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 (2001. 6. 25)
한국교회에 대한 신학적 비판

채 수 일(한국신학대학 신학과 교수 / 선교신학)

1. 들어가는 말

오늘 한국교회의 개혁이 문제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목회자와 신자의 도덕성에 관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구와 제도로서의 교회에 관계된 것이다.

성직자와 신자의 각종 스캔들에서부터 지도층 인사들의 선거에서의 금품수수, 각종 신학교의 난립과 명분 없는 교파 분열, 재산권과 교권을 중심으로 한 다툼, 대형교회의 세습,¹⁾ 교회의 양극화 등은 당사자의 개인적 비리를 넘어 기독교와 한국교회 자체의 이미지는 물론 종교로서의 공신력을 크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도로서의 한국교회의 문제로서는 친미 반공주의, 정치-경제 권력과의 유착,²⁾ 교회 안의 성차별과 성폭력, 권위주의적 성직자 중심주의,³⁾ 대형교회 재정운영의 불투명성, 무분별하고 전투적인 해외선교 행태 등이 비판의 표적에 들어올 것이다.

양심의 자유에 뿌리를 내린 개혁의 주체여야 할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교회가 '성인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죄인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또 그런 일은 극히 소수의 성직자나 일부 교회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사회적 질타를 피해가기에는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이 너무 날카롭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대한 이러한 윤리적, 사회적 비판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한국교회에 대한 신학적 비판인데, 물론 신학적 비판이 윤리적, 사회적 비판과 전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두 비판은 마치 동전의 앞뒤처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단지 신학적 비판은 윤리적, 사회적 문제의 현상보다는 그것의 근본을 문제삼는다는 점에서 보다 급진적이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신학적 비판은 한국교회의 물신숭배, 기복주의, 혼합주의, 근본주의, 반지성주의 또는 반신학주의, 문화적 보수주의와 윤리의식의 이중구조,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 교파주의, 개교회주의 등 이른바 신학적 주제들과 관계된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다.

'시대와 민중신학' 제7호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다양한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특집을 만들기로 방향을 정했다. 한국교회에 대한 신학적 비판은 특집에 참여하는 필자들의 다양한 문제제기와 접근에 의해 보다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필자는 다만 개혁되어야 할 한국교회의 몇 가지 문제들을 중심으로 그것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특집을 위한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

2-1. '시장종교'에서 '십자가의 종교'로

한국교회의 빠른 성장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성장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70년대부터 시작된 성장지상주의, 대형화 추구는 교회를 양극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자본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현실은 목회를 영혼치유보다 경영마인드에 기초한 기업논리에 따르게 했고, 또한 교회의 대형화는 교회를 신앙공동체나 메시야 공동체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시장으로 이해하는, 또 '시민종교'(중산층 종교)로 이해하는 길을 열었다. 대형교회 안에서 직분이 직분 소유자의 사업과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도 이 점을 반영한다. 이것은 한국의 대표적 대형교회를 분석한 신학자 하비 콕스(H. Cox)도 그의 저서 '영성, 음악, 여성'에서 지적하고 있다. 교회의 대형화 추구의 신학적 위기는 교회가 자칫 우상숭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서에 등장하는 최초의 우상은 이방신이 아니라 아론이 만든 '황금 송아지', 곧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게 만든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십계명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형상화하는 죄를 경고하고 있고, 이런 경고는 거대한 성전체제에 대한 예언자들과 예수의 비판에서 구체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오늘 한국교회의 대형화 추구는 잘못된 선교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선교는 교회의 어머니이고,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니다.⁴⁾ 그러나 문제는 교회가 무엇으로 선교하는가이다. 선교는 교회가 해야 할 수많은 프로그램의 하나가 아니다. 교회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존재'로 선교한다.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다'(마 5,13-14)라고 말씀하셨다.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소금과 빛이요, 산 위의 도시라는 것이다. 선교는 교회의 사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존재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다우면 그것이 바로 선교라는 것이다. 성서는 교회가 선교적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답기를 원한다. 산 위에 있는 빛을 발하는 도시라는 상징어는 교회가 '대안사회'로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로핑크는 지적한다.⁵⁾

