성을 갖도록 격려하여야지, 적응 또는 관습에 순응

하도록 압력을 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실존주의자들은 학교교육이라는 형태를 어떤 면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 있

다. 그들은 학교라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개성을 말살시킨다고 주장하면서 보편화

된 교육, 집단적인 획일화 교육을 비난하기도 한다.

실존주의자들은 실존적 선택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서적이고

심미적이며 시적인 과목들이 실존적 교육과정에 적합하다고 본다. 그래서 실존주의

자들은 인문학과 예술을 특히 강조한다. 실존주의 교육학자들은 진정한 인간교육은

삶의 좋은 측면뿐만이 아니라 삶의 불합리한 측면, 즉 삶의 추한 측면까지도 포함

한 전체로서의 인간교육으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을 그들은 인간

주의적이라고 본다.

즉, 실존주의자들은 죽음·좌절·갈등·고통·공포·성 등과 같은 어두운 측면들

을 감추거나 거짓교육을 시키지 말고 떳떳이 교육내용으로 채택하여야 한다는 입장

을 취한다. 또한 교사는 이러한 내용의 문제를 촉진시켜 문제해결을 도와야 한다고

본다.

실존주의 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들은 첫째, 교육마당에서 비연속적 형성 가

능성의 일면을 주목하게 하며, 둘째, 보편화·집단화·획일화하는 현대교육의 경향

을 인간의 개성과 주체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교육으로 전향시키도록 촉구하며, 셋

째,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여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함으로써 전인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넷째, 학생의 자율성이 강조됨과 함께 이러한 실존적 아

이디어들이 교육마당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실존 내지는 인간교육에 대한 교

사의 관심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교사론 및 교사교육이 요

청되며, 다섯째, 삶의 어두운 측면까지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보다 진솔

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을 촉구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4. 부 버

1) 부버사상의 뿌리: 하시디즘

부버를 알기 위해서는 하시디즘을 알아야 한다. 하시디즘은 유대교의 경건주의적

신비운동인데 이의 근본이념은 모든 사물 및 피조물들을 신성한 것으로 보며, 그

가르침은 '하나님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하시디즘은 세계 속에서

의 적극적인 봉사를 요구하며, 종교의 외면적 형식보다는 일상생활의 충실·관심·

사랑을 강조한다.

부버는 하시디즘을 통해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신성화하려 하였다.

2) '만남'의 철학

하시디즘을 모태로 한 부버의 철학은 '만남'의 철학이다. 이는 곧 인간이 세계에

대하여 취하는 이중적 태도의 양태에 따라 세계도 인간에게 이중적으로 된다. 이러

한 인간의 이중적 태도는 두 개의 근원어(promary words)로 표현되는 데, 이것은

'나-너'라고 하는 근원어와 '나-그것'이라고 하는 근원어로 표현된다.

'나-그것'의 세계에서 '나'는 방관자·관찰자·조정자로서의 세계와 관계하는 자

이다. 그러나 '나-너'의 세계는 직접적이며 상호적이요 근원적이다. 이러한 '나-

너'의 관계에 들어서는 것이 곧 '나'와 '너'의 '만남'이다. 이처럼 세계와 상호관

계하는 자는 '나-너'의 '나'이다.

결국 부버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관계를 통해 그의 실존을 형성해 나가는 창조자로

파악된다. 즉, 그의 교육론의 주조음도 '학생의 전체성'에 관한 탐구, 전인교육론

이라고 볼 수 있다.

3) 인간교육론

부버의 교육관은 그가 행한 연설에서 드러났다. 그의 인간교육론에 대한 교육관은

첫째, 아동을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을 지닌 하나의 현실(reality)호 본다. 아동

은 아무리 퍼내도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가능성을 가지므로 현실성이라고 생각하였

다. 그러므로 아동이 현실성이기 때문에, 교육도 현실성이 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둘째, 세계 자체를 하나의 교육장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자연과 사회라고

하는 환경 자체가 인간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육은 비(非)에로스적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포용으로써의 교육을 강조한다. 참된 교사는 그의 훈련의 과제로, 학생의

입장에서 교과목의 의미를 자각하고 배움의 정황에 대한 자기편의 입장에 예민한

관찰을 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의 역할은 신뢰의 분위기 속에서 학생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포용의 체험을 갖도록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섯째, 성격교육을 가치있는 교육으로서 강조한다. 부버는 성격은 인격의 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교사의 최대의 과제는 바로 이 성격교

육에 있는 것으로, 이것이 교육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버는 현대의 위기상황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본래적 모습을 인간과 인간간의

참된 관계형성, 즉 '만남'을 통해 회복하고자 했다. 이는 곧 사람됨의 문제이며,

이러한 사람됨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대의 비인간화된 교육마당에서

'만남'이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에 있어 인간화 교

육은 현대교육이 걸머져야 할 중대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