오늘 한국교회가 물량주의로 나아가는 이유의 하나는 선교를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사업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성장 지향적 선교'에서 '성숙 지향적 선교'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성장 정체기 혹은 마이너스 성장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내 선교가 한계에 부딪치면 교회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한국교회의 뜨거운 해외 선교열도 사실은 국내선교의 한계돌파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회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 선교 탄압이니, 성역침해니 곧잘 화를 내지만, 엄밀히 말해서 교회는 성역이 아니다. 거룩한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시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이 임재 하시는 동안만 교회는 거룩하다. 그러나 '강도들의 소굴'(마태 21,12-13)이나 '장사하는 집'(요한 2,16)으로 변한 성전은 이미 하나님의 집, '기도하는 집'이 아니다. 교회의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한 울타리로 성역을 오용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신성모독이다. 권력의 횡포로부터 교회는 지켜져야 할 성역이지만, 자기비판 없는 교회는 회칠한 무덤에 불과하다.   

2-2. 분열에서 일치로

프로테스탄트 특유의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는 지역교회의 빠른 성장과 높은 전도열을 가속시키기는 했으나, 교단 내부의 제도적 통제와 인사의 투명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철저한 개교회 중심주의는 지역교회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북돋는 장점이 있지만, 상회, 즉 노회나 총회의 구속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개교회주의는 프로테스탄트 고유의 민주적 교회조직 형태이지만, 자칫 개교회 내부의 투명성과 조직의 민주화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교회가 크든 작든 목회자는 교회라는 공동체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성직자에 대한 존경과 기대가 유교적 전통과 맞물려 절대적 권위를 갖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물론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의 관계가 좋을 때라는 조건에서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관계가 나빠졌을 때이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갈등이 제기될 때, 개교회주의가 갖는 문제는 그 갈등이 대부분 교회 분열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테스탄트의 빠른 성장의 이유가운데 하나는 유감스럽게도 분열을 통한 성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의 교파적, 지역적, 계급적 분열은 선교의 걸림돌(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의 빈부 양극화는 목회자의 계급적 양극화와 직결되어 있다. 다수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사례금으로 살고 있고, 특히 농촌교회 목회자들은 생활의 어려움은 물론 자녀 교육 문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교회 규모가 목회자 생활비와 직결된 현실은 교회의 성숙보다 성장을 지향하게 하고, 목회자의 대도시 편향을 피할 수 없게 한다. 또한 교회 규모와 사례비의 차이는 목회자들의 계급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촌교회 목회자들은 개인적 생활비에 대한 걱정보다 선교활동과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열악한 교회 재정문제를 더 고민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사례비를 교단별로 호봉제 일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척교회, 농촌교회, 미자립 교회의 지원이 목회자 생활비 보조 중심에서 선교 프로젝트의 지원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회 안의 권위주의적 서열화와 남성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목사 장로 임기제와 여성할당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나뉘어진 밥은 모두를 배부르게 하고, 나뉘어진 고난은 단결시킨다'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위기의 시대에 처한 교회의 일치를 위해서는 고난은 물론 새로운 교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2-3. 비리는 하나님과의 관계의 단절에서 시작된다.

목회자의 윤리적 비리문제는 빈번하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언론의 보도태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사회적 공인으로서, 또 지도자로서 목회자에 대한 사회적 기대 때문일 것이다. 다만 있을 수 있는 개인적 비리가 확대되어 전체 교회와 목회자에게 타격을 주고, 그로써 선교에 큰 장애를 준 것에 대해서는 판매부수와 시청율을 의식하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교회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태도, 예컨데 보도의 정확성과 진실성의 검증여부, 특수한 사례를 보편적 사례로 확대 해석할 여지를 줄 수 있는 보도 태도로 선한 목회자와 한국 교회 전체가 매도될 수 있는 위험성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판받아야 할 것은 일반매체만이 아니다. 많은 교계언론의 태도도 비판받아야 한다. 대형교회가 광고주라는 현실 때문이겠지만, 다수 교계언론의 태도 역시 일방적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오늘 한국사회의 개혁대상의 하나인 언론이 종교의 개혁을 외칠 때는 엄격한 자기비판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교회 지도자의 비리가 문제될 때마다 우리는 교회 안의 지도자에 대한 성서적 기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역사 상 처음으로 장로를 선임하는 기준이 제시된 것은 출애굽 직후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계약공동체를 새로운 질서 위에 세우려고 고심하는 모세에게 그의 장인 이드로는 다음과 같이 권한다: "자네는 백성 가운데서 능력과 덕을 함께 갖춘 사람,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참되어서 거짓이 없으며,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뽑아서 백성 위에 세우게. 그리고 그들을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으로 세워서, 그들이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백성을 재판하도록 하게"(출 18,21-22). 표준 새번역에는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번역되었는데, 취리히 성서번역에 따르면 '부정부패하지 않은 사람'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지도자의 조건에 부정부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스라엘 역사상 일찍부터 들어있었던 것이다. 부정부패를 의미하는 라틴어 '커럽션'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부정부패의 결과가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 부정부패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부정부패 했기 때문에 국민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민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지도자가 부정부패한다는 것이 성서의 증언이다.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의 단절이 부정부패를 의식하지 못하게 하고, 이것은 한 사회, 나아가 한 국가의 총체적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이 예언자들의 교훈이다.

교회 지도자의 자질 문제는 신학교육의 개혁(공동체적 신학수업과 영성훈련)과 지도자 평생교육의 장치(예컨대 안식년 교육제도와 특수대학원 연장교육 등)를 마련함으로써, 또 '목회자를 위한 목회'(목회자를 상담하는 목회자의 전문적 상담활동 등)의 강화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2-4. 돈과 에큐메니칼 운동

한국기독교회협의회, 기독교방송, 성서공회, 찬송가공회, 대한기독교서회 등 교단연합단체의 대표직이 교단별로 안배되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양면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있지만, 회원 교단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로서 교단안배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격과 능력에 따른 인선이라기보다 주고받기 식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전혀 적합하지 않은 인사가 대표직에 앉는데 있다. 특히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연합단체의 대표직을 독식하는 것도 자본의 논리를 반영하고 있다. 물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연합기관은 '현실의 강요'를 근거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운동이 돈 없이 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문제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근본정신을 상실하면서까지 추구해야할 연합운동이라는 것이 과연 무슨 가치를 갖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일치는 조직의 형식적 일원화와 다양한 사업의 전개를 통해서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일치는 그로써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예수를 보내신 것을 믿게'(요한 17,21)하기 위한 것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이 그것 때문에 세상으로 하여금 예수를 믿게 하지 못하는 운동이라면 그런 운동은 오히려 선교를 방해하는 운동일 뿐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을 기구들의 형식적 통합과 대형사업의 전개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 걱정을 하고, 돈 되는 일이라면 운동의 정체성이 흔들려도 개의치 않는 것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성서적 의미에서 '증언'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도력 없는 운동이 없는 법인데, 오늘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는 참된 지도력 부재에도 원인이 있다. 에큐메니칼 지도력이 흔들리는 것은 신앙과 신학이 균형을 잃기 때문이다. 신앙 없는 신학이나 신학 없는 신앙이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신학은 신앙을 지식으로 인도하고, 신앙은 신학을 실천에로 인도한다. 아는 것과 믿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알아야 바로 믿고 바로 믿으면 바로 알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마치면서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의 하나는 한국교회가 역사적으로 철저한 자기반성, 곧 역사청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제하 신사참배 결의에서부터 이승만 정권, 박정희 유신 정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면서 교회의 이데올로기적 분열과 매도에 앞장섰던 교계 인사들이 아직도 한국교회의 지도자로 남아있는 현실이 그것을 반영한다. 정치계 인사들만 검증되어서는 안된다. 교계지도자들, 특히 연합기관 대표들의 선임과정에서 인사청문회는 아니어도 최소한 언론의 검증과정은 도입되어야 한다. 적합하지 않은 인물들이 중요한 대표적 위치에 올라감으로써 한국교회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한국기독교 인사들에 대한 '정보은행'을 만들어야 하고, 한국 교회의 역사를 선교사, 교단사 중심만이 아니라 '범죄사'의 시각에서 정리해야 할 것이다. 교회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양식이다. 법에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양심의 역사,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다. 양심과 역사를 두려워하는 사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국교회가 살 것이다.